2020년 초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난번 설명한 2020년 피트니스 트렌드의 주요 3가지 키워드인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HIIT 그리고 그룹 트레이닝은 저물고 언택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접근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3가지 주요 키워드가 피트니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 트렌드에 언택트가 접목된 것이 옳은 판단이다. 그리고 언택트는 코로나19 때문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전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고 주장한다.
개인 공간에서 혼자 운동하며 쌍방향 교감 원해
언택트가 IT기술이라는 등호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언택트의 의미와 어원에 대해 좀 더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UNTACT는 CONTACT(접촉, 연락)라는 단어와 부정 접두어 UN의 합성어다. 그리고 CONTACT의 어원은 CON(함께), TACT(붙다)가 결합된 단어다. 종합적으로 단어의 의미를 고려해본다면, 언택트는 단순히 IT 서비스가 아니라 ‘타인과의 접촉 또는 만남이 제외된 서비스’가 언택트의 본질에 가깝다. IT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지향하다보니 IT를 언택트 서비스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게 가볍게 개념의 범위를 좁혀버리면 고객의 니즈에 완전히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대한 개념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우리’라는 개념이 더 친숙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해외 호텔들의 피트니스 솔루션을 벤치마킹하면 언택트 서비스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 또는 타인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은 욕구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서양에서는 호텔 내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면서도 일정 이상 등급에 개인용 운동공간을 마련하거나, 고객의 요청에 따라 피트니스 장비를 객실 내에 비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의 운동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객실 사이즈는 소도구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넓고 쾌적한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객실에서 운동을 한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유명 여행 포털사이트 Trip Advisor에 따르면 운동을 즐기는 여행자들의 27%가 자신의 방에서 운동을 한다고 하며, 여성의 여행객의 60%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자신의 방에서 운동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타인과 비접촉 및 비대면이 자신의 운동 루틴에 최우선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적지 않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피트니스 업계의 전망이다.
자칫 여기까지만 읽으면 사람들은 점차 개인적인 공간에서 혼자만 운동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택트 서비스의 이해도와 사용률이 가장 높은 밀레니얼 세대도 운동은 쌍방향의 교감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비중이 80% 가까이 된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운동을 하면서 타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싶지만, 교류는 하고 싶다? 두 성향은 서로 매우 상반된 경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운동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즐겁고, 더 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쌍방의 소통이 없이 운동을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니즈를 해결한 것이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이다. 개인이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면서 유명한 강사들의 녹화된 동영상을 보며 운동하던 것들이, 이제는 강사들과 실시간으로 특정한 시간에 함께 영상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하기도 하는 등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홈 트레이닝의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IPTV 3사 중 한 곳은 홈 트레이닝 관련 검색량이 올해 1분기에 지난해 4분기에 비해 63%나 늘었다고 하며, 대형 홈쇼핑 채널의 올 3월 가정용 렌탈 운동기구 판매방송편성은 지난해에 비해 3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언택트 시대, 호텔 객실의 피트니스 솔루션
그렇다면,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피트니스 솔루션을 호텔 객실에 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장비는 어떤 것일까? 필자는 ‘최신형 TV’라고 생각한다. 물론 휴대폰이나 태블릿이 가장 기본적인 장비지만 이는 투숙객들도 충분히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 영상을 자신이 소유한 장치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과, 큰 화면을 통해 바로 동영상 플랫폼으로 접속하거나 자신의 기기를 바로 TV와 연결해 대형 화면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알맞은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피트니스 장비라고 생각한다. 높은 등급의 객실은 트레드밀이나, 싸이클 등 피트니스 장비를 갖출 수 있다. 또한 최근의 피트니스 장비들은 모니터가 달려 있고 그 안에 운동 가이드 영상 또는 운동 프로그램이 내장돼 사용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객실에는 자전거 1대도 배치하기도 비좁다. 그렇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은 소도구들을 배치해야 하며, 별도의 관리자 없이 운동을 하다 부상이 일어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밴드, 폼롤러, 매트, 마사지 볼 같은 중량이 낮고 심플한 제품들을 추천한다.
마지막은 양질의 콘텐츠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운동을 20년 이상 했지만, 최근 들어 운동할 때 인터넷 동영상의 도움을 종종 받는다. 큰 틀에서 인체의 구조는 같지만 사람마다 다른 신체적 특성 및 운동 능력 차이로 인해 나의 신체와 운동 경력에 맞는 영상을 활용하고, 최신 운동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양질의 콘텐츠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 일부 수익에 눈이 먼 제작자들이 건강과는 거리가 먼 과장되고 자극적인 운동 영상, 짧은 시간에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영상들도 많이 있다. 거침없이 활약하다가 갑자기 사과영상으로 모든 잘못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호텔에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이와 같은 콘텐츠들을 사전에 걸러내고 사용자에게 질 좋은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최근 필자는 여러 호텔에서 필터링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요청받아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의 피트니스 기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 접목해야
최근 10년 새, 뉴노멀,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대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피트니스 산업도 기술의 발달로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최근 10년 출시되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이제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들이 필수가 됐다. 새로운 기술과 주장, 시대의 흐름은 반드시 눈 여겨 봐야한다. 하지만 너무 동떨어진 주장이나 이것이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주장은 한 번쯤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 말했지만 피트니스 트렌드가 바뀐 것이 아니라 기존의 트렌드에 새로운 기술과 콘셉트가 접목된 것이다. 새롭게 변하는 시대, 호텔을 찾는 고객을 위한 적절한 피트니스 솔루션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피트니스 기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박상현
우영웰니스컴퍼니 이사
shpark5709@naver.com
글 : 박상현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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