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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레스토랑 - 대규모 지진에 국내 관광업계도 ‘흔들’ 국내 건축물 절반 이상이 지진에 무방비





대규모 지진에 국내 관광업계도 ‘흔들’

국내 건축물 절반 이상이 지진에 무방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의 진앙지는 경주시 내남면이었으며, 규모는 5.1(1차), 5.8(2차)로 두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규모 5.8에 달한 강진은 건물이 흔들리고 물건이 무너지는 사태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일본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의 규모였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충청북도 속리산에서 있었던 규모 5.2의 지진 발생 이후 38년 만의 대형 지진이다.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한반도는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이는 지진 가능성이 경북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취재 김민신 기자



국민안전처 박인용장관이 경주시청을 방문해 지진피해 수습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 출처_ 국민안전처



경주, 지진으로 관광객 47% 감소


9·12 경주지진의 여파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가 파악한 피해액은 부상자 및 전통한옥과 문화재 파손 등을 포함해 11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진으로 인한 가을 행락철 관광손실까지 더하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한 9월 한 달 동안 경주관광객은 57만 명으로 지난해 107만 명에 비해 47%나 감소했다. 특히 이 시기에 집중된 수학여행을 포함한 단체관광객의 관광취소 타격이 컸다. 경주 불국사숙박협회는 300여 개 학교의 4만 5000여 명이 수학여행 예약을 취소했으며 그 피해액은 35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주의 한 호텔관계자는 “관광도시인 경주의 숙박시설은 5~70%가 단체관광객인데, 지진 발생 후 호텔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관광 독려를 위한 대책을 강구중이다.



숙박시설 대상 긴급안전점검 실시


국민안전처는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토해양부, 문화체육부, 민간전문가 등과 연계해 경주 관내 숙박시설 39개 소(유스호스텔 27개 소, 호텔 10개 소, 수련원 2개 소)를 대상으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국민안전처 안전점검과는 “이번 점검은 내진설계 여부조사를 포함해 경주 관내 숙박시설 사용에 지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긴급점검”이며 “지진으로 심란해진 국민의 불안을 안심시키고 국민체감 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앞서 경주에서 실시한 숙박시설 안전점검이 향후 타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국민안전처 이성호차관이 경주시 내남면을 방문해 현장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건축물 33%만 내진설계 적용


국내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기준 법령은 1988년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엔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인 건물이 내진설계 대상이었지만,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로 기준이 확대됐다. 그러나 88년 이전에 세워진 건축물은 소급적용 되지 않아 실제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물의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경북지역에서 내진설계 된 학교시설은 18.7%(2016년 8월 31일 기준)에 불과하다. 또한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공공 및 민간건축물(143만 9549동) 중 33%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및 리조트와 같은 숙박시설의 내진설계 현황은 구체적으로 알수 없는데,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경주 내의 숙박시설 대부분이 내진설계 기준에서 벗어났다.”며 “내진보강 등의 조치는 다른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나갈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 내진설계 기준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95년 고베 대지진을 겪은 후 세 차례에 걸쳐 건축법을 개정한 일본은 건물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1차와 2차 설계를 나눴다. 1차 설계는 진도 5의 중규모의 지진에 버틸 수 있는 것이 기준이며, 2차 설계는 진도 6~7에 달하는 대규모 지진이 있을 시 건물에 피해는 있지만 붕괴되지 않는 것이 기준이다. 또한 내진설계에 따라 시공비가 달라지므로 주택내진설계기준을 3등급까지 나누어 가격을 책정한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괌의 경우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은 자치정부의 허가를 맡도록 돼있어, 대부분의 건물이 3층 이상 높지 않고 가로로 넓게 지어졌다. 하지만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능한 피해를 축소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 내진설계 미흡해 안전점검 시급


문제는 지진이 발생한 후다.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관광 침체에 대응할 대책이 필요하다. 내진설계가 완료된 경주더케이호텔은 당시 건물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나 건물 파손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경주더케이호텔의 경우 본관은 88년 건축법에 따라 진도 6.5 규모의 내진설계를, 신관은 2005년 개정된 법에 따라 7.0 규모로 건축됐다. 또한 올해 5월에 있었던 경북 대형건축물 대상 안전점검 후 안전인증을 받았으나,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조성되자 호텔을 찾는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한반도 전체지역에 강진이 발생한다면 서울은 더욱 절망적이다. 서울의 건축물 역시 대부분 내진설계가 미흡한데다가 건물이 밀집하게 모여 있는 특성 때문에 더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도 여진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전국의 숙박시설은 지진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한 번 더 돌아볼 시점이다.




INTERVIEW


내진설계만큼 위급상황 훈련도 항시 대비해야


- 롯데호텔부산 김성한 대표이사 -





1997년 개관한 롯데호텔부산은 규모 6.5의 지진을 견디게끔 내진설계됐다. 특히 호텔 내 엘리베이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탑승자가 가장 가까운 층에 내릴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안전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롯데호텔부산의 안전대비책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부산 김성한 대표이사는 “평소에 충분히 훈련해야만 실제 긴급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응급조치 훈련을 연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Q. 건축 당시 내진설계를 고려한 이유가 있다면?

호텔은 다중이용시설이라 기본적으로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또한 건설 당시 일본의 건설업체에서 설계를 담당했는데, 일본의 특성상 우리나라보다 지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내진설계를 방비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이 따로 마련돼 있는가?

국내외 모든 롯데 체인호텔과 마찬가지로 우리 호텔도 ‘롯데호텔 긴급재난상황 행동매뉴얼’을 따르고 있다. 전 직원이 사내망에서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이 매뉴얼을 조회할 수 있다. 특히 매뉴얼 중 지진에 관한 내용은 총 3쪽에 걸쳐 짜임새 있게 다루고 있다.


Q.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매뉴얼에선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궁금하다.

지진발생 시 호텔 직원의 주된 임무는 투숙객 보조, 혼란방지, 피해상황 파악, 추가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진 시 가장 먼저 안전한 곳을 확보하고 총지배인, 안전책임자, 엔지니어 등 각 종사자의 행동요령을 따른다. 또한 구조작업 및 청소를 실행하며 각종 정보와 지원확보를 확인한 후에 업무를 재개한다고 나와 있다. 이런 식으로 매뉴얼엔 각 단계별 지침 등을 포함하고 있다.


Q.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나?

우리 호텔은 매월 1~3회씩 자위소방대 긴급출동 훈련을 실시한다. 또한 매월 4일 ‘호텔안전점검의 날’에 진행하는 기본 안전교육을 받고 있으며, 매분기마다 화재 초동대응 실전훈련이 있다. 불조심 강조의 달인 11월 전후엔 부산 서면 롯데단지에서 합동소방경진대회를 여는 등 지진상황을 비롯한 유사시에 항시 대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