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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레스토랑 - ‘2016 World Masters of Grill’ 우승을 이끈 대명레저산업 비발디파크 박원천 총주방장



‘2016 World Masters of Grill’ 우승을 이끈

대명레저산업 비발디파크 박원천 총주방장





루마니아세계요리대회 2016 World Masters of Grill는 독일, 싱가포르, 상해, 말레이시아 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이저 대회로 손꼽힌다. 지난 9월 8일부 터 10일까지 3일 간 열린 이번 대회는 30여 개국 150여 명의 셰프가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 국가대표 단일팀으로 구성된 비발디파크팀이 각 부문별 대상 1개,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에 이르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요리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박원천 총주방장의 열정은 고스란히 팀원 에 대한 애정으로 표현된다. 국제요리대회를 거쳐 온 선배로, 팀의 수장으로, 인생의 멘토로서 그의 역할은 소리 없이 빛난다.  


취재 노혜영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한국을 대표하는 본선 티켓 쥐고, 고생 끝에 찾아온 낙樂


7~8월은 리조트의 극성수기다. 이 시기 3달 동안 주방의 불을 밝히며 밤인지 낮 인지모를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으니, 루마니아세계요리대회에 참가한 비발디 파크팀이다박원천 총주방장을 단장으로 허인행 조리장이 팀 리더를 맡아 4명 의 팀원과 21조를 이뤄 요리대회에 출전했다. 비발디파크 팀은 이미 ㈔대한민 국음식조리문화협회에서 주최한 국내요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루마니아세 계요리대회 본선 진출 자격을 확보한 상황.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하며 옥석을 다 듬는 시기를 보냈다. 국내 리조트에서 세계대회 출전이라는 이 최초의 기회를 그 냥 흘려보낼 리 만무하다. 어느 때보다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호텔 셰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제무대에 당당히 한국대표 자격으로 비발디파크의 깃발을 꽂았다.       


“업무 후 밤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쉬지 않고 연습했어요. 성수기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업무가 끝나면 녹초가 되지만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었죠. 휴 일도 반납하고 연습에 정진했어요.” 


팀의 리더로 출전한 허인행 조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상기된 듯 분위기를 이끌 어갔다. 중간에 대회 규정이 바뀌는 바람에 20인분을 한 플레이트로 만들던 기 존의 틀을 바꿔야 했다. 20개의 개별 플레이트를 만들기 위해 접시 선택, 데코레 이션, 시간 배분 등 재작업에 들어갔다. 그릴 대회이기 때문에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3종이 포함됐다. A세트는 한국식 고추장 바비큐 소스와 함께 내놓은 그 릴 숯불 닭갈비, 간장 소스와 흑미라이스 튀김을 곁들인 돼지 목살 스테이크, 그 릴 숯불 소 등심 구이와 바질향을 담은 한국 비빔밥. B세트는 복분자 소스를 곁 들인 닭가슴살 구이, 블랙빈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 구이, 서양식 핫 가니쉬를 곁 들인 갈비 구이. C세트는 숯불에 구운 오리 가슴살 구이와 깔라만시 크림 소스, 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인 돼지 안심 스테이크, 바비큐 소스를 곁들인 소 안심 스 테이크와 더운 야채로 구성해 세 팀이 각각 하나의 세트를 담당했다. 대회 3일 중 이틀을 재료 구입을 위해 시장에서 보냈다. 한국에서 연습한 재료 중에 입국이 허가되지 않는 품목이 많았기 때문에 현지를 돌며 필요한 재료를 구 입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갈비였어요. 현지에서는 뼈 있는 고기로 요리하는 게 흔치 않다 보니 어 딜 가도 갈비를 구입할 수 없었던 거예요.난관에 빠져있던 비발디파크 팀은 현지 시위생정책국장을 통해 도축장에서 해당 부위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어렵게 구한 재료인 만큼 인기도 높았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수원왕갈비인데 갈비를 떠서 통으로 먹는 방법이 현지인들에게 신 선한 충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회 피날레를 장식한 한국요리 퍼포먼스 때는 시 식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선보인 바질 소스를 활용한 비빔밥과 매콤달콤 한 맛의 닭강정은 준비된 300인분이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비발디파크 팀이 이뤄낸 성과는 금메달 7, 은메달 2개에 달한 다. 특히 이 대회에서 박원천 총주방장이 ‘올해의 리더’상을 수상하며 더욱 뜻 깊 은 자리가 됐다.


그릴 숯불 소등심	구이와 바질향의	한국식 비빔밥(금메달 수상)	그릴 숯불 소등심 구이와 바질향의 한국식 비빔밥(금메달 수상) 복분자 소스를 곁들인 닭가슴살 구이(금메달 수상)	복분자 소스를 곁들인 닭가슴살 구이(금메달 수상) 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인 돼지 안심	스테이크(대상 수상)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인 돼지 안심 스테이크(대상 수상)


첫 총주방장 그리고 나의 멘토


그의 나이 서른여섯, 크라운프라자호텔 제주(現 더호텔 제주)의 총주방장이 됐다. 처음으로 조리팀의 수장이라는 자리에 올랐을 때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왔다. 당 시 서울힐튼호텔(현 밀레니엄 힐튼호텔)의 유진 조리이사는 그에게 정신적 스승 이자 요리인생의 멘토였다. “저의 22년 요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분이죠. 그 분을 만나고 저의 요리 기틀이 다시 세워졌다고 봅니다.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다 버렸어요.” 요리사로서의 창의력, 요리에 대한 자세, 위기상황에서의 대처 방법, 메뉴와 식재 료에 대한 관리 등 스승은 애정을 담아 꼼꼼하게 가르쳤다. 그래서 박 총주방장은 인생에서 어떤 사부를 만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적이지 않다면, 모방도 필요하다


기자가 만난 셰프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념과 자존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박 총주방장은 이 둘을 다 가진 사람이다. 그렇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자신 의 실수와 잘못에 고개 숙일 줄 알면서도 타당하지 않은 질책에는 꿋꿋하게 자 신의 길을, 그리고 팀을 지켰다. 그렇게 걸어온 인생에서 당대 내로라하는 셰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박 총주방장이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세월의 곡류에 흘 러갔노라 고백한다. 당당한 어깨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무게는 그가 견딘 세 월의 흔적이다.  “직원을 뽑을 때 어떤 걸 보세요? 말 잘 듣는 직원은 어때요?” 넌지시 던진 질문 에 그는 손사래 친다.

 

“아...예스맨은 싫어요. 사람 성격은 바뀌어도 조리 습관을 바꾸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그건 제가 경험해봐서 알아요. 오히려 주관이 뚜렷한 사람 이 낫죠. 요리사는 예술적인 감각을 요하는 직업입니다. 창의력을 요구하 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창의적일 수 없어요. 창의적이지 않다면 따라하 는 수밖에요. 따라한다지만 100% 카피란 있을 수 없거든요. 수십 번 수 백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것이 완성된다고 봐요.


올해의 리더상을	수상한 박원천 총주방장올해의 리더상을 수상한 박원천 총주방장



(左)정진원	이경진 이태현 박원천 허인행 정인길(右)	(左)정진원 이경진 이태현 박원천 허인행 정인길(右)



가족이란 이름의 인생 울타리 


인생을 되돌아보니 적을 만들며 살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빼앗으려 고 또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둥대지는 않았으니. 대신 다른 사람들이 여 가를 보낼 때 영어 공부 등 부족한 자기계발에 공을 들였다. 그만큼 가정 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낸 시 간을 셈하면 십 수 년이다.   “그런 생활을 가족들이 이해해주던가요?” 우스갯소리로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한다는 박 총주방장의 애정은 고스란히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전주에 있는 아내에게 향한다. 이런 그의 생활을 이해하고 잘 견뎌준 이가 아내이기 때문이다. 전주에 있는 아내를 보려면 성수기에는 한 달에 한번 볼 수 있을까. 주말이면 아 내를 보러 집으로 가는 길이 설레, 마치 신혼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 질 정도다. “결혼 할 때 이미 못 박았죠. 아내는 이런 생활을 묵묵히 견뎌주고 받아 줬어요. 참 고맙죠. 자식들도 모두 잘 자라줬어요. 뭐랄까...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랄까요.  부모로서 자식 뒷바라지에 전념했으니 성인이 돼서는 부모를 의지하지 말 고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것. 어릴 적부터 그렇게 교육했다. 자식들은 부모 의 예술적 감각을 이어받았을까. 모두 예술계통으로 전공을 삼았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요리사가 되기를 꿈꿔왔다. 해외 인 턴십을 지원한 아들에게 그간 모아온 1억 원을 보태주며 그 길로 유학을 권유했다. 그런 아들이 유학을 마다하고 귀국 후 돈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외국에서 주방 일을 해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셨을까 하는 생 각에 차마 이 돈을 쓸 수 없었단다. 그 마음을 부여잡아 지금 대학교 졸업 을 앞둔 아들은 누구보다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자 준비하고 있다.


대회	수상식 장면대회 수상식 장면


음식문화혁신의 3단계 프로젝트


박 총주방장은 10년 전 솔비치 리조트의 오픈멤버로 이곳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지금의 비발디파크에 이르기까지 어깨에 힘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직원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호텔의 꽃은 조리사라고 하는데, 셰프에 대한 대우나 전문성, 주방 체계는 호텔에 비할 수 없었다. 리조트 에서는 식음업장을 오픈하게 되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했다. 따라서 리조트 내의 인재 발굴은 그의 첫 숙제가 됐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온 박 총주방장으로서는 땅에 떨어진 조리팀의 권위를 세우는 게 시 급했다. 그 시기를 겪으며 회의와 갈등이 왜 없었겠는가. 요리의 힘이 어 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오기와 인내로 버틴 시간이었다. “첫인상이란 것이 참 중요하죠. 조리사들도 고객에게 첫인상을 심어줄 때 가장 빠르게 어필하는 것이 바로 유니폼입니다. 음식문화를 혁신하겠다 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한 첫 단계가 유니폼을 바꾸는 것이었어요.” 옷이 날개라 했던가. 유니폼을 바꾸고 고객들의 관심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자 곧 두 번째 단계, 스토리텔링에 돌입했다. 주방에서 요리만 하 던 셰프들을 홀Hall로 내몰았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고객에게 어필하라는 것이다. 다 같은 요리처럼 보여도 여기에 스토리를 담아 셰프가 직접 소 개한다면 특별한 요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도 지역적 특색 이나 기후,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다르고 이것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야 말로 고객의 평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세 번째 단계 가 분야별 전문가 양성이다. 여기에는 각 분야에서의 총주방장을 만들겠 다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한 가지 분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어떤 환경이 주어져도 그 환경 에 맞는 요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식을 해왔다고 평생 한식만 하라 는 법 있나요? 양식도 일식도 중식도 할 수 있어야지요. 요리 테크닉에 더해 원가나 영업, 리더십 등 관리자의 자질도 물론 필요하고요.” 즉, 요리사는 기술과 지식을 쌓으며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체 인재풀을 만들어 역량을 키우고 외부 인사에게 빠져나가 는 자리를 직원들에게 돌려 기회 제공을 함으로써 동기부여 하는 방법이 다. 이렇듯 안팎으로 그의 뜻을 관철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 만 F&B부문에 관심이 많은 경영진이 뜻을 함께 해줬기에 가능했다.     




‘2016	World	Masters of	Grill’	대회	출전 사진 ‘2016 World Masters of Grill’ 대회 출전 사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있나요


그에게 200여 명에 이르는 조리팀은 열 개의 손가락과도 같다. 이번 대 회를 치르며 그 마음은 더욱 견고해졌다. 밤을 낮 삼아 연습에 매진한 팀 원들의 노고가 가장 크지만 메뉴 선택, 가니시, 원가, 만드는 과정, 최종 플레이팅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국제요리대회에 나가려면 항공료, 숙박비, 재료비 등 1인당 1200만 원 정도가 든다.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사용하는 식재료까지 따지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대회에 준비하는 이유가 뭘까? 박 총주방장은 그 답을 조리인의 자긍심 고취와 자기계발 이라고 말한다.

 

“호텔 출신 셰프만이 스타 셰프가 되는 건 아닙니다.

리조트에서도 스타 셰프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로 반드시 키워낼 겁니다.


(右)박원천 총주방장(대회 단장)과 (左)허인행 조리장(대회 팀 리더). 박 총주방장의 눈빛만 봐도 안다는 팀워크를 자랑한다.

 

요리대회 팀원들이 밤낮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박 총주방장은 이들의 부 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영진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이런 그의 의견 을 수용한 회사의 지원으로 부담이 반으로 줄었고 요리대회에 사용된 식 재료도 회사에서 부담해줬다. 팀장급 리더십 교육에서 영감을 얻은 박 총주방장은 경청의 놀라운 힘에 대해 어필한다. 직원의 말을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작은 실천이 조직 내 큰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위계 서열과 상하 관계가 철저한 주방이 라는 공간에서도 유대가 강화되고 부정적인 마인드가 긍정으로 돌아서 는 경험에 특별한 처방이 필요하지 않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카 카오스토리 등 SNS 활동에도 적극적인 박 총주방장은 세미 클래식을 즐겨듣는 고상함 속에서도 대중가요를 놓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동고동락하는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 이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오늘을 사는 젊은 아재. 박원천 총주방장이다.

 

 

 

“나와 시대를 함께한 동료, 선후배들은 지금 학교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죠.

저는 아직도 현업을 떠나지 못합니다.

이곳에서 머리와 가슴에 있는 요리를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내 마지막 조리 인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천 총주방장은 올해 4월 25일 ㈔대한민국음식조리문화협회가 수여한 대한민국 서양조리 명인 1호로 선정됐다. 3코스 요리를 대한민국 명장이 직접 심사해 한 해 서너명의 명인이 배출되고 있다.

 


Epilogue#

 

비발디파크 팀의 우승을 두고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그들의 노고가 너 무 값지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대명리조트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해마다 사내요리대회인 대명조리페스티벌을 열어 인재발굴과 자기계 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 대회는 대명 F&B페 스티벌로 명칭을 바꾸고 내실을 다져 11 12일에 비발디파크에서 개최 된다. 전국 13개 사업장이 참여하는데다 이전과 달리 고객의 평점이 심 사에 포함돼 대회 전부터 관심이 높다. 이런 자기계발의 기회가 오늘의 결과를 뒷받침했는지 모른다. 그동안의 내공이 빚어낸 결실. 그 가치는 이번 비발디파크 팀의 메달이 보여준 진가임이 분명하다


명품은 세월을 더해 빛을 내는 것처럼 명인은 36년의 세월을 연단했다. 소설가를 꿈꾸던 소년은 경륜을 담은 조리명인이 됐다. 그리고 지금, 36 년 전 그 때로 돌아가 소설가의 청운을 품는다. 박 총주방장의 은퇴 후 어느 날, 내가 서점에서 그의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책을 봤을 때 누구보 다도 빨리 지금의 박원천 총주방장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