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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레스토랑 - 바리스타 임종명 한 잔의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위해




바리스타 임종명

한 잔의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위해







“수없이 해야 해요, 수없이.”

좋은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들려온 임종명 바리스타의 대답이다.

그가 읊조리는 ‘수없이’라는 말에서 18년간의 노력이 묻어났다.

그는 화려한 기술은 중요치 않다며,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기본부터 다지라 했다.

수없이 부딪히며 걸어온 임종명 바리스타, 그와 나눈 묵직한 이야기다.


취재 김유영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요즘 임종명 바리스타를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TV 프로그램, CF, 이벤트 등 매우 넓은 활동 반경에 그 속내가 궁금해졌다. 그에게 이렇게 영역을 넓히는 이유를 물었다. 뜻밖에도 모든 활동의 끝은 한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커피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데, 뭘 더 알리느냐고요? 커피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시장이 양적으로 커진 건 사실이지만 질적으로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유명하게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카페는 비 온 뒤 대나무처럼 생겨나며, 제각각 톡톡 튀는 메뉴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SNS에 들어가면 몇 분이 멀다 하고 형형색색, 모양도 예쁜 커피 사진이 올라온다. 그런데도 커피 시장을 말하는 임 바리스타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국인은 감성이 풍부하고 손재주도 좋아요. 그래서 카페 메뉴도 예쁘고 색다르게 잘 만들죠. 비주얼이 독특하거나 아기자기한, 이른바 ‘사진발’ 좀 받는 메뉴가 있는 카페들, 요즘 인기 많잖아요. 비주얼로 손님을 끌고, 많은 손님에게 보답하고자 맛에도 더 신경 쓰게 되고, 그렇게 경력이 쌓여 커피 업계가 성장하는 데 일조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예쁘기만 한 커피’는 달갑지 않습니다. 커피 데코레이션이나 카페 인테리어 등 비주얼 측면을 결정하는 요소는 자금의 영향을 받죠. 저는 커피 시장이 돈으로 좌우되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커피 자체의 맛을 가장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좋겠습니다. 현재 커피 시장엔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기본적인 맛에 대한 고뇌나 시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안타까워요.” 임 바리스타는 커피 업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SNS가 커피 업계에 불러온 영향력에 대해 말했다. 2000년 후반에는 파워블로그가 뜨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파워블로거의 말 한마디에 카페가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그때부터 카페가 온라인 여론에 흔들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블로그보다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중심 SNS가 인기를 얻으며 커피 업계에서 ‘비주얼’이 중요한 키워드가 돼버린 것 같다고 했다.






임 바리스타는 커피 업계도 걱정스러워 했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의 난립도 중요한 문제로 짚었다. 업계 종사자를 더 전문적으로 키우는 것이 자격증일 텐데, 왜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나라에 바리스타 관련 자격증만 153개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격증이 많은데, 왜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서비스를 찾아보기는 어려울까요? 자격증이 제대로 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지고 관리됐다면, 모든 카페가 보통 이상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는 건 현재 자격증이 교육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자격증 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교육을 받는 이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맘으로 자격증 일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과 교육의 난립으로 많은 사람이 바리스타라는 직업, 나아가 커피를 쉽게 생각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더욱 심각한 건 성장 가능성이 큰 신예들이 성장하지 못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3년에서 5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가장 안타까워요. 그들은 매장에서 배우는 것 외에 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자격증이나 교육이 없으니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해요. 신예들의 자질은 충분한데, 교육이 미비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임 바리스타는 바리스타 처우나 노동환경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서서 일하는 데다 고객을 마주하는 직업이기에 노동강도는 높은데, 인건비는 가까스로 최저시급을 맞출 만큼 낮다고.



SBS 좋은아침 출연 영상


tvN 수요미식회에 커피 전문가로 출연한 임종명 바리스타




실상이 이러한데도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는 업계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중해야 합니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니까 괜찮겠지?’ 혹은 ‘요즘에 카페 인기 많으니 괜찮을 거야’하고 뛰어들면 안 됩니다. 리스크가 큰 업계이기에 실패를 꼭 고려하고 뛰어들어야 해요. 전문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만 목적을 둬선 안 됩니다. 교육을 받는다면, 그동안 본인의 전문분야를 만들고야 말겠다고 생각하세요. 로스팅, 생두, 핸드드립 등 다양한 분야 중에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를 정하세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바리스타라는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커피 업계에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커피와 카페를 사랑하는 임종명 바리스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페는 어떤 곳인지 듣고 싶었다.


“맛과 서비스가 좋은 카페입니다. 단순하죠?

저는 일본에 자주 갑니다. 이유는 하나, 카페 때문이에요. 일본의 카페는 고고해요. 추구하는 것을 확실히 하려고 하지요. 유행이 바뀐다고 자주 변화를 주지도 않습니다. 맛도 명확할뿐더러 서비스의 질도 높습니다.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하죠. 그런 카페에 가면, 혹여 맛이 좀 덜하더라도 기분이 나쁘거나 돈이 아깝지 않아요. 이렇듯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좋아야 합니다. 카페는 음료뿐 아니라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곳인데, 그걸 잊은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서비스가 불량하면 커피가 아무리 맛있어도 맛없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맛과 서비스 같은 기본적인 요소는 돈과 거리가 멉니다. 인테리어나 장비는 자금이 많이 들지만, 기본적인 요소는 자세가 좌우해요. 임하는 마음가짐 말이지요. 머신의 사양이 낮더라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을 지키는 바리스타가 주는 커피는 기분 좋습니다. 그런 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름다운커피 홍보대사 활동


커피 브랜드 ‘이스팀’ 브랜드 론칭 이벤트 참여




임종명 바리스타와 대화를 하다 보니 그는 카페 안에서 커피를 추출해 메뉴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과정에 엄청난 무게를 둔다는 것을 알게됐다. 요즘은 원두 구매부터 로스팅, 메뉴 개발 등 다양한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카페가 흔하다. 임 바리스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도 다른 전문성까지 높이려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저는 잔에 담긴 결과물, 즉 완벽한 에스프레소에 집중합니다. 생두 선별이나 로스팅 등 커피를 만들 때는 많은 과정이 있지만, 저는 오로지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는 바리스타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지 못한 채 다른 업무까지 기웃거리면 생각이 많아져요. 구매부터 로 스팅, 추출 등 모든 과 정에 관여하게 되면 그때부터 커피 맛에 대한 객관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모든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으니까요.”


그에겐 연륜이 있다. 노력이 빚어낸 전문성도 있다. 그 두 가지뿐이었다면 그는 카페의 바리스타로 남았을 거다. 하지만 그에겐 대중을 끄는 매력과 끼가 있기에, 카페 밖으로 그를 불러내는 손길이 많다. 임 바리스타는 이를 활용해 커피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을 물었다. 


“우선 사람들에게 커피를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지불할 가치가 있는 커피, 커피의 기본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요. 사람들이 커피를 더 디테일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방송 출연이나 매체 노출의 경우,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제 목표에 많은 도움이 돼요. 그러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계획은, 실력 있는 프로 바리스타 양성입니다. 그들이 있어야만 커피 업계가 지속될 수 있으니까요.”


그는 한 길을 18년간 걸었음에도, 아직도 머릿속엔 온통 커피뿐인 듯 했다. 커피 업계 종사자들이 더 행복하게 커피를 내리고, 손님은 그 커피를 맛있게 마셨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 꼭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 인터뷰 장소 협조: GLAMOUR COFFEE (성남시 복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