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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앤레스토랑 -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 ② 동상이몽의 외식업계, 공급자와 소비자, ‘외식’에 대한 합의 이뤄져야

지난 6월호 HR에서는 성숙한 외식 문화를 이끌기 위한 매너소비자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전돼 가는 외식업에서 소비자들의 수용태세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봤다. 그동안 외식업 종사자들이 속에 담았던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남일 같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끄덕인 이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소비자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이도 있을 것이다. 
문화는 한 사회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이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인 산물이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는 배경에는 성장해온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일부의 상황만 가지고는 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에는 국내 외식문화의 현 주소와 이에 대한 배경의 이해를 통해 앞으로 외식문화를 어떻게 이뤄 나가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_ 한국소비자원

소비자가 바라본 외식시장의 현황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소비자정책통계 「한국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2017년 외식 서비스 시장의 소비자시장성과지수는 100점 만점에 77.8점으로 전체 서비스 시장 대비 -0.1점 낮게 드러났으며, 2017년 평가된 총 27개 서비스시장 중 17위(중하위권)를 차지했다. 


결과에 따르면 외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선택의 폭은 높으나 안전성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담당한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허민영 책임연구원은 “이와 같은 시장 평가결과는 시장 내 먹거리(외식)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매우 다양하고 넓은 반면, 소비자문제나 불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사업자의 법령 및 제도 준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덧붙여 “독립평가항목인 안전성은 특히 가장 낮은 평가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의 외식 서비스에 대한 먹거리 불안감을 해소하고, 시설의 안전성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2017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피해구제 연보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중 외식서비스에 관련한 소비자피해구제 중 계약철회에 관한 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그 다음으로 소지품 분실 및 훼손, 이물질 혼입 또는 상해(알러지, 치아파손, 배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계약철회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계약 취소나 노쇼에 대한 환불 거부에 대한 내용이 다수 건의됐고, 이물질 혼입은 발생빈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끼니가 중심이 된 우리나라 외식문화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면서 70년대 전 후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열손가락에 꼽히지 않았던 파인다인 레스토랑이 지금은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미식의 경험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다. 그러나 아직까지 계약철회, 노쇼 혹은 예약취소에 따른 예약금 환급 거절에 대한 불만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외식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외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빠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전까지 외식이 특별한 것이었다면 점점 생활형 외식으로 자리잡힌 것이 국내 외식문화의 특징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부 김철원 교수(이하 김 교수)는 국내 외식이 끼니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자리하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외식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국내 외식업은 70년대 후반 처음으로 ‘시스템화’된 체인시스템들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산업화의 배경으로 사람들은 도시로 몰리고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김 교수는 “이는 ‘일상식 외식’과 ‘특별식 외식’으로 양분화 돼 가는 과정이다. 문화는 우리의 생활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산물”이라며 끼니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외식문화를 이해한다면 외식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상호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한 집 걸러 한 집, 양만 많은 한국 외식

 

문을 나서 고개만 돌려봐도 음식점이 즐비하지만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2017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는 69만 1751개. 유로모니터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외식업체 수는 한국 125.4개, 미국 20.8개, 중국 66.4개, 일본 58.3개로, 미국의 6배, 중국과 일본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식업체는 88올림픽의 개최로 외국 프랜차이즈 체인들이 도입되고, 1997년 IMF를 거치면서 거리에 내몰린 회사원들이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해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뤘다. 우리나라가 치킨대국이 된 배경에 IMF가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외식시장에 내몰린 이들을 위해서였는지 1998년에는 음식점 개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 외식시장의 진입장벽이 본격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인구대비 많은 외식업들로 업계는 당연히 과당경쟁에 내몰렸다. 외식업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히 뛰어든 외식업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줄줄이 도산하기를 반복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국내 외식산업은 종사자수 4인 이하의 사업체 비중이 86.4%, 매출액 1억 미만 사업체 비중이 41%로 사업체 약 절반이 가족경영, 생계중심의 영세한 구조를 띄고 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 2018」에 따르면 수박 및 음식점업의 창업 준비기간은 1개월이 22.3%로 가장 많아 대부분의 업장이 별다른 준비기간 없이 외식업에 쉽게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라든가 은퇴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겠다는 말들이 만연하는 요즘시대다. 늘 먹는 음식이다 보니 조금만 솜씨가 좋으면 ‘장사한번 해봐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이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외식에 대한 기대치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외식하기 위해 꺼낼 돈이 없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문화는 지난 역사와 행동양식의 산물, 외식문화도 외식업 성장과정 돌아봐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부 김철원 교수

국내 외식업이 산업화와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뤘는데 이 과정에서 정착한 국내 외식 문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공급자적 측면과 소비자적인 측면을 나눠서 설명해볼 수 있겠다. 공급자적 측면을 이야기 하면 국내 외식업은 공급과잉에 자영업자 비율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한 사업자가 외식업계를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10%밖에 안 되는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불균형에 대해 말하자면 외국의 경우 외식업체가 생겨나 장사가 잘되면 중소규모로 확장, 마침내 대기업까지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잘 됐다하면 대기업에 흡수돼 버리는 비이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환경요인에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소비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좇기 때문에 제품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가 짧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식업들이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비자들이 외식업에 대해 너무 가성비를 운운한다고 하지만 사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날로 치솟는 임대료나 재료비,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수익을 내려면 그 값에 응당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파인다인 레스토랑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결국 가성비에 맞춘 현실을 따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외식을 ‘Food Service’의 개념이 아닌 ‘Food Business’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이런 면에서는 아직까지 서비스라고 하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매체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방송을 많이 하는데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누구도 서비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까진 생계형 외식업이 많기 때문에 문화적인 측면까지 바라보기에는 당분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해외 외식문화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 왔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외식업에서 음식만큼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외식업의 업태에 따라 음식의 가격대가 달라진다. 카레나 우동, 라면과 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간이음식점의 형태로 셀프서비스를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식사가 가능하다. 반대로 테이블 서비스가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음식 가격에 인건비를 포함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건비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때문에 최저시급이 오를 때마다 업체들은 휘청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보다 성숙한 외식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서는 이해하고 있으나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점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지고 있다. 테이블 매너라는 것은 그저 음식을 즐겁게 먹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파인 다인 레스토랑에 가면 격식을 갖추고 기물의 순서와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에는 ‘왜’라는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다. 내가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는 것, 단순히 어떻게 하라는 행동방식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공급자

 

김 교수의 말처럼 국내 외식업은 서비스보다 비즈니스에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생계형의 영세상인들이 몰려 ‘밥집’ 형태의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집에서 먹던 음식들을 밖에서 사먹으려다 보니 들어가는 재료나 만드는 과정을 뻔히 아는 고객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 갔다. 


안 그래도 힘든데 정부에서는 시급도 올리라하고 시간도 단축시키라고 해 영세 상인들의 앓는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희대학교 스타트업 비즈니스 MBA 이상규 교수는 “현재 외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외식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외식업은 그저 음식을 잘 만든다고 해서 성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제조업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수익은 크게 나지 않고 부가가치가 낮은 반면, 회계부터 마케팅, 인사관리 등 관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업 특성상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보기 힘든 구조인데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일단 먹고살고 보자는 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 외식업 진입 시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문화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파생된다. 공급자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 행동에는 공급자의 책임감 없는 행동이 그대로 스며든 것일 수도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남을 위해 음식을 차린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받는 사람의 마음도 소중하다. 예로부터 밥상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소통의 방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물론 인건비에 임대료에 힘든 상황인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머리수가 곧 매출이라고 하는 식의 접근은 이미 과포화시장에 진입함에 있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으로 인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공급자와 소비자 소통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 영역 넓혀가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

국내 소비자들의 외식 비중이 높아지며 매너소비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매너소비자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주장들이 굉장히 많았다. 권리가 당연한 것인 줄로 알았던 소비자들이 블랙컨슈머가 됐다. 그러나 권리는 그만한 의무도 따르는 것이고, 거래가 바람직하게 이뤄지는 데 있어 거래 당사자들은 모두 책임이 있다. 블랙컨슈머의 만행이 일파만파 커지자 ‘감정노동자’라는 용어도 생기고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자 소비자들은 스스로 소비자들의 책임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도 거래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진 것 같다. 소비자의 권리 주장은 책임과의 균형도 함께 생각하는 소비자가 매너소비자다.

외식업계의 블랙컨슈머들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우선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소비자들 사이에 정보교류가 빨라지고, 잘못 흡수된 고객만족주의의 경영 확산으로 정당하지 못한 소비자의 행동까지 허용되는 분위기가 이어져 온 것이 블랙컨슈머들을 빠르게 양산시킨 가장 큰 배경인 것 같다.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외식업은 공급자 입장에서 관리가 굉장히 취약한 사업이다. 제조, 유통, 조리의 과정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눈에 띌 수 있는 상황도 많고, 대체로 소비자들이 조리과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보다 디테일하다는 점도 블랙컨슈머들을 양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반대로 외식 소비자들이 주로 침해받는 권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워낙 과잉경쟁이보니 소비자에게 주는 정보에 약간의 과장은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장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문제다. 요즘 소비자들은 다차원적 정보 수집을 통해 맞는 정보인지 잘못된 정보인지 똑똑하게 구별한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고객 입맛에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심성의껏 준비했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면 소비자의 관점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삼시세끼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이들에게 파인다이닝과 같은 레스토랑을 자주 드나들 수 있는 심적 여유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가성비를 고려하는 고객은 왜 우리 음식에 가성비를 이야기하는지, 우리 음식점에 기대했던 것과 제공받았던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외식문화가 보다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가 일으키는 문제행동들을 보면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식에 대한 경험이 다양하지 못해 본인의 행동이 잘못됐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레스토랑 자체 정책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넛지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하고 싶은 손님이 되도록, 잘못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편이 공급자도, 소비자도 서로 편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맛집은 어디 있나?

 

‘맛집’에 대한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TV를 틀면 음식관련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이루고, SNS 피드에는 지인들이 다녀간 음식점의 음식사진들로 가득하다. ‘먹방’을 콘텐츠로 하는 스트리머들과 각종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거는 음식전문 기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길거리 음식점들은 너도나도 방송사 맛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외식에 대한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별로더라’는 반응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제공보다는 대세와 주관적인 견해들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수많은 종류가 뚜렷한 차별화 없이 중복 제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음식에 대한 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채 다른 사람의 기준에 내 입맛을 맞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맛집’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맛을 어떻게 느낄 것인지, 본인한테 맞는 맛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다. 한 외식업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소비자가 진정한 맛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다보니 나의 경험보다 일단 남에게 보여 지는 모습에 치중하게 된 것 같다. 결국 내가 아닌 남에게 기준이 맞춰져 가격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이야기한다.


1세대 맛집 소개 웹페이지 ‘윙스푼’ 등의 몰락 이후, 현재도 개발됐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맛집 어플리케이션들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맛집에 대한 니즈가 많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외식과 관련된 매체들이 여러 플랫폼의 형태로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신뢰성 높은 레스토랑 가이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플랫폼이 있다. 


레스토랑 맛집 검색 및 예약서비스에서 시작해 미식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포잉’은 외식 사업자들의 파트너이자 푸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외식업의 본질인 좋은 음식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포잉 정범진 대표는 “가이드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이지 길을 제시해주는 표지판이 아니다. 포잉은 미식의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식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를 전파시키고자 플랫폼 서비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국내 외식 소비자들은 스스로 미식을 깨우치기보다 몇 차례나 가공된 정보들을 마구 흡수하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배포되고 있는 앱이나 가이드는 소위말해 ‘답정너’의 성향을 띤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식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정보가 아닌 선택의 길잡이인 듯 보인다.


“가이드는 미식 경험의 도구, 미식의 가치는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포잉 정범진 대표

미식 가이드로서 포잉이 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큰 틀에서의 목적은 ‘고객에게 훌륭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레스토랑이 잘 돼야 한다. 미식경험의 시작은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레스토랑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 셰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외식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음식에 대한 재미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포잉에서 발행하는 모든 콘텐츠들은 매거진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들 때에는 주로 어떻게 하면 식당 정보에 대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지금 고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엇인지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쌓인 데이터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이드의 경우 어떻게 제작되고 있나? 가이드 제작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감히 가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가이드는 참고용이어야 한다. 소비자가 미식을 즐길 때 아주 디테일하진 않아도 도와줄 수 있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한다. 포잉은 플랫폼 사업자이자 가이드를 제시할 뿐 소비자에게 좋고 나쁘고의 기준을 정의하지 않고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지역마다 각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하나로 규정할 수 있겠나? 그런 의미에서 미식 가이드라는 단어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그동안 레스토랑 업계에서 필요로 하던 예약문화의 정착을 위해 많은 부분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5년 전만해도 누가 식당을 예약해서 가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예약문화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아 예약 플랫폼으로서 고무적이라고 본다. 예약이라는 부분이 생각보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타입이 존재한다. 레스토랑마다 받는 예약 형태, 처리하는 방식, 예약 취소와 노쇼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때문에 이러한 개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앞으로 개선돼야 할 것들은 개선해 나가고, 예약에 대한 베네핏을 더욱 다양하게 제공해 레스토랑의 재방문율을 높이고자 한다. 

더 나은 외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나?
예약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예약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들이 많다. 이를테면 뉴욕같은 곳은 메뉴 당 가격이 비싸 일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곳들이 있는데, 예약 플랫폼에서 예약현황을 통해 식당의 공석을 확인하면 빈 좌석에 대한 혜택을 제공, 최대한 공석을 없애고, 소비자들에게는 미식경험을 제공하는 윈윈 전략을 선보이기도 한다. 포잉에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스시로드도 이러한 접근에서 시작됐다. 보통 회나 초밥집은 여름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활용해 7~8월 달에 좋은 식당의 좋은 음식을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가격에 혜택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업장은 공석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어 참여하는 이들이 매년 두 배씩 늘어가고 있다. 

앞으로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루기 위해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처음부터 레스토랑 문화는 양식의 문화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정서와 조율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약문화만 하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짧은 시간 내 자리 잡아 놀라울 따름이다. 노쇼도 그렇다. 결국 고객들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그들이 체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포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통해 시대 흐름에 따라 발맞춰 가야

 

결국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모여 문화가 된다. 문화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가치다. 소비자와 공급자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아량을 베풀어야하는 비대칭의 관계가 아니라, 음식이라는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정책교육연구의 「음식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비자행동에 대한 문제행동 인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문제 행동에 대한 인식 수준이 대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문제행동과 공급자가 바라보는 문제행동의 인식 차이가 대체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공급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소비자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특히 ‘종업원에게 반말’,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한다’, ‘음식이 늦게 나오면 화를 낸다’ 등과 같은 항목에서 소비자의 문제인식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품질의 차이가 생기는 원인과 이유에 가장 심각한 원인은 ‘이해 차이’에 있다. 고객의 기대에 대한 공급자의 인식이 부족하거나, 고객이 공급자의 상황을 이해 못해 발생하는 갭은 성숙한 외식문화를 일궈나가는 길의 걸림돌이다. 한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은 “요즘 고객은 벗은 외투를 들어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고 토로한다. 어쩌면 지배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이제 막 경험을 시작한 이들에게 낯선 대접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김철원 교수는 “보통 산업이 발달되는 데는 대중화의 기간을 거쳐 전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고급화가 이뤄진다. 국내 외식업, 특히 파인다인과 같이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화는 이제 막 대중화가 되고 있는 단계”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변화에 적응하는데 능하고 학습 능력도 좋은 편이다. 너무 빠르게 앞서나가기 보다 소비자의 수용태세에 발맞춰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한다. 

90년대 이후로 해외파 셰프들이 대거 한국으로 들어오고, 해외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며 다채로운 메뉴, 그리고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레스토랑들이 생겼다. 국내 외식업과 외식 문화는 한 단계 더 앞선 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화는 한 집단의 생활에서 비롯된 일반적인 행동양식이므로 어떤 문화가 더 낫다 그르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이 계속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소비자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호보완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발전해 왔다. 앞으로는 공급자, 소비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 방향을 바라보는 외식업계가 되기를 바라본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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