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객실 운영의 다변화를 꾀하는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비워둘 수 없는 객실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던데이유즈, 장기투숙, 임대 등의 형태에서 ‘호텔’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십분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이 속속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과 일상의 균형이 중요한 ‘워라밸’에서 일과 일상의 조화를 이뤄야하는 ‘워라블’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재텔근무, 워케이션이 호텔의 주력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호텔 객실을 오피스로 제공하는 곳들이 생겼다. 최근 ‘거점 오피스’를 늘려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뉴노멀 스마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호텔 스마트 오피스도 하나의 거점 오피스로 포지셔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의 단점을 보완해 프라이빗 스마트 워크를 강조하는 호텔 스마트 오피스. 과연 새로운 객실 피보팅을 이룰 수 있을까?
뉴노멀 스마트워크 시대의 돌입
코로나19와 공존해 생활하며 변화된 일상이 익숙해지는 요즘,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사회활동도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일과 일상의 분리, 적절한 밸런스 유지를 최고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느꼈던 워라밸 렌드에서, 잦은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로 일과 일상을 조화롭게 어우러 성장코자 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 새롭게 떠올랐다. 그러나 갑작스런 업무 구조 변화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일과 일상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의 보완책으로 ‘거점 오피스’를 주목하고 있다. 거점 오피스란 본사 이외 주요 지역 및 도시에 사무실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임직원들은 구태여 본사로 출근할 필요 없이 집에서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면 된다. 지금까지 회사에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며 이뤘던 직주근접이 집 근처의 회사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모양새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뉴노멀 스마트워크’를 지난해 초부터 가장 발 빠르게 도입한 SK텔레콤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구성원이 각자의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스마트워크’ 제도를 실시했다. 본사까지 출근할 필요 없이 출·퇴근 이동 거리와 시간을 줄여 남는 에너지를 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함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스마트워크의 범위를 넓혀 전 직원이 회사나 집, 거점 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워크 프롬 애니웨(Work From Anywhere)’를 시행했다. 게다가 지난 4월 12일에는 토종 공유 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 투자를 통해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거점 오피스 프로젝트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 외에도 LG이노텍은 지방 및 해외 출장이 잦은 임직원들을 고려해 서울역 인근 서울 연세세브란스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으며, 쿠팡은 개발자들의 집중도 높은 업무 공간을 위해 지난해 6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스마트 오피스 ‘쿠팡 스마트워크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쿠팡 스마트워크 스테이션은 최대 100명이 동시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로 사무 공간 외에도 화상 회의실, 휴식 공간 등을 갖춰 놨다.
거점 오피스는 직주근접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호응은 물론, 정형화된 업무 형태가 아니다 보니 자유로운 아이디어 개진 및 타 부서와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운영상 장점도 있다. 이에 코로나19로 찾게 된 대안이지만 그동안 스마트 업무 환경 구축의 요구가 계속 있어왔던 만큼 코로나19 이후에도 거점 오피스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시간제, 분산을 키워드로
2세대 성장 중인 공유 오피스
거점 오피스 수요 증가로 국내 주요 공유 오피스 기업들의 매출도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4월 8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 업계 1위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607억 원으로 전년 425억 원 대비 43% 늘었다. SK텔레콤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파크플러스도 지난해 매출 261억 원을 기록하며 136억 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밀집된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공유 오피스의 특성상 코로나19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던 바와 달리, 분산 업무를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계속된 불황으로 건물 임대가 부담스러운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공유 오피스 수요가 이어진 모양새다.
여기에 공유 오피스 조사기관 ‘코워킹 리소시스(Coworking Resource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공유 오피스 이용자 수가 약 193만 명에 달했는데 2024년까지는 약 499만 명의 2.5배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이용자 수요에 맞춘 공간 서비스 모델로 공유 오피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 올해부터 굵직한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지점 확대와 더불어 ‘소규모’, ‘시간제’, ‘분산’을 키워드로 2세대 공유 오피스를 키워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공유 오피스에서 불편함으로 제기돼 오던 문제들과 기업 사무공간의 변화 추세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아시아의 위워크’로 불리는 싱가포르 공유 오피스 기업 ‘저스트코(JustCo)’는 싱가포르 10개 지점에서 시간제 상품 판매를 시범 도입했으며, ‘스위치(Switch)’라는 세계 최초 워크 부스도 도입했다. 워크부스는 도심 쇼핑몰부터 주거 밀집지역까지 분산 배치한 1인 전용 소형 사무실이다. 여기에 ‘공유’라는 이유로 노출돼 왔던 독립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커스텀 오피스’ 솔루션을 선보여 입주 전 기업의 요구에 따라 사무공간을 꾸미고 있다. 한편 국내 가장 많은 지점(27개)을 보유한 패스트파이브는 라운지 공간을 분리해 기존 규모에서 대폭 축소한 새로운 오피스 형태를 선보일 예정이며, ‘집 근처 사무실’을 콘셉트로 하는 ‘집무실’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유 오피스로 업무지구가 아닌 주거 밀집지역에 1년 새 3개 지점을 내고, 멤버십 비용 월 3만 3000원을 내면 시간당 3300원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자유로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호텔의 틈새 타깃이 된 직장인들
호텔도 재택근무, 비대면 업무로의 일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지난해 말부터 직장인들에게 객실을 사무실로 제공하면서도 추가적인 호텔 서비스 혜택을 준 재텔근무, 워케이션 패키지를 선보였다. 패키지는 직장인 근무시간인 9 to 6에 맞추거나, 조식 혹은 디너를 포함하지만 투숙은 하지 않는 데이유즈, 투숙까지 포함해 일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워케이션, 혹은 아예 직주일치 니즈를 타깃으로 한 장기투숙의 형태로 오피스로서 객실의 기능을 덧대기 시작했다. 이는 공유 오피스와 같은 공간을 제공하면서 호텔식 서비스까지 선보이고자 한 전략으로, 호텔은 간단한 스낵류와 라운지 이용, 커피 무제한 이용 등의 소프트한 서비스부터 주차장,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등의 부대시설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해 직장인들을 끌어들였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메리어트 본보이와 함께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도 발표,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얼마든지 호텔이 오피스로도 대체 가능한 공간인 점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패스로는 ‘데이 패스(Day Pass)’, ‘스테이 패스(Stay Pass)’, 및 ‘플레이 패스(Play Pass)’ 총 세 가지를 제시해 업무라는 목적 아래 객실 이외 부대시설도 다양하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오피스 형태 갖추기 시작한 객실
한편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오피스 수요가 늘어나고, 공유 오피스 붐이 한 꺼풀 꺾이면서 공유 공간의 아쉬운 점들이 드러나자 이를 보완해 객실을 사무실의 형태로 개조한 호텔도 등장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20개 ‘프라이빗 오피스룸’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프린스호텔은 특히 코로나19의 타격이 극심한 명동의 중심에서 운영의 자구책으로 오피스룸을 기획하게 됐다. 서울프린스호텔 객실판촉팀 최명운 지배인(이하 최 지배인)은 “명동은 주 타깃이었던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추면서 호텔뿐만 아니라 인근 상권까지 전부 무너진 상태다.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운영을 중단한 곳들이 늘어나 단기 레저고객을 타깃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하며 “이에 운영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호텔들은 메리트있는 가격으로 장기투숙객을 잡고 있는데, 서울프린스호텔은 여기에 객실의 장점을 살린 독립 오피스룸을 제공해 직장인까지 타깃을 확장하는 운영의 다변화를 꾀하게 됐다.”고 오피스룸 기획 배경을 이야기했다.
서울프린스호텔 오피스룸은 일반 객실을 개조해 단독 혹은 최대 2인까지 적합한 A타입, 스위트룸을 개조해 최대 3인까지 사용 가능한 B타입, 최소 4인에서 최대 6인까지 수용하고 회의가 가능한 중앙데스크가 구비된 C타입까지 총 3개 타입으로 이뤄져있다. 이용할 수 있는 공용시설은 로비 1층에 마련된 미팅룸과 라운지, 카페가 있고,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기본적인 사무용품, 복합기 및 파쇄기 사용은 물론 룸서비스, 우편 및 택배 수신, 청소 서비스, 전용 화장실, 커피 무료, 도서 무료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요금은 하프데이(5시간), 풀데이(11시간), 주(6일), 월(26일) 단위로 책정되며 지난 3월부터는 시간제 서비스도 오픈해 A타입과 B타입의 경우에는 시간 단위로도 예약할 수 있도록 유연함을 갖추고 있다.
한편 서울 성수동의 호텔 오피스 포코도 공유 오피스 브랜드 ‘오피스 포코’를 론칭했다. 오피스 포코는 객실에 책상, 의자, 서랍장, 무선 인터넷, 케이블 TV 등 업무에 필요한 기본 옵션들은 물론, 미니 냉장고, 빌트인 에어컨, 바닥 난방 등 쾌적한 사무실 환경을 조성해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하다. 이외에도 복합기, 커피머신, 정수기, 티 테이블이 구비된 커뮤니티 룸도 마련해 뒀으며, 호텔 내 회의공간인 ‘스페이스 포코’도 선보여 월 2회, 최대 4시간 사용 가능한 특전을 내걸었다. 타 오피스에 비해 오피스 포코가 갖는 차별점은 사용 기간 동안 사용자의 환경에 맞게 업무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는 기본적으로 2인 기준으로 책상과 의자가 설치돼 있고, 최대 4인까지 맞춤 세팅이 가능하다. 여유 공간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추가로 가구를 들일 수 있다. 호텔 포코 성수 김찬숙 총지배인(이하 김 총지배인)은 “코로나19로 유연 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회사가 아닌 재택 혹은 단독 공간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공유 오피스의 수요도 점차 늘어남에 따라 호텔에서도 시간제, 일 단위, 월 단위로 언제든지 원하는 기간만큼 이용이 가능한 오피스 포코를 론칭하게 됐다.”고 이야기하며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서 호텔에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니즈를 접목하게 된 시도로, 성수동 일대에 오피스가 필요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고객층 확보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 맞춤형 프라이빗 오피스 구현으로
새로운 고객 니즈 발굴하고자 해”
서울프린스호텔 객실판촉팀 최명운 지배인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 여간 오피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오피스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서울프린스호텔 내 오피스룸은 20객실을 운영 중이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짧게는 1시간 단위 시간제에서 반나절, 하루, 월간 사용으로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또한 사용하는 인원에 맞춰 A, B, C 타입으로 나눠 객실을 제공 중이며, 고객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장기간 투숙에도 보증금 없이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 이후 월 단위 문의가 가장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후 추가 오피스룸 오픈도 고려하고 있다.
오피스룸 구성 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유 오피스와 다르게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호텔의 특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업무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일반 투숙 객실은 침대가 큰 공간을 차지했다면 오피스룸은 공간의 목적이 달라지다 보니 조명 조도도 바뀌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붉은 계열의 가구가 많았는데 보다 편안함을 주기 위해 가구도 교체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호텔의 프라이빗함에 공유 오피스의 분위기도 제공하고자 1층에 편안히 쉴 수 있는 라운지을 구성했으며, 월 단위 이용 시 하루에 한 잔 무료 커피 제공과 유료로 제공되는 회의실 공간을 하루 최대 2시간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업무상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니 속도가 더 빨랐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보완 논의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 타깃하지 않았던 고객인 만큼 최대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통해 오피스룸으로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객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오피스룸 홍보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오픈 초기에는 인근의 거래처 세일즈부터 시작했는데 호텔 오피스룸이 필요한 타깃을 상세히 들여다보니 오히려 4인 이하의 스타트업이나 초기비용 없이 창업을 준비하는 1인 기업,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장인과 같은 개별 고객들의 니즈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각보다 호텔 입구에 세워놓은 POP로 인한 홍보 효과가 높다. 근처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지나가던 중 문의 차 방문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런 경우 직접 상담 후 원하는 타입별 룸 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실제 이용하고 있는 고객 구성과 이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현재 이용객 중에는 젊은 연령대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특히 보증금, 관리비, 수도세, 전기요금 등의 부담이 없다는 점, 고객이 무선 인터넷이나 사무 가구를 준비하지 않아도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24시간 상주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보안성에 만족하고 있고, 기본 옵션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빠르게 피드백해주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편리하다는 평이다.
실제 오피스룸을 운영해보니 어떤가? 운영해보며 느낀 호텔 오피스룸의 장단점이 있다면?
처음 기획 당시만 해도 단순히 객실 가구 정도 재배치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아예 오피스로 운영 중인 객실도 있지만 간단히 객실에 책상 정도만 있어도 괜찮다 하는 이들도 있어, 해당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기본 객실에 제공 서비스의 옵션을 조절하며 올데이룸으로 제공하고 있다. 호텔 오피스룸의 장점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오피스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1인, 스타트업, 미팅이나 외근이 많은 직장인, 단기 사무실 임대, 화상회의, 화상 면접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되며, 단점이라고 하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이다 보니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점이다.
앞으로 서울프린스호텔 프라이빗 오피스룸의 운영 계획 및 비전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코로나 시대 호텔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굳이 오피스룸이 아니더라도 호텔이라는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위 상황, 고객의 요구에 맞춰 바꾸고 변화해야 한다. 프라이빗 오피스룸의 경우에도 오픈 초기만 하더라도 인지도가 없다 보니 가격적인 메리트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갈수록 1년 이상 장기계약이 이뤄지고 고정 물량이 늘어나면서 적정 객실 요금이 맞춰지고 있다. 물론 대형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도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프라이빗한 공간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서울프린스호텔의 프라이빗 오피스룸은 새로운 공간 마련을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이를 만족시켜 나갈 것이다.
거점 오피스로서의 호텔
공유 오피스의 단점 보완하며 호텔 특색 살려야
그렇다면 거점 오피스로서 호텔은 어떤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까? 공유 오피스와 비교했을 때 지금까지 호텔 오피스의 장점에는 보증금과 관리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 공용 공간이 줄어들다 보니 개인 공간이 넓다는 점과 공유 오피스가 보호해주지 못했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 비교적 옵션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 등이 있다. 이는 공유 오피스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면서 생겨난 단점들을 보완한 것으로 앞으로도 공유 오피스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호텔이 특화할 수 있는 부분을 특화시킨다면 호텔 오피스도 거점 오피스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 총지배인은 “작년 여름부터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객실 공간 활용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 아이디어를 살펴보던 중 인근의 공유 오피스들을 방문해 직접 살펴보니 성수동 일대에는 오피스 니즈가 많은데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입주를 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정도 대기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그때부터 호텔 오피스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낼 것인지 기획이 이뤄졌고, 공유 오피스의 콤플렉스가 높은 인구밀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귀띔하며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 많은 입주자를 모집하려고 하다 보니 인구밀도가 높고 답답한 부분을 널찍한 카페나 바, 라운지의 공용 공간으로 푼 것이 공유 오피스였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공용 공간만큼 개인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는 점, 스타트업이나 새로 창업한 기업이 아니고서야 커뮤니티, 네트워킹과 같은 만남이 불필요할 수 있다는 점, 공동체 생활로 입주 규칙이 까다롭다는 점 등의 애로사항으로 실제로 입주자들의 턴 오버가 빠른 편이었다. 이에 이러한 점들을 오피스 포코에서 보완해준다면 충분히 공유 오피스 이외에도 거점 오피스로 호텔 오피스의 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호텔이 특화시킬 수 있는 오피스 키워드는 ‘프라이빗’과 ‘유연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모를 리 없는 공유 오피스 기업들도 이에 발 빠르게 대처, 패스트파이브는 기업 사무 공간 이전과 설계 및 운영을 돕는 ‘오피스 솔루션’을 론칭했고, 스파크플러스는 서울 지역 19개 공유오피스 지점을 자유롭게 선택 이용할 수 있는 ‘스플패스’를 출시해 호텔 오피스 키워드를 더욱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명확한 포지셔닝과 타깃 필요한 호텔 오피스
한편 호텔 오피스와 공유 오피스의 타깃은 아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1년 간 패스트파이브를 이용한 한 입주자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가 여타의 부대시설로 인해 생각보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비싼 가격만큼 공용 공간을 통해 얻는 메리트가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개별 공간은 협소해도 공용부가 넓고 쾌적하기 때문에 외부 미팅이나 상담이 있을 경우 시각적인 효과가 있어 고객으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회사 규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만큼 생동감을 전달해줄 수도 있다.”고 전하며 “개인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위치 좋고 저렴한 경우 호텔도 충분히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외부인과 접촉해야 할 일이 많은 경우 호텔은 다소 진입이 어렵고 공용 공간이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느껴질 것 같다. 공유 오피스의 경우 개인 사무실이 답답하면 공용 공간으로 나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호텔은 일반 투숙객과도 마주쳐야 하고, 협소한 회의 공간이나 미팅룸도 오피스 이용에 애로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막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한 호텔 오피스는 앞으로 방향성 설정에 따라 비전이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수요는 이미 공급량에 비해 포화 상태고, 이런 추세에 발맞춰 공유 오피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물론 호텔 객실을 개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잠자고 쉬는 공간과 업무가 진행돼야 하는 공간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조명부터 시작해 디자인 컬러, 인터넷 배선, 콘센트, 블라인드, 객실 레이아웃까지 고려해 개조가 이뤄져야 한다. 오피스 포코의 경우 오피스 특성 상 자주 움직이는 책상과 의자를 고려해 바닥 재질을 온돌에서 카펫으로 바꿨다고 한다.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작업에 객실 하나 당 2~3주 정도의 개조 기간이 소요됐다고.
따라서 호텔 오피스는 기업 거점 오피스보다 명확한 타깃 설정으로 독자적인 지역 거점 오피스로 포지셔닝, 내국인을 타깃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서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 포코 성수는 성수에 유일한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서 고객들의 생활의 일부까지 충족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항상 고민해왔다. 오피스 포코는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과 니즈들을 고려해 탄생시킨 결과”라고 이야기하며 이제는 객실만으로 호텔이 차별화되기 어려운 시점에 닿았기 때문에 호텔 오피스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고려했을만한 아이템이라고 전한다. 호텔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공간 변화가 비록 코로나19의 일시적인 타개책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호텔 이외에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들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반영한다면, 호텔 오피스도 또 다른 비즈니스 문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오피스 포코 확장 통해
토탈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거듭날 것”
호텔 포코 성수 김찬숙 총지배인
호텔 포코 성수에서 오피스 포코를 론칭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 객실 공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쯤이다.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서 코로나19 이후 비어있는 객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조사하다 두바이에 위치한 ‘로브(Rove)’ 호텔이 지난해 4월부터 아랍에미레이트 최대 공유 오피스 업체 ‘렛츠워크(Letswork)’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오피스에 관심을 갖고 주위를 들여다보니 성수가 인구가 밀집돼 있는 지역인데 비해 오피스가 부족했고, 공유 오피스 요금도 장기투숙 요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시설은 갖추고 있으니 숙박에서 사무공간으로 개조해보자는 결론에 닿게 됐다.
현재 오피스 포코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전체 객실 중 3층을 오피스 층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현재는 샘플 룸을 만들어 홍보하는 단계다. 기존에 침대가 있던 객실에서 침대와 객실 가구를 제거하고, 업무용 책상과 의자 등 사무 가구를 풀 옵션으로 비치, 최대 4인까지 업무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했다. 여기에 회의나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스페이스 포코도 같이 구성했다. 기존 공유 오피스와 차별화된 부분으로는 독립된 쾌적한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사무실마다 개별 화장실이 있고 개별 냉난방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용 기간은 단기, 장기 모두 가능하며 아직까진 단기 예약 고객이 많아 추이를 살펴보고 장기 고객은 맞춤형으로 오피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피스룸 구성 시 공유 오피스 모델을 주로 벤치마킹 한 듯 보인다.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호텔 오피스룸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공유 오피스와 같은 시설과 서비스, 코워킹을 기대하고 호텔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텔의 경우 공유 오피스에 기대했던 넓은 공용공간이나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호텔 포코만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기존 공유 오피스의 협소한 공간과 창문이 막혀 있거나 뷰가 좋지 못해 답답했던 단점을 활기 넘치는 성수동 전망의 룸에 오피스를 구성해 보완했고, 공유 오피스에 밀집돼 있던 공간을 호텔에서는 여러 곳에 분산시켜 스페이스 포코와 라운지, 카페를 연계, 이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호텔 포코 성수의 강점 중 하나가주차 시설이 있다는 점이다. 공유 오피스의 경우 워낙 인적 밀접도가 높은 건물에 입주해있기 때문에 개별 입주자들의 주차권 보장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주차도 어필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터득하고, 오피스 포코를 알리기 위한 홍보 방안, 가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주변 업체 벤치마킹과 조사 작업이 필요했다. 대규모 공유 오피스에 비해 공용 공간은 비교적 협소하지만 단독형 오피스만의 독립성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완비한 호텔의 강점을 살려 별도의 아늑한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최적화된 시설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오픈 이후 고객 반응은 어떤가? 주로 들어오는 문의가 있다면?
아직 홍보 단계에 있기 때문에 반응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출장차 방문했다가 스페이스 포코를 찾는 고객이나, 수험생 같은 경우에는 시간 단위 예약이 있기도 하고, 가장 많은 문의는 한 달 단위 이용에 관한 건이다. 이용을 희망하는 직업군도 다양하지만 특징을 꼽아보면 스타트업이나 광고대행사, 대학 교수 등 서브 오피스의 개념으로 오피스 포코를 찾는 이들이 많다. 장기 고객의 경우에는 세일즈팀이 적극적으로 룸 쇼도 진행하고, 상담도 하면서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또는 당일 예약으로도 이용 가능해 필요할 때 바로 사용 가능한 점이 좋다는 평가가 많고, 편리한 주차시설과 호텔만의 아늑한 분위기도 장점 중 하나다.
호텔 오피스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오피스 포코의 전략은 무엇이며, 앞으로 비전에 대한 이야기 부탁한다.
지난해 오픈 이후 1년여 정도 호텔을 운영해보며 주변에 새로운 기업체들을 많이 발굴했다. 예전에는 사무실을 몇 년씩 계약하고 사용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지역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실속 있게 이용하는 추세다. 신생 업체나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들, 혹은 서브 오피스가 필요한 고객들이 항상 존재하고, 그에 맞춰 호텔 포코도 서비스 및 시설을 보완하면서 전형적인 숙박업소가 아닌 토탈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진화해갈 예정이다. 오피스 포코는 현재는 단독형 오피스이지만 앞으로는 ‘커뮤널 테이블(Communal Table)’을 도입해 좌석 단위로 판매하거나 스터디룸 론칭 등 이용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오피스 시설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오피스 포코와 같은 비즈니스 시설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공간들도 추가해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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