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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사라진 불씨, 빨간불 켜진 호텔의 소방안전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지난 1월 14일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에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에서 시작된 불은 4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남았다. 심지어 이 호텔은 지난해 7월 소방종합점검에서 ‘스프링클러 A·B 감지기 미연동’으로 수리조치 명령서를 발부받아 개선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기계 오작동에 대한 인재가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화재로 숨진 호텔시설관리팀 김모씨는 최초 화재 발생을 목격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킨 뒤 화재 진화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불렀다.

 

호텔 화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1971년 12월 25일에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이다. 당시 호텔 2층 카페에 세워둔 프로판 가스통이 터지면서 냉난방 덕트를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호텔 전체를 덮쳤다. 지은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신축 건물임에도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 사망자 163명, 부상자 63명이 발생한 이 대형 화재를 계기로 호텔을 비롯한 대형건물에 대한 소방법이 강화됐다.


호텔은 특정소방대상물로서 화재 예방 및 안전 관리기준에 따라 소방시설을 설치·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며 건축법상 피난, 방화구조 등에 관한 규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호텔마다 화재경보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대피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등 유지 관리에 소홀한 곳이 많아 또다시 호텔의 화재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형 호텔마저도 점검결과를 축소, 은폐하려다 적발되기도 해 고객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원한 밤바람에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이 제대로 된 소방 시설도 없이 소방 대피 공간으로 방해가 되는 불법 개조 공간이라면 말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충북소방본부는 도내 숙박시설(호텔) 18개소에 대해 유사사고 방지를 위한 화재안전특별조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방·건축·전기·가스 분야별로 세밀하게 점검하고 화재예방을 위한 안전컨설팅도 추진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 숙박업소에 대한 소방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호텔에서는 자체적으로 소방안전팀을 꾸리거나 정기적인 교육, 모의 훈련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지 않고 호텔업계의 당연한 의무가 돼야 할 것이다. 불씨는 완전히 꺼진 것일까? 혹은 어딘가에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는 사라진 불씨를 찾기 위해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할 때다. 이번 사건으로 호텔업계에 경각심이 바로 서길 바란다.

 


 

글 : 노혜영 / 디자인 : 임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