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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Great American Culinary Camp 2021, 코로나19로 패러다임 전환한 다이닝 풍경 조망하다

 

10월 8일, 컨템포러리 아메리칸 퀴진 ‘세스타(Cesta)’에서 ‘Great American Culinary Camp 2021’가 열렸다. 올해로 13번째 개최되는 컬리너리 캠프는 주한미국농업무역관과 KCIA 동문회가 협업해 매년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소개하고 그에 맞는 메뉴 아이디어를 미국 식재와 함께 제안하는 자리다. 매년 약 150여 명의 국내 식품 외식업계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왔으나 2020년에는 팬데믹 여파로 개최되지 못했는데, 올해는 온라인 메뉴 프레젠테이션과 소규모 오프라인 시식행사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됐다.

 

2년 만에 재개된 만큼 이번 트렌드는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다이닝 풍경을 집중 조명, 2021년을 식문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원년으로 보고 5명의 CIA 동문 셰프들이 △Streamlined Menu △Restaurant Meal Replacement △Comfort Food △Social Friendly △Extra Flavor의 메인 트렌드를 제안했다. 뉴노멀, 새로운 표준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요즘, 컬리너리 캠프에서 선보인 15가지 메뉴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주목해야 할 다이닝 트렌드를 살펴보자.

 


#Streamlined Menu
“파인다이닝 메뉴를 3코스로 대폭 줄이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고정관념을 깬다면 소비자와 더욱 가까워질 것”
by 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오너 셰프

 

Trend 1
3코스로 간소화하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미식을 오롯이 경험하는 공간이지만, 아무리 최상위 서비스를 지향하는 식당이라 해도 코로나19 직격탄에 무사하진 못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레스토랑의 도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코스 요리를 단출하게 간소화한 것이다.

 

파인다이닝에서는 대개 10여 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3코스로 파격적으로 줄인 대신 전체 메뉴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곳이 눈에 띄었다. 덕분에 소비자는 가격은 물론 메뉴 선택부터 어려웠던 파인다이닝의 문턱에서 한결 자유로워져 부담없이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었고, 레스토랑 입장에서도 판매량 예측이 가능해 식재료 관리가 용이하고 그만큼 수익도 안정됐다.

 

이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레스토랑으로는 화려한 분자 요리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얼리니아(Alinea)’를 꼽을 수 있다. 비프 웰링턴, 매시트포테이토, 크림 브륄레로 구성한 3코스 요리를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약 35달러에 판매한 데 이어 이후로도 꾸준히 다양한 메뉴와 도시락 박스 등을 선보이며 대안을 찾고 있다.

 

사진 설명 

구운 뿌리채소 치즈 호두 샐러드(좌, Root Vegetable Salad with Cheese and Walnut)
샐러드는 파인다이닝 코스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지만,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메뉴로 즐기기에도 가장 무난한 음식이기도 하다. 한데 담아 포장하기보다는 각각 조리한 재료와 소스를 분리해 포장한다면 가정에서도 플레이팅만 더해 파인다이닝의 맛과 멋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치즈 피칸 레이즌 크럼블을 얹어 구운 안심(가운데, Beef Tenderloin with Blue Cheese, Pecan, Raisin Crumble)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는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정통 외식 메뉴 중 하나다. 셰프만의 비법이 담긴 소스와 함께 애벌구이한 고기를 최상의 상태로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와 조리 순서 등을 팁으로 함께 준다면 그야말로 홈스토랑의 맛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베리 레몬 갈레트(우, Blueberry Lemon Galette)
갈레트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식사 후 디저트나 간식으로 자주 즐기는 달콤한 빵과자다. 보통은 얄팍하게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빚어 굽는데, 큼직한 사이즈로 만들면 여럿이 함께 치즈, 햄, 샐러드, 달걀 등을 곁들여 브런치로 즐길 때도 안성맞춤이다.

 

Trend 2
배달과 테이크아웃에 도전하다

 

코로나19로 고정관념을 깬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식당들이 강제로 문을 닫는 록다운을 직접 겪은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파인다이닝의 코스 요리 배달과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 서비스를 보완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메뉴를 개발해 한정된 시간 동안 판매하는 등 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테이크아웃 메뉴를 가정에서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단계별로 데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친근한 소통으로 비대면 식문화 문법을 만들고 있는 것. 이는 집밥이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특별한 한 끼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앞으로의 소비와 가치 방향은 ’다다익선‘이 아닌 최적의만족을 위해 밸런스를 꼼꼼히 따지는 ’밸런스익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별한 한 끼를 위한 고급 레스토랑의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외식 문화를 이끌어갈 요리 종사자의 행보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Restaurant Meal Replacement
“레스토랑에 가야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RMR의 크나큰 장점”
by 몰토베네 권은경 오너 셰프

 

Trend 3
HMR 넘은 RMR

 

한마디로 ‘음식 세트’라 할 수 있는 밀키트는 HMR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집밥’을 위해 손이 가더라도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요즘 밀키트는 세분화되고 고급화, 프리미엄을 강조하면서 퀄리티가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HMR에서 보다 진화한 RMR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에서는 밀키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째, 부재료와 폭넓은 소스를 활용, 다채로운 맛으로 메뉴를 차별화할 것. 둘째, 1~2인 가구나 베지테리언을 대상으로 하거나 홈 파티, 혹은 캠핑용 메뉴를 개발해 타깃을 확장할 것. 셋째, 제철 음식이나 로컬 푸드를 활용하는 등 식재료를 다양화하고 고급화할 것. 그리고 여기에서도 RMR을 언급했는데, 가장 좋은 선례로 미국 맨해튼 블루힐(Blue Hill)의 댄 바버 셰프가 지역 농부들과 협업해 선보인 밀키트 ‘리소스드(Resourced)’가 그 좋은 예다. 국내에서는 셰프스 테이블 등 RMR을 전문으로 출시하는 브랜드가 생겨나는가 하면, 레시피 카드를 동봉한 자체 제작 밀키트를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 입정시키는 레스토랑의 적극적인 판로 개척이 눈길을 끈다.

 

한편 밀키트, RMR 제품의 호황과 함께 숙제도 주어졌다. 바로 종이 박스, 아이스 팩, 비닐 포장, 스티로폼 박스 등 자연환경을 해칠 수 있는 패키지를 줄이고 이를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인 만큼 외식업계와 식품업계 모두 플라스틱을 대체할 생분해성 종이 패키지를 사용하는 등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필수 덕목으로 여긴다.

 

사진 설명

베지터블 피자(좌, Vegetable Pizza)

피자는 대표 간편식으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육식은 하지 않지만 해산물과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테리언을 위한 밀키트 메뉴로도 제격이다. 반조리한 시그너처 피자 도우·소스·토핑을 밀키트 형식으로 만들고, 고객 취향에 맞게 토핑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집에서도 레스토랑 피자의 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브레이즈드 비프 피자(가운데, Braised Beef Pizza)

올해 들어 밀키트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메인 식재료와 소스의 다양화다. 손꼽히는 코스모폴리턴 푸드인 피자는 치즈만 있으면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부터 고급 식재료까지, 다양한 소스를 접목해 실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만큼 응용 가능성이 큰 메뉴다.

블루베리 크럼블 피자(우, Blueberry Crumble Pizza)

피자 도우를 포카치아 등 식감이 쫄깃한 빵으로 활용하면 별미피자를 만들기도 한결 쉬워진다. 잼과 비슷한 콩포트와 달콤바삭한 크럼블을 크림과 함께 토핑으로 얹어 먹는 디저트 피자가 그 좋은 예로, 셰프의 손맛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별미 피자다.

 

Trend 4
온라인에서 스타 셰프를 만나다

 

RMR과 함께 셰프들의 온라인 쿠킹 콘텐츠는 MZ세대와 어울리는 새로운 소통 채널로 최근에는 유명 셰프들도 온라인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록다운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가족과 함께 ‘주방 격리 쿠킹 쇼’를 선보인 마시모 보투라 셰프를 필두로, 토머스 켈러,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등도 유튜브 채널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것. 셰프 저마다의 캐릭터 취향, 요리, 특성 등이 짧은 시간 안에 잘 드러나고, 유명 셰프의 노하우를 직접 듣고 볼 수 있어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스타 셰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인스트럭터로 나오는 유로 온라인 구독 서비스 ‘마스터 클래스(www.masterclass.com)’도 등장해 인기몰이 중이다. 시대마다 취향과 욕망이 다르고, 거기에서 트렌드가 파생되기 마련인데,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셰프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Comfort Food
“음식으로 위로받는 컴퍼트 푸드의 진화, 나를 위한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즐기며, 서로 보완하고 상승하는 페어링의 묘미를 즐기는 이도 늘어나”
by 석파랑 김수진 총괄디렉터

 

Trend 5
일상의 음식으로 위로받다

 

식생활 트렌드를 살펴보면 현실의 단면과 이를 마주한 우리의 욕구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음식으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달래는 일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급작스럽게 맞이한 뉴노멀 시대에 음식으로 위로받고자 하는 심리와 행위는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다. 이른바 ‘컴퍼트 푸드(Comfort Food)’ 이야기다.

 

컴퍼트 푸드와 관련해 파인다이닝업계에서도 주목할만한 이슈가 있었다. 미쉐린 3스타에 빛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명 레스토랑 노마(NOMA)의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를 와인과 페어링한 것이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록다운 기간 동안 현재 제일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닌 함께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만의 정체성을 담아 누룩으로 발효시킨 소고기 패티 햄버거를 선보였다.

 

시대에 따라 컴퍼트 푸드의 의미도 변화한다. 2000년대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가리켰다가, 2010년에는 솔 푸드로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는 음식을 대변하기도 했다. 한편 2021년에 들어서는 더욱 포괄적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 데이터센셜(Datassential)의 분석에 따르면 다가오는 세대에 컴퍼트 푸드란 맥앤치즈나 햄버거보다 더 다양한 음식을 뜻한다. 그것은 이국적인 맛, 그들이 먹고 자란 브랜드, 건강한 옵션 등을 포함한다고 한다. 더욱 나 자신에게 집중해 취향을 반영하고, 정체성이 드러나는 음식을 찾아 즐기는 것이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의 컴퍼트 푸드인 것이다.

 

사진 설명

구절판과 두 가지 딥 소스를 곁들인 부각(Gujeolpan & Korean Nibble with two Types of Dip Sauce)
아홉 칸으로 나뉜 그릇에 다채로운 식재료를 담은 구절판과 바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부각을 딥 소스와 함께 내면 전채 요리로 더할 나위 없다. 담백한 음식인 만큼 신선한 과일 향과 적당한 산미가 돋보이는 스파클링 와인과 황매실·꿀을 이용해 만든 매실주를 믹싱해 페어링했다.
불고기와 샐러드(Bulgogi with Salad)
불고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반찬으로도 즐기지만 잔칫상에도 빠지는 법이 없는 한국인의 컴퍼트 푸드 중 하나다. 깔끔한 샐러드를 곁들여도 좋고, 탄산이 약하고 달지 않은 과실주와도 잘 어울리는데, 한국의 작은 와이너리에서 유기농 포도만으로 1차 발효한 거봉 펫낫(Pet-Nat)을 페어링하면 메인 요리로도 손색없다.
대추튀김과 피칸 정과(Crispy Jujube and Candied Pecan)
대추와 수삼의 맛·향이 조화로운 대추튀김과 달콤하면서 고소한 피칸 정과는 격식 있는 자리의 디저트로도 훌륭하다. 여기에 한국의 설날에 먹는 대표 음료인 수정과를 곁들이면 소화를 돕고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Trend 6
알코올에 진심인 편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음식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매개체로 술을 빼놓을 수 없다. 홈술은 코로나19 시대를 대표하는 식문화의 하나로도 꼽히는데, 요즘은 음식과 곁들이는 페어링이 대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로컬의 소규모 양조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색 와인이나 전통주, 지역 특산물로 만든 개성 만점 발효주를 즐기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주류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 그 원인으로 파악된다.

 

#Social Friendly
“SNS에 올릴 수 있는지 비주얼도 중요하지만, 오감을 통한 경험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스타그래머블”
by 소나 성현아 오너 셰프

 

Trend 7
SNS에 올릴 만한가?

 

인스타그래머블, 즉 ‘SNS로 보여줄만한지’가 소비의 기준이 되면서 외식, 여행, 쇼핑, 전시 등 업계를 불문하고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향후 15년간 소비의 주축을 담당할 MZ세대가 있다. 디지털 문화를 바탕으로 자기애가 강한 이들의 소비 성향은 자기지향적이며 현재지향형이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인 관계와 소통 또한 주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SNS는 이들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통 도구로 떠오르고 있으며, 개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취미이자 놀이며 소비의 일환이 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식당은 놀이터로, 음식 자체보다는 분위기가 맛집의 기준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커피 체인 전문점 블루보틀 커피의 경우가 그렇다. 블루보틀 커피의 매장을 방문하고 있거나 테이크아웃 컵을 손에 들고 찍은 인증샷은 힙한 트렌드세터를 입증하는 하나의 증표로 여겨질 정도였다. 최근에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이 15초~2분 정도의 간결한 동영상인 ‘숏폼(Short-Form)’이 인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소문의 영향을 적잖이 받는 외식업계외 식품업계는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SNS 홍보가 필수불가결하다. ‘사진발 잘 받는’ 공간과 시쳇말로 ‘비주얼 갑인 메뉴’는 물론, 개성을 드러낸 짧은 동영상을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디저트 전문점은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보는 맛’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메뉴설명

허브 시트러스 푸딩(Herb Citrus Pudding)

오렌지, 레몬, 라임 등 시트러스와 허브의 맛·향이 조화를 이룬 디저트다. 기다란 컵의 아랫부분에 베이스로 넣은 판나코타는 이탈리아식 우유 푸딩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오렌지 젤리와 허브 주스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싱그러움을 더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깨 먹는 레몬(Breakable Lemon)

설탕으로 만든 레몬 모양의 볼에 레몬 에스푸마와 블루베리 소르베를 채워 넣고, 크림치즈 무스 위에 얹어낸 디저트로, 비주얼도 수려하지만 깨서 먹는 재미까지 있어 오감을 만족시킨다. 인스타그래머블 메뉴로 더없이 훌륭한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호두 몽블랑 슈(Walnut Mont Blanc Choux)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노소가 즐기는 고급 디저트인 몽블랑은 원래 밤 크림을 활용하지만, 호두를 활용해 크림으로 만들어 재해석했다. 한 입 크기로 구운 슈에 호두 프랄린과 크림을 채워 넣고, 호두 크림을 가로지르듯이 짜준 다음 허브 잎과 꽃잎을 올려 단아함이 돋보인다.

 

Trend 8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 메뉴

 

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현대에 인스타그래머블은 소비의 중요한 평가 기준임이 틀림없지만, 신뢰성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소비자 모두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식품업계와 외식업계 스스로 실속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지 않도록 내실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마시는 케이크 등 편견을 깬 새로운 형태의 메뉴를 고민하고,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며, 시각은 물론 미각·후각·촉각·청각 등 오감을 통한 경험을 고민해야 한다. 그로 인한 긍정적 경험의 기억이야말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묘수가 될 것이다.

 

#Extra Flavor
“육식주의자인 셰프도 혁신적 채식 메뉴를 고민할 만큼 새로운 맛과 조리법을 요구하는 시대. 조리법을 믹스해 풍미와 식감, 향까지 최대한 살리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어”
by 세스타 김세경 오너셰프

 

Trend 9
플레이버를 더하다

 

단언컨대, 음식은 귀천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즐겨야 하는 엄연한 문화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일반화된 맛보다는 고유의 맛이나 특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에서 한 발짝 나아가 이를 더 강화하는 음식과 조리법이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버를 더해 개성있는 풍미를 살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대세 중 대세라 불리는 번트 치즈케이크(Burnt Cheesecake)만 해도 검게 그을린 겉모습만 보면 마치 실패한 결과물 같지만, 맛은 기존 치즈케이크의 장점을 모두 합쳐놓은 듯 반전을 선사한다. 은은한 단맛과 더불어 치즈와 불 향의 풍미까지 지닌 마성의 케이크로 최근 많은 베이커리·카페·레스토랑에서 선보이고 있다.

 

나무와 숯을 이용한 오픈 파이어 그릴에서 조리하는 방식인 ‘차링(Charring)’의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릴 요리를 즐기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차링은 식재료의 맛을 더욱 강화하고, 플레이버를 더해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조리법으로, 오늘날 품격있는 요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설명

구운 케일 샐러드(Charred Kale Salad)
잎채소를 올리브유에 버무려 참숯에 차링하면 독특한 플레이버를 만끽할 수 있다. 흔히 볶거나 데치는 조리법보다 좀 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삶은 렌틸콩, 수란과 함께 내면 입맛 돋우는 전채요리로 더없이 훌륭하다.
참숯에 구운 오리 가슴살(Charred Duck Breast)
온도와 습도, 바람까지 컨트롤해 공기 중에 노출해 숙성시키는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풍미가 진해지고, 고기도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드라이 에이징한 오리고기는 수비드한 후 참숯으로 껍질쪽을 렌더링해 풍미를 더욱 살리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럼 레이즌 아몬드 아이스크림(Rum Raisin Almond Ice Cream)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참숯 향을 더하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여기에 레이즌을 더하고 아몬드를 살짝 구워 토핑으로 올려 달콤함과 고소함이 조화로운 아이스크림은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로 더없이 좋다.

 

Trend 10
Mixed Method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계 없는 협업이 인기인 가운데 조리법에서도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요즘이다.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를 단순히 팬이나 오픈에서만 굽지 않는 다. 드라이 에이징으로 숙성한 고기를 구워 차링으로 스모크 플레이버를 더하기도 하고, ‘수비드와 그릴’, ‘수비드와 차링’ 등 여러 조리법을 믹스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를 위한 스모크 바비큐 베지터블을 취급하는 다이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채소를 마치 고기 다루듯 요리해 채식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INTERVIEW

 

“달라질 식문화 패러다임 새로운 맛과 조리법 요구하는 시대 도래해”
세스타 김세경 오너 셰프

 

Q. 작년과 올해, 코로나19의 여파인지 이번 트렌드는 전반적으로 기존 파인다인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이 눈에 띈다.

A. 코스 메뉴의 간소화, 배달과 테이크아웃, 밀키트와 RMR 등 그전에는 파인다인에서 생각지 못했던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이 중에서 다섯 셰프 모두에게 손꼽힌 것은 단연 밀키트, RMR이다. 현재 이미 국내외 많은 레스토랑에서 굳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취식 가능한 다이닝 제품들이 다방면으로 개발되고 있고, 개발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왔다.

 

Q. 파인다인의 철학은 이어가면서 이를 대중화하는 것에 대해 레스토랑들의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A. 그래서 기존에 기술이 필요했던 조리과정, 다양한 식재료 등으로 집에서 즐기기엔 다소 복잡한 요소들은 줄이고 대신 플레이버에 강세를 둔 트렌드가 부각됐다. 이전까지 레스토랑에서 숙련된 조리기법과 다채로운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의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최대한 심플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띄우는 방식으로 메뉴 개발에 있어 주안점이 바뀌고 있다.

 

Q. 심플하면서도 메시지를 담는 일이 가장 어렵지 않나.

A. 맞다(웃음). 그러나 다행인 것은 점점 고객들의 미식 경험이 풍부해지고 파인다인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기본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맛에 보다 여러 레이어를 덧댄 맛과 향, 식감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2021 World 50 Best Restaurant’ 3위에 차콜 플레이버로 유명한 스페인의 ‘아사도르 에체바리’가 자리했다. 차콜은 숯 나무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로 향을 입히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원초적인 조리법이다. 그러나 단순히 팬에 익혀 먹는 것보다 향을 더하기 때문에 기존 미식 경험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으면서도 임팩트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아마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Q. 올해 트렌드 소개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A. 코로나19로 이전과는 식문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국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스며들고 있었던 트렌드들을 소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3코스나 컴퍼트 푸드, 차링이나 Mixed Method와 같은 트렌드들이 그러한 예다.

 

Q. 앞으로 국내 파인다인 시장의 전망은 어떻다고 보는지, 파인다인 레스토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A. 파인다인의 경우 의외로 한국은 코로나19를 나름 잘 극복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인 외식의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비교적 코로나 시기에 파인다인이 더욱 위생적이고 믿을만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19 흐름에 맞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레스토랑을 찾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밀키트나 배달, 테이크아웃에 익숙해졌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제는 파인다인도 레스토랑은 오히려 풍부한 경험의 하이엔드 서비스로 특화시키고, 이외 대중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은 대중의 니즈에 맞게 해석하는 과제도 주어졌다고 본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다양한 트렌드를 접목해 슬기롭게 해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취재 : 노아윤 기자 / hrdini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