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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주거와 상업공간의 사라진 경계 호텔, 레이어를 확장시키다_호텔 같은 집, 집같은 호텔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집의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돼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그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정의한 집과 호텔의 의미다. 집과 호텔은 쉼과 재충전의 공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곳이지만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장소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집에 대한 관심과 관여도는 폭발적으로 높아졌으며, 당연하게 여겨졌던 집의 정형화된 공간이 변화의 상징이 됐다. 이제는 집이 플렉스(Flex)의 도구가 됐고, ‘호텔 같은 집’이라는 최고의 칭찬을 듣기 위해 집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호텔은 ‘또 다른 나의 집’을 콘셉트로 주거형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다.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을 강조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케렌시아(Querencia, 나만의 휴식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레이어드 홈’이 2021년을 이끌 트렌드라면 이를 반영한 ‘레이어드 호텔’은 어떤 모습일까?


변화의 진원지,

소비산업의 요람이 되고 있는 ‘집’

코로나19로 집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거의 목적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새롭게 해야만 하는 일들이 모두 집에서 해결돼야 하는 물리적 강제성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2021 트렌드 모니터>가 2020년 집에서의 활동을 조사해본 결과,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요리를 하는 등의 여가 혹은 취미 활동이 더 다양해졌다. 또, 집에서 오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다 보니 오롯이 집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홈 인테리어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레 강해졌다.

 

집을 작은 영화관이나 카페, 바, 혹은 헬스장으로 만들거나 여러 취미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직접 소품을 사거나 시공하는 셀프 홈 인테리어 ‘홈퍼니싱(Homefurnishing, 집의 Home과 꾸민다는 뜻의 Furnishing의 합성어)’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좀 더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 원대였던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 5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오는 2023년에는 1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 홈퍼니싱 플랫폼 ‘오늘의 집’의 경우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19년 500만 건에서 2020년 4월에는 1000만 건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가입자 수는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무려 810만 명이라고. 이른바 ‘홈코노미(Homeconomy)’ 시대다. 홈코노미는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이 아닌 휴식, 여가, 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집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이르는 용어다.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여가는 물론 소비활동까지 해결하는 홈족들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리고 <2021 트렌드 모니터>는 밖에서의 활동보다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홈 루덴스(Home Ludens)’라고 표현했다. 홈 루덴스 성향은 집 공간을 유동적으로 바꾸고, 홈 인테리어의 질적 요건에 대한 관심을 어느 때보다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이들을 겨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주거 트렌드를 읽는 눈과 함께 홈 퍼니싱 수요에 대한 예측과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집의 기능이 마치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어 멋을 부리는 ‘레이어드 룩’ 패션이나, 포토샵에서 이미지 층을 의미하는 ‘레이어’처럼, 집이 기존의 주거 기능 위에 새로운 층위의 기능을 덧대면서 무궁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 2021년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집을 삶이 창조되는 공간이자, 거주자의 미래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반영해주는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홈 루덴스 성향은 어떻게 집을 레이어드 하고 있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1>에 소개된 레이어드 홈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자.

 

적극적으로 기술 도입되고 있는스마트 홈

프리미엄 호텔식 홈퍼니싱의 일환으로 스마트 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홈 오토메이션 영역은 기술 수준에 비해 유난히 보급이 느린 영역이었지만 언택트 라이프의 확산으로 IT 수용력이 빨라지면서 소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고급 호텔에서나 경험할 수 있던 전동식 커튼 및 블라인드 시스템은 이제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의 발달로 호텔 객실에서 경험해봤던 IoT 제어 서비스들도 가정용으로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스마트 홈을 위한 자체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 홈 사업은 통신사나 IT, 가전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로 요구됐지만, GS건설(자이 AI), 삼성물산(래미안 A.IoT), 현대건설(하이오티) 등 주요 건설사들이 독자적인 스마트 홈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각 플랫폼은 IoT와 AI 기술을 적용해 냉난방·조명·가전제품 원격제어 및 음성인식 기능을 집에 탑재하고, 자이 AI는 빅데이터 기반 주거환경 개선을, 래미안 A.IoT는 AI 기반 주거환경 제어를, 하이오티는 차량 연결 기능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 홈에 대한 니즈는 홈 트레이닝 영역에서도 발현된다. 칩거 생활이 길어지며 집 안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 홈트족들이 이전까지 단순히 유튜브를 보며 동작을 따라 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동작인식 기반 기술과 AI코칭 시스템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을 즐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VX와 공동으로 ‘스마트 홈트’ 서비스를 론칭했다.  스마트 홈트는 맨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은 물론 40여 개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최근 U+tv용 스마트 홈트를 출시, 스마트폰 앱에 비해 여러 각도로 촬영된 전문가의 운동 영상을 원하는 각도에서 선택 시청할 수 있어 홈트족들에게 인기다.

 

이에 지난해 11월에는 누적 가입자 수가 작년 대비 12배 증가했으며 누적 이용시간도 315만 분을 돌파했다고. 스마트 홈트 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스마트 미러’ 시장이다. 심박수나 운동량 등을 트래킹해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홈 피트니스 디바이스, ‘미러(Mirror)’는 전원을 켜면 가동되는 대형 디스플레이에 개인 트레이너가 나타나기도 하고 운동하는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한다. 실제로 서비스드 레지던스 ‘에피소드 성수 101’에는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피트니스룸이 마련돼 있는데, 방을 지키고 있는 AI 운동코치 ‘버추얼메이트’는 내장된 3D 카메라로 이용자의 체격, 자세, 체력을 측정,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효율적인 일대일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부활한 콘솔게임,

집에서도 잘 논다.

10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와 수플레 오믈렛, 역시 1000번 이상 꼬아 만드는 꿀타래, 400번 저어 만드는 제티떡…. 무료한 집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이색 ‘킬링 타임 레시피’가 지난해 SNS를 강타했다. 어떻게든 주어진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혼자 놀기 진수의 재치있는 전략이 돋보인다.


이처럼 팬데믹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바꿔놨다.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서비스 가입자도 늘었고,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 밀렸던 콘솔 게임도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빛을 발했다. 콘솔 게임을 즐기려면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기기를 TV에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기는 덩치가 클 뿐 아니라 이동해 제약이 있고,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게임들은 모바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이 구축되면서 콘솔은 대표적인 사양기기로 시장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대형 TV 등의 가전 수요가 급증한데다 집콕 생활의 상시화로 커다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닌텐도의 ‘위핏’을 잇는 피트니스 게임 ‘링피트 어드벤처’는 홈트의 인기에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까지 결합해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40~50대 ‘아재’ 게이머들의 청춘을 빼앗아갔던 게임 ‘디아블로Ⅱ’가 PC와 콘솔 게임 두 가지 버전으로 올해 안에 출시 계획을 밝혀 벌써부터 아재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 신라스테이_비품 1년 정기구독 서비스 / ▲ 글래드 호텔_글래드 꿀잠 시즌 5

인테리어 뿐 아니라 기능도 변화해

단순히 가구의 교체 수준을 넘어 자기 취향에 맞는 색다른 공간 구성을 시도하는 경향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재택근무다. 지금까지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을 일컫는 ‘직주근접’이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지키는데 중요 요소 중 하나였다면, 직장과 주거가 일치해지면서 ‘직주일치’라는 개념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는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패션 웹진 스냅의 기사에 따르면 일룸의 홈오피스와 홈스터디 제품군의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생활화되면서 집 내부에 보다 쾌적한 사무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일룸은 1인 가구에 적합한 홈오피스 제품 ‘멘디’와 공부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성 데스크 ‘제롬 모션데스크’를 선보였다.


한편 집에 반영되는 주인들의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집은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이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에 타인의 집이 여행지가 돼 낯선 경험과 취향을 나누는 여행 플랫폼도 생겼다. ‘남의 집’ 프로젝트는 취향 여행자인 게스트가 취향 제공자인 호스트의 집에 방문해 집을 하나의 살롱으로 만드는 서비스다. 이와 같은 거실여행 서비스는 ‘남의 집 슬램덩크’, ‘남의 집 신혼살림’, ‘남의 집 홈오피스’, ‘남의 집 프라하’ 등 집 주인이 취향을 설정하고, 이를 공유하고 싶은 게스트들이 방문해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남의 집 프로젝트는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서비스로 2020년 8월까지 약 500여 명의 호스트가 자신의 집을 총 700번 공유했고, 약 3500명의 손님이 방문했다고 한다.

 

▲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_ 프리미어 드럭스 룸 /  ▲ JW 메리어트 서울_ 더 마고 그릴_ 프라이빗 다이닝룸

주거 기능을 입고 있는 호텔

이처럼 집의 새로운 역할들이 재조명되자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앞으로 집은 사고, 파는 물리적 자산으로서의 ‘하우스’ 이전에 거주자의 행복 가치를 발현하는 ‘홈’의 가치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렇게 집의 레이어가 확장되면서 호텔은 오히려 주거 공간의 편안함을 내세워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과 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돼 번아웃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주거나 상업공간을 넘어 공간 자체가 ‘편안함’, 즉 ‘쉼’을 추구하는 형태로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주거의 경우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제1기능이 쉼, 나만의 공간, 방해받지 않는 안전한 곳 등으로 분류하듯 ‘나만의 케렌시아’의 의미가 강한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여금 레이어드 홈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주거는 오히려 상업공간으로 변하고, 상업공간은 주거의 기능을 제공하는 추세”라고 이야기했다.


호텔이 주거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시도한 호텔 ‘한 달 살기’는 장기투숙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짧게는 7일부터 길게는 몇 달, 몇 년간 호텔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호텔의 한 달 살기 상품을 연계하는 플랫폼 ‘호텔에삶’도 론칭했다. 이에 누구든 집이 없이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며 호텔 안에서 모든 문화생활까지 향유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편 호텔에 투숙하는 것보다 자신의 방을 호텔같이 꾸미는 것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신라스테이는 ‘비품 1년 정기 구독권’을 신라스테이의 대표적 프로모션인 ‘온 유어 신라스테이’의 혜택으로 제공했다. 신라스테이 비품 1년 정기구독권은 신라스테이의 침구, 목욕가운(배스로브), 어메니티, 시그니처 베어, 텀블러, 식음 이용권 등을 매달 한 품목씩 순차적으로 제공해 집에서도 호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게 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스테이 마케팅팀 관계자는 “1년 정기구독권은 신라스테이의 대표 프로모션인 온 유어 신라스테이 패키지에 제공된 것으로 2020년에는 트렌드였던 ‘스트리밍 라이프’에 착안해 기획된 이벤트다. 호텔리어가 추천하는 상품을 매달 집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신라스테이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흥미로운 호텔 체험의 기회를 선사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이야기하며 “매월 호텔 아이템을 선물처럼 받는다는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 월별 제공되는 아이템은 사전 안내 없이 랜덤으로 배송하고 있고, 제공되는 비품들은 모두 평소 개별 구매할 수 없는 제품들로 엄선해 희소성을 더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들의 호텔 비품에 대한 니즈에 대해서는 “신라스테이의 침구류나 배스로브의 경우 비정기 프로모션을 통해 특별 판매를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작년 말에 마무리된 이벤트라 아직 정기배송은 2차까지 진행된 상태인데, 차수가 쌓이면 정기구독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추후 더욱 다채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래드 호텔은 2018년부터 자체 PB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베딩·리빙 상품을 선보이는 온라인 몰 ‘글래드 샵’을 운영 중이다. 샵에서는 리빙·어메니티, 글래드 베딩, 굿즈, 멤버십·상품권, 푸드·햄퍼, 제주 스페셜의 총 6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래드 담요’까지 제작했다. 글래드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글래드 호텔 꿀잠 패키지가 출시될 때마다 고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성원에 힘입어 신규 글래드 리빙 아이템인 ‘글래드 담요’를 출시했다.”고 전하며 “그동안 글래드 호텔의 숙면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 제작해왔던 꿀잠 안대, 프리미엄 매트리스, 토퍼 브랜드 ‘슬로우’의 아로마 파우치 등을 통해 글래드가 선사하는 꿀잠 경험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련한 아이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발굴해 고객들에게 호텔 밖에서도 글래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조명되는 호텔에서의 ‘케렌시아’

‘쉼’을 추구하는 디자인 트렌드가 확장되고, 주거와 상업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호텔은 반대로 다시금 케렌시아를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케렌시아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단순한 수동적인 휴식을 넘어서 능동적인 취미와 창조 활동을 위한 공간을 의미한다. 당시 케렌시아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호캉스와 호텔스테이가 급부상했고, 호텔들은 ‘호텔콕족’을 겨냥한 다양한 객실 패키지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였다.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케렌시아의 핵심은 각종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난 ‘디지털 디톡스’와 잠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였다.


코로나19와 결합한 케렌시아는 여기에 새로운 층위들이 덧대지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특히 레스토랑 이용이 불가해짐에 따라 호텔 객실의 형태가 LD(Living, Dining)형으로 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LD형에 Kitchen까지 결합된 모습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귀띔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판교에 오픈한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이야기했다. 그는 “기존에는 베드가 중심이었던 호텔 객실이 작은 스탠더드 룸에도 베드 옆에 다이닝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테이블도 과거에는 간단한 티 정도 마실 수 있는 크기와 용도였다면 이제는 다이닝까지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의 기능성이 추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텔과 집에 대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간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개방된 공간에 있어야 하고, 낮은 천장과 아늑함은 집중력이 좋아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동선이 자유로워야 한다. 앞으로 집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해내는 공간으로 더 가변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궁한 변화 속에서도 궁극의 케렌시아는 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같은 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집 같은 호텔이자 궁극의 케렌시아를 호텔이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 교수는 레이어드 홈처럼 호텔도 다양한 레이어를 입을 때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레이어드 호텔은 어떤 센스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호텔도 집처럼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재치 있는 시도 기대돼”

국민대학교 TED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이규홍 교수

 

코로나 시대 최근 디자인 트렌드로 주거와 상업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경향을 이야기했다.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가?

번아웃 시대에 돌입하며 소비자들은 혼자만의 평온한 순간을 보낼 공간을 찾고있다. 이에 주거와 상업이라는 공간적 용도를 넘어 공간 자체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다. 이
런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이 각진 형태보다는 아치형을 추구하고, 가구 소재도 딱딱한 소재보다 퍼(Fur)나 버블(Bubble)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컬러도 마치 봄날을 연상하는 듯 ‘페이블(Fable, 깨끗하고 맑은 하늘과 물빛의 연한 블루 컬러를 중심으로 라임·살먼·라벤더 등 사랑스러운 컬러)’ 테마가 여전히 강세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환경오염이나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조금씩 예견되고 있었던 것들이었는데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앞당겨졌다고 보고 있다.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호텔 같은 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거 공간에서 희망하는 ‘호텔스러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거 호텔 디자인은 대리석과 멋진 샹들리에와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거를 갤러리화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호텔에서 즐기던 그림을 집 안에 들여놓는 그림 렌탈 서비스가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기적으로 멋진 그림으로 호텔 로비처럼 나의 리빙 공간을 꾸미는 것이다.

 

한편 주방도 ‘키친 갤러리’와 같은 접근으로 요리를 직접 해먹기보다 배달이나 포장 문화가 발달이 되고 있는 추세가 반영돼 파티하기에 적합한 아일랜드 식탁이 주방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욕실도 호텔 스파나 에스테틱처럼 변모하고 있다. 예쁜 수전을 활용해 카페 분위기의 욕실을 만든다거나, 습식 욕실을 건식으로 만들어 욕실 타일에는 카펫을 놓고 욕조에는 배스커튼을 다는 식이다. GNP가 늘어날수록 이제 푸드를 넘어 리빙산업이 커질 것이다.

 

최근 홈 인테리어에서 주목해볼 재미난 변화가 있다면?

눈 여겨 봐야 할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발코니의 변신이다. 코로나 시대,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건축적 공간 장치인 발코니를 심리적 비상구로 여기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발코니 결혼식, 발코니 콘서트, 발코니 체조 등 이색적인 발코니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가 빅데이터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는 현관이다. 현관은 외부인이 내부로 들어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중요한 위생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현관이 집안의 ‘클린 존(Clean Zone)’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택배나 배달음식을 많이 이용하는 때 외부 먼지나 알 수 없는 바이러스들이 깊숙한 실내까지 유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택배물품 정리가 가능한 위생 스테이션을 설치하거나, 현관도어도 터치리스로 손잡이가 변신하고 있다.  나아가 현관에 세탁시설을 둬 정화와 세탁의 기능으로 변화하고 있기까지 하다. 여기에 더 확장된다면 외부인이 머무르는 홈 리셉션 공간인 ‘베리어 공간(Barrier Space)’도 기대하고 있는 재미난 변화 중 하나다. 현관 한 켠에 외부인을 내부가 아닌 현관에서 응대하는, 현관이라 정의할 수 없고, 거실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새로운 공간인 것이다.

 

코로나19로 호텔 공간이 주거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이에 따른 변화를 잘 반영한 호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편안함과 쉼을 강조하는 디자인 트렌드에, 미세먼지, 바이러스, 환경오염과 같은 이슈로 사람들이 실내에 모이면서 실내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콘셉트가 눈에 띄고 있다. 바이오필리아 콘셉트는 인간은 본디 자연과 함께 해야 에너지를 얻고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다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디자인에 접목하면 소소한 자연이 아닌 이제는 열대우림과도 같은 자연이 실내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로비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로비공간 곳곳에 푸릇한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 심어 놨다.

 

팬데믹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런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호텔에 접목한다면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공원 이용률이 51%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집안에서 바람을 쐬고 햇볕을 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오필리아 콘셉트에 이어 호텔이 채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썬큰(Sunken,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 채광이나 개방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정원)’ 룸, 썬큰 가든을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레스토랑과 카페의 F&B 공간에 접목되면 실내지만 외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더 마고 그릴 레스토랑이 썬큰룸을 잘 활용한 사례다.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과거 호텔은 차양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집처럼 채광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주거와 상업공간의 양식들이 혼용되고 있어 앞으로 공간 디자인에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재미난 시도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패턴들에 주목해 호텔들도 다양한 의미의 공간 변신을 재치있게 풀어내기를 기대한다.

 

글: 노아윤 디자인: 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