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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로컬푸드 프로젝트_ 다이닝, 상생을 말하다

▲ 1.현씨공방 / 2. 미쉬매쉬 / 3. 비어셰프 / 4. 지져스 / 5. 이식당 / 6. 제이네

 

사회 곳곳에서 상생을 외치지만 있음과 없음이 함께 공존하는 길은 멀고 더딘 것이 현실이다. 돌이켜 보건대, 다이닝에서의 상생은 늘 존재해 왔지만 그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3~4년 전에 불과하다. 고급 수입 식재료와 외국산 품종이 넘쳐나는 마당에 지금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단어인 신토불이는 이제 더 정확히 말해 ‘얼마나 경쟁력 있는 품질을 갖고 있느냐’로 되물어진다. 요리의 절반 이상은 식재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셰프들은 좋은 식재료를 발굴하는 것에 늘 관심이 많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농가와 레스토랑을 잇는 교각으로써 상생의 고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로컬푸드가 바로 그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잇는 신뢰의 다리, 우리는 그것을 넘어 상생의 길로 가고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상생에 강자와 약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 다이닝의 상생을 취재했다.

 

상생으로 떠오르는 로컬푸드

10년 전 쯤부터 로컬푸드가 다이닝 트렌드의 흐름을 타기 시작한 건 전세계적인 열풍이 된 웰빙 덕분이다. 이후 국내외 식품안전 사고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며 밥상 안전을 지키기 위한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로컬푸드 운동의 범위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 외에도 에코 마일리지라 해 식재료의 배송거리를 단축,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최근에는 여기에 신뢰와 상생이라는 울타리를 둘러 로컬푸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즉 재배,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구축해 익명에 묻혀있던 생산자에 신뢰를 더하고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로컬푸드의 산지 직거래가 활발해 진 것이다. 점차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사람을 일컫는 로커보어(Locavore)가 많아지고 지자체마다 로컬푸드를 판매하기 위한 각종 루트를 구축하는 한편 정부는 이를 장려하는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로써 로컬푸드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다이닝 트렌드를 넘어 자연스러운 소비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외식업계에서도 로컬푸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경로가 바로 산지투어다. 산지투어는 정부와 지자체 및 각종 기관, 민간단체, 기업에서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잇는 산지투어, 효과는?


한 때 산지투어는 셰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크게 번졌다. 산지투어는 셰프가 직접 산지에 가서 식재료가 관리되는 환경, 재료의 특성을 살펴보고 식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개발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상생 고리다. 산지 직거래로 이동거리를 줄여 환경을 생각하고 고객에게는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어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리를 연구하고 식재료를 다루는 셰프 입장에서 재료에 대한 식견을 쌓고 전문성과 역량을 넓히는 기회가 돼 호응도 좋다. 궁극적으로는 산지 재료의 판로를 개척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농가와 업계가 윈윈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산지투어는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등이 나서서 추진했지만 유독 호텔에서는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참여 대상도 호텔과 레스토랑의 현직 셰프에서 현재는 구매력이 있는 외식 업주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지페어, 외식업계에서는 활발 호텔은 저조

산지투어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산지페어다. 2013년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호텔 및 현지 셰프들을 중심으로 식재료 직거래를 위한 산지페어를 진행한 바 있지만 참여율 저조로 현재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함께 국산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산지페어는 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외식업계 바이어를 식재료 산지로 초청해 식재료 생산업체와 만남의 장을 주선하는 행사며 2013년부터 매년 8~9회 정도 개최되고 있다. 또한 외식업계에는 좋은 품질의 국산 식재료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식재료 생산업계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주는 외식업계-생산자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aT센터 식품외식기획부 손근용 대리는 “국산 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은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개별 업장 단위를 모아 조직화 해 aT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기존에 진행했던 산지페어와 취지도 잘 맞고 농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가공, 생산업체에 이르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전했다. 각 지자체와 공동주최하는 산지페어는 매 산지마다 3~5곳의 품평회와 견학을 진행하고 상품설명과 상담으로 이어지는데 그동안 발굴된 산지만 해도 130~150여 곳에 이를 정도다. 연 초에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 소개와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선정된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4~5월경부터 연말까지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로컬푸드 프로젝트_ 그랜드키친에 소개되는 고대미 및 직접 짠 참기름 등

 

호텔 내 구매절차 복잡 규제부터 풀어야

정부가 추진하는 산지페어에 호텔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aT센터의 손용근 대리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셰프들의 여건 상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지만 참가 주체가 구매력이 있는 외식업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실수요로 이어지는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현직 호텔 총주방장으로 결성된 한국총주방장회(Korean Chef’s Club 이하 KCC)의 배한철 회장은 이러한 원인을 “호텔 내 구매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KCC는 정부, 지자체와 함께 산지페어를 수차례 진행한 바 있지만 호텔 내 구매로 이어지는 데에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므로 최종적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즉 기존의 루트(벤더 사)를 넘어 새로운 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 근거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다가 최소 세 곳의 견적을 받아 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원칙을 내세우다 보니 복잡한 결제단계까지 거치다보면 구매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구매부서 입장에서는 많게는 십여 개에 달하는 업장을 관리하기 위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내부 비리를 견제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지만 셰프들 사이에서는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높다. 배 회장은 이어 “로컬푸드 직거래는 환경을 생각하고 고객에게 고품질의 맛좋은 요리를 제공할 수 있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텔 내부에서부터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고객에게 질 좋은 요리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한 거래를 감독하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에 대해서 “이는 사실상 조리팀에 대한 견제라기보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호텔 내부 구조의 전형적인 병폐다. 견제가 필요하다면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를 투명하게 시스템화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즉 제재를 위한 관리가 아닌 효율성을 갖추는 관리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대부분의 호텔이 아직도 이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이를 실현할 창구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청년 한식당 메뉴 품평회 수상자_ 최우수상 지져스의 노승지·안재보 셰프, 우수상_ 현씨공방의 현상민 셰프, 장려상_ 이식당의 이종화 셰프

 

로컬푸드의 중요성 인식, 관련업무 조직화 해


이 같은 문제점에도 산지투어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는 가운데 일부 호텔에서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자 조리, 구매 및 관련 부서로 팀을 구성해 산지투어를 시행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로컬 푸드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로컬푸드 프로젝트는 호텔 셰프가 직접 산지에 방문해 식재료를 선별, 구매까지 참여하며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완도 전복과 문경 약돌돼지를 비롯해 제철 자연산 활어를 호텔로 직송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금은 신안 염전에서 천일염을 공수해 사용한다. 이 프로젝트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단축시켜 식품의 신선도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우수한 먹거리를 선별, 직거래함으로써 호텔과 고객에게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지역 생산자에게는 판매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 플라자는 2015년 3월부터 셰프 헌터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구매 전문가, 셰프, 메뉴운영 기획 담당자로 구성된 특수 식재료 발굴팀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식재료의 발굴에서부터 선정, 샘플 테스팅 및 메뉴 개발 적용의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매 전문가가 선택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셰프의 까다로운 식자재 선정 기준을 통해 식자재를 발굴하며, 계절별, 산지별, 미각별로 조사하고 분류해 리스팅하고 있다. 각 기준을 통과한 식재료는 구매 가능 여부에 따라 산지를 방문해 품질을 확인 후 샘플 테스팅을 거쳐 최종 사용 및 메뉴화 결정을 한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F&D를 총괄하는 신종철 총주방장이 이끄는 R&D팀이 산지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지 농가 직거래를 본격화한 이래, 셰프들로 구성된 R&D팀을 구성,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누비며 광범위한 산지 조사를 통해 고품질의 로컬 식자재를 선정하고 산지 직거래를 통해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를 돌며 수많은 샘플 테스트를 거쳐 선별한 고당도 밀감과 한라봉을 비롯해, 우리나라 고유의 식자재인 당유자(제주), 한우(경남 하동), 굴(경남 통영), 전복(전남 완도), 죽순(전남 담양), 오디(전북 전주), 청주 블루베리(충북 청주) 등 20여 종의 고품질 농수산물을 직거래하며 지역 농가 소득 확충과 농어촌 일자리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호텔의 로컬푸드, 어떻게 메뉴화 했나?

이 가운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로컬푸드를 활용한 메뉴를 다양한 업장에 소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로컬푸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 년의 맛, ‘고대미’와 우리나라 토종 마늘인 ‘코끼리 마늘’, 청정 제주도에서 길러낸 ‘국내산 통참치’다. 고대미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기르던 우리나라 토종품종 쌀인데 길이가 1m가 넘어 다른 벼 보다 크기 때문에 약한 바람에도 잘 넘어져 재배가 쉽지 않아 한때 국내에서 재배가 단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한 유기농 명인이 토종 볍씨를 재배해 생산이 재개됐고 일반 쌀에 비해 다양한 영양소가 수십 배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에서도 선택한 토종쌀이다. 일반 쌀 가격보다 한 가마니에 10배에 육박하지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키친(뷔페 레스토랑)에서 사용 중이다. 코끼리 마늘은 194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던 토종 마늘로, 일반 마늘의 4배가 넘는 크기가 특징이다. 자양강장 효과, 근육증강,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좋은 슈퍼푸드로 역시 그랜드키친에서 구워서 제공 중이다. 10년 이상의 양식 연구 끝에 국내에서 생산된 제주 참치(태평양 참다랑어)의 대량 출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에서 전날 잡아 올린 참치를 직송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브래서리(뷔페 레스토랑)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고객에게 제공한다. 국내산 참치(참다랑어)는 수입 참치보다 크기는 작지만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일본이나 태평양 등에서 잡히는 참치보다 낮은 수온에서 자라 육질이 더욱 쫄깃하고 지방 부위가 발달해 풍미가 깊다. 또한 그랜드키친에서는 종가에서 대대로 내려져오는 집장을 토대로 만든 수제 고급 간장, 요리 직전 주방에서 직접 짜 더욱 향기롭고 신선한 국내산 참기름, 국내산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 조청 등을 뷔페 레스토랑에 추가해 선보이고 있다.

 

농식품부-한식진흥원이 추진한 청년 한식당 사업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로컬푸드를 공급받고 있지만 창업 초기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경우라면 정보력을 갖추기 쉽지 않고, 전국에 산재한 로컬 푸드를 찾아 일일이 매칭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초기 정착이 어려운 청년 한식당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한식당 국산식재료 활용 지원사업(이하 청년 한식당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 한식당 사업은 창업 초기 한식당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산 식재료의 사용을 확대하고자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창업 3년 이내 청년 오너셰프가 경영하는 한식당이 국산 식재료를 활용한 한식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비용 등을 지원한다. 또한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10개의 한식당이 7개월 간 국산 식재료 탐색, 조리연구를 통해 개발한 새로운 한식의 조리법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식포털(www.hansik.or.kr) 및 한식진흥원 SNS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에 열린 품평회에서는 10곳의 한식당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배추전 삼겹한쌈’(지져스), 우수상은 ’소불고기 김치전‘(현씨공방), 장려상은 ‘한우 차돌박이 냉채면’(이식당)을 최종 선정해 농식품부 장관상과 총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번 청년 한식당 사업에는 주점, 푸드트럭 등 다양한 콘셉트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셰프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청년한식당 사업을 담당하는 한식진흥원의 교육사업부 노광석 과장은 “외식업계에는 유능한 청년 셰프들이 많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로컬푸드와 좋은 매칭이 돼 메뉴 개발이 이뤄진다면 청년 한식당에 도움이 되고 우리 농산물의 소비가 촉진되지 않을까 하는 데서 청년 한식당 사업이 출발했다.”고 사업 배경을 밝히는 한편 “점차 외식업에서 식재료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레스토랑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다. 청년 한식당 사업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없었던 한국의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메뉴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청년 한식당 개발 메뉴에는 수상작을 제외하고도 산초, 홍어 등 지역색이나 연령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식재료가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 높은 닭튀김, 그라탕 등의 메뉴로 변신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 1. 사발묵회(경한식) / 2. 고이 올린 산초와 닭튀김(고이다) / 3. 고추냉이 서리태 콩물 냉채(술꼬마) / 4. 제이네 갈비(제이네)

셰프와 농부가 만나는 상생의 고리 ‘파머스 마켓’


청년한식당 사업의 핵심이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업무협약을 통해 생산자 연합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점이다. 한식진흥원은 이를 위해 한국임업진흥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친환경농산물자조위원회, 쌀가공협회, 한살림 등 신뢰도가 높고 공신력 있는 전국의 다양한 단체와 네트워킹을 맺고 한식문화관에 파머스 마켓을 열었다. 파머스 마켓에는 생산자 목록 뿐 아니라 식재료 주요산지, 특성, 재배시기, 구별법 등에 대한 지식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인적네트워킹이 필요한 농부와 청년 셰프들의 만남이 이 파머스 마켓에서 이뤄졌다. 올해부터는 파머스 마켓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업장마다 필요로 하는 식재료가 다를뿐더러 공급의 안정성을 문제로 계절성이 있는 것 보다 연중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식재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광석 과장은 “창업 3년 이내의 한식당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므로 계절성이 있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식재료에 무게를 뒀다. 청년 한식당 사업이 잘 정착돼 참여 레스토랑이 많아지면 제철 식재료도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부터 청년 한식당 사업이 확대 시행된다. 참여 한식당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해 지방의 청년 한식당에도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레시피는 영문으로도 번역해 한식포털과 종로 소재의 한식문화관에도 배포된다. 또한 청년한식당 사업을 통해 선발된 팀들은 월드 한식 페스티벌 등 한식진흥원 관련 행사에 참여해 지속적인 홍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로컬푸드, 존경과 존중을 담아 상생의 보폭 이어야


국산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이나 청년 한식당 사업은 로컬푸드의 활성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산지직거래의 단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공급의 안정성 확보다. 종종 농가나 생산업체 가운데 외식업의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거나 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T센터 손근용 대리는 “aT는 정부기관으로 우수생산업체의 발굴과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상거래에 관여할 수 없어 성과의 추적 관리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로개척만큼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므로 문제 발생 시 이를 대체할만한 농가의 발굴이나 후속 관리가 미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찾기 쉽고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협업을 넘어 상생의 큰 보폭으로 이어져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여기며 존경과 존중의 마음으로 함께 할 때 로컬푸드의 가치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식재료 산초,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 메뉴개발 나서”
청년 한식당, 고이다

 

▲ 좌부터 한용훈 셰프, 박상은 셰프, 임보형 셰프

고이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고이다라는 말은 잔치나 제사 같은 의례행사 때 음식이나 장작 같은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을 뜻한다. 고이는 것은 굉장히 정성스러운 것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좋은 식재료와 제철 식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편안한 공간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는 젊은 한식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인천 부평의 작은 가게에서 한식을 기반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 그릇 식사메뉴를 판매했다. 계절메뉴와 제철 식자재 메뉴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좀 더 나아가 식사와 다양한 요리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작년 초 강서구 마곡으로 확장 이전했다. 88년생 동갑 친구 3명이 함께 운영하는 이곳에서 점심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위해 정성스런 한 그릇 식사메뉴를 판매하고 있고, 저녁에는 맛있는 안주와 술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한식 바비큐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흔히 쓰이지 않는 재료인 산초를 어떻게 메뉴화 할 생각을 했나?
청년한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식재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제피와 산초 두 가지 식재료를 접하게 됐다. 효능도 뛰어난 우리의 전통식재료이지만 재배농가가 많지 않고 호불호가 갈리는 강한 향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아 처음에는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지방의 재래시장과 산지를 찾아다니며 충분히 매력적인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됐고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잊혀 진다는 것이 안타까워 두 식재료 중 산초를 선택해 메뉴로 개발하게 됐다. 산초라는 식재료가 아직은 낯설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라서 익숙한 맛에 산초를 곁들여 먹는 방법으로 메뉴를 만들었다. 고객들이 산초라는 식재료를 알아가는 단계라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재료가 가진 강한 캐릭터로 메뉴화하기 어려운 재료인데 과정은 어땠나?
일반인들은 산초와 제피를 구분하지 못하는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이다. 시장에서 산초를 구하려면 건조 또는 분말 형태로 밖에 구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산초를 직접 재배하는 산지의 재배 농가를 찾아가 뵙고 설명을 들으면서 몰랐던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산초라 하면 강한 향을 생각하지만 산초도 나무의 종류와 수확시기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양하다. 열매를 처음 수확하는 시기의 산초는 연한 산초의 향을 가지고 있어 산초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는데 처음에는 산초를 메뉴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메뉴를 만들기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저장성이라서 레시피를 바꿔가며 장아찌도 담가보고 청으로도 만들어 봤다.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도 음식에 활용하기에 좋았던 끓여 만드는 청으로 산 초청을 만들어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고, 열매도 무르지 않고 음식에 함께 올려 먹을 수 있게 개발했다.


파머스 마켓을 통한 재료 수급은 잘 이뤄졌나? 보완할 점은?
파머스 마켓은 젊은 농부님들의 아이디어로 재배를 해서 일반 제품과는 차별화 되는 재료들이 많아 놀라웠다. 매일 시장에서 보는 재료와 다르게 처음 보는 식재료나 농산물이 있어 새로웠지만 그만큼 바로 메뉴에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한 고품질 재배 품목이다 보니 일반 시장에서 구매하는 제품보다 단가가 높아 아쉽게 사용하지 못한 재료들이 많았다. 이점은 재배농가와 식당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재료의 수확일정이나 판매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파머스 마켓의 정보를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자료와 매장과의 연결망이 확보되면 재료의 수급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로컬푸드를 활용한 메뉴가 있나?
현재 고흥 득량도에서 수확한 유자를 구매해 만든 에이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철 재료 상황에 따라서 신메뉴 개발 시 파머스 마켓을 이용할 계획이다.

 

청년한식당 사업이 잘 진행됐다고 평가하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급해 달라.
시범사업으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다보니 혼란이 조금 있었지만 청년창업과 한식당 지원을 한 번에 지원해주는 방향성은 소자본 창업 청년들에게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잘 보완해서 진행된다면 올해에는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 식재료 발굴의 목표가 있는 만큼 청년한식당 프로젝트에서 이런 방향성을 잘 잡아가길 바란다. 또한 선정된 식당들이 함께 모여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청년 한식당 사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글 : 노혜영 / 디자인 : 임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