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글로벌 브랜드호텔 건축설계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객실을 제외한 부대시설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한계가 일정 부분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호텔 부대시설들은 F&B, Recreation, Function Space 3개 권역으로 구분이 된다. 그 중에서 All Day Dining, Lounge Bar, Fitness Center를 최소 기준으로 구성하다가 최근 3, 4성급에서도 Indoor/Outdoor Pool을 필수 시설로 포함시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성들만으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Needs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2% 정도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대안으로 이색 프로그램들을 호텔 속에 넣는 사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Food Market
롯데 시티호텔 마포의 지하에는 프리미엄 푸드마켓이 자리 잡고 있다. 호텔에 웬 마켓이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지금처럼 도심지 호텔에 투숙해서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보다 휴식을 즐기려는 고객입장에서는 다양한 식료품들을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소득 상위 30%를 위한 프리미엄과 함께 대중성을 슬로건으로 롯데슈퍼에서 론칭한 매장인데, 호텔이라는 고급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 조합이다. 호텔 건축물 안에 작지 않은 규모의 마켓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파트와 호텔이 조합된 복합건축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켓을 이용하는 기본 고객수요를 단지 내에 확보하고 있어 이와 같은 규모의 마켓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롯데시티 호텔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2017년 오픈한 Public Hotel NYC 역시 지상 1층에 소규모의 푸드마켓이 입점해 있는데 호텔 이용객뿐만 아니라 인근 거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Select Dining
호텔 수익구조에서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 시설이 F&B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호텔에서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축소하고 유명 맛집을 한 공간에 구성하는 콘셉트형 레스토랑을 호텔 내에 구성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의 경우 지상 2층에 ‘압구정의 미식골목’을 콘셉트로 3개 브랜드의 셀렉다이닝을 구성해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다. 경주에 위치한 라한셀렉트의 경우 호텔이 위치한 보문로 338의 이름을 본뜬 Market 338에서 외부 유명셰프 및 레스토랑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총 7개의 레스토랑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Bookstore
몇 년 전부터 신축호텔들을 방문하면 부대시설 중에 서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텔을 신축할 때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을 할 때에도 신규 도입 프로그램 중 1순위로 서점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바뀐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한 호텔업계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들이 호텔 내에 체류하는 시간을 책을 매개체로 늘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들이 레스토랑, 라운지 등의 F&B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호텔의 경우 로비나 라운지의 한 켠에 인테리어나 소품의 개념으로 서점을 구성했다면, 최근에 지어지는 호텔들은 대규모 서점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힐튼호텔의 이터널저니가 국내 첫 사례고, 필자가 기획 및 건축설계를 담당해 최근 그랜드 오픈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경우는 지하 1층에 ARC N BOOK이 들어서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서점과 연결돼 있는 오픈 스테이지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간이 디자인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캐피탈호텔로 운영될 당시 이 공간은 나이트클럽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래층은 춤추는 공간, 윗층은 테이블이 설치된 복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유명한 코미디언인 故 이주일 씨가 운영하던 클럽으로 그 당시에는 부모님 세대에게 꽤 핫 한 장소였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기획할 당시에는 업장이 폐쇄된 상태였는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대체할지 많은 대안들이 검토됐다. 라이브공연장, 재즈바, 스포츠시설 등 여러 아이템들이 검토되다가 최종적으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콘셉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점 콘셉트로 방향성이 결정됐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hslee1@gansam.com
글 : 이효상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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