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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물류가 중단되면서 전 세계 식재료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수입 식재료에 기반을 두고 있는 레스토랑들은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로컬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이에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레스토랑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과 유행에 민감한 식문화로 획일화된 식재료를 사용해 온 레스토랑들이 보다 다양한 로컬 식재료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속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와 다양한 식재료 보장을 위한 방법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로컬푸드.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갈수록 다양한 식재료 사용 환경 요구되는 외식업계
안정기에 접어드는 줄 알았던 건 잠시, 전 세계는 또다시 무섭게 퍼져나가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삶에 가져온 많은 변화 중 하나는 면역성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는 식재료 소비의 대부분을 국내로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식재료 다양성의 부재는 지금의 위기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한된 식재료 사용 현황에 대해 요리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븟 배건웅 대표(이하 배 대표)는 “우리의 식문화는 중심이 잘 잡혀 있지 않아 유행에 민감하다. 요리사들은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수지 타산 문제,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경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요리사들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유행을 따르거나 익숙한 식재료를 선택하게 되고, 이런 이유로 생산자들은 판매 효율성을 위해 잘 팔리는 식재료만을 재배하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19 농림어업 인구조사’에 따르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생산 인구가 2019년 12월 1일 기준 농가 224만 5000명, 어가 11만 4000명, 임가 17만 8000명으로 전년대비 농가(3.0%↓), 어가(2.6%↓), 임가(5.7%↓) 모두 감소했다. 매년 감소하는 생산자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생산자들의 입지와 경쟁력이 줄어 지역 특성에 맞는 토종 작물을 선택하기보다는 소비 수요에 따라 작물을 선택,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한된 식재료 재배와 유통의 구조, 새로운 식재료 소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소비자의 경향 등 로컬푸드가 각광받지 못하는 분위기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 레스토랑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식재료의 다양성 저해로 이어진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선택과 경험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다. 배 대표는 “요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식문화를 선도하는 요리사만큼은 식재료의 출처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식재료 간의 차이점을 인식, 필요에 의해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런 모든 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요리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로컬 식재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로컬 식재료와 음식이 많다. 희귀하지만 맛있는 식재료를 발견하면 이 재료를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요리사들이 이렇게 다양한 로컬 식재료를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다.”라며 레스토랑의 획일화된 식재료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웰빙 열풍에서 레스토랑 문화로 자리 잡은 로컬푸드
10년 전 로컬푸드가 외식업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었던 웰빙 열풍 덕분이다. 개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는 물론 호텔 등 외식업계에서는 직접 로컬푸드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로컬푸드 여행은 직접 산지에 가서 식재료의 특성과 재배 환경 등을 경험, 식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배움으로써 소비자에게 보다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의 제공이 가능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이하 류 셰프)는 2015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로컬푸드 여행을 진행 중이며, 류니끄만의 로컬푸드 지도를 제작, 지도에 표기된 재료를 바탕으로 매 시즌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다양한 식재료와 생산자들의 철학 및 지역 문화는 물론 다른 요리사와의 요리 경연 등 다채롭게 구성된 로컬푸드 여행 ‘L.I.S.S’도 7년째 성황리에 진행 중인 로컬푸드 여행 프로그램이다.


또한 일부 호텔에서는 자체적으로 로컬푸드 여행을 위한 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숨 고르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로컬 식재료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로컬푸드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로컬푸드 프로젝트는 호텔 셰프가 직접 산지에 방문해 식재료를 선별, 구매까지 참여하며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활동이다. 더 플라자는 2015년 3월부터 셰프 헌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 전문가, 셰프, 메뉴 운영 기획 담당자로 구성된 특수 식재료 발굴 팀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식재료의 발굴에서부터 선정, 샘플 테스팅 및 메뉴 개발 적용의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F&D를 총괄하는 신종철 총주방장이 이끄는 R&D팀이 로컬푸드 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지 농가 직거래를 본격화한 이래, 셰프들로 구성된 R&D팀을 구성, 전국을 함께 다니며 광범위한 산지 조사를 통해 고품질의 로컬 식자재를 선정하고 산지 직거래를 통해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븟_ L.I.S.S. 활동

정부의 로컬푸드 활성화 노력도 꾸준히 이어져
지속적인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은 최근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까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로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팬데믹의 여파로 수입 식재료의 수급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다. 이에 전국 로컬푸드 매장의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원주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원주 내 6곳 직매장의 올해 2분기 누적 매출은 27억 1847만 원으로 1개소 당 4억 5310만 원의 원주푸드를 판매, 지난해 동시기 매출에 비하면 1개소 당 약 3000만 원이 증가했다. 이와 같이 전국에는 2008년 전라북도 완주를 시작으로 2019년 기준 460여 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 로컬푸드 소비의 활성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3개년 추진 계획’을 마련, 2022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새로운 푸드플랜은 기존 로컬푸드의 정의, 대상, 사업지역 등의 확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역 농가의 조직화 및 기본소득 확보, 학교·공공급식으로의 공급 등 로컬푸드의 성장을 위한 움직임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속가능성 및 지역 활성화 측면을 강화하고, 로컬푸드를 대표하는 핵심 콘텐츠 제작과 로컬푸드 서포터즈 활동 지원, 로컬푸드 지수 측정·발표 등을 통해 대국민 로컬푸드 인식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로컬푸드의 학교 급식으로의 판로가 막힘에 따라 각 지자체는 어려운 생산 농가를 돕고 학부모들의 가정 내 식재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상급식 미사용 예산을 활용,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가적으로 발전된 의미를 부여하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로컬푸드다.


식재료 다양성 마련의 틀, 로컬푸드
로컬푸드는 로컬(Local)과 푸드(Food)의 합성어로,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의미한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식재료의 신선도를 극대화하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자는 소비 시장 확보를, 소비자는 보다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적 측면에서는 나라 또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목적으로 시작됐다. 한편 로컬푸드는 농산물이 멀리 떨어져 있는 소비지로 운송되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나 기름 등의 자원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환경 운동의 성격도 갖는다.

로컬푸드 운동은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영국의 ‘리얼푸드’, 캐나다의 ‘100마일 다이어트’, 일본의 ‘지산지소’ 등 세계 각국에서 오래전부터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중 이탈리아의 슬로푸드는 미국의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으로,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해 전통음식을 위협하자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가치를 내걸고 식생활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 몇 년 만에 국제적인 음식 및 와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산업화 및 기계화를 통한 맛의 표준화와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음식과 식재료 등을 지키며, 품질 좋은 재료의 제공을 통해 소생산자를 보호하고, 어린아이와 소비자들에게 미각이 무엇인가를 교육하는 데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 요리사의 역할 중요

로컬푸드의 경제적, 교육적 측면은 레스토랑의 획일화된 식재료 현황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은 생산자들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교육적인 측면은 소비자들의 식재료에 대한 인식을 넓혀줄 것이다. 이에 생산자로부터 받은 식재료를 전달하는 요리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배 대표는 “식문화의 척도는 결과적으로 일반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요리사들이 다양한 식재료와 이를 활용한 음식을 전달하는 중간자로서 식문화를 이끌어나간다면, 일반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며 요리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배 대표는 “실제로 외국에서도 요리사의 임금 자체가 월등히 높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요리사들이 받는 대접과 분위기, 근무 조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외국에서는 특히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로컬푸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가까이 나는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 우리가 소비하는 로컬푸드들이 존중받을 만하다고 인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요리사, 생산자, 로컬 식재료 발굴할 터”
븟 배건웅 대표

 

Q. L.I.S.S.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L.I.S.S.는 지난 7년 동안 운영했던 요리사 커뮤니티 활동 중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가장 중심이 되는 로컬푸드 여행이다. ‘Local’, ‘Ingredient’, ‘Seasonal’, ‘Simple’이라는 주제의 약자만 따서 만든 이름으로, Local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그것을 생산하는 생산자, 넓게는 지역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지역 자체를 이해하는 것, Ingredient는 요리사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의 선별과 구별, 재료에 대한 이해 등 식재료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Seasonal은 제철 식재료가 가장 건강하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신선하다는 뜻을 담았다. 이것만 잘 지켜도 좋은 음식을 만을 만들 수 있다는 기본이 마련된 것이다. Simple은 요리는 복잡함이 내포돼있지만 결과적으로 단순함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작은 양파 조각이라 할지라도 양파를 씻고, 다듬고, 자르는 등 주방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받아보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양파 조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4가지 주제를 담아 매년 6회 정도의 여행을 다녔다.

Q. L.I.S.S.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탈리아에서의 요리 공부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이탈리아는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을 로컬을 활용해 소비할 정도로 지역마다 로컬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강했다. 한국에서도 로컬푸드가 이렇게 자릴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요리를 하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당시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동료 요리사들과 스터디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씩 지역을 직접 다니면서 생산자들을 만나는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음식에 대한 문화가 잘 정착되면, 그 식문화를 선도하는 요리사에 대한 위상도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요리사가 중심이 되는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나를 알고 내가 중심이 서면 어떤 상황일지라도 흔들리지 않듯, 맞다, 틀리다의 이분법적인 생각이 아니라, 생산자나 요리사 스스로가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식재료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명확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저쪽 동네에서 블루베리 농사가 잘 되면 이쪽 동네에서도 블루베리 농사를 하려고 하는데, 식문화가 잘 정착되고, 중심이 있다면 유행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 L.I.S.S.를 통해 요리사들이 스스로의 중심을 잡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 해내고, 식문화 발전의 주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Q. L.I.S.S.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주안점을 두는 점이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철학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잘 해나가고 있는 생산자들이 있는 지역을 발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요리사를 하던 시절 우연히 만났던 꽃비원이 그랬다. 꽃비원은 자연친화적인 농법을 활용해 농약 등을 쓰지 않고 제철에 맞는 작물만을 소량 생산한다. 계절에 맞는 건강한 작물과 종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농사에 대한 철학, 활발한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요리사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L.I.S.S.를 기획하면서 이렇게 멋진 철학을 가진 농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꽃비원으로부터 논산에 있는 다른 농가들을 소개받으면서 시작하게 됐다. 따라서 L.I.S.S.는 이름 그대로 네 가지 주제를 기준으로, 철학이 있는 농가와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Q. L.I.S.S.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국내 로컬푸드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를테면 감자다. 보통 감자의 품종을 물어보면 흔히 알고 있는 감자는 수미감자뿐이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 두백, 남작 등 수많은 감자 품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꽃대가 3층으로 나서 삼층파라고도 불리는 토종파 삼동파, 더덕 향이 나는 토종 흰 당근 등 처음 보는 신기한 작물들이 많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다른 음식도 흥미롭다. 부산의 어느 시골마을에서는 말미잘을 이용해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남해에서는 조개를 볶아 나온 국물에 나물을 볶아먹는 설치라는 반찬을 먹기도 한다. 이렇듯 식재료와 음식은 지역의 특성과 고유의 식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Q. 참가자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참가자는 모두 요리사로 구성된다. 그동안 몰랐던 식재료와 이야기를 접하면서 처음에는 ‘신기하다’로 시작해서 아무 생각 없이 식재료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식재료에 대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나한테 오는지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된다. 그렇게 온몸으로 배운 이들은 이제는 필요에 의해 식재료를 고를 수 있고, 고르는 안목도 생기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 생산자와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요리사들과 한자리에서 요리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 쉽지 않은데, L.I.S.S.를 통해 요리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요리사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배우는 시간으로서 유익했다는 반응이다.

Q. 프로그램을 통한 시너지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생산자의 철학과 식재료를, 그리고 지역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가 있으며, 셰프와 생산자라는 직거래 형태의 식재료 납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요리사들은 말 그대로 커뮤니티를 형성,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요리사가 지녀야 하는 교양, 책임감 등 인문학적인 수련과 온몸으로 경험한 식재료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된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그런 배움을 얻은 요리사들의 달라진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소비자는 로컬푸드에 대한 가치가 담긴 메뉴판, 메뉴에 대한 설명과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식재료를 접하게 되고, 이는 식재료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Q.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멈춰있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원래는 작년 해양수산부와 함께 신안에서 진행됐던 ‘천일염과 함께하는 요리사들의 수산물 요리 여행’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올해 예산을 늘려 국내 바다를 주제로 다양한 L.I.S.S. 프로그램이 기획,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문제로 인해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와 같이 정부와의 시너지를 통해 L.I.S.S. 프로그램을 확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아직 가야 할, 가보지 못한 지역도, 하고 싶은 기획들도 많기 때문에 힘닿는 데까지 더 많은 요리사들과 함께 더 많은 생산자와 그리고 로컬 식재료를 발굴하고 싶다.


로컬푸드 이야기, 요리로 구현하다
로컬푸드 여행을 5년째 지속 중인 류 셰프는 지난 2019년 프랑스 정부가 주관하는 2020 라 리스트 자연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국내산 로컬 식재료를 알리는데 기여했다. 류 셰프는 “로컬 식재료만의 매력에 대해 속초하면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장흥하면 넓게 펼쳐진 평야, 평택하면 쌀을 경작하는 모습 등 많은 풍경들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면서 “식재료가 자라난 환경과 지역의 스토리를 알아 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도 큰 영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류 셰프는 로컬 식재료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생산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 8월 22일, 23일 양일에 걸쳐 류니끄에서는 기존 봉화 은어 페스티벌이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여름철 봉화의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봉화 인스퍼레이션’을 진행했다. 봉화의 은어, 한약우, 생강대 등 로컬 식재료만을 사용한 코스는 봉화의 홍주선 생산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며, 봉화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성황리에 마쳤다. 이에 류 셰프는 “이번 기회를 통해 봉화와 봉화의 우수한 식재료를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국내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행사의 소감을 밝혔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과제
로컬푸드의 활성화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요리사, 소비자, 생산자 각자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요리사는 로컬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요리를 통해 소비자에게 로컬푸드를 알릴 것이며, 보다 다양한 식문화를 선도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이에 소비자는 요리사로부터 전달받은 서비스를 통해 식재료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한층 넓어지고, 소비자의 관심은 식재료 자체, 식재료가 자라난 환경과 지역으로 확장된다. 이제는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식재료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에 대한 시작점, 보다 다양한 식재료를 수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만의 식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요구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생산자들도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을 바탕으로 생소할지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작물에 대한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로컬푸드 활성화는 결코 한 집단의 움직임만으로는 힘들다. 요리사, 소비자, 생산자의 삼박자와 더불어 이미 자리 잡힌 문화이기에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 등 정책적인 접근이 동반돼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자로서의 요리사 역할이 잘 수행되기 위해서는 요리사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의 형성이 우선이다. 그렇게 된다면 요리사가 가진 식재료에 대한 지식, 요리 혹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힘 또한 커지지 때문이다. L.I.S.S.와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파급력을 갖추기 위해 관련 정부기관, 협·단체와의 협업도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L.I.S.S.와 해양수산부가 힘을 모은 데에는 의의가 있다.


또한 류 셰프는 로컬푸드의 활성화에 대해 “로컬푸드가 많이 소비돼야 로컬 식재료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기 위해서는 산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 가지 예로 “요즘 HMR 시대를 맞이해 간편식을 로컬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다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로컬 식재료를 자주 접하고, 로컬 식재료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가 주목하는 아이템과 로컬 식재료의 결합은 소비자에게 로컬 식재료에 대한 친숙함을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요리사들의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산업적인 접근이 이뤄진다면,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제고에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종식을 예견하기 어려운 코로나 사태와 맞물린 폭우와 연이은 태풍.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가 중요진 가운데 로컬푸드에 대한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이때, 요리사,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의 로컬푸드가 활성화되고, 식문화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로컬 식재료, 요리의 근간 확립과 지역의 본질 일깨워 줘”
류니끄 류태환 셰프

 

Q. 류니끄는 독창적인 요리법과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주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다. 로컬 식재료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레스토랑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5년에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27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79위에 오르는 성과가 있었다. 외국에서 요리 수련할 때부터 존경했던 셰프들은 제 나라의 지역 생산지와 연계성을 가지고 식재료와 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그 나라에서 하나의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고 나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과연 내가 그렇게 동경하던 셰프의 모습인가. 우리 식재료를 더 잘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그렇게 식재료 연구부터 시작했다.

Q. 로컬 식재료를 연구하는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나?
지리적 표시제(GIS)를 통해 힌트를 얻었다. 프랑스의 경우 디종 머스터드, 알바 트러플, 게랑드 소금 등 지역과 함께 연상되는 고유명사 같은 식재료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런 방법이 존재했다. 처음에는 지리적 표시제를 바탕으로 식재료가 자라나는 지역의 토질이나, 날씨 등 환경적인 요소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완도라고 한다면 완도에 유명한 전복 서치를 시작으로 직접 전복을 채취하러 가는 배를 타보기도 하고, 완도 주변 지역으로 넓혀가는 방식이다. 완도에 이어 장흥, 장흥의 헤리티지에 대해 장흥에는 사람의 인구보다 소의 두 수가 많다는 사실, 장흥 앞 바다에는 키조개 마을이 있고, 장흥 시장을 알리기 위해 장흥 삼합이라는 음식 만들어진 유래 등을 알게 됐다. 그렇게 고흥, 강진, 나주 등 전라남도 전역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한 달 동안 전라남도에만 6번 내려갔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식재료는 직접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듯 산지에 가서 구석구석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식재료가 만들어진 환경도 봐야 한다. 그 환경 중에서는 식재료를 만드는 생산자들의 생각도 담겨 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Q. 지금은 류니끄만의 지리적 표시제가 있다고 들었다.
로컬 식재료 연구와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여행을 꾸준히 이어나가다 보니 부티크 생산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생산자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나 플레이트를 개발한다. 예를 들어 최근 봉화의 여름 식재료인 은어와 한약우를 메인으로 구성한 ‘봉화 인스퍼레이션’은 봉화에서 오랜 시간 은어를 키운 홍주선 어르신과의 소통을 통해 발전된 뜻깊은 자리다. 이렇듯 생산자와의 교류를 통해 얻은 영감과 그 지역의 로컬 식재료를 기록,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고객에게는 내가 먹는 이 식재료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스스로에게는 내가 만든 요리의 확실한 근거가 된다.

Q. 식재료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같다.
직접 부딪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생산 프로듀스, 생산자, 히스토리와 헤리티지에 대해 알게 되고, 식문화를 알게 됐다. 식재료를 이해하면 모든 것들이 항상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식재료의 이해는 내 요리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요리를 시작할 당시 다이닝 분류에는 ‘컨템포러리’ 카테고리가 없었다. 내가 시도하는 요리에 대한 설명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퀴진’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 특허를 냈다. 일본 요리와 프렌치 요리의 기본을 접목시킨 독창적인 요리법과 국내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이것이 류니끄의 하이브리드 퀴진이다. 이렇게 명명을 한 뒤 왜 이 요리가 나왔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식재료 연구에 더욱 몰두했다.

Q. 최근 봉화 인스퍼레이션과 같이 지역과 식재료를 함께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 행사를 기획한 이유가 있나. 실제 고객 반응은 어땠는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로컬 식재료와 관련된 히스토리와 헤리티지, 떼루아를 요리로서 해석,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로컬 식재료 여행을 시작한 5년 전부터 류니끄의 15가지 코스 중 1코스는 ‘지역명+인스퍼레이션’으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제주 인스퍼레이션은 제주의 달고기를, 예산 인스퍼레이션은 예산 사과를 먹여 키운 돼지를 이용한 플레이트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내년이면 류니끄가 10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리서치한 내용과 경험을 토대로 한층 더 깊게 풀어내려 한다. 기존 한 플레이트였던 인스퍼레이션을 전체 주제로 확장하는 작업이며, 그 첫 단추가 봉화 인스퍼레이션이었다. 제한적인 식재료를 활용해 코스를 구상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은어 요리의 대중성 및 고급화에 앞장서는 계기를 마련,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봉화 은어축제와 은어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소중한 시간이 됐다는 평이다. 많은 이들의 요청으로 일주일 연장해 운영하기도 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로컬 식재료에 대한 연구와 여행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며, 앞선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지역은 서천이다. 서면의 해산물, 한산면의 소곡주, 화양면의 서래야쌀, 문산면의 쪽파 등 서천의 13개 면의 곳곳을 살펴보는 중이다. 진부할지도 모르는 로컬의 식재료를 류니끄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표면적인 탐구가 아니라 한 지역의 본질을 보다 심도 있게 류니끄의 한 코스에 담아내고 싶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모든 활동을 바탕으로 로컬을 주제로 하는 새로운 공간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다.


글 : 손은애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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