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텔에서 가장 바쁜 이들은 바로 마케팅 담당자가 아닐까 싶다. 여름 성수기는 다가왔고, 코로나19도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묶어놓았던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조금씩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여행객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던 호텔들은 그동안 자체적인 위생 방역에 만전을 기울여 어느 때보다도 안심할 수 있는 숙소로 다시 급부상, 여름 피서를 계획하는 이들의 반쪽짜리 휴가의 아쉬움을 채워줄 호캉스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풀어지자 호텔 마케팅 담당자들은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정해져있는 수요, 너도나도 공격적인 마케팅, 너무 다양한 채널들 속에 우리 호텔로 손님을 모시기 위한 머리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죽어도 안 된다던 특급호텔들이 홈쇼핑 채널 공략에 나섰고, 전통적인 홈쇼핑 방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라이브 커머스가 20~3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호텔은 대실 상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안 된다, 안 된다’ 생각했던 것들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러면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혹자는 특급호텔이 홈쇼핑에 얼굴을 비춘 것을 두고 특급호텔의 위상이 꺾였다며 깎아내리기 바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특급호텔이 홈쇼핑에 나온 것이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호텔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을 호텔이 자초했으면 다른 이야기지만 코로나 사태는 말 그대로 재난 상황이다. 오히려 누가 정했는지 모를 ‘안 된다’던 공식을 깨트린 호텔의 강단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모로 세일즈 매니저들을 만나 이야기 할 일이 많았다. 약속이나 한 듯 대화는 코로나19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고, 짧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대부분 어떻게든 코로나 사태 이면의 기회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지만 맨땅에 헤딩일지도 모르는 일에 고군분투인 이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예전에 인터뷰한 세일즈 지배인이 매너리즘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올랐다. 호텔 세일즈 업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기존의 고객, 기존의 거래처, 기존의 채널이라는 루틴에 매너리즘에 빠지는 때가 온다고 말이다.
코로나19가 의도치 않게 호텔 마케팅 담당자들의 마케팅 본능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임기응변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이제 호텔의 운영은 마케터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달렸다. 호텔도 더 이상 체면 차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 위기를 직시하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세일즈 지배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정상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삶에서 벗어나 비정상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것은 마음먹기 따라 다르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비정상의 전장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케팅 지배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앞으로 더욱 다채로워질 호텔들의 재미난 전략들을 기대해본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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