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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관광 생태계, 각자도생 아닌 연대 필요한 시점

“지난달 이탈리아 교민과 유학생 등 300여 명이 더 화이트호텔에서 격리 생활하는 동안 관광객이 급감해 펜션과 식당, 상가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또다시 임시생활시설을 지정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초토화하고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지난 4월, 평창군 봉평면 호텔이 외국인 입국자 격리를 위한 임시생활로 지정된 이후 5월 22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 차례 더 호텔을 시설로 운영하게 된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다. 코로나19로 속 시끄러운 일이 계속되는 요즘, 물론 불안한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영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 돈 되는 관광객은 괜찮고 코로나19 위기 피해 돌아온 교민들은 결사반대라니. 바이러스로 힘들어진 관광시장인데 애꿎은 교민들만 갈 곳 없이 내팽개쳐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관광산업은 생태계 특성상 다양한 인프라들이 연계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전체 관광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성업을 이뤄왔던 명동 호텔들은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힌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명동을 이끌어오던 상가 내 업체들이 거리를 비워가는 모습에 코로나19 이후 회복기를 걱정하고 있다. 쇼핑 인프라 없는 명동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이제 바이러스는 관광의 영향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2~3년 주기로 모습을 드러내는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이상으로 더 강력한 감염력을 장착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많은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관광사업체간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 하나 잘 한다고 살아날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호텔이 격리자들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일부 호텔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는 데도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은 대단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하는 호텔들은 지역경제를 초토화시키는 주범인가?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로 힘들어진 호텔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에 내국인 관광객을 공략할 수 있는 홈쇼핑을 돌파구로 삼았다. 생존에 다양한 시도들이 있는 만큼 파격적인 결정이지만 이를 통해 호텔 세일즈에 새로운 재미난 마케팅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언론은 특급호텔의 콧대가 꺾였다며 호텔을 깎아내리기 바쁜 모양새다. 다 같이 힘든 시기,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나름대로 열심히인 호텔의 기를 꺾어 이들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이번 달 기획기사로 임시생활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호텔들을 만나봤다.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매출 걱정으로 호텔을 내주긴 했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부의 노고와 격리자들의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 상당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한 총지배인은 ‘Hospital’에 어원을 두고 있는 Hospitality를 진정으로 수행하게 되며 이번 기회에 호텔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다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답답한 마스크를 벗지도 못한 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긴장 속에 힘들게 근무하는데도 격리생활로 더 힘들 격리자들을 위로하는 호텔 직원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격리자는 확진 환자가 아니다. 설령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감염자와 비감염자 중 한 명이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19는 환경소독만으로도 쉽게 사멸하는 바이러스다. 막연한 걱정보다 차라리 환경소독을 철저히 하는 방면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미래에 닥칠 바이러스 대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대해야한다. 피한다고 해서 피해질 바이러스도 아니고, 나 혼자 잘 산다고 해서 살아날 시장도 아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호텔이 실천해야 할 진정한 호스피탈리티의 의미를 찾았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없어야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호텔의 역할에 대해 시야를 넓혀볼 수 있는 다방면의 고민이 이뤄지길 바란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