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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 & 레스토랑 - 6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명동의 불을 밝힌 사보이호텔




6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명동의 불을 밝힌 

사보이호텔







우리나라 대표 상업지구, 명동. 변화가 많고, 또 빠르기도한 명동에서 무엇이든 오랫동안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런 명동에서 60년 동안 단 하루도 불을 꺼본 적이 없는 곳이 있다. 60년 동안 명동의 변화와 함께하며 매일 고객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사보이 호텔, 명동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호텔산업의 역사와 발맞추며 앞으로 또 60년 후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


취재 서현진 기자 사진 조무경 팀장








국내 민간자본 설립된 첫 호텔 


1930년대 주식 왕이라고 불린 고 조준호 회장(현재 조현식 대표이사의 조부 이자 사보이 호텔 1대 회장)은 당시 정치 격변기 속에서 이의 영향을 제일 적 게 받는 사업으로 무엇이 있을까 고심하던 중 호텔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리 고 영국 유학 시절 런던에서 본 세계 최초의 현대식 호텔, 사보이호텔을 모티 브로 1957년 명동에 사보이호텔을 설립했다. 당시 국내에 호텔이 몇 개 있기 는 했지만 모두 외국인 투자나 정부 공공기관의 투자로 세워진 것이었다. 따 라서 사보이호텔은 국내 최초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호텔이다.   



서울의 중심지, 명동 


사보이호텔이 위치한 명동은 다양한 의미로 서울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호텔의 주요 요소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위치라는 점에서 조 회장의 혜안 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명동이 중심지적 역할은 일제 강점기 시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의 최신 유행 물품을 직접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며 상업지역 으로 급부상했다. 요리점, 다방, 양장점, 양화점 등 근대적 신문물을 접할 수 있었던 최적의 장소였던 명동은 해방 이후에는 문인, 화가, 음악, 연극, 영화, 무용가 등이 모여 활동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민주화운 동의 본거지로도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명동은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곳으로 전국에 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 최첨단 유행의 전시장, 대형 백화점의 본점이 있는 곳, 은행이나 금융권 등의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뤄지는, 명실공히 예나 지금 이나 서울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와함께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하는 곳인 서울, 그 중에서도 명동은 우리 나라의 모든 것이 집약된 곳으로 대변되면서 전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보이호텔 김영희 총지배인




호텔문화의 메카 


그리고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사보이호텔은 설립부터 화제를 뿌렸다. 특히 1970년 대에는 한국에서 호텔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메카이기도 했다. 당시 호텔에는 커피숍부터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레스토랑, 지금의 클럽 역할과 같은 스탠딩 바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 특히 커피숍이었던 사보이가든은 맞선 장소로 유명했고, 데이트를 하 기 위해 꼭 거치는 장소이기도 했다. 구디구디 바 는 매일 밤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었으며, 플라멩 고, 호화대반점 등은 당시 스타 셰프들이 거쳐가 는 사관학교라 불리기도 했다. 중식의 인기 셰프 이연복 셰프도 호화대반점에서 첫 중국요리를 만 들었다고 한다. 또한 몽쉘통통이라는 커피숍에서 는 국내 최초로 드라이 아이스를 이용해 연기 나 는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도 하며 사보이 호텔은 당시 식음료업계를 선도하기도 했다




호텔 역사와 함께하는 단골고객 


오랜 호텔 역사만큼이나 이와 함께한 고객도 많 다. 자주 오는 고객들은 세면용품, 우산 등 집을 떠나면 쓰는 비품이나 겨울 옷 등을 늘 호텔에 보관하며 호텔 에 올 때는 가벼운 차림으로 오기도 했고 또 거의 20년 동안 연중 200일 이상을 투숙했던 일본인 고객도 있다. 그는 일본 에 있는 자신의 집보다 사보이호텔이 더 내 집 같다며 집 밥이 먹고 싶을 때면 직원들과 같이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 다. 호텔 리뉴얼 공사에도 그가 묵던 객실은 보수만 하고 없애 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고객은 늘 사보이호텔의 고문, 영업부장 을 자처하며 애정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 이직이 없으니 당연히 단골고객들은 직원들과 친해지고 다른 지역의 호텔에서 묵다가 도 호텔에 선물을 주고 가는 것은 사보이호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부고객 만족도 최고 


50m마다 우후죽순 호텔이 들어서 있는 명동에서 사보이호텔 이 빛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직원들이 가족같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직율이 현저히 낮아 10년 이상은 물론 2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들이 많다. 그만큼 작은 호텔이지만 직원들 의 복리후생에 대해 회사에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락카는 물론 직원식당까지 갖추고 있고 매년 직원 생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 동호회 활동도 지원한다. 직원들의 자기계발 을 위해 교육비를 제공하고 매년 연말 장기근속 및 공로상을 수여, 포상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기다리는 시간, 야유회 에는 항상 대표이사가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참여해 다양한 게 임과 운동을 통해 땀 흘리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호텔리어 30년 중 15년을 사보이호텔과 함께하고 있는 김영희 총지배인은 “사보이호텔이 크지는 않지만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해 최접점 부서인 룸메이드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어 용역으로 대체하는 여 타 호텔과도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다른 비즈니스 

호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60년을 지켜온 비결, 직원을 존중하는 경영방식 


앞서 언급했지만 가족같은 분위기에 직원들을 배려하는 회사의 노력 에 애사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갑질 횡포. 사보이호텔에는 먼 나라 이야기다. 누구보다 직원들을 존중하 는 사보이호텔의 3대째 이어져온 경영방식을 직원들이 직접 이구동 성으로 자랑한다. “회장님과 대표이사님은 항상 결재를 받으러 가면 일어나서 맞아주시며 또 나갈 때도 일어나서 배웅하신다. 혹여 직원 들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지나가면 방해될까봐 평소에 뒷문으로 출입하신다.”는 김 총지배인의 설명에 다른 직원들도 고개 를 끄덕인다. 또한 요즘처럼 영업이 안되는 때에도 절대 타계책이 뭐 냐고 단 한번을 묻지 않는단다. 기본적으로 실무자들이 제일 현장을 잘 알고 열심히 한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 서류와 같은 불필요한 행 정절차, 다수의 회의도 지양하며 최대한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사보이호텔 대표이사의 경영방식이 다. 일례로 리노베이션으로 영업이 반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프 론트 직원들을 승급시키기도 했다. “최근 영업이 잘 안되니 매물로 나온 호텔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 호 텔은 3대째 명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화려하고 고급스럽 지는 않지만 대를 이어 잘 유지, 관리해온 것은 이렇게 오너의 인간 존중, 겸손, 그리고 잘 된다고 자만하지 않고 내실경영에 힘써왔기 때 문이다.” 김 총지배인은 이와함께 오늘날까지 직원들에게 열 번이면 열 번 모두 고개를 숙이는 대표를 만났기 때문에 직원들은 물론 자신 역시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주변 큰 건물에 가려 비록 지금은 작은 호텔이 됐지만 사보이호텔은 여타 새로 생긴 비즈니스 호텔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내공이 있었다. 6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격변의 중심지, 명동에서 온갖 희노애락을 겪으며 변화에 순응하며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 바로 일희일 비하지 않고 내 가족을 변함없이 존중하고 또 그 진심에 화답하는 것 이었다. 호텔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올해 리노베이션을 하며 보다 새 로운 모습을 선보인 사보이호텔. 앞으로 60년 후에도 그 자리를 굳건 히 지킬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又一甲子 또 앞으로의 60년을 향해!

주식회사 사보이호텔 조현식 대표이사





HR    우선 호텔의 60주년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누구보 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께서 지으시고 운영하시다가, 아버지 께서 이어서 운영하시고, 제가 3대째 맡아서 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 60주년이라는 것이 감회가 남다릅니다. 또 우리나라 순수 민간투자 호텔로 1호다보니 그동안 60년 의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나 감회보다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사보이호텔의 전통을 이어나가야 할까 부담도 큽 니다. 


HR    60 년 동안 호텔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나, 제가 운영할 때도 여러 차례 주변에서 호텔을 하지 말고 사무실이나 유통매장 등 다른 용도의 건물로 바꿔보라, 또는 매각하는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마다 과감하게 용기를 못 내고 망설이다 보니 60년짜리 호텔이 됐습니다.(웃음) 처음 호텔 경영학을 배울 때 교과서 맨 앞에 “호텔이나 레스토랑 운영은 자기도취Ego-Trip다. 돈 벌려면 그 돈으 로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얘기인즉 그만큼 호텔업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호텔업에 몰두하다보면 애착이 생기게 돼 놓기가 힘든데 그러다 보니 60년 동안 건재하지 않았나 싶습 니다.


HR    사보이 호텔이 6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은 건물이 매우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뭘 좀 고칠 려고 일부 허물라고 해도 너무 튼튼하게 지어져서 고생 스럽습니다.(웃음) 1950년대의 건축물인데 요즘 건물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호텔의 최고 강점은 무엇보다도 위치가 좋다는 점입니다. 명동이 우리나라 최고의 상권으로 유지돼준 덕분에 호텔도 60년 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강점은 역시 직원들의 사보이호텔 사랑입니다. 23년, 21년, 20 년 이렇게 근무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새로운 직원들과 조화를 이뤄 사보이호텔을 이끌어갑니 다. 그리고 오래된 호텔이다보니 시설면에서 새로운 호텔 보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을텐데도 사보이호텔을 인정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꾸준히 손님을 보내주시는 온오프라인 여행사들의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HR    명동에서 60년이니 그동안 명동의, 특히 호텔들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셨을 듯 합니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진짜 변화의 연속 인것 같습니다. 한때 국내 문화의 중심지 로서 멋쟁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던 명동은 식음료 매장들이 상당히 잘됐습니다. 제 어릴적 기억으로 사보이호텔 내 커피숍, 사보이가든, 스탠드 바 구디구디, 일식당 자쿠로, 철판구이 라운드테이블, 중식당 호화대반점, 샤브샤브 한식 플라멩고, 커피숍 겸 디져트 카페 몽쉘통통 등 식당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명동 상권이 바뀌면서 한때는 청소년들 중심의 상권이 됐습니다. 거리에서 500원, 1000원하는 악세사리 쇼핑을 하며 청소년들이 몰려들 었고 호텔 영업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시기에 호텔은 직영하던 레스토랑들을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에 임대를 주고, 세 들어있던 양장점 의상실들은 악세사리 가게로 바꿔 가면서 버텼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명동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객실 영업은 잘 되는데 식음료가 운영이 잘 안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은 식당 한 곳은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겨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식당 하던 자리들에는 빈스앤빈스 커피전문점, GS25 편의점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명동이 차 없는 거리가 돼 차량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주차장도 점점 없어질 때 호텔은 차가 못들어오면 어떻게 생존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다들 가방 끌고 지하철 타고 찾아오는 문화가 안착돼 그 걱정도 별로 없습니다.  







HR    최근 몇 년새 명동에 급격히 호텔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사보이호텔이 더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생겨 경쟁도 심하고 힘든 것 같지만 서울의 규모를 볼 때 세계의 비슷한 규모의 대도시 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호텔들이 더 많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발 맞춰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수도 많이 늘어야 하고 또 호텔이 더 많아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수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88올림픽을 전후 해서 서울에 특급호텔들이 많이 지어질땐 한편으로는 사보이호텔 같은 호텔들의 존재감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어쨌든 그 시절에 호텔들이 많이 생김으로써 오늘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이 됐듯, 경쟁이 없길 바라기 보다는 호텔도 많이 생기고 서울의 관광업, 숙박업의 전체 파이가 커졌으 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HR    말씀하신대로 요즘 명동에 위치한 호텔들이 많이 어려운데 사보이호텔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꾸준히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며 생존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입니다. 요즘 힘 들다는 것은 새롭고 놀라운 사실이 아니라 5년 전에 큰 호황을 누릴 때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경제의 싸이클입니다. 잘된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안된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그렇다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소처럼 묵묵히 변화에 적응하다보면 힘든 시기가 극복될 것입니다. 


HR    60주년 이후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 이십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又一甲子우일갑자입니다. 지난 60년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에 문을 열어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그리고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울시내 한복판을 지켜왔습니다. 앞으로도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매일 매일 적응하며 진화해 다음 60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명물로 살아남기 위해, 또 작으나마 호텔산업에 하나의 획을 그을 수 있는 호텔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