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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호텔앤레스토랑 -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레스토랑 아닌 셰프다 2. 호텔 다이닝, 또 다른 이름의 직영

롯데호텔서울의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내부

십년 전만 하더라도 맛집을 찾아 나설 때 레스토랑의 이름이 나침반이었다. 오로지 대표메뉴가 레스토랑의 전부를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셰프 이름이 레스토랑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명 셰프가 하는 맛집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셰프에 대한 신뢰로 레스토랑을 찾게 된다. 셰프라는 직업이 스타의 반열에 올라 몇몇 셰프들은 명성과 함께 스타급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미쉐린 가이드로 검증된 실력까지 얹었다. 이 같은 조건은 호텔의 이미지 홍보 및 신규고객층을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호텔 다이닝의 약점이었던 트렌드를 신속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 호텔 경영악화에 발목을 잡는 식음업장의 운영방식을 다각화 해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임대업장에 이어 직영방식의 다각화를 꾀하는 호텔 다이닝의 실태를 취재했다.

 

미쉐린 3년, 호텔 식음업장 변화의 문턱에서

 

지난 2016년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에 들어오던 시점은 프랜차이즈가 식상해진 틈을 타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한국인 셰프들이 새로운 미식의 지평을 열기 시작한 시기다. 그 무렵 셰프들의 TV 출연으로 셰프에 대한 인식이 붐업 된 상태에서 외국에서 다양한 미식을 경험해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미식에 대한 관심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한국진출을 알리며 다이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우후죽순으로 파인다이닝을 내세운 다이닝 시장에 저명한 평가서의 검증은 파인다이닝의 기준을 만들었고 국내를 넘어 해외의 미식가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후 해외파 셰프들의 한국진출이 가속화됐으며 미쉐린의 명성은 셰프에 대한 명예를 넘어 외국인 비중이 높고 국내 신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호텔의 전략에도 잘 맞았다. 게다가 국내외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호텔 브랜드 입장에서 미쉐린의 별은 그 효용가치가 높았다. 이후 미쉐린 스타를 향한 호텔의 도전은 대대적이고 치열하게 이뤄졌다. 전담팀을 꾸리는가 하면 수십 억 원을 들여 식음업장 리뉴얼을 단행했지만 결국 호텔로 돌아간 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점점 레스토랑의 콘셉트만 모호해졌다.     


호황기의 호텔 식음업장은 같은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2개씩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좋아 직영만이 답이었지만 경쟁의 심화로 경영난을 겪고있는 지금은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호텔업과 로드 레스토랑의 퀄리티 상승이 호텔 다이닝을 위협하며 경쟁은 갈수록 심화돼 갔으며 최저임금상승과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와 고용 불안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의해 호텔 식음업장의 적자폭이 늘어났다. 결국 인건비의 비중이 큰 호텔업계에서 룸메이드에 이어 식음업장도 점차 외주화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호텔업계는 그동안 장기 침체에 빠진 식음업장의 성장 동력을 미쉐린으로 발판 삼으려 했으나 세 번씩이나 연거푸 고배를 마시자 미쉐린의 명성을 호텔 내로 끌어들이는 데 스타 셰프의 명성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 7월호 피처기사<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호텔 다이닝 생존이 답이다> 참조

 

직영업장의 다양한 형태

 

(본 기사에서는 전편에서 다룬 호텔 임대업장을 제외하고 호텔의 직영업장만 별도로 살펴보기로 하자.) 호텔의 직영방식을 놓고 보면, 호텔 내 자생하는 순수직영업장(전통적인 직영업장)과 호텔에서 운영하지만 메뉴와 관련해서는 외부로부터 컨설팅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는 로열티직영업장이 있다. 또한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호텔 외부에 매장을 두고 있는 직영외부업장(또는 위탁운영업장)이 있다. 이 경우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고객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거나 향후 확장 계획의 검증해보기 위한 안테나 매장의 성격이 짙다. 최근에는 호텔의 식음부문을 상품화시켜 HMR시장으로 진출하거나 테이크아웃, 배달앱을 통해 호텔이 아닌 곳에서도 호텔의 식음을 즐길 수 있도록 경로를 다양화 하고 있다.

시그니엘서울, 야닉 알레노 셰프의 '스테이'

핵심적인 순수직영업장 운영하되 비중 낮춰

 

호텔에서 직영방식의 부담을 낮추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순수 직영업장의 핵심은 호텔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대대적으로 4개의 식음업장을 임대 전환한 더 플라자의 경우도 호텔의 역사를 함께한 시그니처 레스토랑 도원과 리뉴얼을 마친 세븐스퀘어는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 호텔업계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영비율을 낮추고 직영방식의 효율성을 따져가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외국의 호텔에서는 식음업장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레스토랑을 입점 시키거나 식음 기능을 압축해 한 두 개의 식음업장만 운영하고 있다.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을 호텔에서 보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식음업장의 수가 호텔 등급심사를 받기 위한 필수 항목이 되고 있는데다 여전히 파인다이닝의 기준을 두고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호텔 식음업장이 호텔 전체의 이미지 창구 역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최근에는 호텔 다이닝을 대체할만한 브랜드를 찾거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스타 셰프를 영입하며 과다출혈을 막기 위한 봉합에 나섰다.

 

호텔 밖으로 나온 레스토랑

 

호텔업계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신규 고객층을 겨냥해 호텔의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호텔의 유입을 끌어내기 위해 호텔의 정체성을 담은 업장을 대중과 가까운 위치에 두는 것이다. 호텔 내 직영업장의 단점을 커버하고 유연성을 높이면서 대중에게 호텔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운영방식이 외부직영업장이다. 특히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서 팝업 매장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마이클 바이 해비치가 제주의 호텔이 아닌 종로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대중에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친근하게 가져갈 수 있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김민규 식음기획팀장은 “해비치의 시작이 ‘제주’였고, 현재도 서울에는 호텔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런 브랜드 홍보 차원과 트렌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안테나숍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호텔 보다는 젊고 다양한 층을 흡수할 수 있는 로드숍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텔이 외부업장을 운영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는 등 호텔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한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리테일사업부 내 직영외부업장으로 호경전, 호무랑, 자주테이블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워커힐 호텔앤드리조트는 외부사업부에서 직영외부업장인 파로그랜드와 BMW테라쎄, 클럽하우스 등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특히 R&D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그래머시 키친, 페이야드, 베키아 에 누보 등 로드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다양하게 시도한 바 있다. 이들 업장은 현재 호텔이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일찍이 해외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국내에 적용시킴으로써 호텔이 운영하는 외부업장에 대한 실력을 검증받았다. 이 밖에 김치 판매를 시작으로 리테일 시장에서도 조선호텔과 워커힐이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워커힐은 자체 R&D센터를 갖추는 한편 F&B에 강세를 보여왔다. 특히 호텔의 영업점을 늘리기에는 부담이고 기존 히트 상품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R&D센터와 명월관이 공동개발한 갈비탕을 HMR시장에 출시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한편 외부직영업장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자칫 잘못 활용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과 호텔신라에서 베이커리사업부를 두고 운영하기도 했지만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호텔 사업에서 분리시킨 사례가 있다.

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BLT 스테이크

호텔, 스타 셰프의 명성을 덧입다

 

-셰프의 색이 강한 브랜드를 호텔 내 영입한 경우

국내 실력파 셰프들이 많아지고 해외 셰프의 명성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셰프의 이미지를 활용한 호텔 식음업장이 증가했다. 롯데호텔서울 ‘피에르가니에르’,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BLT 스테이크’, 라이즈 호텔 ‘롱침’,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은 컨설팅 계약으로 이뤄진 스타 셰프(브랜드)의 레스토랑이지만 호텔 직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식음업장의 직영방식 중에서 순수직영업장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 로열티직영업장 즉, 셰프의 브랜드 레스토랑이다. 일명 셰프 군단이라 불리며 셰프의 이름이 브랜드화 된 기업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직영이지만 위탁운영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셰프의 명성에 따라 로열티, 파견 셰프에 대한 인건비, 매출 수수료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스타 셰프의 정기적인 순회와 메뉴 개발, 품질 유지가 장점이다. 또한 단시간에 인지도를 올릴 수 있고 스타 셰프의 유명세가 호텔 브랜드로 이어지는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다. 레스토랑의 모든 직원은 호텔에 소속됐지만 셰프가 메뉴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으며 인테리어, 기물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여하고 매뉴얼을 갖춰 서비스까지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각 나라, 도시의 특색을 살려 셰프의 방식대로 재해석해 선보이며 호텔 매니지먼트와 유사한 방식을 구사한다. 특히 레스토랑에 셰프의 방식이 그대로 재현돼 호텔의 색보다 셰프의 색이 강조되므로 호텔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에 부합하는 브랜드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그니엘서울, 스테이 / 시그니엘서울 식음부문 이용실 팀장

시그니엘서울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메호텔로 콘셉트를 잡았다. 고메호텔을 기획할 당시 한국에는 미쉐린 레스토랑이 없었기 때문에 미쉐린의 잠재 가능성이 있는 레스토랑을 검토해 야닉 알레노 셰프와 손잡게 됐다. 애초에 스테이는 젊고 트렌디한 브라세리가 시그니엘의 모던한 니즈와 부합해 브라세리 형태로 자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픈 시점과 맞물려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진출 소식을 알렸다. 결국 야닉 알레노 셰프의 의견에 따라 미쉐린의 별을 받기에는 파인다이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영업 콘셉트와 메뉴전략을 변경했으며 2019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획득했다. 호텔은 서비스 인력과 운영의 노하우가 강점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야닉 그룹이 메뉴에 대한부분을 담당해 시너지가 배가될 수 있었다. 미쉐린의 평점은 메뉴에 집중돼 있으므로 오너 셰프레스토랑이 유리하다.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오로지 셰프에게 권한이 집중돼 정체성이 담긴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라이즈 호텔, 롱침 / 라이즈 호텔 배준영 컬쳐 리더

롱침은 데이비드 톰슨 셰프의 글로벌 태국 레스토랑이다. 라이즈 호텔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롱침이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호텔 다이닝에서 이슈가 됐다. 라이즈는 (구)서교호텔을 허물고 새롭게 지은 메리어트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이다. 새로운 콘셉트의 신선한 분위기로 로컬 고객들이 여행하듯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에 의도를 담았다. 특히 식음업장은 호텔이라면 으레 있는 한식, 중식, 일식의 고정관념을 벗어 생기와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대표, 총지배인, 브랜드 디렉터가 트렌드 조사에 직접 나섰을 정도로 관심이 깊었다. 모든 공간을 채우기까지 3~4년에 걸쳐 꼼꼼하게 이뤄졌고 파트너 선정 기준에 있어서 업장이 호텔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는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교감하며 윈윈할 수 있는지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에 중심을 뒀다. 우선 라이즈 호텔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는 확고한 콘셉트가 있었다. 호텔이 하나의 문화공간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디자인과 공간 구성을 파트너사와 공유했고 함께 고민하며 공간을 완성시켰다. 롱침은 오픈 당시부터 주중·주말 예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레스토랑의 인지도를 활용해 호텔을 알리기에 용이한 부분도 있었고, 영업장을 오픈하면 메뉴 개발을 비롯해 신경 쓸 게 많은데 전문가에게 맡겨 이점이 많았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테이비스 톰슨 셰프의 롱침

-호텔의 색에 맞춰 셰프의 역량을 덧입힌 경우

전자에서 셰프의 색이 강조됐다면 후자는 호텔의 색에 맞춰 셰프의 역량을 덧입힌 경우다. 앰배서더 호텔 그룹의 윤화영 셰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강민구 셰프가 여기에 속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셰프의 권한을 넓히고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 셰프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즉 2~3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해외 스타 셰프를 영입해 갈라디너를 선보이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이 국내 셰프들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도 실력있는 셰프가 많아져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외국인 셰프를 영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국내 셰프의 역량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외국인 셰프를 영입했을 때 셰프의 기술을 전수받는 데 수 개월이면 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셰프를 초청해도 머물 수 있는 기간이 3~4일에 불과해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셰프가 미리 정해놓은 메뉴를 레스토랑 메뉴로 실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즉 셰프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현지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가 관건이라는 것. 이에 따라 앰배서더 호텔 그룹에서는 7월부터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를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지역 총괄셰프로 영입해 앰배서더 그룹 내 3개 호텔의 식음업장 디렉팅을 맡겼다. 호텔 관계자는 “앰배서더가 프렌치의 감성을 담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프렌치 셰프로서 국내의 사정을 잘 알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국시장에 녹여낼 수 있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바이 민구는 밍글스의 오너셰프인 강민구 셰프의 컨설팅을 받는다. 지난해 모던 한식으로 리뉴얼을 마친 페스타는 기존에 강레오 셰프의 한식을 선보이던 공간이었지만 강민구 셰프가 영입되면서 셰프의 경험을 풀어낸 유러피언 다이닝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현재 강민구 셰프는 밍글스와 페스타 바이 민구를 오가며 두 레스토랑의 메뉴를 총괄하고 있다.

 

필요한 것 주고받고 윈윈하는 호텔과 로드 레스토랑

 

국내 외식업계는 해마다 최악의 상황을 갱신하고 있다. 이 중 파인다이닝은 장사가 잘 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로 대부분 적자 난에 허덕이며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파인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는 한 오너셰프는 “국내에서 파인다이닝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그야말로 셰프의 자존심으로 연명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광객의 수요에 의존하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가 내국인 경제는 바닥이고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등 정책적으로 숨통이 트일만한 구석이 전혀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한편 5년 전 만해도 호텔의 관심도가 호텔-레스토랑-셰프 순이었다면 지금은 셰프-호텔-레스토랑 순으로 강조되고 있다. 셰프들 사이에서 호텔 셰프는 공무원으로 표현된다.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므로 직장이 정년까지 보장되며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복지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꿈의 직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호텔 밖은 치열한 생존 시장이지만 울타리 안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조직은 굴러가게 돼 있다. 게다가 의사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선뜻 나서서 할 사람도, 의욕도 없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해 겉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오랜 시간 굳어진 조직의 생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호텔은 파인다이닝의 상징적인 공간이며 충성고객과 인력, 하드웨어의 강점은 갖추었지만 스타 셰프가 없다.
최근 업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이슈와 호텔과 로드레스토랑의 전략적인 제휴는 이러한 니즈를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셰프, 운영방식의 변화에 대비해야

 

전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력이 자연 감소되는 시점이 되면 호텔 식음업장의 생태계가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호텔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식음업장을 제외하고 직영업장의 비중을 줄여나가면 향후 호텔의 조리인력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외부전문업체가 대신하게 된다. 앞으로 호텔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갈수록 좁아지거나 더 이상 안전지대일 수 없다. 따라서 호텔 조리사들도 이에 대비해 전문성을 높이거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셰프의 영역이 전문분야로 부각되고 기업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셰프가 곧 브랜드가 되고 레스토랑을 보증하는 상징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호텔은 물론 해외진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셰프의 명성은 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적인 요소인 경우가 더 많다. 셰프의 음식에서 철학을 느끼고 셰프의 스타일과 맛을 떠올려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셰프의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호텔의 기능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셰프의 브랜드가 호텔의 식음을 대신하고 호텔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되는 현상은 현재도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_ Tuna Pizza (with AB 한우 타코)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아키라 백_ 송로버섯 크로켓

호텔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맞게 운영방식 다듬어야

 

앞서 언급된 다양한 이슈에 의해 호텔 식음업장의 역할을 호텔 내부에서 찾기보다 선택지를 다양하게 두고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호텔 내 임대업장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고 직영방식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식음업장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운영방식의 전환이 아닌, 오너십의 철학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세에 편승하기보다 나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다듬어 가는 방향으로 순환의 물꼬가 트여지길 바란다.  

롯데호텔서울의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글 : 노혜영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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