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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데이유즈, 거침없는 피보팅으로 최종병기 되나_ 시간 탄력성 높은 호텔 객실 전ㄹ

위기의 순간마다 마지막 히든카드로 등장해왔던 호텔 데이유즈. 그러나 그동안 데이유즈는 모텔과 호텔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 세워지며 호텔에서조차 대실 판매는 터부시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선사한 뉴노멀 라이프는 잠자리를 소비하던 대실의 축을 객실의 콘텐츠와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를 향유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전환시키고 있다.


원격 근무의 피로도가 높아진 직장인들을 상대로 호텔을 사무공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투숙하지 않아도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호캉스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21 트렌드 중 피보팅(Pivoting)은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 변환 전략 중 하나로 ‘축을 옮긴다’는 뜻을 지녔다. 다시 꺼내 보는 데이유즈 카드,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피보팅 전략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대한숙박업 경기도지회 용인시지부_ 대실 등 일반숙박업소와 유사 영업 단속 요구 탄원서(사진 출처_ 대한숙박업중앙회 홈페이지)

일반숙박업만의 전유물 돼 버린 대실
대실, 혹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기 위해 ‘데이유즈(Day Use)’라고 부르는 객실 상품은 언젠가부터 모텔이라 일컫는 일반숙박업과 관광숙박업의 관광호텔을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그러나 ‘대실’의 정의는 세를 주고 방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 모든 숙박업소는 객실을 시간 단위로 그 가치에 맞는 값에 판매할 수 있는 사업장이다. 때문에 당연한 말이지만 법적으로도 대실을 기준으로 일반숙박업과 관광숙박업의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호텔경영학 전공서에도 대실은 시간 단위 객실 상품 중 하나로 설명돼 있다. 간혹 혹자는 특급호텔에서 대실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법이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관광진흥법 어디에도 관광숙박업의 대실 서비스가 부적절하다 언급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대실은 일반숙박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호텔은 대실 상품을 떳떳이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


잠깐이지만 호텔이 데이유즈 상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했던 때가 있었다. 2015년 5월, 그랜드 하얏트서울 호텔이 파일럿 형태로 국내 특급호텔 중에서 최초로 무박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예상외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것이다. 이에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해당 패키지를 6월까지 연장하고 호텔 비수기인 9월에도 한 달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후 이를 기회로 본 밀레니엄 힐튼 서울, 더디자이너스호텔 등 관광호텔에서 대실 프로모션이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본격 대실 서비스의 시작으로 더 많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 기대됐지만, 당해 10월 (사)대한숙박업 경기도지회 용인시지부에서 용인시의 관광호텔의 대실 영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탄원서를 제기한 일이 있었다. 탄원서에는 ‘국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해야 하는 관광숙박업이 일반숙박업소와 유사한 영업행위를 해 일반숙박업소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도 시가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법에 따라 많은 혜택을 받는 관광숙박업소들이 애초에 목적대로 국내·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시가 적극적인 단속과 지도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관광호텔의 일반숙박업소 유사행위를 단속할 근거가 없는 용인시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용인의 사례 이전에도 대실이라는 이미지가 단순히 잠자리만을 빌려주는 개념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터. 2013년에도 경기도 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70% 이상 되는 특급호텔에서 대실 영업을 해 호텔의 국격을 떨어트린다는 비난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대실이 호텔의 주력상품이 아님에도 이를 위협으로 느낀 일반숙박업소와 사회적 통념과의 마찰이 지속돼 왔다. 여기에 2015년 5월부터 변경된 5성 호텔등급제도 기준에 대실 판매 광고 적발 시 심사의 감점 요인이 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사실상 관광호텔의 대실 판매는 금지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감점 항목에는 ‘풍속을 저해하는 입·퇴실시간에 따른 차등요금제 실시 광고 적발 시’ 감점 대상이 된다고 명시, 이는 4, 5성의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1성부터 5성까지 모든 관광호텔에 적용되는 사항이다. 대실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진 않았지만 ‘입·퇴실시간에 따른 차등요금제’가 곧 대실을 의미하고, 관광숙박업법 규정상 대실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풍속을 저해하는 광고 적발 시’의 제한을 뒀다. 판매를 전면 금지할 순 없으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돼있는 것이다.

갈수록 다변화하는 대실 니즈
그렇게 관광호텔과 대실, 데이유즈 서비스는 표면적으로 관계가 멀어졌지만, 대실을 전면 내걸지 않을 뿐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대실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대실에 대한 니즈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순 잠자리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비즈니스 고객이 이동 혹은 업무 중 시간의 여유가 생겨 휴식이 필요한 경우 호텔을 찾는 이들이 많고, 투숙하지 않고 호텔의 부대시설을 충분히 이용하고 싶은 고객들의 수요도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러나 특급호텔의 대실 판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요청하는 고객에만 판매하고 적극적인 홍보는 하고 있지 않다. 다른 호텔에도 대실 가격정책에 대한 매뉴얼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숙박으로 유도하고 대실 판매는 지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는 대실의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호텔의 적극적인 판매와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지만, 해외에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특급호텔에서도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한편 국내에서도 점점 대실의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2017년, 당시 숙박O2O기업 위드이노베이션이 20~30대 숙박앱 이용자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7%가 낮에 숙박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중 낮 시간대를 활용하는 이유로 ‘낮잠이나 짧은 휴식(72.6%)’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노래방, 게임기 등 놀이시설 이용(23.6%)’과 ‘워크숍, MT 등 친목활동(17.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어서 노래방과 당구장, PC방 대신 숙박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59.4%였다. 이런 결과에 위드이노베이션은 짧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면 카페나 오락 시설이 갖춰진 멀티방이 유행하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쾌적한 휴식,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숙박업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그 니즈에 맞춰 객실 내 스파, 안마의자, 영화감상을 위한 빔프로젝트, VR, 오락기기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대실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숙박업 전문가는 “중소형 일반숙박업을 대상으로 이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복합 놀이문화 공간으로 객실 테마가 흘러가고 있었다. 과거에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었다면 현재는 ‘쉬면서 즐기다 가는 곳’으로 대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실제로 일반숙박업소가 은밀한 데이트 공간에서 개방적인 데이트 공간으로 변하면서 폐쇄형 프런트 인테리어에서 이제는 개방형 프런트 인테리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숙박업소의 서비스도 고객 트렌드와 니즈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내걸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병기 카드 꺼낸 특급호텔
각종 데이유즈 마케팅 눈에 띄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각종 자구책을 펼치던 호텔이 드디어 데이유즈라는 최종병기를 손에 쥐었다. 여름 성수기의 휴가철 특수도 잦아들고, 국내 여행 수요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때, 특별한 장소가 아닌 일상으로 스며들며 도심 속 호캉스에 여행객들의 니즈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지난 6월부터 ‘하프데이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여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대 12시간 동안 객실을 포함한 수영장, 피트니스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쉐라톤 그랜드 인천도 ‘스테이 & 풀 데이유즈’ 패키지를 7월부터 프로모션,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객실과 부대시설은 물론 2가지 다이닝 옵션을 걸었다. 패키지들이 거의 주중, 정해져 있는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게 돼 있었다면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데이 유즈 프로모션’은 12시 이전까지 체크인 후 8시간 객실과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다이닝 20% 혜택과 함께 힐튼 아너즈 회원의 경우 데이유즈 이용 시 1회 투숙한 것으로 반영, 투숙 횟수로 부여되는 골드 및 다이아몬드 등 엘리트 등급 유지 및 승급에 유리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커머셜 디렉터 강아현 이사(이하 강 이사)는 “이번 패키지는 코로나19로 올해 여름 공공수영장 개장이 불투명해져 호텔 수영장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기획하게 됐다. 대개 여름철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이 수영장을 많이 찾는데 호텔에 투숙까지 하면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이에 자녀 동반 고객은 객실당 어린이 포함 최대 3인까지 입장 가능하도록 패키지 이용 인원수도 상향조정 했다.”고 설명하며 “이에 실제로 타깃한 고객에 패키지 매력이 어필돼 좋은 반응을 이끌었고 관련한 문의도 많았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예상외로 남성 비즈니스 고객들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무실 출근이 어려워진 직장인들이 데이유즈 패키지로 호텔 객실을 사무실처럼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용해본 고객 중에 장기렌탈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데이유즈 패키지를 기회로 장기 오피스 렌탈 서비스도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_ 데이 유즈 프로모션

이어 그는 지친 육아와 업무를 피해 혼자 방문하는 주부, 고객들의 수요도 늘어났다고 전하며 특히 요즘 집에는 욕조가 없는 곳들이 많아 천천히 반신욕의 여유를 즐기거나, 안락한 호텔 베딩에서 숙면을 취하는 등의 수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텔근무 키워드 상승하는 호텔들
글로벌 호텔 체인도 본격화해
이외에 호텔이 데이유즈 상품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었던 것이 한몫했다. 근무는 해야 하지만 집은 왠지 모르게 싫고, 코로나 우울증까지 생기려고 하는 직장인들에게 객실을 사무실로 제공하면서 추가적인 호텔 서비스 혜택을 줘 산뜻한 재택근무 컨디션을 선사한 것이다. 레스케이프는 ‘워크케이션’ 패키지를 선보여 조식 1인, 객실 내 미니바 소프트드링크 무료, 사전예약자에 한해 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목시 서울 인사동은 ‘오피스 인 목시’ 프로모션을 통해 간단한 스낵류와 라운지 이용, 커피 무제한 등의 재텔근무 서비스를 선보였다. 강 이사는 “대실이지만 프라이빗한 공간,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쾌적한 객실에 안정적인 와이파이, 넓은 주차장과 피트니스, 수영장 및 사우나 등 부대시설, 그리고 이그제큐티브라운지까지 누릴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오피스로 호텔은 안성맞춤이다. 데이유즈지만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겐 풀 패키지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프리랜서나 스타트업에게 사랑받던 공유 오피스도 최근에는 방문을 꺼리는 추세가 되며 호텔은 ‘워케이션(Work+Vacation)’, ‘재(在)텔근무’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이끌었다. 직장인들의 니즈는 물론 9 to 6라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도 데이유즈에 적용하기 충분했다.


이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메리어트 본보이와 함께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프로그램 패스로는 ‘데이 패스(Day Pass)’, ‘스테이 패스(Stay Pass)’, 및 ‘플레이 패스(Play Pass)’ 총 세 타입으로, 이 중 데이 패스가 오전 6시에 체크인해 오후 6시에 체크아웃하는 데이유즈 상품이다. 데이 패스 패키지는 현재 애틀란타, 피닉스, 달라스, 뉴욕, 토론토, 런던,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와 홍콩의 일부 호텔에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유럽, 중동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본격 집중하는 만큼 앞으로 워케이션, 재텔근무 키워드가 호텔 데이유즈 서비스로 어떻게 자리매김해 나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컨슈머 오퍼레이션, 기술 및 이머징 비즈니스 그룹 스테파니 린나츠(Stephanie Linnartz) 총괄은 “원격 근무는 개인의 삶과 일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집중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는 증가하는 재택근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메리어트 리서치 커뮤니티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들에게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업무만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점, 자녀들의 원격수업, 중요한 발표, 프로젝트 및 회의 중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등 원격 근무에 있어 새로운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에 메리어트는 고객들이 메리어트 본보이와 함께 어디서든 일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객실을 원격 근무를 위한 공간으로 재설정 하고 있다. 또한 유연한 예약 옵션을 제공해 로열티 멤버와 투숙객이 보다 친숙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런 추세에 따라 글로벌 호텔 예약 플랫폼, 아고다에서도 지난 9월부터 호텔 대실 판매를 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아고다에 등록된 국내 호텔 7000여 곳에서는 밤 11시 이전 체크인을 기준으로 짧게는 2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시간 단위로 이용 요금이 책정되고 있다.

 

레스케이프_ 워크케이션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_ 메리어트 본보이와 함께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 여전해
공간 아닌 콘텐츠를 중심으로 상품 개발해야
“데이유즈가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볼 상품이 아닌 것을 알고 있고, 데이유즈에 대한 니즈도 패키지 판매를 통해 확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끝으로 당분간 데이유즈 상품은 기획하지 않을 예정이다. 관련 내용이 부적절하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상부에서 꺼리고 있다.”, “아무래도 데이유즈가 모텔, 즉 일반숙박업소 중심으로 성행해 왔기 때문에 관광호텔들은 숙박예약 플랫폼 안에서도 이들과 같이 섞이기를 꺼리는 모양새다. 대부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모션하거나, 플랫폼에 노출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홍보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실 영업에 대한 특급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아무리 인식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전통적 호텔의 이미지와 대실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여전히 호텔 데이유즈는 주위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호텔의 대실 판매를 코로나19로 생긴 빈방을 어떻게든 채워보고자 하는 수익적인 측면으로만 강조해 보도, 벼랑 끝 이미지를 자꾸 부각하다 보니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호텔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고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은 호텔들의 몫이다. 명확한 콘셉트, 목적에 충실한 상품구성으로 단순 객실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데이유즈 이용객들로 하여금 ‘대실했다’가 아닌 ‘OO하러 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마케팅의 영역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한 더 많은 목적과 재미를 부여해준다면 고객들은 대실, 데이유즈라는 개념은 잊고 호텔에서 누리는 하나의 즐길거리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가 2021 트렌드 네 번째 키워드로 꼽은 것이 ‘Best We Pivot’다. 피보팅(Pivoting)이란 원래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로 떠올랐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데,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도 ‘하드웨어 피보팅’을 통해 숙박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시설과 서비스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호텔 피보팅의 대표적인 예로 글래드 호텔이 재택근무 직장인을 위한 데이유즈 서비스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 이후 호텔 객실을 프라이빗 다이닝룸으로 제공,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는 최소 3인에서 최대 12인까지 넓은 스위트 객실에서 호텔 셰프의 요리와 와인,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와 함께 프라이빗 모임, 회식을 할 수 있어 외식이 조심스러운 요즘, 회식은 물론 다가오는 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글래드 여의도_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의 배수진 대리는 “재텔근무 패키지의 경우 먼저 체크인·아웃 시간대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히 이용 가능 시간을 좁히는 대신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구성보다 ‘근무’라는 목적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실제 사무실에서 군것질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때로는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요소들을 어메니티로 제공해 객실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이야기하며, “호텔로 출근해, 호텔에서 회식해 이후에도 호텔에서 운동해(가칭) 등을 기획해 앞으로는 객실 활용도를 높인 다양한 패키지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종에 객실 피보팅의 개념이다. 이제는 잠 이외에도 업무, 회식, 운동 등 ‘호텔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호텔 수익에 있어선 유명무실한 대실?
한편 지금과 같은 데이유즈 상품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반숙박업소에서 데이유즈를 효과적인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다르게 관광호텔은 규모면에서나 데이유즈 시간 분배 측면에서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텔 입장에서 데이유즈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하나의 객실을 두 개 타임으로 나눠서 판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룸메이드 정비 시간과 인력이 두 배로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보통 숙박 고객 객실 정비가 5시 전에는 마감되기 때문에 체크인·아웃 시간과 정비 시간을 잘 조율하지 않으면 값은 대실로 받았는데 결국 호텔 입장에서는 숙박 객실이 된 상황이 초래된다.”고 설명하며 “그런데 아직 데이유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고객들이 주로 호텔을 찾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대실 수요가 언제 어떻게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골치 아픈 제약이 많아 요새는 객실 이용 시간을 쪼개기보다 30시간, 1+1과 같은 형태로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관광호텔, 특히 특급호텔에서는 기본적으로 숙박 상품이 수요예측이나 운영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다. 이에 최근 다시 떠오르는 특급호텔 데이유즈 트렌드도 코로나19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언제 숙박 수요가 이전처럼 돌아올지 모르는 데다 조금씩 고객들이 데이유즈의 메리트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우리는 더이상 어떤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유즈를 통한 수익창출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시간의 명시적 가치 파는 대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RM이 중요
데이유즈의 핵심은 호텔 객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하는 상품을 팔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 최규완 교수(이하 최 교수)는 “호텔산업에서 불확실한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시장의 수요는 감소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효율적인 경영활동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이는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이하 RM)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호텔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가지고 있는 물리적 공간을 특정한 Inventory Type(Class, Room Type 등)으로 정의해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시간이 지니고 있는 단위 그대로 가치를 부여해 판매하는 업종이다. 즉 공간에 대해서는 내재적 가치를, 시간에 대해서는 명시적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인데, 이 영역에 속하는 산업은 RM을 적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호텔은 공간도, 시간도 세분화해 나눠 팔 수 있기 때문에 RM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재고를 적절한 고객, 적절한 장소와 시간,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에 오는 고객은 그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객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세분시장과 세분시장별 수요가 달라지고, 이에 따른 호텔의 세분시장별 가격과 서비스의 대응이 달라진다. RM 관점에서 대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호텔의 객실 배분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RM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Price(가격)을 컨트롤하는 것과 Capacity(객실, 인력 스케줄링, 좌석 배치 등)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대개 RM 매니저는 가격 컨트롤만 하는 줄 알지만 사실 수용력 컨트롤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대실 RM을 위해서는 호텔이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Safety Stock을 파악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객실을 숙박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기본적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지 계산하고, 그 나머지 재고 중 숙박과 대실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호텔 객실배분 방법으로 소멸성 자원의 배분문제를 다루는데 필요한 기초 이론 중 대표적으로는 Littlewood’s Rule✽이 있다.”고 소개했다.


언뜻 간단한 설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RM은 수학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설계와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에 최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 호텔업계 데이유즈 뿐만 아니라 객실 수익경영을 위해서는 RM에 특화된 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고객 니즈에 대한 연구 필요한 데이유즈
다양한 시도 통해 고객의 대실 수요 창출해야
객실 판매량 중 숙박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만 대실은 계절의 영향을 숙박보다 덜 받는 편이라고 한다. 즉 호텔의 한정된 자원 속에서 추가 매출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위기관리의 긍정적 운영 요소 중 하나임을 뜻한다. 아직까지 대실은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호텔에 적합한 모델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데이유즈 고객의 니즈 파악은 특급호텔에서 더 빠를 수 있다.


그동안 대실은 일부 일반숙박업소에서만 음성적으로 판매됐던 상품이라 고객들의 대실 원츠와 니즈는 무엇인지,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RM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초에 대실 판매를 시작했던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당시 이데일리의 기사에 따르면 호텔이 선보인 당일치기 무박 패키지 상품에 호텔업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자 호텔은 “수익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든 상품이다. 그동안 우리 호텔 수영장은 뛰어난 전망과 편의시설을 갖춰 도심 속 야외 명소로 각광받았지만 객실 이용 고객 또는 호텔 피트니스 회원에 한 해 한정적으로 개방돼 아쉽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텔은 이러한 고객의 아쉬움을 반영했고, 고객이 이에 응한 것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데이유즈 프로모션은 오히려 니치마켓을 잘 파고든 전략이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상황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불과 몇 년 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문턱이 높았던 호텔 부대시설은 투숙객만의 것이었지만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오픈됐으며, 코로나19로 객실 콘텐츠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객실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호텔업등급결정사무국 관계자도 대실 관련 광고 감점 항목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다면 자문위원회와 상의를 통해 언젠가 바뀔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이번에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여행이 재개된다면 데이유즈 상품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최근 어려움 속에서도 코로나19가 호텔이 숨겨왔던 매력을 속속 드러내고 있는 만큼 호텔 데이유즈도 어떻게 뉴노멀의 시류에 편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