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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호텔앤레스토랑 - 트렌드가 가리키는 방향

우리나라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제일 많이 하는 교육도 트렌드 교육이라고 한다. 연말연초가 되자마자 물 밀 듯이 밀려오는 각종 트렌드 키워드는 세어보진 않았지만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다. “2020년 소비 트렌드는 ‘축소지향’”, “2020년은 ‘외로움’에 주목하라”, “‘멀티 페르소나’에 주목하라”, “명품 사는 20대 ‘영리치’가 온다”, ‘컨시어지 마케팅’, ‘버티컬소셜’, ‘뉴모빌리티(New Mobility)’, ‘맘코노미(Momconomy)’, ‘스마트실버(Smart Silver)’ 등등…. 주목할 것은 어찌나 많고, 또 이렇게 다양한 신조어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를 아는 것은 한해의 마켓 타깃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 세우는데 중심이 되기도 하고, 지난해 우리가 시시때때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얼마나 반응했는지 되돌아보는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호텔들도 지난해 유난히 핫한 키워드로 부각됐던 레트로나, 인스타그래머블, 필환경, 호캉스 열풍에 편승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였고, 비교적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기획들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타깃으로 하는 고객도, 그들을 위해 제공하는 베네핏도 애매모호했던,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프로모션이었다고나 할까?

 

트렌드라는 단어가 그런 것 같다. 뭔가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왠지 초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서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남들 다 하는 걸 나는 하지 않을 이유는 뭔가 반문하게 되는 그런 느낌말이다.

 

신년을 맞아 호텔에 접목해볼만한 여행 트렌드가 무엇이 있을지 정리해봤다. 총 60개의 다른 트렌드를 갈무리해보니 느낀 점이 있다면 트렌드는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렌드(Trend)’의 사전적 의미는 동향이나 추세라는 뜻이다. 1년이 지났다고 해서 순식간에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는 것도 아니고, 올해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라고 해서 지난 몇 년간 없던 흐름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밀레니얼의 경우도 그렇다. 최근 몇 년간 밀레니얼이 그야말로 유통가의 핫하디 핫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고, 모든 이들이 밀레니얼을 예의주시하지만 사실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삶은 예의주시하는 기성세대도, 그 전 세대에서도 갈망해왔던 것들이다.

 

우리가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당장의 키워드보다, 그 키워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다. 지난해 ‘나나랜드’를 추구하던 소비자들은 ‘업글인간’으로 진화했고, ‘세포마켓’과 ‘데이터지능’이 합쳐져 ‘초개인화 기술’을 낳았다고 생각해보면 현재의 트렌드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패션리더도 좋지만, 정작 사람들이 말하는 옷 잘 입는 사람은 자신의 신체적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사람이다.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 좇기보다 현재의 흐름에서 어떤 것들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지, 어떤 선택이 우리 호텔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가려줄 것인지 판단해 봐야겠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