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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외식업 전략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지난 7월부터 관광인의 재도약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관광 트렌드 역량강화 클래스에서 관광식당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외식업 생존 전략’ 주제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일도씨 닭갈비, 일도씨 곱창, 일도 불백, 내일도 두부, 총 4개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하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의 전략은 총 6가지 분야에 대한 것으로, 전체 외식업 중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관광식당에 초점을 맞췄다.


 

관광객은 물론 내수 수요까지 꺾여버린 관광특구 식당들


코로나19로 모든 관광업계가 어려움에 빠졌지만 정부의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라 외식업계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PD수첩이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주요 상권의 자영업 폐업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태원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총 345곳이 폐업했고, 외식업 매출은 약 80% 가량 급감했다. 신촌과 이대 상권은 814곳, 홍대 상권은 812곳이 문을 닫고 영업 제한, 집합 금지 명령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특히 전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고 일일 유동 인구가 40만 명에 달하던 노른자위 땅 명동 상권은 코로나19 직후 두 달간 방문객 수가 무려 90.6%나 감소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집계한 2020년 3분기 서울시 소상공인 매출조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주로 모객하던 관광특구의 외식업 매출이 2019년 3분기 8135만 원에서 2020년 3분기 5409만 2000원으로 무려 33.5% 감소했다고 집계됐다. 팬데믹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을뿐만 아니라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직장인 점심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이하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마케팅 활동들을 끊는 일이었다. 그동안 외식업 운영의 핵심 요소였던 상권이 성공의 방정식과 같다고 해서 이를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 외식업엔 메르스 위기가 있었는데 메르스 때와 이번 팬데믹이 다른 점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았던 오피스 상권마저 재택근무로 영업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느낀 것은 앞으로는 상권의 중요성보다 여러 고객층을 확보해두는 것이 요구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귀띔하며 “관광식당의 경우 관광 상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관광 상권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만을 타깃으로 한다기보다, 내수라든가 오피스, 주거 쪽으로도 손님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놔야 어떤 위기에 들어서도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식당업, 외국인 관광객 특화 서비스 확충해야


코로나19 이전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코리안 BBQ였다. 숯불구이와 화로구이가 대표적이었고, 두 번째로 닭갈비나 찜닭과 같은 닭 요리였다. 물론 가장 인지도가 높은 메뉴는 삼계탕과 비빔밥이었지만 한국이 아니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와 달리 닭갈비나 찜닭은 한국에 와야만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이에 일도씨 닭갈비 광화문점에는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 왔다. 아무래도 당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중화권이 대부분이었으니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았고, 광화문점에는 유독 중동 지역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허용된 할랄 음식을 먹는 무슬림이었기에, 육식에 대한 제한으로 고르고 골라 닭고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동 무슬림 관광객의 먹거리 수요를 닭고기로 해소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 대표는 이후 한국관광공사에 ‘무슬림 프렌들리(술과 돼지고기를 판매하지 않으며 채소류, 해산물, 할랄인증을 받은 냉동육 메뉴 등 일부 할랄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인증을 신청해 공사의 다양한 지원은 물론 이를 적극 관광식당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해 주문 단계에서 시각화 시스템을 도입, 외국인의 시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대표는 “우리에겐 흔한 닭갈비 주문 방법이 단순 메뉴판의 설명으로는 그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사리에 포함돼 있는 우동이나 라면을 보고 외국인들은 ‘사리’라는 개념보다 통념상 알고 있는 한 그릇의 우동과 라면을 떠올린다.”고 귀띔하며 “이에 주문이 복잡한 메뉴의 경우 주문 방법의 시각화, 다국어화를 통해 메뉴와 조리법, 부속 재료들을 선택함에 있어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예로 들며, 남성 1명, 여성 5명인 고객이 주문할 당시 무엇이든지 6인분에 맞추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사례를 들었다. 추후 알고 보니 한 명의 남편과 다섯 명의 아내, 즉 일부다처제였던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일부다처제의 중요한 원칙 중 아내들 사이의 형평성이 어긋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적이 있다고. 그는 외국인 관광객 응대의 기본은 해당 국가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이렇듯 세심한 부분까지 캐치하는 것이 관광식당업 운영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트렌디함 쫓기보다 분명한 차별점 찾아야


많은 식당들이 운영의 차별화를 위해 벤치마킹을 주로 한다. 식당 운영 인사이트를 얻고자 최근에 핫한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각 식당에서 긍정적으로 어필됐던 장점들을 취합, 마치 우리의 콘셉트였던 것처럼 마케팅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철저히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지적하며 “외부 식당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지만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스스로에게 보람이 될만한, 트렌디함을 쫓기보다는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이 아닌 우리 식당만의 분명한 차별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행지에 있어서도 외식은 트렌디하고 근사한 것들 보다는 현지에서도 즐겨 찾는 것들을 보게 된다. 외식의 목적은 그 순간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함인데 이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외식을 제공자 입장에서는 공간과 시간적인 것들을 모두 활용해 고객에 특별한 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도씨패밀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일상에서 즐기고 익숙한 것들을 재해석하는 것에 메뉴나 운영 차별화 포인트로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덧붙여 코로나19로 특히 어려워진 조직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 손님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매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대부분의 관광식당업 대표들의 고충을 나눴다. 그는 각 직원이 침체돼 있는 매장 분위기 속에서도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도, 반대로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중간지점의 관리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히 할 것을 이야기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세팅은 매장 오픈처럼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식당업의 생존 전략으로 HMR과 배달 등 사업 다각화의 영역이 떠오르고 있다. 일도씨패밀리의 경우 HMR보다 배달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이유로 김 대표는 “HMR의 경우 유통부터 제조, 자금, 마케팅 등 많은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시간이나 비용 투자가 이뤄지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새로운 사업인데다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배달 최적화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배달 서비스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에서 나아가 어플리케이션 내 UI, UX도 마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것처럼 세심한 터치가 요구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즉 배달 어플리케이션 전용 메뉴 구성이나 노출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첫 페이지는 오프라인 매장의 파사드처럼, 매장 인테리어를 보듯 메뉴 배치도 중요하다. 효과적인 배달 어플리케이션 세팅이 매출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배달 역시도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것에 전략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관광식당업도 고객 세그먼트 세분화 요구돼


단계적 일상전환이 이뤄지면서 인바운드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식당 이외 관광특구들의 쇼핑, 관광 인프라들도 휴·폐업이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어느 시점부터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위드 코로나 시대 관광식당의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관광객 이외의 고객 세그먼트를 나눠야 한다고 김 대표는 이야기한다. 관광식당이라고 해서 관광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근 오피스 상권에 상주하는 직장인들, 주위에 거주 중인 가족들, 외부에서 유입되는 식도락가 등 각각의 세그먼트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 일부 수요에 변수가 생겼다고 해도 적어도 나머지 부류에서 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대대적인 홍보가 어려운 와중에도 잘되는 매장들을 살펴보면 맛과 서비스, 청결도가 유지되면서 단골고객의 유입이 꾸준했던 곳이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는 것보다 외식업 본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 외식업 운영자로서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취재 : 노아윤 기자 hrhotelresor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