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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물과 불의 속성을 동시에 가진 물질로 술의 가장 유력한 어원인 ‘수불’은 물속에 불이 있다는 의미다. 물처럼 부드럽게 제조장과 소비자들을 이음과 동시에 내면에 지닌 불같은 열정이 느껴지는 ‘수불’같은 사람, 바로 전통주 온라인 플랫폼 ‘술펀’의 이수진 대표다. 그가 전통주 시장을 개척하며 겪었던 우여곡절, 계획하고 있는 미래, 그리고 전통주 시장의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술다방

전통주를 쉽고 친숙하게
회사에서 홍보·마케팅 일을 하던 이수진 대표(이하 이 대표)는 2012년, 제주도에서 술을 빚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양조교육기관인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술을 빚었다. 이 대표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미생물의 촉감과 술을 빚는 매력적인 과정에 푹 빠졌다. 술을 빚으며 전통주 장인들을 알게 됐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콘텐츠와 마케팅이라고 판단했다. 당시만 해도 마케팅 이론과 분석을 통해 브랜딩돼 있는 양조장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전통주는 우리나라의 식문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술인 와인이나 사케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었다. 이 대표는 좋은 술을 빚는 훌륭한 전통 양조장들이 마케팅이 부족해 문
을 닫는 일이 없도록 컨설팅과 솔루션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상생과 수요가 떨어진 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양조장의 술 제작 단계부터 참여하기도 하며 브랜드의 특징을 살려 로고, 라벨, 패키지를 디자인해 시각화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한다. QC 유지와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양조장에게 좋은 브랜딩을 해 소비자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통주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을 한다.


한편 2018년 9월에는 매월 스토리가 있는 테마 술을 각 지역 대표 음식과 함께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술의 성지 술다방을 청계천변 을지로에 오픈했다. 또한 집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술 구독 서비스 ‘술을읽다’를 운영, 현재는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양조장은 좋은 술을 빚기만 하면 된다. 이 대표가 소비자에게 좋은 술을 전달해주니까.


술에 지역, 재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다
술펀은 술을 마시고 그냥 취해버리자고 말하지 않는다. 특정 술에 담긴 지역의 이야기, 재료의 이야기,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토리를 담는다는 것은 제품을 기획하는 컨설팅 작업과 같다. 이 대표는 “제품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는지는, 그 제품을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고객에게 느껴져야 한다. 컬러, 이름, 패키 지, 가격 등에 이미 스토리들이 담겨 있고,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소비자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한다.

 

술펀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기 위해 일부러 제품에 ‘빈틈’을 남긴다. 예를 들어 술펀의 패키지 중 반달, 보름달, 반달이 번갈아 그려져 있는 제품이 있다. 소비자들은 이 그림을 사과나 배의 모양을 따온 걸로 읽을 수도 있고 달의 변형 순서를 그려놓은 걸로 볼 수도 있다. 술펀은 술의 지역, 명인, 재
료의 특성을 완벽하게 다 분석한 후 패키지를 디자인하지만 힌트만 줄 뿐, ‘빈틈’을 채우는 건 고객의 몫이다. 이 대표는 “옛날처럼 개량한복을 입은 할아버지들이 장독대를 들고 전통주를 홍보하는 것은 재미없는 스토리텔링이다(웃음).”라고 전했다.

 

술펀은 구독 서비스 ‘술을읽다’를 운영하며 ‘술을’과 ‘읽다’ 사이 빈칸 채우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장 인상 깊은 답변을 남겨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이 그 빈칸에 ‘너라고’라고 작성했다고 한다. 고객이 빈칸을 채움으로써 ‘술을 너라고 읽다’라는 문장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술을읽다’라는 서비스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우 리나라에서 터부시 되곤 하는 술의 이미지를 책과 연결시켜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술에 대한 안 좋고 부정적이고 금지된 이미지를 훨씬 선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결합될 수 있도록.

 

나주배약주

 

안동진맥소주

 


 

“낯선 전통주에 찰떡 브랜딩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것”


술펀 이수진 대표

 


전통주 관련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그중 양조장 컨설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컨설팅이라는 건 전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양조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전통주 양조장들은 소규모이며 매출 100억이 넘어가는 곳이 없다. F&B에서는 마케팅 4P, STP 등 다양한 분석을 거친 후 제품을 기획한다. 좋은 제품은 좋은 내용물 뿐만이 아니라 디자인, 스토리, 그것에 맞는 적절한 가격들을 브랜딩한 후에 호텔, 술집, 대형마트, 온라인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적절한 프로모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14년도만 하더라도 양조장은 관련 시스템이 부재했다. 이런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라벨, 패키지, 브랜드 로고 등 컨설팅 과정에서 고민한 콘셉트와 타깃, 스토리텔링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시각화하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다.

 

제품을 브랜딩할 때 지역과의 상생을 중요시한다고.
지역 특산물을 살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자체와 양조장과 함께 협의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샤인머스켓 같이 품종 개량된 과일들이 인기가 좋은데 사과, 배 같은 클래식한 과일들은 수요가 떨어졌다. 이에 수요가 떨어진 과일들을 부가가치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 보고자 마음먹게 됐다. 지역 특산물은 특산물 그 자체로만 파는 게 아니라 빵, 과자같은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제품 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게 술이다. 빵이나 과자가 원물에서 다섯 배 정도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면, 술은 열 배 정도 높아진다.

 

우리의 제품 중 ‘장수 오미자’는 장수군의 오미자를 사용했다. 장수 오미자 발효액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SNS 채널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남 나주에서 2대째 운영되고 있는 양조장인 정고집 남도탁주와 ‘나주배약주’를 만들었고, 술펀의 대표 상품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이기도 하다. 나주 지역과의 상생과 수요가 떨어진 특산물 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양조장과 함께 치열하게 연구했다. 배는 당도가 낮고 수분이 많이 때문에 술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착즙액을 넣을 것인가, 농축액을 넣을 것인가, 생과를 쓸 것인가 등 다양하게 만들어 보고 고민했다.


술을 빚을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궁금하다.
위생과 퀄리티 컨트롤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시한다. 약간의 맛의 편차는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와인 역시 떼루아와 빈티지가 연관돼 다양한 퀄리티가 나오고 사람들이 재밌게 느낀다. 전통주 역시 맛이 플러스 마이너스 10 정도의 편차가 생기는 것은 사람들에게 개성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위생과 퀄리티 컨트롤, 이 두 개가 우선이고 세 번째가 브랜드다. 위생과 퀄리티 컨트롤이 완성됐지만 브랜드가  필요한 곳, 즉 제품이 좋고 위생적으로 만들지만 마케팅이 필요한 곳에서 일한다. 양조장과 협업할 때, 양조장의 가치도 우선으로 본다. 양조장마다 ‘유기농 쌀을 쓴다거나, 어떻게 빚는다거나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가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지켜야 한다. 술펀이 추구하는 세 번째 가치는 상생이다. 양조장도 그 지역 특산물을 쓰는 사람들이고 그 지역 특산주를 만들기 때문에 모두가 지역 상생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주령사 양성 과정은 무엇이고 어떤 전문가들을 양성하려 하나?
주령사 양성 과정은 우리술 스토리텔러를 양성해 우리술을 알리고 전통문화, 한식의 우수성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 미취업 청년, 관련 분야 취업 희망자에게 우리술 제품 기획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반에 걸친 이해, 콘텐츠 기획 & 마케팅,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부터 주류 유통 도소매까지 취·창업 관련 이론 및 실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활용 실습, 한국의 술 문화를 배우고 양조장 탐방을 진행하며 음식 궁합도 교육한다. 수료생에겐 등록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수료 후 단순히 술 판매 쪽으로만 가기보다는, 술은 다양한 분야와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이 가진 콘텐츠를 술과 결합시키는 이들이 많다. 바가 있는 한의원을 하는 한의사, 방송국 PD 출신도 있었다. 또한 수도자들이 와인을 빚었지 않나? ‘나는 한국의 성직자이므로 전통주를 빚어 보겠다.’며 양성 과정에 등록한 성직자도 있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땡큐 술마켓’이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진행 기간 중 기념일이 많은 5월이 있는 만큼, 선물로 안성맞춤인 전국 팔도의 전통주로 준비했다. ‘나주배 약주’와 ‘밀양 속빨간 사과 와인’, ‘문 320탁주’ 3종 세트, 무형문화재 ‘한산소곡주’세트 등 호텔에서 처음 선보인다. 호텔과 잘 어울리는 전통주로는 술펀의 ‘숡 3색 전통주 세트’를 추천한다. 한국에서 자란 속 빨간 사과로 만든 속 빨간 사과와인, 나주에서 자란 배로 만든 나주배약주, 첨가물 없는 순수한 막걸리 문320탁주를 2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패키지에 담아 제공한다. 전통주를 처음 접하시는 이들이 전통주에 입문하기 좋아 추천한다. 먹어 본 경험이 없는 술에 처음부터 7~8만 원을 쓰기는 쉽지 않다. 2만 원대의 가격에서 편하게 먹어보고 좋은 경험을 쌓은 후 전통주에 입문했으면 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룸서비스에 떡갈비와 두부김치도 제공하고 있는데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와 찰떡이다.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찾을 때, 와인이나 사케가 아니라 전통주를 찾는 것도 추천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호텔과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


최근 구독 서비스 ‘술을읽다’를 중단하고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기획한 제품을 바로 보내기 때문에 피드백을 바로 받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했지만 적자가 컸다. 적자의 이유는, 전통주는 원가율이 높고, 콜드체인을 해야 하는 전통주 특성상 배송비가 높았다. 유리병이기에 파손에 대한 리스크로 배상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3개월 간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한 후 진화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프라인에서 전통주, 내츄럴 와인, 맥주 등을 판매하는 술 바틀샵이 많이 생겼다. 술펀을 매개체로 해 소비자들의 제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게 술펀의 계획이다. 양조장도 잘 살고 술펀도 베네핏을 가져가며 소상공인의 소규모 바틀점, 음식점, 전통주 주점 공동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연회비를 내고 술펀이 제휴한 바틀숍 및 매장에서 구입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거나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드·통신사의 제휴 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멤버십 회원들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 후 회원들에게 1차적으로 론칭을 할 계획이다. 또한 멤버십을 통해서만 특정 제품을 구입할 수 있거나. 혹은 역으로 구독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커스터마이징 해 우리가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의 전통주 시장 트렌드 전망과 브랜드 술펀의 비전은?
미국의 ‘하이셀처’라는 제품이 있다. 사탕수수나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을 탄산에 넣은 음료를 통칭하는 말인데, 술 마시는 기분은 낼 수 있지만 취할 염려가 덜한 것이 특징으로 건강을 챙기는 Z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해 크게 히트했다. 전통주 시장에서도 그러한 저알콜과 저용량, 저가격의 트렌드가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집에서 가볍게 홈술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주류시장의 규모는 9조 원. 그중 전통주 시장은 0.5% 정도다. 주류시장의 75% 이상이 롯데, 두산, 하이트진로가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 전통주 시장 자체를 10%로 키우고 주류 시장의 1%를 술펀이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와인과 사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주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데, 역으로 전통주가 한류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하면 어떨까. 현재 경복국, 창덕궁, 덕수궁과 전통주 무형문화재의 노하우를 결합한 한국 대표 전통 문화 상품을 개발 중에 있기도 하다.

 

또한 호텔을 포함해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 새로운 제안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언제든 문의하기 바란다(웃음).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_ 팝업 스토어

 

팝업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통주

 


 

글 : 홍승주 / 디자인 :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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