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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수요의 불확실성 날로 심해가는 호스피탈리티 업계, 이제는 관성 아닌 데이터다

코로나19 위기로 구조조정의 이야기가 호텔가에 들리고 있다. 갖은 악재가 몇 달째 지속되자 호텔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한 호텔은 지금까지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국내 호텔은 전통적 구조의 인적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지 못해 수익 경영으로의 접근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매출이 아닌 데이터 및 알고리즘 기반의 수익 경영에 집중해야 할 때다.


호텔, 관성에 의한 경영 체질 개선의 시기 맞이해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고 고객들의 니즈가 점점 다변화돼 가면서 호텔 산업의 수요의 불확실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2010년대에 들어 공급과잉의 치열한 경쟁을 지속해 오고 있는 상황. 호텔업은 초기 고정자산 투자가 많지만 수익은 물리적, 시간적 수용력에 제약을 받고,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다르게 인간과 인간의 교류가 중심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다. 이에 호텔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단순히 고객에 대한 이해만으로 경영하기 버거워진 시점에 도달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현재 상황이라면 말이다.


세종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 호스피탈리티 TM트랙 고영대 주임교수(이하 고 교수)는 “대학에서 ‘호텔관광경영학’은 학문적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속한다. 즉 그동안 ‘사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대체로 어떤 사람들이 호텔에 오고, 어떠한 형태로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지, 주로 소비자 행동(Consumer Behavior)을 토대로 한 접근이 경영방식에 적용돼 왔다.”고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전문적인 수익 경영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인적 인프라에 의존, 대고객서비스에 치중된 경향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적 인프라의 관성, 관념에 의존한 서비스로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현 호텔업계 과제를 진단했다. 그리고 이어 호텔업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서비스 업계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DDDM, Data-Driven Decision-Making)’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익성에 대한 개념 부족했던 호텔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레비뉴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정량적 의사결정을 해왔다. 그들의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분석 알고리즘을 생성, 오페라와 같은 시스템에 대입했던 것이다. 그렇게 체인 호텔들은 데이터를 통해 객실 가격을 결정하고, 단체 고객이 방문했을 때 어떤 가격 정책을 펼칠 것인지, 호텔이 제시하는 적정 가격에서 손님과의 거래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그러나 국내 호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전문 호텔 경영을 위해 호텔이 탄생했다기보다 일부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투자, 가지고 있는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한 것이 굵직한 호텔 사업들의 시초가 된 것이다. 고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국내 호텔들은 당시 ‘고객을 얼마나 잘 모시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 ‘얼만큼의 수익이 창출되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업이라면 응당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Action)에는 근거(Reasoning)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호텔은 호텔업만을 가지고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의무감이 없었고,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고스펙의 고임금 인력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 호텔업계의 관성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수익보다는 매출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경영으로 비용 관리의 측면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 게다가 당시까지만 해도 경쟁이 치열했을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돈이 굴러 들어오던 호텔이었다는 점도 굳이 내부 비용 관리에 머리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결국 내부 운영의 비효율은 ‘고정비’라는 측면으로 불필요하게 지출해왔고, 정작 수익 경영을 이끌어야 할 직원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반쪽짜리 성장을 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고정비성인 것과 그 비용이 꼭 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통해 근거 찾는 융복합 인재의 필요성
지금까지 호텔에서 서비스 직원은 대고객서비스에만 집중, 연륜과 경험을 곧 전문성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하나의 서비스를 하더라도 해당 서비스의 타당성을 데이터를 통해 찾는 융복합 인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급과잉, 사드,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영향으로 호텔은 서비스업이 가진 가장 큰 리스크인 불확실한 수요를 더욱 체감,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 경영이 호텔에 접목돼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호텔 자체적으로 이러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해내기란 쉽지 않은 현실. 특히 지금과 같이 존폐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학교가 배출하는 인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다른 미스매치의 문제가 대두, 대학은 학문을 파고들 수 있는 역량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라는 대학의 존재 가치와 상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는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학은 존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변화된 가치에 응답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세종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이 출범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교수는 “링크플러스는 교육부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을 선발해 육성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사업은 대학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커리큘럼을 공동으로 개설 및 운영, 채용연계를 위한 채용약정까지 이뤄지는 교육과정”이라고 소개하며 “현재 세종대학교 내에는 총 4개 트랙이 운영되고 있는데 ‘호스피탈리티 기술경영(Hospitality TM)’은 최근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자 하는 추세를 반영해 개설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유로 호스피탈리티 기술경영 트랙의 교육과정은 기존의 호텔관광경영학과의 커리큘럼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들로는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데이터마이닝,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후에는 분석한 데이터를 의사결정 과정에 대입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과 스마트 의사결정체계에 대해 연구한다. 그리고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프로젝트기반 학습(PBL, Project Bas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 학습자 중심의 문제해결을 강조해 단순한 스펙이 아닌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캡스톤디자인 교과를 통해 수업에서 익힌 것들을 실증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트랙은 모든 전공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도 기업과 사회의 니즈에 공감함에 따라 참여 비율이 50%를 웃돈다고 한다. 고 교수는 “호텔이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려면 고객들에게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이는 곧 노동생산성이 높아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업무 효율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직원들은 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창출, 이를 다시 고스란히 직원에게 높은 연봉으로 보상해줄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렇게 되면 더 좋은 기술을 가진 학생들이 산업에 나설 것이고 결국 전반적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이 사회가 전반적으로 힘들어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서비스 산업이다. 날로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겪으며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들은 잠시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아니면 재정비의 기회를 다시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호텔업계는 애써 피해왔던 문제들을 마주할 때가 왔다. 세종대학교 링크플러스 사업단처럼 산업적 접근으로 학계에서도 나서고 있는 케이스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시기일수록 산업계와 학계, 관계부처가 힘을 합쳐 산업의 건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