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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코로나19 벼랑 끝의 비정규직_ 고용유지보다 중요한 그들의 입지 조망하다

코로나19의 충격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넋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에어백 역할을 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정규직이 아니라 다른 세상 얘기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비정규 근로자 비율은 31.5%에 달하고, 이중 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30.7%로 산업부문 24.3%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호텔업계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예외 없이 거리로 나앉았다. 호텔의 인력 아웃소싱, 외주화 범위가 넓어지며 하청업체에 소속된 호텔 근로자들에게 해고나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호텔은 갈수록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에 지난 4월 29일에 진행된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 호텔업계의 코로나19 위기극복의 전제로 고용유지를 독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직의 고용유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 지난 간담회를 통해 상생과 연대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호텔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이슈로 꾸준히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호텔앤레스토랑> 지면에서 다뤘던 비정규직 이슈들을 돌아보며, 코로나19로 고용 관련 각종 지원책들이 제공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호텔업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봤다. 


IMF, 고용조정의 서막이 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열병처럼 번진 IMF 이후다. 1997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전례 없는 외환위기 사태에 휘말리며 직전까지 ‘新경제’를 내세워 고공행진을 달리던 경제가 약 17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채를 짊어지게 됐다. 나라 경제가 주저앉으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후유증이 있었다. 물론 호텔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용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호텔을 떠나는 호텔리어들이 늘어난 것이다.

 

호텔맨들은 살아남기 위해 맡은 업무는 물론 그 이상의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자리 지키기에 여념이 없고 사업주 측은 고용조정이라는 대명제 하에 그동안 걸림돌이 된 직원들의 퇴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그동안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던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상의 홍역은 거의 없어졌다. IMF 이전 칼자루를 쥔 쪽이 노조들이었다면 지금은 사업주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의 견인차인 부서장급들도 예외는 없다. 이들도 줄줄이 명예퇴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호텔을 떠나갔다.
-1998년 7월호 ‘있자니 치사하고 나가자니 막막하고, 국내호텔 고용조정 실태와 문제점’ 中

 

당시 호텔업계에서 감행한 IMF 극복방안 중 최우선적이었던 것이 고용조정, 즉 인원 감축이었다. 고용조정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인원 감축이고 하나는 임금삭감이다. 직접적으로 인원을 축소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운 노조 직원이나 정규직의 경우 전 종사원들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고용조정으로 얻는 경비 절감만큼 인건비를 삭감한 것이다. 이때 정규직은 노동법상 보호를 받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임시직과 계약직은 그야말로 매일 살얼음판 속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목을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과 용역직, 그리고 계약직을 채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였지만, 저렴한 인건비보다 인원과 경비자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사측은 비교적 잡음 없는 해결책이라고 판단, 기존의 직원과 재계약하지 않거나 아예 고용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원 감축이 이뤄졌다.


한 호텔 인사담당자는 “특히 외주용역과 같은 경우에는 업체가 10~15%의 수수료를 떼 가기 때문에 호텔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데도 용역 인원들이 받는 돈은 그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극명한 비·성수기로 인력 수급이 불규칙적인 업종 특성상 용역업체를 활용하긴 해도 실상은 들어가는 임금에 비해 기능 성숙도가 높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지금보다 노동조합의 파워가 막강했을 당시는 노조 문제와 법적인 문제 등이 얽혀 정규직을 내보낼 수는 없었고, 직원 인건비가 손익의 주요 부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여겼던 터라 여러모로 고용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관광산업 발전과 실업문제 해소 위해
‘인턴’이라는 비정규직 카테고리 추가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용역, 파트타이머….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럽기만 한 비정규직 카테고리에 ‘인턴’이 들어왔다. 1999년 6월 문화관광부가 ‘관광호텔업 관련규정 개정 및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호텔 인턴사원제도 때문이다. 


제도의 시행은 당초 관광숙박업계에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적인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됐다. 정부는 실업대책예산 33억 원을 관광호텔 인턴사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 및 교육비로 지원, 1성급(현 3성급) 이상 376개 관광호텔에서 총 980명의 인턴 사원을 뽑아 6개월간 현장 근무하도록 교육비를 호텔에 지급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관광호텔은 인턴 사원의 6개월 근무 이후 1년 이상 채용을 보장하는 호텔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21명까지 인턴 사원을 배정 받아 실무에 배치시켰다. 그러나 당시 한 특급호텔의 노조간부는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줄어든 인원에 대해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며 인원을 보강하는 호텔에서는 정규직원보다 비용 절감이 가능한 아르바이트나 임시계약직 위주의 채용을 하고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든 호텔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정규직원으로 이어지는 인원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덧붙여 “이런 상황에 인턴 사원까지 배정하게 됨으로써 그들도 똑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호텔업계와 사전 조율 없이 시작된 인턴채용사업은 설명부족과 시기상 부적절, 비전공자의 지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본래 호텔 실습의 취지를 벗어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한 또 한 가지의 비정규직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실제로 2013년, 국내 대기업 특급호텔이 인턴사원이 2년의 계약기간을 끝으로 정규직 전환 직전에 ‘일회용’처럼 대부분 내쳐진다는 기사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해당 호텔의 인턴사원 정규직 전환비율은 20%까지 떨어진 상태였다고.


호텔업계 노조, 고용안정 협상 요구했지만…

올 노사갈등은 다른 어느 해보다 강한 태풍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호텔 수입이 증가하자 노조 측은 IMF 동안 희생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 올 임금협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8년에 이은 2년여의 일방적인 양보교섭에 따라 더 이상 양보와 희생은 생계위협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노조 측은 지난 2년여 동안 희생한 대가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텔업은 타 업종과 달리 IMF 때도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원화 하락, 달러 상승으로 외국인 관광객 및 비즈니스 차 국내 방문이 늘어 호텔로 달러가 유입된 것. 그러나 호텔 수익이 상승했음에도 당시 사회 분위기상 고통분담 차원에서 종사원들은 일방적으로 임금 및 구조조정에 희생당해야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노조 측은 타 업종보다 할 말이 많고 그에 따른 보상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2000년 6월호 ‘호텔업계, 노조 “IMF로 노동조건 악화”, 사용자 “경기회복 안됐다” 시각차 커’ 中

 

97년 말 IMF로 허리띠를 졸라맨 호텔들. 이로 인해 중견간부와 계약직 사원들의 인원 감축, 상여금 반납, 임금동결에 기타수당 등을 양보한 채 그나마 살아남은 근로자들은 고용 조정된 업장의 일까지 도맡았다. 지금과 다르게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컸던 시기인 만큼 당시 노조는 호텔의 호황으로 시장이 안정되자 인금 양보분의 원상회복을 비롯, 여러 가지 현안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였다.


IMF 이후 호텔들은 전체 인원 대비 정규직 사원의 수를 줄이고 비정규직 사원수를 늘리는 고용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 98년과 99년의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종사원현황을 분석해보면, 정규직이 98년 8709명에서 99년에는 8019명으로 690명이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 인원은 98년 1486명에서 99년 2854명으로 총 1368명이 늘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당시 노조의 요구에 사업자 측은 정규직 사원이 비정규직 사원보다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선진 해외호텔들은 인력비의 탄력성과 효율성을 위해 50%정도를 용역으로 대체,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호텔은 팁 제도가 안착돼 있어 비정규직이 많은 게 당연한 것으로 국내와 일직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후 협상이 순탄치 않자 서울 롯데호텔, 힐튼호텔, 스위스 그랜드 호텔 노조원이 장기 파업에 들어가 호텔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때 파업으로 롯데호텔은 평소 85% 수준인 호텔 투숙률이 40%대로 떨어지고, 투숙객이 줄어 면세점 매출액은 평소의 80%도 못 미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호텔 노조원 1000여 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파업 이후 매출 손실이 약 450억 원, 순손실이 120억 원에 달했다고. 경찰까지 동원될 정도로 노사 간의 팽팽한 접점이 있었던 파업은 결국 힐튼호텔이 42일 만에 △봉사료 잉여지분 지분 △연봉계약직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 조치 철회 △노조가입대상 연봉직, 대리급까지 확대 등의 협상안을 타결, 롯데호텔은 파업 74일 만에 △회사 측의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징계 최소화 △임금 10% 인상 △3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의 경우 4년차 근무 개시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사측의 파업 장기화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사실상 비정규직의 근본적 문제인 고용안정성과 근로처우 개선에 대한 알맹이는 쏙 빠진 합의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정규직 보호 위해 탄생한 비정규직법안
계속된 비정규직의 차별과 사용 남용, 불안정안 고용의 문제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하고자 하는 비정규직법안이 2007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09년 9월 1일부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됐다. 소위 ‘비정규직 관련법’이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을 말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차별금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간제와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을 명문화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 또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2년이 초과하면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해 사실상 정규직화를 하도록 한 것이다. 에이원 노무법인 이상운 노무사는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은 기간제, 아르바이트, 임시직, 일용직 등 다양한 호칭들을 모두 내포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계약기간의 유무’다. 별도의 계약기간이 있는 근로자의 경우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데, 기간제법에서는 근로계약기간이 2년을 도과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다고 본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잘못 이해해서 2년 동안은 자유롭게 근로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간제법은 2년이 넘는 계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 그 기간 안에서의 자유로운 계약을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2년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나 법원이 보기에 계약이 갱신될만한 기대권이 근로자에게 인정됨에도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갱신을 거절했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2년을 초과해 사용할 때는 고용 의무를 적용하고 불법 파견 시에 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서도 법정근로시간(주당 40시간) 이내라도 초과근로시간이 1주일에서 1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단기간 근로를 남용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사업주가 차별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불법 파견 시 사용사업주에 대한 형량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서 3년 이상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벌금형으로 강화했다.


비정규직법안으로 아웃소싱을 돌파구 삼아

호텔업계의 비정규직 도입은 직종별로, 다양한 고용형태로 다양한 시기에 도입됐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백사이드 부서에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는 것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이뤄지고 있었고 특히 룸 메이드, 객실 외 청소직 등 객실관리부에 대해서는 이미 3~6개월 단위 단기 계약직들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몇 개월부터 10년 이상을 6개월 단위 단기계약을 반복하며 호텔에 근무했다. 그 외에는 모두 정규직이었다.

 
국내 호텔의 룸 메이드들은 거의 모두 용역으로 채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그나마 한 두 사람씩 정규직으로 채용했던 관례도 없어진지 오래다. 특히 이들은 과거 호텔에 직접 고용돼 있다가 정규직 노조가 일부 부서에 대해 도급전환에 합의, 혹은 묵인하면서 용역으로 내몰렸으며, 가장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그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 2007년 8월호 ‘비정규직법안 시행, 보호법 or 악법’ 中

 

그러나 좋았던 취지와는 다르게 비정규직법안의 시행이 부담이었던 호텔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아웃소싱으로 대체하면서 조금씩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호텔인네트워크 이정한 대표(이하 이 대표)는 “룸메이드나 하우스키핑, 시설, 정비 등 요즘이야 비정규직, 용역으로 대체하는 곳들이 늘어났지만 예전에는 모두 호텔 소속 정규직들이었다. 그러나 특히 룸 메이드와 같은 경우에는 한번 입사하면 정년을 채우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급여도 급여지만 호텔의 가장 큰 고민은 복리후생이었다. 4~5성급의 특급호텔일수록 경조사비는 물론 명절 차례비, 자녀 교육비 및 대학 등록금까지 보장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호텔은 인건비가 손익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아무래도 일부 업무는 비정규직이 활성화 됐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안의 시행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아웃소싱을 거치는 간접고용의 형태를 띠게 됐다.”고 전한다. 비정규직 직접고용의 부담을 아웃소싱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간접고용으로 전환 시킨 것이다.


아웃소싱은 해외에서도 기업 경영의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많이 활용되는 운영방식 중 하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아웃소싱의 개념이 국내에 잘못 정착됐다는 점이다. 위탁운영 및 전문인력공급업체 ㈜DSC의 이명희 대표는 “아웃소싱이 활발한 해외에서는 아웃소싱의 개념이 ‘더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가장 아웃소싱이 활발한 곳이 IT 업계다. 비단 애플만 보더라도 애플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이디어 뿐, 나머지는 아웃소싱업체에 그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게 의뢰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아웃소싱의 전제는 단순 업무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접근한 형태로 변질돼 있다. 그렇게 저비용에 승진이나 고용유지와 같은 업무 안정성은 없으면서 노동의 강도만 세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호텔의 서비스 퀄리티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데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직접고용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최저비용으로 정직원과 같은 서비스를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듯, 아웃소싱을 희망하는 호텔들이 많아지자 너도나도 용역사업에 뛰어들어 그마저도 최저의 최저 비용으로 절감하려는 곳들이 증가했다. 이에 일부 비용절감에 목적이 있는 곳들은 벌금을 내서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경우가 있어 호텔은 물론 아웃소싱업체의 전문성도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아웃소싱 업체에도 내몰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

호텔에서 정규직이 되기까지 파트타임, 인턴, 계약직을 거치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만도 1년에서 많게는 5년이 걸린다. 장기알바, 인턴사원 채용 등 호텔의 채용 시스템이 인건비 절감과 현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호텔들이 이런 구조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이런 채용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도급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법적인 책임을 직접적으로 지지 않고도 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텔의 책임회피가 도급업체들의 횡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파견근로자가 떠안게 되고 호텔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당 일정 금액의 수수료가 떨어지기 때문에 도급업체들은 파견근로자들의 질을 떠나 인원수 채우기에 바쁘고, 호텔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는 파견근로자는 소개비에 대한 수수료를 떼인 나머지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높아 호텔이 근로자에게 일정금액의 임금을 지급했어도 35~40%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도급업체로 들어가 근로자에게 실제로 남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1998년 7월호 ‘있자니 치사하고 나가자니 막막하고, 국내호텔 고용조정 실태와 문제점’ 中

* 도급_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인사, 노무 상의 관리 감독과 업무지휘 권한을 가지는 것.

호텔업계에서는 주로 아웃소싱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으로 호텔에게 내몰린 비정규직 근로자는 다시 아웃소싱 업체의 횡포에 벼랑 끝에 섰다. 직접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아웃소싱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높아지는 아웃소싱 수수료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다.


호텔인네트워크 이 대표는 “법과 현장의 괴리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아웃소싱은 기업과 업체 간의 계약이지 엄밀히 말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아웃소싱 업체에서 비정규직을 인력으로 고용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호텔입장에서 비정규직법안은 아웃소싱을 돌파구로 찾게 만들면서 인력운용의 숨통을 트이게 한 셈”이라며 “최근 최저시급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갑자기 150%까지 올라버린 금액을 매출이 같이 오른 상황이 아닌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렇게 다섯 명 쓸 인원을 세 명으로 줄이게 됐다. 현장에서는 법을 그렇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 어느 방법이 옳다고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이야기 한다. 


정규직 비율 점점 줄어드는 호텔,
인력구조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 필요한 시점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몇 년간의 수모를 참아왔던 유일한 이유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가는 길은 바늘구멍 뚫기보다도 힘든 일이 돼 가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약 20년 전만 해도 500실 정도의 호텔을 기준으로 호텔 소속 직원이 정규직, 비정규직을 포함해 800~900명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300~400명 정도로 줄은 상황”이라면서 “객실 관리부의 룸 메이드, 하우스키핑, 시설관리 등의 업무는 아웃소싱으로 전환한 데 더 나아가 이제는 F&B 매장도 외주화를 통해 떼어 놓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객실인데 객실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어 눈 돌리는 연회 MICE 쪽은 상당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연회가 인력 수급의 탄력성이 강한 업무다보니 이마저도 이제 외주 연회 팀을 고용하거나 아웃소싱을 활용해 덜어내는 모양새다. 결국 호텔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들 중 호텔에 직접 소속돼 있는 정규직 근로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텔의 인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호텔은 이윤을 창출해내야 하는 기업이고, 인건비가 손익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어쩌면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높아지는 인건비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여러 실타래들이 꼬여 결국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선뜻 손 뻗기 어려운 시기에 달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특급호텔, 중소형호텔 할 것 없이 무기 계약직, 정규직의 꿈이 날아간 것은 둘째 치고, 정규직이 받는 ‘고용유지지원금’도 남의 일이 된 채 거리로 나앉게 됐다.


지난 4월 29일,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호텔업계 노사의 노고를 치하하며 “IMF 당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한 방식의 위기극복이 중심을 이뤘다면,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이런 위기극복 조치의 전제조건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호텔업계에는 여러 노사 간 이슈가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표면 아래에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미완의 문제들이 잠재돼 있다.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김창수 교수는 “재난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적 지원 체계가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 정책으로 나눠 추친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코로나19로 호텔업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실질적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비단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 처우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내린 호텔의 인력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때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