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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앤레스토랑 -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시골에서 조그만 모텔과 노래방을 경연하는 A씨는 최근 내용증명으로 서울의 어떤 변리사 사무실로부터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수령했다. 내용은 A씨가 자신들의 의뢰인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당장 영업을 중단하고, 상호를 변경해야 하며, 그간의 손해에 대해서 보상하고, 주요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라는 내용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상표권에 대해서 문외한인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뜻하지 않게 위와 같은 경고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실제로 의도하지 않게 상표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고, 괜찮겠지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상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침해를 주장하고 답변서를 보고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려는 의도로 경고장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경고장은 분쟁의 민형사상 해결을 위한 사전 절차의 성격이 강하므로 분노하거나 놀라지만 말고 차분하게 따져보고 대응해야 한다. A씨와 같은 문외한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용 조금 아끼려고 경솔하게 잘못 대응했다가 나중에 화를 더욱 키우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이번 호에서는 위의 사례에서처럼 갑자기 상표침해 경고장을 받았을 경우 따져봐야 할 내용과 대처 요령에 대해서 차례로 알아보자.


경고장 내용의 타당성 검토

상표권 침해라는 경고장을 받은 경우에는 당황하기 보다는 일단 경고장 내용을 차분히 읽어보고 경고장에서 말하는 상표권자의 침해 주장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먼저 검토해 본 후에 그에 따라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래 내용은 지난 호에서 다룬 상표권의 침해 판단 요령으로 이를 참고하면서 보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첫째, 상표권이 유효한지 확인해 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KIPRIS 특허정보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고장에 적시돼 있는 상표의 등록번호로 검색을 해보면 현재 유효하게 등록돼 있는 상표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만일 해당 상표가 거절됐던지, 포기, 무효 등으로 소멸된 상태라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등록 전이라도 출원 중이라면 나중에 출원 상표가 등록된다면 경고장 이후에는 손실보상 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둘째, 상표권의 적법한 등록권자인지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경고장이 상표권의 침해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자 또는 이의 대리인에 의해 발송된 것인 지 확인해야 한다. 경고장을 발송해 상표의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는 자는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여야 한다. 하지만 민사소송과 달리 상표권의 침해죄는 비친고죄임을 명심해야 한다. 상표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누구나 상표권이 침해된 사실을 인지 한 경우 그 사실을 고발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셋째, 자신이 해당 상표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인지 판단해 본다.

상표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해당 표장을 상표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즉 상품과 서비스의 출처 표시로서 사용한 경우를 의미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에 관한 설명을 위해서 또는 규격 표시나 디자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상표적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재판을 통해 최종 판단되는 문제로서 비전문가가 사전에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고 또 위험요소가 많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래서 가능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상호로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제공 서비스의 출처 표시로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넷째, 상표의 사용이 상표권의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검토한다.

상표권은 상표와 지정상품의 동일 유사 범위까지 미친다. 따라서 KIPRIS 검색을 통해 등록상표와 자신이 사용하는 상표가 동일ㆍ유사한지 여부 및 등록 상표의 지정 상품 또는 서비스와 해당 사용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 또는 서비스가 동일ㆍ유사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상표의 비교는 등록상표권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상표의 태양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원부 상에 등재된 등록 상표의 태양과 자신의 사용 상표의 태양을 비교하는 것이다. 지정 상품이나 서비스도 등록원부에 등재돼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와 자신이 사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해서 동일 유사 여부를 판단한다. 상표나 지정 상품(서비스)의 하나라도 유사하지 않으면 침해가 아니다.

 

그러나 전 월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표와 상품(서비스)의 동일 유사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살펴봐야 하고 실제로 사전에 심판과 소송의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경고장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표와 지정 상품의 유사여부는 가능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선사용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상표법 제99조에서는 부정경쟁의 목적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 출원 전부터 자신의 상표를 국내에서 계속해서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상표의 사용자는 그 상표를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다. 소위 선사용권이라는 것이다. 사용주의가 아닌 등록주의에 따른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 상표법은 타인이 상표 등록을 먼저 했더라도 타인이 출원하기 전에 먼저 선의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면 일정한 경우 상표권의 침해 염려 없이 계속 사용할 권리를 부여 하고 있다. 특히 성명이나 상호의 경우에는 선사용의 결과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져야 한다는 요건이 2013년 4월 5일자 개정 상표법에서 삭제돼 선의의 사용자의 경우 선사용권 주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

 

이 사례에서는 현재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이므로 선사용 시기와 부정한 목적이 없음을 입증한다면 선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해당 상표의 출원 날짜는 앞의 KIPRIS 사이트에서 확인해서 그 날짜와 자신이 상호로 사용하기 시작한 일자를 비교해서 상표권자의 출원일 보다 앞서 상호를 사용했다면 일단 출원전 사용이라는 선사용 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다음으로 부정한 목적이 없어야 한다. 부정한 목적이란 타인의 신용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을 말하는데,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법원이 최종 판단할 일이다. 입증 책임이 선사용권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므로 자신이 상표권자의 신용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판례도 거의 없어 사전에 부정한 목적의 유무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으나 등록상표의 존재를 모르고 출원 전부터 통상의 일반적인 양태로 해당 상호를 계속 사용해 왔다면 입법 취지상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예컨대 서울에 와서 호텔을 직접 방문해 본 후, 또는 잡지나 언론에서 등장하는 호텔을 보고 시골에서 개업하는 호텔의 영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하에 동 상표를 상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인정돼 선사용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상표권 효력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양 상표 및 관련 상품이 동일ㆍ유사하더라도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돼 상표권의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로, 상표법 제90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TIP

제90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① 상표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1. 자기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ㆍ예명ㆍ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

2.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의 보통명칭 산지 품질 원재료효능용도수량형상가격 또는 생산방법, 가공방법, 사용방법 및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

3. ….

4.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대하여 관용하는 상표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 또는 지도로 된 상표

5….

② …

③ 제1항 제1호는 상표권의 설정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자기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 초상ㆍ서명ㆍ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ㆍ예명ㆍ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상표법은 공익적인 견지 및 상표보호의 목적에 비춰 상표의 등록 출원 전부터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행위나 심사단계에서 등록되지 말았어야 하는 보통 명칭, 현저한 지리적 명칭, 성질 표시 상표와 같이 본래 식별력이 없는 상표의 사용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해서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하고 있다. 단, 상호 등의 경우에는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등록된 상표들을 살펴보면 식별력 없는 부분을 포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지리적 명칭이나 성질 표시 상표를 식별력 있는 로고 등과 결합해서 출원, 등록 받는 경우 인데,우리 상표법에는 권리불요구(Disclaimer) 제도가 없어서, 일단 등록 받으면 상표의 어느 부분이 식별력이 없어 상표권 주장을 할 수 없는 부분인지 불분명해 진다. 따라서 상표권자는 자신의 상표에 식별력 없는 부분이 포함돼도 경고장을 보내는 등 상표권의 행사를 하려 할 수 있다.이런 경우, 경고장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이 식별력 없는 기술적 표장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상표권의 효력이 비치 않음을 주장 할 수 있다.

 

 

상표 침해라고 판단되는 경우

위에서의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본 후, 상표가 침해라고 판단되고 선사용권이나 상표권이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향후 민형사상 재제를 당할 수 있으므로 상표권자에게 답변서를 보내서 향후 침해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상표권자와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나 다음의 가능성도 아울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 상표권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는 없는지

상표권에 무효 사유가 있어 상표권을 무효 시킬 수 있다면 상표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일 유사한 선행 상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식별력이 없는 상표는 아닌지 등 애초부터 상표권의 성립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토 결과 무효사유가 있다면 특허청에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해서 상표권의 원천 무효를 다툴 수도 있다.

또한 상표권자가 등록 상표를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거나,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 상표법 제119조에 해당하는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특허청에 상표권의 취소심판을 청구 할 수 있다.

경고장을 받았더라도, 이처럼 무효 심판이나 취소 심판 청구로 대항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수가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이 경우 경고장을 보낸 상표권자와 원만한 합의에 도달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박탈 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 협상수단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표권자가 자기 상표가 장래에 무효나 취소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답변서를 통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무효나 취소 심판 청구 후에도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다면 심판 청구를 취하하면 된다.

 

2) 상표의 앙수 또는 사용권 설정

등록상표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동 상표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상표권을 양수 하던지, 상표권자로부터 사용권을 설정해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간의 침해에 대해서 상표권자가 요구하는 사과 광고, 손해배상 등을 해야 할 수도 있다.

 

3) 상표(상호) 변경

상표권자의 요구에 따른 모든 조치를 이행하고, 상표(상호)를 변경한다. 상표의 양수나 사용료의 부담은 덜 수 있으나 상호(상표) 변경에 따른 영업상의 손실과 부담은 감내해야 할 것이다.

 

상표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위에서의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상표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큰 문제없겠지 하고 답변을 안 하는 것 보다는 답변을 작성해서 내용 증명으로 보내 왜 상표권 침해가 아닌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다. 만약 답변을 안 하면 상표권자는 실제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상표권자의 민형사상 조치에 일일이 대응해야만 하므로 실제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답변서를 충실히 작성해서 상표권자가 승산이 없음을 스스로 판단해서 상표권 행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고장을 보내는 행위는 상표권관련 분쟁의 공적인 해결을 위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논의의 시작일뿐 어떤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상표권자는 보통 침해 의심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경고장을 받은 자도 상표권자에 대한 제반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경고장에 놀라거나, 화내면서 과잉 대응하거나, 이를 무시해 버리는 행위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서 향후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경고장은 상표권자로부터의 일종의 대화의 시도라고도 보면 된다. 경고장과 답변서가 오고 가는 동안은 아직 정식 재판이나 고소 고발이 접수된 상황은 아니므로 경고장을 받은 자는 가능한 성실히 답변에 임해서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가능하다면 경고장을 받으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앞에서 열거한 기본적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전문가와 답변서의 내용이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 논의 한다면 훨씬 경제적으로 적절히 대응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위더피플 이준석 대표표변리사는 특허청 차장, 심사국장, 심판장 등

특허청에서 주요 보직과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특허 및 상표의 국내외에서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자산화를 위한 경험과 전문성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글 : 이준석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