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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스테이 파인애플이 추구하는 브랜드 경험

 

브랜드의 성공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는 독보적인 정체성, 독특한 상징물,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광고, 디자인, 서비스 등)을 통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미국의 3성급 호텔 브랜드인 스테이 파인애플(StayPineapple) 호텔은 다소 1차원적인 브랜딩으로 호불호가 존재할 수 있지만, 명확한 포지셔닝에 성공한 브랜드다. 미국에서 환대산업의 상징으로 활용되는 ‘파인애플’을 주제로 활용했고, 또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호텔로서, 호텔 곳곳에 파인애플, ‘노랑’ 그리고 강아지 상징물로 가득하다.


스테이 파인애플에서 추구하는 브랜드 콘셉트 및 서비스 방향성은 ‘파인애플’, ‘위트’, ‘편안함’으로, 그림 1의 일러스트로 설명된다. 파인애플이 주인공인 위트를 담은 일러스트는 웃음을 짓게 하고, 태그라인(Tagline_ 브랜드 콘셉트를 표현하는 짧은 문구)의 메시지(The Naked Experience)는 고객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모든 브랜드 경험이 기분 좋고 편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지난 호에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성 속 일관성을 보여준 사례에 이어 이번 브랜드 토크에서는 하나의 주제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로 명확하게 브랜딩한 사례를 소개한다.


파인애플을 활용해 명확하게 각인되는 브랜딩

 

스테이 파인애플 호텔의 모기업인 파인애플 호스피탈리티(Pineapple Hospitality)는 6개의 부티크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로 2011년에 론칭했다. 시애틀의 The Maxwell Hotel, Hotel FIVE, Watertown Hotel, University Inn, 포틀랜드(오레건주)의 Hotel Rose,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Hotel Z가 그 여섯 개의 부티크 호텔이다. 이후 회사는 모기업의 ‘파인애플’을 따서 ‘스테이 파인애플’이라는 호텔 브랜드를 론칭하고, 시카고, 뉴욕, 보스턴의 번화가에 건물을 매입해 스테이 파인애플 호텔의 지점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했다.

 

기존 6개의 호텔은 스테이 파인애플이 독자적인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별도의 이름 변경 없이 기존의 호텔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그 앞에 ‘스테이 파인애플’을 붙이는 형태로 사용한다. 샌디에이고 지점을 예로 들면, ‘스테이 파인애플, Hotel Z’ 이렇게 부르는 형식이다. 이미 자리잡은 호텔의 이름을 변경하는 리브랜딩 시, 이를 알리고 홍보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드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판단된다.


왜 파인애플일까? 이 질문은 투숙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브랜드 네임과 메인 주제를 파인애플로 한 데에는 다음의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에서는 파인애플이 환대의 상징으로 활용된다. 미국의 식민지 시대 개척자들은 17세기에 카리브해에서 파인애플을 수입했고, 이국적인 특성과 그 희소성으로 인해 파인애플은 환대의 상징이 됐다. 방문객을 위해 잘 익은 파인애플을 테이블 중앙 놓고 이를 식사 후 디저트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손님에 대한 최고의 환대로 여겨졌다.

 

18세기와 19세기에는 침대 기둥, 식탁보, 냅킨 및 접대용 소품 디자인에 파인애플이 자주 사용됐으며 그 상징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째, 회사의 오너인 미셸 바넷(Michelle Barnet)의 어린 시절 별명과 연관된다. 정수리에 머리를 올려묶은 모습이 파인애플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미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그녀를 ‘나의 작은 파인애플(My little pineapple)’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셋째, 겉면은 딱딱하지만, 속살은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의 파인애플처럼 호텔의 외관은 딱딱하지만, 그 안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인애플의 주요 색상인 노란색이 호텔 곳곳에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되며, 호텔 로비에는 파인애플이 담긴 물과 파인애플 모양의 달달한 쿠키가 환영하는 선물로 놓여있다. 또한, 호텔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와 우산, 객실 안 소품과 비품은 모두 파인애플을 주제로 한 디자인이다(그림 2). 화장실의 화장지 포장도 파인애플 모양으로 한 것을 보고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큐리그(Kurig) 커피머신 용 커피 포드(Pod)는 이 호텔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맛으로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템이다. 노란색 파인애플 디자인의 머그컵도 투숙객들이 많이 구입해가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극세사 목욕 가운의 색상도 노란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파인애플 향이 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침구의 장식용 베개에도 파인애플이 수 놓여 있다. 욕실의 바디 제품 역시 파인애플 향으로 달콤한 향을 맡으며 기분 좋게 샤워를 할 수 있다. 다소 1차원적이긴 하지만, 파인애플을 활용하며 명확하게 포지셔닝하기 위해 브랜드 경험을 세심하게 설계했다.

 

그림 2. 스테이 파인애플의 어메니티

 

하나의 주제로 도시마다 다른 콘셉트로 운영하는 현지화 전략

 

호텔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에 맞춰 브랜딩 하는 전략은 많은 특급 호텔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현지화 전략이라고 하며,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호텔의 인테리어와 서비스에 녹여서 투숙객에게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5성급 글로벌 특급 호텔에서 각 도시에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때,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큰 틀의 방향성에 맞춰 현지의 문화적 특성을 키워드로 추출하고 그에 맞춰 지점별 세부 콘셉트를 도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런 방식은 큰 틀의 방향성은 있지만, 하나의 명확한 주제가 주어지지는 않으므로 설계와 디자인 및 브랜딩 담당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큰 틀의 브랜드 방향성과 현지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반영될 수도 있고, 큰 틀의 방향성을 놓친 채 현지화 전략만 강조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는 둘 다 반영하지 못한 채 애매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스테이 파인애플은 미국에만 10개의 지점이 있는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별도의 디자인팀 없이 오너가 직접 각 지점별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오너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스타일로 호텔의 인테리어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할 수 있다. 각 도시와 장소의 특성에 따른 호텔 콘셉트를 고수하므로 각 호텔 별 차별성이 존재하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파인애플이 있다. 어느 지점이든 파인애플을 활용한 소품을 활용함으로 다양한 콘셉트 내에서 일관성을 드러낸다(표 1).

 

예술적인 호텔을 콘셉트로 하는 뉴욕의 스테이 파인애플은 소녀 감성이 드러나는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예술성을 보여준다. 또한 멸종 위기에 있는 화려한 색상을 가진 미국의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y)에서 영감을 받아 호텔 로비와 객실 곳곳의 디자인에 녹여냈다. 맨해튼의 중심지에 위치한 호텔이므로 객실 크기는 매우 작은 만큼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보스턴 지점은 1910년에 지어져 장교들의 숙소로 활용되던 역사적인 건물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한 것으로 56개의 객실 크기와 형태가 동일하다. 뉴욕 지점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침대 하단에 캐리어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과, 벽면에 수납돼 있는 폴더블(Foldable) 옷걸이와 테이블 등을 활용해 협소한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역사적인 도시이자 학문의 도시인 보스턴은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로 가득한 곳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런 보스턴만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호텔에 담고자 했다고 한다. 어두운 목재 바닥과 회색 벽 그리고 노란색이 포인트 컬러로 활용돼 차분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객실에 별도의 예술작품을 놓을 공간이 없어, 창문의 블라인드와 천장 장식을 활용해 객실에 독특함을 더한다. 창문 블라인드의 작품은 러시아 예술가 아샤 코지나(Asya Kozina)의 종이로 만든 드레스와 메이플라워호의 모양을 본떠 만든 모자를 착용한 모델의 모습을 프린트한 것이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미국의 플리머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 타고 왔던 메이플라워호를 본뜬 것으로 보스턴 지점에 의미 있는 작품이다.

 

또한 천장에는 검은색 바탕에 금빛 파인애플이 섬세하게 수 놓인 작품이 있어 객실에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카고 지점은 1890년에 건설된 역사적인 리라인언스 빌딩(Reliance building)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한 것이다. 이 건물은 1970년에 미국의 역사적인 장소(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되고 1976년 역사적인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된 것으로 시카고에서 상징성이 있는 건물이다. 어두운 목재와 검은색 가죽, 회색 패브릭이 어우러진 중후한 느낌에 노란색과 파인애플이 포인트로 활용된다. 샌프란시스코 지점은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고풍스러운 빌딩의 특성에 맞춘 우아한 콘셉트의 호텔이다.

 

객실은 어두운 목재 바닥에 화이트톤으로 밝고 차분한 분위기다. 이에 어두운 회색과 톤 다운된 노란색과 금색을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해 우아하면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미의 도시, 포틀랜드 지점의 이름은 Hotel Rose로 지었고, 벽지에서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호텔 디자인 전체에 장미와 관련된 콘셉트로 꾸몄다.

 

표 1. 스테이 파인애플 지점별 이름 및 사진

 

“우리 모두가 미셸”
직원에게 주어지는 오너십과 권한 위임

 

스테이 파인애플 호텔의 로비에는 일본 정형시의 일종인 하이쿠(俳句)를 본 떠서 만든 하이쿠 플러스(Haiku Plus)가 벽면이나 엘리베이터에 적혀 있다. 전형적인 하이쿠보다는 길다고 해서 하이쿠 플러스로 불린다고 한다(그림 3). 그 내용을 보면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이로 인해 질문을 던지는 고객들이 많아 고객과 직원 간의 소통의 계기가 생기기도 한단다.

 

필자는 이 하이쿠 플러스 문구를 보고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해당 호텔의 마케팅 이사와 보스턴 지점의 총지배인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호텔의 중요한 키워드가 모두 포함돼 있음을 알게 됐다. 파인애플, 달콤함, 주요 색상인 노란색, 즐거움,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호텔임을 드러내는 강아지까지. ‘가장 마지막 줄의 미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가 필자에게는 최대 관심사였다. 왜 오너의 이름을 이렇게 드러내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문의 결과 미셸은 호텔 오너의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스테이 파인애플의 모든 직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만큼 전 직원이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이 이 호텔의 조직 문화라고 한다.

 

호텔 지점의 처음 콘셉트는 오너와 이사진이 주도권을 갖고 설정하지만, 그 이후의 세부적인 운영과 프로모션, 및 고객 응대는 각 지점의 직원들이 권한을 갖고 지역의 특성과 고객에 맞게 진행한다. 보스턴 지점의 경우, 호텔은 지역사회에 늘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와 활발히 교류한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애완동물 용품점과 동물 보호소, 그리고 ‘버클리 퍼크(Berkeley Perk)’ 카페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호텔 1층에는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레스토랑 및 바인 ‘트로피 룸(Trophy Room)’ 외에는 식당이 없어 조식이나 브런치를 원하는 고객을 버클리 퍼크로 안내한다. 이곳은 동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유명 카페로 현지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림 3. 스테이 파인애플 하이쿠 플러스

 

호텔에서 사용하던 낡은 수건류는 호텔 옆 동물 보호소에 기부하고, 호텔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대시(Dash_미셸의 반려동물, 표 1 사진 속 강아지 인형) 인형의 판매 수익금 일부 역시 이 동물 보호소에 기부된다. 동물 보호소에서는 업무가 많이 밀려 직원들이 출퇴근이 여의치 않을 때, 스테이 파인애플의 객실을 직원용 숙소처럼 활용하기도 한다고. 이러한 상생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탁상공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지속적인 관계 맺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만족을 위해 제한을 두지 않는 서비스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한다. 스테이 파인애플의 침구는 오너인 미셸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한 호텔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반해 제조 공장을 찾아서 직수입하는 제품이다. 스테이 파인애플에서 추구하는 브랜드 경험인 ‘The Naked Experience’에 걸맞게 피부에 닿는 감촉이 구름처럼 폭신하다고 해서 투숙객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필자도 뉴욕 지점에서 투숙할 때 경험해 봤는데, 부드러운 감촉에 숙면을 취했던 기억이 있다.

 

호텔의 자체 소품과 함께 호텔 웹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인기가 많아 금세 품절된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2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보스턴 지점에서 투숙을 하고 이 침구에 반해서 파인애플 장식이 있는 장식용 베개까지 풀 세트로 구입을 했다고 한다. 이에 호텔 측에서는 주문한 물건과 함께 하우스 키퍼를 고객의 집으로 보내서 호텔 세팅과 똑같이 해줬고, 고객은 생각지 못한 추가 서비스에 감동했다고 한다.


처음 이 호텔을 보고 미국 전역에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을 운영하면서 ‘파인애플’이라는 주제로 일관성을 준 브랜딩에 흥미를 느꼈다. 이에 필자는 지난 7월 뉴욕 지점에 투숙하면서 스테이 파인애플을 직접 경험해봤다. 호텔의 전반적인 브랜딩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보이고, 개선해야 할 사항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파인애플’을 필두로 ‘노랑’, ‘위트‘, ‘편안함’, ‘강아지’를 내세우며 강력하게 포지셔닝해가는 과정은 브랜딩의 초기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전술 중 하나다. 앞으로 이 호텔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정성연

경영학 박사 & 브랜딩 컨설턴트

sy.ashley.ch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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