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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관광,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실

채지영 연구위원





한류, 앞서가는 대중문화



한류라는 말,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하다. 한류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의 드라마와 가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유행하고, 붐을 일으켰다는 것을 뜻하며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일상화된 한류는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 지 알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류는 쓰는 사람 마음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류의 범위는 이제 한국 예술, 전통문화, 스포츠, 심지어는 IT 기술까지 확대돼 전통 한류, 스포츠 한류, IT 한류, 정책 한류까지 등장하게 됐다. 한류는 얼마든지 상황에 맞게 활용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그러나 10년 이상 한류와 대중문화산업을 연구해온 필자는 한류의 범위를 해외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K-POP 등의 대중문화로 한정하고 싶다. 이는 우리가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할 당시 그것이 지칭하고자 했던, ‘해외에서의 한국문화 유행’이라는 프레임에 적합한 산업은 아직까지 대중문화 외에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행’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이다. ‘많은 사람’에 대한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소수의 특정 외국인들이 개인적인 호감과 선호를 표현한 것에도 금방 ‘한류’를 붙이며 대중적인 유행을 기대하지만, 해외에서 객관적인 절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 문화상품은 아직까지 대중문화에 한정돼 있는 듯하다. 전통 한류니 예술 한류니 하는 것은 ‘한류’가 되고 싶으나, 아직까지 진짜 한류가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류를 대중문화로 한정하고자 한다. 이는 ‘한류관광,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라는 논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류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실제 보여줘야 하는 대상이 ‘누구’이며, ‘무엇’을 보여줘야하는 지를 명확하게 하고자 함이다.

한류관광객은 누구인가?


한류관광객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도 한류관광객에 대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 이 또한 연구자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나, 필자는 2014년에 발표한 ‘한류관광시장 조사연구’(이원희·채지영, 2014)에서 한류관광객을 일반 방한 외래객과 차별화해, ‘한류 문화콘텐츠 및 연예인 활동에 참여한 외래관광객’으로 정의했다.



한류관광객의 기준




‘한류관광시장 조사연구’에서 대상으로 한 협의의 한류관광객은 21~30세의 젊은 여성이 주를 이루며, 단체 여행보다는 개별 여행을 선호한다. 일반 관광객보다 저가의 숙박시설을 많이 이용하지만, 일반 관광객보다 더 오래 한국에 체류하면서 지방 곳곳 여러 지역을 다니며 여행한다. 여행비용도 더 많이 쓴다. 전체 쇼핑비용은 물론, 화장품이나 패션상품, 문화상품에 대한 지출이 일반 외래관광객에 비해 훨씬 높다. 이들은 일반 외래관광객들보다 여행에 대한 만족이 높고 그 결과 한국을 다시 찾을 확률도 높다.


자주 한국에 와서 오래 머물며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많은 돈을 쓰는 한류관광객이야말로 한국관광의 헤비 유저이자 트렌드 세터인 것이다. 이들의 앞선 관광 행태는 일반 외래관광객의 한국관광 트렌드를 변화시키며, 한국관광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집단이다.




한규관광객과 외래관광객의 특성 비교





보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



한류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시 가장 하고 싶었던 활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관광에 가졌던 기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류관광객들은 쇼핑(56.7%)과 K-pop 공연/이벤트 관람(55.5%), 한국음식 체험(46.3%), 드라마·영화촬영지 방문(44.9%) 등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어 했고,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 관람(39%), 스타 추천 맛집 방문(38.4%) 등에도 높은 기대를 보였다. 대중문화 체험에 대한 욕구는 일반 유흥 오락(30.4%)이나 박물관 방문(0.4%)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 한류 본고장에서 진짜 한류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한류관광객들의 희망을 가늠케 했다. 그러나 실제 여행에서는 K-pop 공연, 드라마·영화 촬영지, 스타 출연 뮤지컬 관람 등은 의도했던 것만큼 참여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한국에 가서 한류를 느끼고 싶다.’고 마음먹은 한류관광객들이 정작 한국에 와서는 남들과 비슷한 관광 코스만 체험한 것은 아닌지 우려 되는 점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한류 관광 상품이 있다면 얼마나 참여하고 싶은지 의향을 물어봤다. K-POP 노래나 춤 배우기(66.8%), 방송사 가요프로그램 참관(68.9%), 연예기획사 견학(67.4%), 스타 패션과 미용 체험·강좌(63.9%), 대중음악·드라마 박물관 방문(69.5%), 드라마로 한국어 배우기(70.6%) 등등 다양한 상품에 매우 큰 호응을 보였다. 대중문화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한국음식 식도락 관광(78.7%)도 이들의 관광행태에 비춰 보면 전통적인 한정식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한강에서 치맥 주문해 먹기, 대학가 분식집 순례, 길거리 음식이나 최신 핫 플레이스 식당 등 가장 트렌디한 최신 문화로서의 식도락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위 결과를 분석해볼 때, 우리의 한류관광은 보여주고 싶은 것과 관광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한류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새로운 한류 트렌드의 체험인데, 우리는 기존에 갖고 있는 콘텐츠에 이름만 한류인 관광상품을 보여주며 눈속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혹은 갖고 있는 것만) 보라고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한류관광객의 관광활동 기대치와 실제 참여비율



‘한류관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서비스 마인드로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신규 상품들을 발 빠르게 내놓아야 하는데, 우리는 새로운 한류 관광 상품 만들기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한류가 얼마나 갈지 누가 알아?’, ‘한국까지 찾아 온 사람들에게 싸구려 대중문화보다는 고급 전통문화를 보여줘야 돼’, ‘한식하면 역시 정통 한정식이지’라는 말로 소비자의 마음은 외면한 채 공급자의 시각으로만 접근함으로써 한류관광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한류관광 콘텐츠 부족은 한류관광객에 대한 서비스 부족일 뿐 아니라, 모처럼 찾아온 한류관광 활성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책전략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더 많은 기회를 놓치기 전에 매력적인 한류관광 콘텐츠의 확충이 시급하다.




스토리와 기술로 보여주기



한류관광객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했다면, 이제 한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할지 고민해보자. 우리는 한류라는 유행 콘텐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산업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소극적이고 영세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에 ‘여기가 바로 거기입니다’라는 표지판 하나 덜렁 걸어놓고 그곳이 한류의 메카인양 착각하며, 곧바로 큰돈을 벌 것처럼 기대에 부풀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고 운영시스템이 없는 촬영지는 곧 폐허가 됐고, 지자체 곳곳의 애물단지로 변하고 말았다. 준비 없이 맞았던 한류관광과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우리는 알차게 준비했어야 할 한류관광 콘텐츠를 쌓아놓지 못했고 수많은 시간과 자원들을 그냥 흘려버렸다.


한류의 역사가 10년을 훌쩍 넘어 20여 년이 돼가면서 한류에도 역사성과 스토리가 많이 생겼다. H.O.T, 사랑이 뭐길래, 겨울연가, 가을동화에서부터 EXO와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까지 수많은 한류 콘텐츠들이 아직 꿰어지지 않은 구슬로 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다. 이걸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대표 산업인 IT로 엮어 낸다면, 규모나 스케일은 다를지라도 한국특성이 담뿍 담긴 우리만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핵심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이를 신나고 재미있는 체험으로 실현시켜주는 최첨단의 기술이라는데 우리에게도 수많은 한류콘텐츠가 있고 세계 최고의 IT 기술이 있다. 이를 엮어 내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융합이고 창조경제일 것이다. 드라마 박물관, K-POP 박물관이 수년 째 이야기만 되고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한류 관광객들이 한국에 방문해서 꼭 한 번 보고 싶어 하는 아이템들이다. 콘텐츠와 기술이 있는데 시작을 못했다는 건, 정책적 지원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인 듯하다. 한류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글은 2016년 8월 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행한 제 79호 문화·관광 인사이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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