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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중국, 코로나19를 견뎌내는 한식의 비결은?

- 코로나19의 파고에도 성장하는 한식당들, 맛의 표준화가 그 비결
- 성공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단기 확대보다는 경영원칙 고수를 더욱 중시Global Hospitality

 

미춘비빔밥(사진 출처_ KOTRA 창춘 무역관 자체 촬영)


요식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 중 하나다. 방역정책으로 인해 일정기간 동안 강제 휴업을 해야만 했고 방역 통제가 완화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외식을 자제하기도 했다. 중국의 요식업 점포 폐업률은 90%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2년에 가까운 코로나19 기간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식당들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퓨전 한식 패스트푸드, 미춘비빔밥


미춘비빔밥(米村拌饭)은 옌볜조선족자치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퓨전 한식 프랜차이즈로서 2014년 4월에 설립돼 2021년 8월 말 기준 전국 116개 도시에 300개 이상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2020년 말에는 점포수가 200개가 채 되지 않았으나, 2021년 들어 8개월 만에 가맹점의 숫자가 50%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는 요식업계 전반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트렌디한 한식 패스트푸드를 지향하는 미춘비빔밥의 경쟁력은 메뉴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나 오피스 건물 식당가를 중심으로 점포가 있는 미춘비빔밥은 소비자 니즈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뉴판은 단품메뉴가 20개가 채 되지 않아 직관적이고 1인 손님을 겨냥한 대표 메뉴, 어린이 전용메뉴, 인원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세트메뉴를 제공함으로써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식만의 맛을 고집하지 않고 최신 요리 트렌드와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유연한 레시피를 통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을 추구하고 있다.

 

미춘비빔밥(사진 출처_ KOTRA 창춘 무역관 자체 촬영)


이동과 조합이 편리한 4인용 사각탁자 시스템은 중소규모의 단체손님도 예약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 일품메뉴에 주력으로 하는 경쟁 매장들에 비해서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어느 정도 형식이 필요한 식사 모임도 가능하고 단체 손님을 타깃으로 하는 중고급 식당들에 비해서는 저렴하면서도 회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 경쟁력이다.

레시피의 표준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춘비빔밤의 본점에서는 요리에 사용되는 양념장들을 일괄 제조해 정기적으로 전국에 소재한 점포들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점포별 조리사의 변동이나 숙련도의 차이 등에 따른 맛의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춘의 창시자이자 가맹점 총괄담당자인 황호 씨에 따르면, 미춘비빔밥의 모든 제품은 표준화된 양념장을 사용함으로써 점포별 맛의 차이를 5% 미만으로 관리함으로써 고객들이 어느 매장을 방문해도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양념장 표준화를 통해 주문 후 조리 소요 시간도 현격히 줄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점주는 투자만, 운영은 본점이


미춘비빔밥의 가맹점포 운영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하다. 점포는 본점이 직접 경영하며, 가맹점주는 자금을 투자하고 점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만 가지고 본점에서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점장을 별도로 파견해 점포를 직접 운영한다. 이익은 약정된 비율에 따라 분기별로 청산한다. 미춘의 가맹점주가 되기 위해서는 점포를 미리 확보해야 하며 점포 임대나 인테리어, 운영 등 관련 투자를 전액 부담한다. 뿐만 아니라 본점은 가맹점주의 자금력, 임대한 점포의 상권이나 임대기간 등에 대해서도 까다롭게 심사해 결정한다.

미춘비빔밥은 주문 후 15분 내 요리가 나오지 않으면 무료 반찬 증정, 음식 불만시 환불, 서비스 품질 불만 시 전액 무료, 위생 불만족 신고 장려 등과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이는 본점이 가맹점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실행이 가능한데, 미춘비빔밥이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미춘비빔밥의 황호 씨는 이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들로 인해서 중도에 무산된 계약 건이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투자 성공률은 상당히 높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만흥가(사진 출처_ KOTRA 창춘 무역관 자체 촬영)

 

정통 한국식 고깃집, 만흥가


만흥가(万兴佳)는 옌지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정통 한국식 고깃집이다. 한국에서 13년간 세프로 일하면서 보고 배운 한국식 요리를 바탕으로 고향에 돌아와 정통 한국식 식당을 개점했다. 2012년에 본점을 개설한 이래 현재 길림성 옌볜에 4개, 창춘에 1개, 장수성, 닝보에 2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광고나 상업적인 기교를 통한 사세확장보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단골을 쌓아간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까닭에 아직까지 가맹점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정통 한국식 고깃집이라는 평가로 단골손님이 많은 식당이다.

만흥가는 한국 고깃집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식당이다. 만흥가의 대표는 한국에서 13년간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조리법은 물론 식재료의 구매나 관리, 종업원 서비스 등 식당 경영 전반에 걸친 지식과 노하우를 체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향인 연길로 돌아와서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오래 운영한다는 작은 목표로 한국식 고깃집을 열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만흥가(사진 출처_ KOTRA 창춘 무역관 자체 촬영)

 

만흥가는 현지의 입맛과 타협하거나 유행하는 최신 요리법을 수용하기보다는 정통 한국식 입맛을 추구하며 한국식으로 운영하는데 주력했다. 1호점은 가족들이 나서서 함께 운영했는데, 이 때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원칙에 충실할 수 있었다. 일례로 개업 당시 현지 대부분의 한식 고깃집에서 김치나 상추를 10위안씩에 판매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만흥가에서는 김치 등 밑반찬과 야채 무료 제공과 무료리필을 시행했다고 하며,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야쿠르트와 아이스크림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식당이 자리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정통 한국식 고깃집이라는 평가와 함께 본점은 물론 분점들도 각지에서 늘 손님이 붐비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등심, 갈비살, 양념갈비 등 구이용 고기류뿐만 아니라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 육회, 냉면 등도 한국의 고급 식당과 흡사한 맛에 현지 소비자들도 단골이 돼 찾고 있는 것이다.

만흥가 역시 프랜차이즈 형태로 분점을 늘려가고 있다. 본점은 가맹점에 대해 경영교육과 조리법 등의 기술지도를 하는 한편, 기본 양념류를 제공하며, 가맹점은 소정의 가맹비와 관리비를 부담한다. 만흥가 역시 가맹점 확대 자체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만흥가 김홍철 대표는 “연변 본점이 자리를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신규 가맹점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정통 한국 식당이라는 원칙을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요식업 현황


코로나19의 확산은 요식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방역정책에 따른 이동 및 집회금지 조치는 요식업 매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적지 않은 식당들이 폐업에 이르기도 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요식업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4억 위안으로, 이는 2019년 대비 약15.4%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오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프랜차이즈경영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요식업 점포수는 2019년 1075만 개에서 1013만 개로 약 62만 개의 식당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식당들이 음식 배달을 신규로 시행하는 등 활로모색에 나섰다. 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배달업 종사 식당의 숫자는 이전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음식배달은 식당 방문 대비 1인당 소비액이 현저히 낮고 각종 할인이나 플랫폼 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해 평년의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반면, 같은 기간 요식업 프랜차이즈 점포수는 40만 개에서 43만 개로 오히려 3만 개나 늘어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두터운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은 메뉴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고 레시피와 서비스의 표준화 덕택에 소비자가 배달음식을 받고 실망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배달용 신메뉴 개발, 배달 광고와 판촉 등과 같은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도 가능하다.

시사점


중국은 한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활발한 상호교류로 인해 한식에 대한 경험이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지역별로 다양한 기후나 역사문화적 배경 아래 성장해 온 무수히 많은 고유음식의 문화를 가지고 있고, 세계 각지의 음식 문화가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만큼 한식이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경쟁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현지의 다양한 요리 문화를 수용한 퓨전 한식당도, 정통 한국식을 고집하는 식당도 각기 나름의 전략을 수립해 일관되게 실행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중국 요식업계에서 프랜차이즈화 경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언제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때 단골 고객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프랜차이즈형 경영은 오히려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가맹점주는 매장에 대한 투자와 관리만 하고 매장의 경영은 본점이 직접하는 미춘비빔밥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음식은 한 지역의 역사적 전승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다. 따라서 단순한 먹거리로서의 음식뿐만 아니라 위치나 서비스, 분위기 등과 같이 식당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어떤 유형의 소비자와 어떠한 유형 모임을 타깃으로 하고 어떠한 기억을 남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중국 창춘_ 우양 무역관
Source_ 중상정보망(中商情报网), 중국국가통계국(中国国家统计局), iiMedia Research(艾媒数据中心), CHINA HOSPITALITY ASSOCIATION(中国饭店协会), 중국프랜차이즈경영협회(中国连锁经营协会), 쳰잔산업연구원(前瞻产业研究院), Baidu(百度), 메이투안디앤핑(美团点评), 미촌비빔밥(米村拌饭), KOTRA 창춘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정리 : 서현진 기자 / hrhotelresor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