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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 및 피해 경감 대책

최근 국내·외 여행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숙박시설이 신축되고 있으며 기존의 숙박시설 또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는 형태로 리모델링되는 추세다. 숙박시설은 단순히 숙박하기 위한 용도 이외에 음식점, 연회장, 판매점, 스포츠시설 등 다양한 용도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발화위험 또한 여러 방면에서 존재하며 실제 화재 및 피해 양상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재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

 

종로 여관 방화사건(사진 출처_ 나무위키)

 

2018년 발생한 종로여관 화재는 피난에 취약한 숙박시설의 문제점을 보여줬다. 방화로 인해 시작된 화재는 투숙객이 자고 있는 시간(새벽 3시)에 일어났고, 좁은 복도와 보안을 위해 설치된 창문의 쇠창살, 잠금 상태로 관리되고 있던 비상구로 인해 피난구가 가로막혀 여관 규모에 비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사망 6명, 부상 4명).

숙박시설은 투숙객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잠을 자야한다는, 피난의 관점에서 매우 불리한 환경에 있다. 또한 투숙객의 보안을 위해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는 폐쇄적으로 관리되기 쉬워 취침시간대의 화재 시 피난에 취약하다. 최근 10년간 화재통계자료에 의하면 숙박시설의 화재 1건당 사망자수는 전체 건축 구조물과 비교했을 때 약 2.5배며, 화재 100건당 시간대별 사망자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취침시간(2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7~2016년 특수건물 화재 100건당 시간대별 평균 사망자 발생 현황

 

 

객실 내 침구류, 연회장 내 가연성 내장재 등으로 인해 다른 업종에 비해 화재하중이 큰 것 또한 숙박시설 화재의 특징 중 하나다. 2019년 발생한 천안 호텔 화재는 전기스파크로 발화 후 리넨실 내 다량의 가연물로 인해 화재가 확산돼 지하 1층이 전소됐을 뿐 아니라 계단실을 통해 열 및 연기가 상층부로 확대되고 인접 건물까지 연소 확대됐다.
최근에는 숙박시설 내 전용의 리넨슈트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침구류 세탁 또한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추세나,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물품이 숙박시설 내 객실 및 관리공간을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하중으로 인한 연소 확대의 위험은 간과할 수 없다. 천안 호텔 화재 또한 허가 시 자전거 주차장 용도였던 곳을 리넨실로 불법 개조하면서 적절한 방화구획이 되지 않아 연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천안 라마다호텔 화재로 20명 사상(사진 출처_ 소방방재신문)


일정 규모 이상의 숙박시설에서는 음식점 및 연회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설치된 주방은 호텔 내에서 발화 위험이 높은 장소다. 상업용 주방에서는 다양한 조리기구와 다량의 유지류를 취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07~2016년 특수건물 중 숙박시설 화재의 발화 장소는 건물 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객실에 이어 주방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화재 원인 중에서도 음식물 조리 중이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자료 출처_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


국내·외 숙박시설의 피난안전 대책


숙박시설의 인명안전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객실 부문 피난에 있다. 객실 부문의 복도는 각 객실의 보안을 위해 폐쇄적이기 쉽고 화재로 인해 연기가 충만할 경우 건물에 익숙하지 않은 투숙객들이 대피할 곳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숙박시설의 피난은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 
각 객실에는 화재의 신속한 감지를 위해 연기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며(조리시설 및 보일러 등 화기취급 장소가 있는 경우 제외), 수신기는 숙박시설의 프런트, 방재센터 등 상시 사람이 근무하는 장소에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객실을 탈출해 피난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과정에서 경유하는 각종 출입문은 피난에 용이하도록 설치돼야 하며, 많은 숙박시설에서 보안 문제와 상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출입문은 피난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쉽게 열릴 수 있도록 설치하고 유사시 피난이 가능하도록 잠기지 않은 상태로 관리돼야 한다. 잠금장치가 필요할 경우 피난하는 쪽에서 작동을 위해 열쇠, 도구 및 특별한 지식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어두운 조명 상태에서도 단순한 조작을 통해 쉽게 문을 개방할 수 있는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


복도는 각층 바닥면적의 합계가 200㎡ 이상일 때 양옆에 객실이 있는 경우 1.5m, 기타 경우 1.2m 이상의 유효너비를 확보해야 하며 피난층 외 각층의 객실 각 부분에서 출입문을 지나 가장 가까운 직통계단에 이르는 보행거리는 50m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건축물 설계 시 확보된 유효너비 및 보행거리가 가구 및 적재물의 배치로 인해 확보되지 못해 유사시 피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으므로 관리 시 주의를 요한다. NFPA 101에서는 호텔 내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및 방화구획의 유무에 따라 보행거리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객실에서 객실 출입문, 객실 출입문에서 비상구까지의 보행거리를 각각 규정한다. 이때 산출되는 총 보행거리(175ft, 약 52.5m)는 우리나라에서 규정하는 보행거리에 근접하며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시 이를 약 85% 완화 적용하도록 허용한다(325ft, 97.5m).

 


숙박시설의 발화위험 관리 대책


숙박시설의 음식점 및 연회장에 속한 주방은 비교적 큰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발화위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주방에서 음식물 조리 시 동식물 유지류의 가열로 인해 다량의 유증기가 발생해 배출 덕트 내부 등에 축적되기 쉬우며 조리기구의 사용으로 고온으로 가열되면 발화해 연소 확대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배기후드에 유증기를 걸러줄 수 있는 그리스필터(Grease Filter)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소방기본법 시행령).

 

그리스필터, 메쉬 필터(좌), Baffle 타입 필터(우)

 

NFPA 96에서는 상업용 조리기구에서 사용되는 그리스 제거장치 및 배출 덕트 설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국내법에서 규정한 내용보다 상세한 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그리스필터는 국내에서 메쉬 필터와 Baffle 타입 필터를 사용하고 있으나, NFPA 96에서는 상업용 주방에서 별도로 인증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메쉬 필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증기의 축적이 쉬운 메쉬 필터를 사용할 경우 과도한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Baffle 타입 필터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유증기를 응축해 기름 받이 트레이로 배수되는 방식으로 유증기가 필터 면에 쌓일 수 없기 때문에 화재 및 연소 확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상업용 주방자동 소화 장치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상업용 주방에 설치된 열발생 조리기구의 사용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열원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소화 약제를 방출하는 소화 장치다. NFPA 96에서는 고정식 자동소화설비를 주 설비, 소화기(K급)를 2차 예비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주방자동 소화 장치와 관련해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됐으나,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해 강제성을 두고 있지는 않다. 또한 설비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점검, 청소주기 등 유지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형호텔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 유지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 경우 화재 시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퓨저블링크 방식의 주방자동소화장치의 퓨즈(좌)와 오염된 상태(우)


NFPA 96에서는 6개월마다 자동 소화 장치의 정기점검을 받고 퓨져블링크를 교체하는 등의 관리주기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서는 이와 같은 해외기준 및 제조사의 지침을 참고로 해 자체적인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해 관리에 적용해야 한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리조트, 펜션 등 객실 내 개별 취사 및 난방이 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시설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LPG와 같은 가연성 가스 설비가 설치돼 있을 경우 취급 부주의 시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스설비의 올바른 설치 및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숙박시설의 큰 화재하중은 발화 시 연소범위를 확대하고 다량의 연기를 발생해 인명피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다른 용도의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숙박시설의 눈에 띄는 특징은 큰 화재하중을 가진 침구류가 매일 다량으로 이동해 일정 장소에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침구류의 이동 경로인 리넨슈트와 보관 장소인 리넨실은 별도로 구획하고 해당 구역 내 발화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물품이 복도 등의 피난로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화재 시 연소 확대 및 피난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보관될 수 있도록 관리돼야 한다. 

 

강원도 동해시 다가구주택 가스 폭발 현장의 모습(사진 출처_ 중앙일보)


숙박시설, 자발적인 위험관리 필요

 

숙박시설의 경우 다른 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 법규에서 규제하고 있는 부분에만 맞춰 건축물을 설계 및 유지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므로, 자발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안전의식을 고취해 화재 발생 요인을 보다 많은 눈으로 감시하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대처해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혜원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CFEI(미국화재폭발조사관)

hwjung@kfpa.or.kr


글 : 정혜원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