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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모 유명 호텔에서 수영장 및 샤워시설 측에 문제가 있어 이용객의 프라이버시가 중대하게 침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본인의 손해를 조금이나마 보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제시된 바 없다. 이처럼 호텔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 가장 흔하게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손해배상책임이다. 호텔 등에서 문제되는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원인을 크게 나눠 보면 호텔 내지 그 시설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것과 호텔의 임직원 내지 그들의 행동을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호텔산업은 서비스 업종으로, 타 업종에 비해 임직원 및 고객 등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후자와 관련된 손해배상책임 등이 상대적으로 더 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호텔 등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와 같은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결국 호텔 등이 (본인의) 임직원의 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민법상 사용자책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민법상 사용자책임의 주요 내용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정하고 있다.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으로, 이와 같은 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i) 피용자의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의 일반적인 성립요건을 갖출 것, (ii) 사용자와 피용자 간 사용관계가 존재할 것, (iii)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것, (iv) 사용자의 선임 및 감독상의 주의의무가 결여돼 있을 것이 각 요구된다.


사용자책임 성립의 전제 – ‘피용자의 불법행위’의 존재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를 보면 직원의 실수 등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면 민원인이 (민원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장면은 엄격히 말해 법률적으로는 완전히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민법상 사용자책임은 본인의 피용자가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으므로, 피용자의 행위가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로서는 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가령 접객 과정에서 고객이 손해를 입었는데 피용자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특히 유의미하다. 물론 사용자가 고객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일부 견해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은 포함한 다수의 입장은 피용자의 귀책이 없는 경우 – 즉 피용자의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는 경우 – 에는 (설령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감독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81. 8. 11. 81다298 등).


즉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라는 요청을 받은 호텔 등으로서는 후술할 사용자책임의 다른 성립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살펴보기에 앞서 피용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피용자 등을 대상으로 평소에 업무 매뉴얼 등에 대해 교육을 하고, 민원 발생 기타 업무 처리 내역을 서면으로 남기도록 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검토가 보다 수월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사용자가 피용자에 대한 감독 등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유력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와 피용자 간 “사용관계”의 존재


본인의 피용자가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하는 사용자책임의 본질상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에서 이른바 사용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나, 아직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관계가 고용관계에 한정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에 의하면, 계속적인 고용관계는 물론 일시적인 고용관계는 심지어 유효하지 않은 고용관계에 의해서도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이러한 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8다62671 판결 등). 특히 일반적인 고용계약 등이 체결된 사실이 없고, 위임계약, 동업계약 또는 도급계약 등이 체결된 경우에도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와 관련해 호텔 등이 고용하고 있는 외주업체 직원의 과실로 인해 고객이 손해를 입게 돼 고객이 해당 호텔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경우의 대처방안이 문제가 되는데, 해당 호텔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원이 계약직 내지 파견직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직원과 사이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 또한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근로자 파견이 이뤄진 사안에서 파견근로자를 일반적으로 지휘 내지 감독할 의무가 파견사업주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 내지 감독을 행한 경우에는 사용사업주 또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다2465 판결 등), 통일된 서비스 등이 중시되는 호텔 등의 특성상 외주업체 직원 등에게 구체적인 지시 내지 감독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기 어려운 만큼, ‘사용관계’가 부정될 가능성은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호텔 등으로서는 본인이 조금이라도 지휘 내지 감독하는 자의 행위를 보다 투철하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사용자책임의 성부 가능성을 낮추는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해행위와 사무집행 관련성의 존재


사용자책임의 본질에 비춰볼 때, 피용자의 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피용자의 행위가 본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로 한정돼야 함이 마땅하다.


사무집행 관련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해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 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다75921 판결 등).

 

대법원은 나아가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용자의 행위가 사무집행과 무관함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피해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61377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지 여부 내지 그 정도에 대해서는 사건마다 조금씩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언제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돼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이 불법행위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판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 – 이러한 지적이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 – 또한 상당하다).


다수의 판결례들은 이른바 거래적 불법행위의 영역에서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 여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호텔 등에 대한 사용자책임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주장하는 불법행위가 호텔과 피해자의 거래관계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보다 중시되나, 후자의 경우(호텔 종업원이 고객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등)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가 중시된다.

 

호텔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거래적 불법행위보다 이에 대비되는 사실적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령 호텔 종업원이 프런트 근무 도중 고객이 욕설을 하며 본인을 때리려고 하자 이를 피한 뒤 다음 근무자와 교대를 했는데, 고객이 계속 본인을 찾으며 소란을 피우자 숙소에서 칼을 가져와 고객을 주차장으로 불러내 칼로 상해를 입힌 사안에 대해서도 호텔 운영자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 바 있는데(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 47297 판결), 해당 판결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호텔 운영자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하는 피용자들에 대한 교육, 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그의 사업범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참고로 호텔 등과 관련된 유사한 사건 중에 사용자책임이 부정된 사례는 ‘사적인 전화를 받던 레스토랑 종업원이 지배인으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한 후 레스토랑을 나가 약 8시간 동안 배회하다가 과도를 구입해 레스토랑에 들어왔는데 다시 지배인으로부터 욕설과 구타를 당하자 이에 대항해 지배인을 과도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대법원 1994. 11. 18. 94다34272 판결)’ 등 소수의 판결례 밖에 없다(애당초 이 사안은 고객과의 분쟁 내지 다툼이 문제된 사안도 아니다).]


사용자의 선임 및 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의 존재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의 선임 및 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의 존재가 인정돼야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실무상으로는 사용자책임의 다른 성립요건이 인정됐음에도 주의의무 위반사실의 부존재만으로 사용자책임이 부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용자책임이 성립됐을 때 사용자가 부담하는 책임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면, 사용자는 피용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용자가 피해자에게 부담하는 책임과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사용자 또한 과실상계 등을 주장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가령 피용자가 거래처 직원을 폭행, 사용자인 호텔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사용자가 거래처에 대해 가지는 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을 상계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사용자 또한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는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받으므로,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63019 판결), 이러한 사례 또한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용자가 결국 손해배상책임 등을 이행한 경우,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할 수 있는데, 사용자책임이 결국 피용자의 자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보다 충실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 만큼, 실무적으로는 피용자가 이미 자력이 부족해 구상권의 행사가 실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직원 교육 및 내부 매뉴얼 마련하고 강화해야


혼용무도(昏庸無道)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묻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비록 가혹한 해석일 수는 있으나, 어찌 보면 사용자책임의 정신과도 연결돼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피용자를 해고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통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하나, 최소한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전혀 통용될 수 없다. 오히려 민원 및 이로 인한 분쟁의 증가로 인해 사용자책임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살핀 사례에서 대법원 또한 직접 언급한 바와 같이, 호텔산업 또한 이러한 추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할 것을 요구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과정에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될 만한 사건 및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호텔은 정말 더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호텔을 비롯한 여러 기업체들 중 상당수는 외부 홍보와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나, 내부적인 시스템 정비에는 다소 소홀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및 내부 매뉴얼을 마련하고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한 생존 전략 중 하나며, 이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한솔

법무법인 (유)율촌 변호사

kimhs@yulchon.com / tskim@yulchon.com


글 : 김한솔 / 디자인 :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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