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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호텔앤레스토랑 - 폴란드 장인 정신을 담아‘The Artisan’의 발트 셰프(Chef. Bartosz Kaczmarczyk)

요리와 정치는 다른 듯 닮은꼴이 있다. 자신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으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요리로서 세계인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셰프를 민간 외교관이라고 칭하는 이유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폴란드인 발트 셰프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음식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셰프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발트 셰프가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폴란드 식당 더아티산은 이곳을 찾는 동네 주민들의 입소문만으로 빠르게 성장해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발트 셰프가 만드는 폴란드식 빵은 일주일에 한 번만 판매되지만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토요식당도 동네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생기게 된 것이라고. 한국에서 폴란드 요리 외교를 펼치고 있는 발트 셰프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동유럽 요리, 더아티산의 폴란드 정통식을 델리카트슨과 케이터링, 토요식당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셰프가 되기 전에 폴란드 명문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셰프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결론적으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제가 있던 폴란드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시기였어요. 정부의 일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어 정치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폴란드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게 정치학이었는데 소박하게는 음식을 통해 더 큰 감동과 행복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심사숙고하고 학업을 접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동시에 한국처럼 폴란드도 셰프의 입지가 넓어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시대적인 흐름과 저의 열정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요리와 정치는 어떤 공통점이 있어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잖아요. 요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에요.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잘 듣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해요. 정치에는 국민이 있다면 요리에는 고객이 있고 상호 간의 소통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네요.

본격적으로 요리공부를 시작한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영국, 한국까지 다양한 나라를 경험했는데, 특별히 한국에서 느꼈던 문화적 차이가 있나요?
2016년에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셰프 디 파티로 근무하면서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어요. 서양에서는 요리하는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한국을 처음 경험했을 때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았죠. 제가 있었던 곳에서는 셰프마다 독립성이 보장되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보고 체계라는 게 있어서 뭔가 지시를 하고 지시를 받는 게 더 익숙한 것 같아요. 가령 레스토랑에서 재료가 소진되면 즉시 이를 대체할 만한 식재료를 찾아 메뉴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보고하고 내려지는 결정에 따라야 하죠. 그러니 요리에 셰프 스타일을 담아내기 힘들어요. 레시피에서도 셰프의 역량을 따르기보다 정확히 계량하고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죠.

 

 

그렇다면 셰프로서 어떤 역량을 중요하게 보는지 궁금해요.
셰프는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셰프로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해요. 도전하고 연구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결국 늘 하던 일, 할 수 있는 일만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호텔에서 주니어 셰프를 트레이닝할 때 유연성과 창의성을 강조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료를 주고 맛을 보게 하죠. 레시피를 따르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요리의 디테일은 사람의 손끝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정작 요리하는 사람이 맛을 보지 않으면 음식을 만든다고 볼 수 없어요. 이렇게 성장한 셰프들은 어떤 재료를 갖다 놔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요리에 표현할 수 있지요.

때로는 스탠더드를 따르는 것도 필요할 텐데요.
크래프트(Craft)와 아트(Art)를 비교해 예를 들어볼게요. 나무로 테이블을 만든다고 할 때 공장에서 규격화 돼 나오는 실용성이 높은 책상은 크래프트에 비유할 수 있어요. 한편 나무 조각을 덧대어 만든 테이블은 실용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름답고 유일하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 즉 아트예요. 좋은 셰프라면 이 둘을 모두 알아야 해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먹는 햄버거도 있지만 재미와, 경험, 새로운 맛을 제공하는 다이닝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요.

 

더아티산을 오픈하는데 많은 나라 중에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한국인 아내의 영향도 컸고, 마켓에 대한 니즈도 있었어요. 한국은 과거와 달리 해외 경험이 많아졌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맛집을 찾는 게 익숙하잖아요. 한국에서 스페인, 프렌치, 이탈리아 요리는 이미 더 없이 유명하고요. 반면 유럽 국가 중에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를 다녀온 사람은 많아졌는데 딱히 동유럽 음식을 먹을 만한 곳이 없어 니즈마켓을 찾아 한국을 선택하게 됐어요.

특별히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폴란드 음식은요?
폴란드 음식은 한국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천연 발효음식이 많다는 건데 그 중에서도 김치와 같은 사워 크라우트는 양배추를 김치처럼 절여서 발효시킨 음식이에요. 김치볶음처럼 볶아서도 먹고, 찌개처럼 끓이기도, 차갑게 반찬으로 먹기도 하죠. 오골키(Ogorki)는 오이 피클과 비슷한 형태지만 식초에 절이지 않고 소금에 절이기 때문에 한국의 오이지와 흡사한 맛을 내요. 또 사워도우 브래드는 재료만 다를 뿐 발효 과정이 한국의 장과 비슷해요. 폴란드 방식으로 호밀가루에 물을 부어 며칠 동안 실온 숙성을 하게 되면 부풀어 오르는데 이것을 끓는 물로 반죽해 오랜 시간 저온숙성하는 탕종공법으로 빵을 만들어요. 이때 도우를 다 사용하지 않고 마더 도우를 남겨 다음 반죽에 사용하죠. 마더 도우는 한국 장에서 씨간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져요. 옛날 한국의 어머니들이 그랬듯, 폴란드에서도 대대로 마더 도우를 물려주곤 했어요. 지금은 베이커리에서 이런 전통을 이어 마더 도우를 유산으로 남기는데 길게는 100년도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더아티산에도 2년 된 마더 도우가 있어요. 이 도우로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한국의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더아티산이 존재하는 한 마더 도우의 수명도 연장되지 않을까요? 애완동물 다루듯 1주일에 한 번씩 밀가루 밥도 주면서 잘 키울 거예요.

 

‘더아티산’ 이름에서부터 장인정신이 느껴지는데요.
더아티산은 델리카트슨, 케이터링, 토요식당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는데요. 이 가운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유러피언 델리카트슨이에요. 이곳에서는 유럽 수입식품을 판매하지도,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는 것도 아닌, 모든 과정을 제가 수작업 생산하고 있어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한국에서 생산된 신선한 고기를 유럽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장인 정신을 담아 더아티산이라고 이름 지었죠.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셰프이니 비화도 있지 않을까요? 토요식당처럼요.
더아티산을 오픈하기까지 9개월 정도 걸렸어요. 처음에는 베이컨, 소시지 등 간단하게 주력 제품만 준비해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지요. 여기에는 하나 둘 방문해주시는 동네 주민들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어요. 처음에는 소시지를 만들면서 마더 도우를 이용해 만든 빵을 소시지와 함께 제공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빵도 판매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많았어요. 더아티산의 델리 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주중에는 케이터링을 하거든요. 레스토랑을 열려면 토요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토요일이 빵 나오는 날이 됐고, 매주 다른 메뉴의 폴란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토요식당으로 운영하게 됐지요. 토요일이 되면 5개의 테이블이 예약손님으로 꽉 차기 때문에 토요식당을 이용할 고객들은 반드시 예약하고 방문하시거나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 오시는 것도 좋아요. 참고로 토요식당은 매주 토요일 점심 12시부터 6시까지만 운영됩니다.


더아티산을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지금 더아티산이 가지고 있는 콘셉트와 방향이 저의 의도대로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더 많은 곳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공장을 짓는 것은 제 뜻에 맞지 않아요. 여러 사람이 일하게 되더라도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공정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거예요. 더아티산의 마더 도우처럼요.

 


글 : 노혜영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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