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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호텔앤레스토랑 -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도시재생으로 보는 관광 지속가능성

감천문화마을, 군산 근대문화유산마을, 양림동 펭귄마을. 국내 여행에 관심 가진 이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봤을 이곳은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한 마을이다. 


재생의 이유는 세 도시 각각 다르지만 쇠퇴의 길을 지나 또 한 번 성장한 도시들을 보노라면 도시재생이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관광산업에 있어 도시재생은 어떠한가?

최근 관광 딜레마에 빠진 국내 관광업계에도 지속가능한 관광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도시재생과 관광 지속가능성,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를 통해 두 카테고리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자.

 

국내 도시재생의 서막

 

서구에서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쳐 성장해온 여러 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대개 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한 쇠퇴로 활기를 띄던 도시들이 한순간에 생기를 잃어 이를 소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국내도 마찬가지다.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뤄온 도시들의 인구 감소, 전통산업의 이탈, 열악한 생활환경 등으로 쇠퇴의 국면에 들어선 도시의 활성화를 논의하면서 부터다. 국토연구원에서는 당시 전국 144개 시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96개의 도시가 쇠퇴징후를 보이고 있고, 55개 도시는 이미 쇠퇴가 진행, 그 가운데 44곳은 이미 재정자립도까지 낮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도시를 살리기 힘들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당해 12월부터 국토교통부장관을 중심으로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이 수립돼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한다.

 

도시재생 수단으로서의 도시 관광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이후 문재인 정부는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착수했다. 뉴딜사업의 주목적은 △주거복지와 삶의 질 향상, △도시 활력 회복, △일자리창출, △공동체 회복 및 사회통합 총 4가지로 이뤄져 있으며,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 웹사이트를 구축해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웹진을 발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사진출처_ VISION Saha 홈페이지

그렇다면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이하 심 교수)는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이들에 있어 관광은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물론 관광이 제일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지역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면 굳이 관광을 하려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부에서 누군가 우리 도시를 방문해 소비를 하고 간다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도시재생의 수단”이라며 “재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관광이 부각되는 이유가 쇠퇴한 도시들의 줄어든 인구수를 일시적으로라도 메워주기 때문이다. 이를 관광업계에서는 ‘방문자 이코노미(Visitor Economy)’라고 하는데 방문자가 늘어남으로써 시장규모가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도시 관광은 관광객들의 소비 지출이 도시경제 활성화에 큰 이바지를 할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보전하면서 도시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 관광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일부 분야로서 활용되는 정도인 것을 보면 아직까지 관광 개별분야로서의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관광의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변화된 도시들

 

도시 관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디까지를 ‘도시’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야 한다. 심 교수는 “여행은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이루고 있었던 도시는 전통적인 관광에서는 출발지”라며 “도시는 주로 관광객들을 공급하는 쪽이었지 관광목적지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관광 목적지로 유명한 파리나 뉴욕, 런던, 도쿄, 서울, 부산과 같은 곳은 일부 대도시에 국한돼 있는 정도라고.


그러나 관광의 개념이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고 있다. 개인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여행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설악산과 같은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지 불국사를 보기 위한 전통적인 관광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 동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지만 ‘로컬’에 대한 니즈가 강렬해 지면서 정치, 경제, 역사, 문화의 집결지인 도시로의 여행이 선호되고 있다.

 

도시 관광으로 활기를 띈 해외 도시재생 사례

 

이렇듯 관광목적지로서 도시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쇠퇴지역에 도시 관광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문화도시, 역사도시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개별적인 캐릭터를 찾지 못한 채 천편일률적인 개발의 확산, 도시재생과 연계되지 않는 한정된 지역의 관광지화, 문화적 다양성의 부족, 과도한 상업화, 지속성 부족 등의 문제로 이렇다 할 대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점들의 중심에는 도시 관광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도시가 가진 매력을 추출해내지 못한 접근방법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보다 도시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도시 관광이 대두됐다. 서구의 도시 관광도 산업도시의 재생과 국가의 신 성장 동력으로 관광산업에 대한 니즈로 자리 잡게 됐는데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통해 도시재생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 역사건축유산을 활용한 문화적 도시재생

아이리시해 연안의 영국 리버풀은 17세기 해상무역으로 크게 성장,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무역량의 약 40%가 리버풀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업혁명 시기 제1의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도시가 몰락, 사람들은 점점 도시를 떠나고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시설들이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그러나 리버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항구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도시문화유산으로 재개발하기로 합의했다. 1999년, 리버풀 비전을 수립, 민간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회사를 설립했으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리버풀 수변 지역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또한 수변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연계해 주위 역사적 건축물이나 박물관을 잇는 루트를 개발, 자연스럽게 하나의 ‘매력물(Attractions)’에서 다른 매력물로, 매력물이 밀집된 상권으로, 상권을 둘러싼 도심 전체로 도시 관광지의 범위를 넓혀갔다.

 

Albert Dock-Liverpool, 사진출처_ Business Merseyside

- 도시의 매력성을 부각시킨 도시재생

17세기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는 도시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관광 매력물을 잘 융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리버풀과 같이 개별 관광 매력물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매력물로 보고 성과 마약에 관련된 것들까지 감싸 안았다. 관광객들에게 ‘암스테르담’은 문화의 중심지이자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이었다. 암스테르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습지가 대부분이고 도시는 말 그대로 질서란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극복, 암스테르담만이 가지고 있는 도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홍등가도 매력물로 취급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했다.

 

Amsterdam, 사진출처_ Lavender's Blue

“도시재생,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

도시재생의 개념이 생겨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찍이 역사를 오래 쌓아온 서구 도시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의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재개발(Re-Development)’에 초점을 맞췄었다. 즉, 망해가는 지역을 밀어버리고 새롭게 신식의 건물들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 도시개발도 재개발의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재개발은 생각만큼 지역의 문화를 완전히 녹여내지 못했고,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없다보니 도시마다의 특색이 없어져갔다. 이에 도시의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가능한 물리적 변화는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 ‘재생(Re-Generation)’의 개념이다.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속가능성’이다. 관광에서 지속가능성이란 우리 지역을 어디까지 보존하고 어디까지 개발할 것인지. 지역 특유의 전통과 문화는 유지하되 상업화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다. 문화적 지속가능성이 뒷받침 돼야 도시재생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접점을 찾는 일에는 당연히 지역 주민이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키워드는 ‘지역 환원’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들의 상생이 바탕이 되는 메커니즘이다. 몇몇 큰 대기업 자본이나 외부자본이 들어와 관광을 살리는 것은 관광산업 초기 단계의 이야기고, 현재 국내 수준의 관광개발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 성공한 도시 재생사례의 조건은 이제 1000만 관광객이 방문했다는 수치가 아니라, 관광으로 인한 수익 중 몇 퍼센트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느냐다.

 

국내 도시재생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
국내 도시는 관광목적지로서도, 재생의 개념으로서도 시작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순수하게 주민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점점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적 자원이 없어지고 있기에, 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문화 활동가, 재생 활동가와 같은 이들이 투입되거나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실시하는 정도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하는 관광두레사업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중 주목할 만 한 사례가 있다면?
아직까지 지속성을 논할 정도로 시간은 지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케이스들은 많은 것 같다. 감천문화마을이나 광주 양림동과 같은 곳들이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들을 쭉 살펴보면 대개 ‘관광을 위한 도시재생’을 하는 곳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벽화마을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첫째로 주민주도가 아니었다는 점, 벽화가 마을에서의 체류까지 이어지게 하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벽화마을이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주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우려하지 못했다. 그저 환경 조성차원 정도로만 생각했지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까지 생각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몰리는데 벽화를 거점삼아 잠깐 들렀다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실제 마을은 이들을 통해 이득은커녕 손해만 보고 있는 현상이 초래됐다. 
이러한 점에서 마을호텔이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다. 마을호텔은 주민이 참여하는 참여형 도시재생일 뿐만 아니라 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 놨다. 도시 관광을 함에 있어 체류, 관광객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중요한 이슈다. 

초기단계인 만큼 도시재생과 관광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을 때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도시재생에 있어 ‘속도’와 ‘상호이해’는 필수적이다.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주민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따라서 지역 주민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빠른 속도의 변화는 이도저도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의 생활패턴에 맞게, 그들의 이해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상호이해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지역상인, 공공기관 등이 이해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결합이 돼야 수준 높은 관광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반돼야 되는 조건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속가능성은 줄어들고, 기존의 일방적인 관광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건강한 도시재생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놓고 봤을 때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다양성이랑 글로벌 다양성을 의미한다. ‘트래블 시티즌(Travel Citizen)’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여행객들을 수용하는 관광 도시에서는 일정한 정도의 여행객들을 도시의 시민과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건, 장애가 있건, 이념이 다르건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야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창조 인력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그 인력들로 인해 도시의 활기가 띄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 사례들이 나타나려면 이러한 포용력을 갖춰야겠다.

 

-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12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나가하마시의 도시재생은 일본 내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쇠퇴하는 지역 중심지에서 역사와 문화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단체를 조직해 재생에 성공한 사례다. 나가하마는 전국시대의 많은 역사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오랫동안 물류의 집산지의 역할을 했던 도시였는데, 교외에 대형 자본의 쇼핑센터들이 들어오면서 중심시가지의 급격한 쇠퇴에 이른다. 이에 시민들은 무너져가는 도시를 위해 나가하마 성의 재건부터 추진했고, 시민들의 기부로 이뤄진 이 사업이 점차 아름답고 살기 좋은 박물관과 같은 도시로 만들자는 비전으로 확산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을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마을로 재탄생하며 활기를 띄고 있는 것. 


위와 같은 선진 도시재생 사례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지역연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역의 색깔은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활기를 관광을 매개로 찾았던 것.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서구에 비해 비교적 도시의 역사가 짧은 국내는 아직까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은 어떻게 정착돼 왔는지,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심창섭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Nagahama, 사진출처_ mummyboon

주민과의 협업이 필수적

 

국내 도시재생 사업은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정과 함께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도시재생을 외치며 ‘도시경관조성사업’이라든지, ‘폐산업자원을 활용한 관광단지 조성’ 등 여러 아이디어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맥은 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도시재생 실패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국내 최초 마을단위 도시재생 사례’로 32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 야심찬 시작에 비해 콘텐츠 포지셔닝의 문제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종로구사이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얽혀 도시재생의 의미를 퇴색시킨 채 방치되고 있는 중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심 교수도 언급했던 마을호텔이다. 마을호텔의 메커니즘은 마을의 각 시설들이 호텔의 하나의 부대시설이 돼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민박집은 마을호텔의 객실이, 세탁소는 코인런드리가, 음식점은 레스토랑이 되고, 경찰서는 보안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을이 관광객들의 커뮤니티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고한18번가 2길 15, 변경 전 후 모습

마을호텔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것은 강원도 정선의 ‘마을호텔 고한18번가’다. 고한18번가는 먼저 도시재생의 가장 기본적 요건인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주민들은 고한18리의 마을만들기위원회 김진용 사무국장, 유영자 이장, 사회적기업 세눈컴퍼니의 김용일 대표와 영화제작소 눈의 강경환 대표를 가이드로 작은 결정 하나하나 주민간의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이 마을호텔은 심 교수가 언급했던 ‘속도’의 부분에서도 주민들과의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는 “주민주도방식의 도시재생을 이루려면 철저히 주민의 시간흐름에 의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프로젝트 성으로 접근해 빠른 성과를 내고 이에 대한 보고를 올리려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서울에 있는 시간과 정선에 있는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이야기한다.

고한18번가 골목아카데미 /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고한18번가 리모델링 작업

아직 고한18리의 마을호텔 사업은 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이 도시재생이 도시 관광을 통해 얼마나 의미를 갖게 될 것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교적 도시재생의 메커니즘에 본질적으로 다가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관광분야에서 도시재생과 도시 관광을 크게 부각시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도시재생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 간과할 수 없는 조류다. 이제 시작단계에 이른 만큼 도시재생에 대한 방향성이 올바르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마을호텔은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도시재생이고자 해”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

고한18번가의 마을호텔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개 각 지역마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는데 정선 센터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주민주도방식을 매우 우직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 자체도 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 정선도 골목길 경관조성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고한18번가 주민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 다음을 고민했다. 골목길 조성 사업으로 길은 정돈이 됐는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마을이 살아났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마을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가려면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다보니 아이디어가 한 두 개씩 모이기 시작했다.

준비한지 약 2년여 정도 돼가고 있다. 현재 진행과정은 어떠한가? 
첫 단추는 아무런 지원 없이 마을에서 돈을 걷어 낙후된 집을 고치면서부터 꿰게 됐다. 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품앗이 개념으로 시작된 것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렇게 마을만들기위원회가 꾸려졌다. 어느 정도 진행됐냐는 질문을 왕왕 받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생각을 모으고 모양을 다듬어가는 중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빠르게 갈 생각이 전혀 없다. 도시재생은 도시주민들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지 관광객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언제까지 완성 짓겠다, 언제 오픈하겠다고 하는 정확한 계획은 없다. 질문 받으면 난감할 따름이다(웃음).

왜 마을호텔인가? 마을의 어떤 점이 호텔과 닿아있다고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고한리는 공교롭게도 아랫마을은 주택가, 윗마을은 상가중심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러다보나 중간지점이 주택과 상가가 반반 섞인 지역으로 말 그대로 개인주거시설도, 상업시설도 갖춘 곳이다. 이 골목길을 어떻게 공동체로 연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마을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도시재생이 주민주도방식으로 이뤄지려면 ‘참석’을 ‘참여’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려운 일인데 주민들의 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고 있나?
사실 지금까지 지역관광, 도시 관광에 대한 시도들은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얼마나 납득을 하고 같이 참여를 하느냐다. 어떤 사안으로 인해 회의 참석은 누구나 다 하지만 직접 고민하고 의견을 내며 참여하는 이들은 드물다. 그만큼 그들이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할 때까지의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우리와 같은 조력자들은 그저 도움이 필요할 때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결국 주민 중 한두 명만 나서도 다른 주민들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한다. 정선의 경우에는 주민들도 주민들이지만 필요할 때 행정에서도, 지역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관여는 하지 않는 비교적 이상적인 구조로 마을호텔 사업이 착수됐다.

고한18번가 이외 지역에서도 마을호텔 콘셉트의 도시재생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을호텔은 여행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마다 마을호텔이 생겨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면 멀리 봤을 때 지속가능한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고한리의 경우에는 주민과 행정, 지역 단체의 시너지가 잘 맞았고, 주거와 상업시설의 중간지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가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완벽한 주민주도형의 도시재생은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와 같은 조력자들이 부스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밀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을호텔에서의 재미난 아이디어도 많은 것 같다.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통해 정선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가?
도시재생과 관광이 서로 시너지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맥락’이 있어야한다. 그런 면에서 정선의 고한리는 탄광촌의 재생과 어우러질 수 있는 주변 인프라들이 많다. 주민들만 알고 있는 오밀조밀한 골목도 많아 이를 연계한 고한리만의 특색 있는 관광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고한은 함백산 야생화가 유명해 야생화 추리극장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민들만 알고 있는 오밀조밀한 골목들을 결합해 ‘마을판 방탈출’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읍사무소 회의실 컴퓨터를 통해 퀴즈를 풀고, 주민들이 중간 중간 힌트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의 맥락은 유지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시너지를 이루는, 그런 도시재생의 사례로 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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