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크루즈 인프라 발전을 위한 제언
<호텔&레스토랑> 매거진 주최로 시작한 ‘한국 크루즈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의 마지막 좌담회가 11월 7일 아세아항공전문학교에서 열렸 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분기별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크루즈 좌담회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크루즈산업에 관한 심층적인 토 론을 펼쳤다. 첫 번째 좌담회에선 한국 국적 크루즈의 필요성 및 효과에 대해 논했고, 두 번째 좌담회에선 국내기항지 관광현황과 발전 방 안, 그리고 세 번째 좌담회에선 항만, 여객터미널 등 한국 크루즈산업 인프라 확충안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교류했다. 마지막 좌담회는 국내 크루즈산업의 정책 및 제도의 지원과 마리나 등 해양관광과의 연계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이 제시됐고, 크루즈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국내 크루즈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각 패널들의 의견과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마무 리됐다.
정리 김민신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국내 크루즈산업 정책 및 제도 지원
유재흥 올해 <호텔&레스토랑>과 함께 ‘한국 크루즈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해 매 회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며 좋은 의견을 나눠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주제로 한국의 크루즈산업이 역량을 강화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겠 습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입장으로서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우선 적으로 도입돼야 할지, 좋은 정책 사례가 있다면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해양관광이 크루즈산 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며 올해 좌담회를 마 무리하려고 합니다. 먼저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크루즈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국 팀장님부터 현재 인천 크루즈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영국 먼저 인천항은 부산이나 제주와는 달리 전용 크루즈 부두가 없 습니다. 또한 2015년에 있었던 메르스 사태로 인해 고객들이 인천항 크 루즈 관광을 대거 취소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제 메르스도 잠잠해졌으 니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조해진 원인을 관광객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먼저 한·중·일 크루즈관광객의 선호도가 고착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 능하고요. 두 번째는 인천항의 접근성이 아직은 어렵다보니 짧은 시간 내 에 크루즈 관광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크루즈 관광객의 패턴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 다. 예전엔 쇼핑 위주의 단체관광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개인관광객이 자 신이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찾아가는 관광패턴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크루즈 접안시설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소프트웨어 일종의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 리, 검역)와 같은 입·출입 프로세스, 그리고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원 활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상호작용을 해야 관광객들도 크루 즈 관광이 괜찮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인천항도 이 세 가 지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좀 더 질적인 측면에서 크루즈산업에 대한 고민 이뤄져야”
유재흥 인천항만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골든하버Golden Harbor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영국 저가, 단체관광, 쇼핑위주, 접근성 불편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 골든하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新국제여객터미널을 중심 으로 한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인데요. 2018년도 완공을 목표로 크루즈 전용부두를 세워 22만 톤급의 크루즈들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 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워터프론트 등 좋은 소프트웨어를 갖 춰서 관광객들이 인천항 주변에서 한 번에 바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 를 진행 중입니다. 크루즈 관련 사업은 정부의 지원여부에 따라 지연되거나 조기에 완공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크루즈산업은 크게 크루즈 선박 건조와 크루 즈 선사, 크루즈 인력양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크루즈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가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크루즈 조선 기술에 대한 확보라든 지 크루즈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등 세분화 된 부분들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것입니다.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면 인 천도 고객들이 행복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염상훈 인천은 거점항으로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인프라로 얘기하자면 인천공항과도 가깝고, 서울 같은 인근도시와의 접근성도 좋고요. 그렇지 만 내부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죠. 일단 내국인들 이 크루즈를 이용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만의 내수시장이 발 전하면 크루즈선사가 중국에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죠. 내국인이 많으면 그만큼 한국인 승무원도 많이 채용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내국인 이용객 이 없다보니 한국인 승무원도 적은 현실입니다. 그래서 크루즈관광이 활 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내수시장이 발 달해야 국적 크루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지 않을까요.
김영국 올해 제주도 크루즈 이용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 만 전체적인 국내 관광정책이 양적인 성장만을 중시하다 보니 제주도 내 에서 사건사고가 많았지요. 이제는 단순히 크루즈 관광객 수로 평가되지 않는, 크루즈 관광객의 만족도 및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구성 등 좀 더 질적인 측면에서 크루즈산업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항만공사가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해 크 루즈관광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유재흥 저도 얼마 전에 제주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기 사를 읽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제주도민들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관광객이 증가해도 도민들이 직접적으로 얻는 수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황진회 말씀하셨듯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크루즈선박 유치를 양적 으로만 높이려는 현재 정책에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의 이면 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지역경제의 발전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있죠.
“국내 크루즈산업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위해 외국선박과 함께 역량을 강화해야”
윤주 크루즈산업 육성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지방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각각 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명확하게 구분되 지 못한 실정입니다. 특히 크루즈 선박유치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의 입 국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 항만공사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도 선박료 인하 등 인센티브 정책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외국 선사를 유치하고 있어 양적인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선박 유치를 통한 크루즈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발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서는 좀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기항지 측면에서 현재의 마이너스 투어가 대부분인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탑승한 선박의 경우, 유 교수님 이 말씀하신 기사처럼 지역에 주는 직접적인 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산의 경우 크루즈 정책방향을 준모항지 육성으로 보고, 최근 글로벌 선사인 카니발사의 코스타 크루즈와 협약해 부산에서도 내국인이 탑승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노선은 대부분 일본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모객하고는 있으나, 부산에서도 관광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 기 때문에 코스타 크루즈와 연계된 국내 여행사와 선사는 내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세일즈와 프로모션을 펼치게 됩니다. 이 러한 구조가 정착될 때 국내수요를 기반으로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므 로 정부나 지역에서는 선사나 여행사 등 민가에서 크루즈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입니다.
염상훈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면 비용적인 측면의 지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를 들어 배가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다시 해외로 나갈 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 거든요. 이런 점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여행사가 크루즈를 차터(주 로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임대하는 리스계약)해서 3박 4일 여행상품을 만들 때 이용객의 입장에서도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고요.
황진회 크루즈산업 활성화는 외국 크루즈선박 유치만 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선박을 공급하는 선사가 있어야 하고,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만들어지고, 크루즈 산업분야 고용 창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외국 크루즈만 국 내에 유치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든 연안 크루즈도 하고 국제 크루 즈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물론 연안 크루즈를 하면 기존의 연안여객선과 유람선 업계에서 반발할 수 있고, 섬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아 지역 차원에서 반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연안 크루즈를 하면 연안 여객선과 유람선도 같이 시장이 성장할 수 있고, 섬에서 숙박을 하지 않으면 환경문제가 줄어들 수도 있 어요.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국내 크루즈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루즈산업의 역량 강화
황진회 수요적인 측면에서 크루즈산업의 역량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연 안 여객선을 타는 관광객이 1년에 1600만 명인데 그 중 섬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일반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습니다. 또 여객선이 아닌 도선 과 유람선도 있는데, 이들 선박에도 1년에 1300~1400만 명이 선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연안여객선 이용객과 유람선 및 도선을 이용하는 관 광객을 전부 종합하면 1년에 2900만~3000만 명이 선박을 이용합니다. 실로 엄청난 숫자죠. 저는 이와 같이 선박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크루즈 의 잠재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분들은 크루즈를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크루즈 관광은 가격이 비 싸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크루즈는 좀 재력이 되고 특별한 사람들이 탈 것이다. 또 선박여행은 육상관광보다 불편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생 각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런 선입견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들이 필요합니다. 크루즈를 정확히 알고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죠. 이런 차원에서 국제 크루즈도 좋지만, 연안 크루즈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안 크루즈는 국제 크루즈보다 선박이 크지 않아 선박 가격도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단, 시설이 초라해선 안 됩니다. 식당과 식음료 시설은 어느 정도 퀄리티 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내 관광 상품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섬이나 연안에서 관광할 때는 텐더보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 다. 그래서 저는 국내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크루 즈 선박을 확보하고 투입해 크루즈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크루즈관광 수요 측정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황진회 상조회사를 통하는 경우는 고객이 크루즈에 대해 알고 상품을 직접 선택해서 가는 게 아니니까요. 상조회사를 통한 크루즈 고객은 전 체 수요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염상훈 결국 크루즈상품을 파는 건 여행사에요. 지금 우리나라엔 선사 가 없습니다. 현시점에서 정보 교류 같은 네트워킹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 요한 건 선사와 여행사입니다.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여행사를 상대로 상 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 국내 크루즈산업의 포커스는 선사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국내에 더 많은 배를 유치할까에 맞춰 져 있습니다. 내수시장이 없는데 누가 우리나라 인천을 거점항으로 하겠 습니까? 내수가 발전하면 조선소는 물론 인프라가 양성되는 건 시간문제 입니다.
마리나 등 해양관광 연계 발전안
유재흥 크루즈산업도 해양관광의 한 일환인데요. 여기에 연관된 해양관 광 상품들, 예를 들어 레져, 마리나, 해양생태관광 등이 다 같이 발전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도 마리나를 육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 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진회 국내엔 요트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바닷길이 별로 없습니다. 마리나를 쉽게 말하자면 요트 주차장이라 할 수 있는데, 국내엔 아직 마 리나 시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요트와 스킨스쿠버가 전형적인 체 험형 해양관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적인 단 계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크루즈는 오히려 섬 관광과 연계하는 편이 좋 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엔 3000개 이상의 섬이 있고 전부 다 연안 여객선을 통해 이동을 하니까요. 연안 크루즈든 국제 크루즈를 이용하든 텐더보트를 이용하면 대부분 입도入島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그 중에서도 경치가 뛰어난 홍도, 독도, 울릉도, 백령도, 연평도, 거제 해금 강 등에 잠재력이 많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