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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돌아온 스테이케이션과 떠오른 피보팅, 트렌드 분화와 변주의 한 해 맞이하다

키워드로 살펴본 2021 호텔 트렌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0년도 지나고 보니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코로나19 시작해 코로나19로 마무리한 2020년. 다가올 2021년이 포스트 코로나가 될지, 위드 코로나가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순 없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사람들은 삶의 태도를 바꿨고, 현실에 맞춰 자신의 기대 수준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트렌드는 무언가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2021년 트렌드는 2020년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지만 빠른 속도로 분화와 변주를 반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더이상 외부 환경 변화의 추이나 트렌드를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트렌드란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021년도 예견된 상황. 올해 호텔과 여행업계를 관통할 트렌드는 어떤 흐름을 타고 전망됐을까?


메이필드호텔 서울_ 마이팔레트 아트 페인팅 클래스 / 제주신라호텔_ 쥬라기 클래스의 3D 공룡섬 증강현실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자기 성장
#업글인간 #성장여행 #원데이클래스
2020년만큼 내 맘 같지 않았던 한 해가 있었을까. 세계적 유행의 팬데믹으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활에 제약이 생겼고, 심지어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하는 낯선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2021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의 대표적 정서는 ‘답답함’이었다. 걱정 많고 불안한 일상이 계속되는 상황에도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은 더욱 꺼려지는 일상을 그대로 표현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다소 위축돼 보였던 정서와는 달리 대중이 느끼는 욕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현재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답답함’이 오히려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찾아 다니는 방법으로 분출된 것이다.


삶의 질적 향상을 취미 생활로 몰두하는 ‘업글인간’의 모습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꾸준히 관찰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그 범위가 취미에서 학습까지 확대, 관심 카테고리 영역도 건강, 홈트, 요리 등으로 다변화됐다. 언택트와 온택트 라이프가 생활화되면서 온라인 취미 생활을 지원하는 브랜드 홍보방식도 등장했다. 농심과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이 코바늘 뜨개질로 농심의 너구리 캐릭터를 제작하는 ‘브랜드 클래스’를 오픈한 것이다. 해당 클래스는 당초 2020년 2월부터 3개월 동안만 진행하기로 계획됐었는데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7월 재오픈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호텔업계에서도 곳곳에서 이색 클래스들이 진행돼 그동안 한정된 콘텐츠로 제공되던 클래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에서는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아트 클래스 ‘마이팔레트’와 손잡고 호텔의 드넓은 녹지공간을 아트 페인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 위험이 가득하고 분주한 도심에서 벗어나 숲길 산책로에서 이국적 풍경을 담고, 편안한 휴식과 더불어 호텔의 프라이빗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스위트동에서 클래스를 진행한 것이 눈에 띈다.


촉각 체험에서 증강현실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이뤄진 클래스도 있었다. 제주신라호텔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공룡과 반응형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놀이공간을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쥬라기 클래스’는 체험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와 결과가 달라지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를 도입했다. 아이들이 모래를 만지고 쌓으면 그에 따라 지형이 변하는 ‘3D 공룡섬 증강현실’ 체험 놀이는 공룡이 살았던 시대의 화산섬을 실제 모래로 만들어 볼 수 있어 상상력을 자극했고, 재미는 물론 유익함까지 갖춘 클래스로 부모와 아이 모두의 만족을 이끌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멀티페르소나 #취향세분화 #초개인화 #알고리즘
통상적으로 사람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듬어간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졌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내가 몰랐던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기 시작했다. 방송인 유재석이 유산슬, 유두래곤, 지미유, 유르페우스와 같이 다른 정체성을 표현한 것처럼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평범한 소비자들도 직장, 취향, SNS, 공동체, 소비 등 여러 영역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 트렌드 키워드였던 초개인화는 같은 소비자라도 어제의 고객과 오늘의 고객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순간’에 제공받는 서비스야말로 진정한 나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에 의한 실시간 서비스에 열광한다. 과거의 개인화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분석해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의 초개인화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인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주는 차원을 넘어서 소비자도 몰랐던 취향을 찾아 골라주는 서비스가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에서는 원하는 타입의 패키지를 택해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글래드 호캉스 페어’를 진행했다. 호캉스 페어는 객실에서 무제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호텔 밖은 위험해’, 비타민 섭취하며 건강하게 휴식할 수 있는 ‘웰캉스’, 스위트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즐기는 ‘스위트 플렉스’, 제주에서 럭셔리 드라이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럭셔리 드라이빙 x 푸조’, 그리고 일상에 지친 나에게 제주 여행을 선물하는 ‘나 혼자 간다’를 선보여 고객이 취향에 맞는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글래드 호텔_ 호텔 밖은 위험해 패키지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김성진 이사(이하 김 이사)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세분화되며 이제 키워드만으로는 여행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기 어려워졌다. 단순히 ‘캠핑’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캠핑을 즐기는 행동 패턴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 그 다음 단계를 예측,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설명하며 “빅데이터는 여행 소비자들의 특성과 행동 패턴은 확인할 수 있지만 데이터 속에 숨겨진 그들의 니즈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몰데이터인 조사와의 결합을 통해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개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로 찾게 된 나만의 공간
#히든플레이스 #대안여행지 #숨은여행지
아득히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불과 2년 전 만해도 오버투어리즘으로 세계 관광업계가 골머리를 앓았다. 베네치아, 바르셀로나와 같은 관광 명소는 이제 더이상 관광객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은 비단 환경오염 이슈, 지역사회뿐 아니라 붐비는 인파로 여행객들의 여행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만족도도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2020 여행 트렌드로 많은 여행사에서 누구나 다 가는 여행지보다 나만의 숨은 장소에서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 부킹닷컴은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이 찾는 곳을 ‘대안 여행지’로 명명하기도 했다.


2020년은 오버투어리즘을 걱정할 일이 없던 한 해였지만 다른 의미로 알려지지 않았던 명소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았다.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5월 조사한 ‘가보고 싶은 국내여행지’ 설문 결과 응답자들이 뽑은 63개 지역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4개 지역이 군(郡)이었다고 한다. 강원도 고성과 양양, 전라도 담양, 충청도 단양과 태안, 경상도 남해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외에도 조사 결과에 따라 익스피디아는 강원 삼척, 충북 단양, 충남 서천과 전남 나주, 담양 등을 언택트 여행지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주로 해외여행지 콘텐츠를 소개하던 여행 예능들이 코로나19로 국내에 집중하게 되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명소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는 고성 삼포 해수욕장, 문경 선유동 계곡, 제주 머체왓 숲길 등을 화면에 담았고, <더 짠내투어>에서는 제천의 청풍호반, 동해 논골담길 등을 소개해 시청자들의 숨은 여행지 방문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사진 출처_ tvN <바퀴 달린 집> 화면캡쳐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
#스트리밍라이프 #구독경제 #신렌탈
업글인간의 자기 성장 욕구는 이제 ‘누가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보다는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해봤는가’가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무형의 경험이 곧 자산이 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제시한 스트리밍 라이프는 욕망은 부풀었으나 충족할 자원이 부족한 세대가 기술의 발전으로 상품과 서비스, 공간 경험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돼 무르익은 트렌드로 정의했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 생활반경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단순히 다른 사람과 물건을 공유하고, 추천 제품을 구독하는 것에서 나아가 업무 공간을 구독하고, 무엇이든 빌려 쓰며 경험을 손쉽게 수집하는 등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요한 때에 따라 필요한 장소를 점유하는 라이프스타일, ‘라이프 백패커’가 등장했다. 그동안 정해진 ‘내 자리’에 앉아 업무를 진행했던 회사란 공간 개념이 탄력근무제,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업무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는 ‘패파패스’를 론칭해 내가 위치한 곳 가까이 지점 어느 곳에서도 손쉽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구독경제 문화를 창출했다. 집 근처 분산 오피스라는 콘셉트의 ‘집무실’은 1인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 근로자에게 이동시간은 최대한 줄이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호텔도 ‘워크케이션(Work+Vacation)’, ‘재(在)텔근무’와 같은 키워드로 객실을 사무실로 제공했다. 프라이빗한 공간,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쾌적한 객실에 피트니스, 수영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까지 누릴 수 있어 직장인에게 호텔은 오피스로서 최적의 장소로 떠올랐다. 더 나아가 데이유즈지만 사실상 풀 서비스나 다름없는 재텔근무 상품은 아예 장기투숙을 통해 일과 일상을 호텔에서 보내는 ‘한 달 살기’, ‘공유주거’의 형태로 객실 구독 서비스의 조금씩 모습이 확장되고 있다. 이에 호텔 객실 장기 구독 서비스인 ‘호텔에삶’이라는 플랫폼도 생겼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홈 오피스나 회사 근처의 ‘세컨 하우스’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 호텔 객실을 하나의 주거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호텔 서비스와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 스트리밍 라이프는 장기 여행과 출장은 물론 재택근무, 일상의 공간으로 새롭게 포지셔닝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_ 버드모이 유튜브 화면캡쳐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앞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매개로 기업과 소비자가 맺는 관계에 있어 ‘고객생애가치(Life Time Value)’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업은 고객생애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 서비스에 접속해있는 동안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설정하는 전략도 기존 렌탈 시장의 잔존가치 계산법이나 제품 가격에 배달 금액을 더한 배송산업처럼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소비자가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소비자가 이 서비스의 가치라고 판단하는 금액이 돼야 한다는 것. 저성장 시대임에도 취향의 수준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는 낮은 가격만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2021 트렌드 모니터>의 조사 결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중 80.7%의 소비자가 ‘소비에 필요한 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그다음으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아서’가 66.5%로 나타나,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 스트리밍 라이프를 통해 무언가 획기적인 경험보다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간, 비용, 노력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더 이상 트렌드 아닌 위드 코로나의 일상
#친환경 #필환경 #지속가능성 #제로웨이스트
2019년 필환경, 플라스틱제로에서 2020년 지속가능성, 제로웨이스트까지. 물론 2019년 이전에도 환경을 의식한 소비 행동은 존재했지만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문화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지 않았다. 국내에는 2018년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을 계기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도 종이 빨대는 물론 그린카드 사용을 유도하고, 일회용 어메니티를 디스펜서로 교체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후 영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9년을 ‘채식의 해’로 선언하며 친환경 소비가 동물복지를 넘어 윤리적 소비로 확장, 이에 따라 지난 해에는 미국 여행 가이드북 <포더스(Fodor’s)>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여행지’를 발표하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지속가능한 관광 트렌드로 확장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려워지자 지난 7월까지 누적된 배달음식 거래액이 2019년에 비해 70% 넘게 늘었으며 이런 영향으로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15.6%나 증가했다. 또한 15억 6000만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바다로 밀려들어 해양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마스크는 분해되는데 무려 450년이나 걸린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제시했던 ‘편리미엄’ 트렌드까지 가세했다. 배달음식과 마찬가지로 HMR, RMR 제품들이 언택트 트렌드와 강하게 결합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비닐 폐기물의 발생량은 하루 평균 951t으로 2019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8월 3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 동안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앤 레지던스 서울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 씨마크호텔,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WE 호텔 제주 등 특급호텔 10곳과 연계해 ‘2020 친환경 호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그린카드를 사용하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폐린넨, 폐비누를 업사이클링한 에코백과 왁스 태블릿 등을 제공했고, 그린카드 이미지 게재 SNS 이벤트를 진행해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제주 친환경 스타트업 기업인 레미디는 제주에 있는 메종 글래드, 라마다, 롯데시티 호텔과 협약을 맺고 폐시트를 수거, 업사이클링하고 있으며 메종 글래드와 라마다 호텔과는 손님들에게 에코백을 공동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의 배경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주목받고 있음에도, 감염병 시대는 모두를 비대면 서비스에 의지하게 하면서 속수무책으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친환경 이슈는 위드 코로나 시대 트렌드가 아닌 일상이 됐다. 정부와 기업, 가구 및 개별 소비자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시급히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레미투미의 반려동물 방석 / 호텔과 협업해 만든 레미디 친환경 에코백(사진 출처_ CCBB)

 

호텔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
#레이어드홈 #홈루덴스 #홈족 #홈인테리어
코로나19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정형적이고 고정된 공간, 집이 시대 변화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 따르면 ‘집과 그 인근 동네’와 관련된 트렌드는 2009년 ‘다시 집으로’ 키워드가 발표된 이래 ‘떴다 우리동네(2010)’, ‘숨은 골목 찾기(2015)’, ‘나만의 케렌시아(2018)’, ‘밀레니얼 가족(2019)’, ‘라스트핏 이코노미(2020)’ 등 10여 년간 꾸준히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트렌드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코로나19는 전 국민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 대한 관심과 관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더 이상 집은 단순히 휴식처가 아니라 나아가 여가생활과 생활패턴까지 바꾸는 공간이 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이와 같은 현상을 집이 기존의 기본 기능 위에 새로운 층위의 기능을 덧대면서 무궁무진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레이어드 홈’이라 정의했다.


레이어드 홈의 가장 기초적인 레이어는 집 본래의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강조한 레이어로, 집의 기본 기능이 강조되면서 수혜를 입은 산업은 위생 가전, 가구, 인테리어 영역이다. 가장 극적인 매출 증대를 보인 품목은 가구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내구재 소비를 줄이는 대신 경험재인 여행과 맛집에 돈을 써 왔는데,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여행을 위해 모아둔 돈을 가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2021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셀프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오늘의 집’의 경우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19년 500만 건에서 2020년 4월 1000만 건으로 증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며, ‘홈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 관심도’ 조사에서 84.5%의 응답자가 ‘홈 인테리어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집의 수준을 높여 프리미엄하게 꾸미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호텔 같은 집’에 대한 욕망도 커지고 있다. 호텔에서 즐기던 것들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이다. 그림이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 공간 연출의 핵심이 된 것이다. 오픈갤러리, 블루캔버스, 갤러리K 등 최근 성업 중인 서비스 업체들은 그림 렌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 홈’, ‘IoT 홈’에 대한 관심이다. 그동안 홈 오토메이션 영역은 기술 수준에 비해 유난히 보급이 느린 영역이었다. 그러나 언택트 라이프로 IT 수용력이 빨라지고 있고 각종 매체를 통해 IoT 홈이 노출되면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헬스장 이용이 불가해지며 홈 트레이닝의 니즈가 증가, 스마트 홈트 업계는 ‘스마트 미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앞으로 집은 미래 소비산업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호텔 객실도 IoT 스마트 객실이나 피트니스 객실 등 얼마든지 레이어드 홈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기회가 많다. ‘호텔 같은 집’이 아니라 ‘집 같은 호텔’로 콘셉팅하는 것이다.

 

MBC <나혼자산다> 화면캡쳐

호텔도 부캐를 받아들일 시기 #피보팅
전통적으로 위기는 자생력 없는 기업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메커니즘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넷플릭스, 이 네 기업의 공통점은 초기 구상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신통치 않았지만 이후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는 점이다.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변함에 따라 사업 영역과 방향을 적절히 전환, 여러 차례의 위기의 파고를 넘어 현재의 위상에 올랐다. 이처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니즈에 대응, 신속하게 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을 ‘피보팅(Pivoting)’이라 부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앞으로 팬데믹 경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피보팅이 주요 과제가 됐다고 이야기하며,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보팅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혁신’의 일종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혁신은 소비자가 요구하기보다 기업이 주도하는 것에 비해 피보팅은 계획보다는 실험에 초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즉 피보팅은 미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혁신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고자 ‘가설 설정→실행(테스트)→수정→실행’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전략의 방향을 수시로 수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피보팅의 핵심은 ‘얼마나 바꾸느냐’보다는 ‘무엇을 축으로 의지해 바꾸느냐’에 있다고 한다.


피보팅의 유형에는 △핵심역량 피보팅 △하드웨어 피보팅 △타깃 피보팅 △세일즈 피보팅이 있는데, 현재 호텔업계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피보팅은 하드웨어 피보팅이다. 하드웨어 피보팅은 시설 설비, 공간, 건물 등 물리적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으로, 그동안의 시설 용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안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호텔 사례로는 레스케이프호텔과 글래드 호텔이 객실을 오피스로 변환시킨 것에서 시작해 콘래드 서울이 객실 내 스피닝 바이크, 요가 매트, 아령, 짐볼, 철제봉을 설치해 선보인 ‘헬스장’,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독일 놀이교구 업체 ‘하바(HABA)’와 협업해 객실을 장난감과 아동 용품이 가득한 ‘키즈 카페’로 꾸민 것을 들 수 있다.

콘래드 서울_ 스테이 헬시 패키지 / 밀레니엄 힐튼 서울_ 하바 테마룸

비선형적 변화를 반복하는 일상 속 여행
#스테이케이션 #팟트래블 #리랙셔리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스테이케이션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매년 모습을 달리해왔다. ‘멀리 떠나지 않고 집이나 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휴가’를 의미했던 스테이케이션은 KTX, SRT, 항공 등의 활성화로 접근성이 해결된 강원도와 부산, 제주까지 1일 생활권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머무르는 장소도 집에서 공유숙박, 호텔, 캠핑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2021년 여행 키워드 중 하나로 ‘팟 트래블(Pod Travel)’로 정의, 가족 혹은 지인과 함께 외지로 떠나는 여행이 스테이케이션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조사 결과, 사람들의 접촉을 통제할 수 있고 예약객에게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독채가 2021년 여행 시 가장 선호하는 공간으로 꼽혔으며, 오두막집이나 시골집처럼 인적이 드문 숙소가 2020년 순위에 있던 빌라나 타운하우스를 제치고 상위 5개 숙소 유형에 진입하기도 했다. 한편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는 ‘혼행(혼자하는 여행)’ 스테이케이션이 홀로 떠나는 럭셔리 여행 ‘리랙셔리(Relaxury)’의 형태로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김 이사는 “원래는 ‘집에 머문다’는 개념에 불과했던 스테이케이션은 2018년과 2020년 조사를 비교해보면 그 의미가 확대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의 경우 스테이케이션은 성수기에 몰리는 인파를 피해 더위가 심할 때는 집에서 쉬고, 비수기와 같이 한적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홈캉스’가 대세였다.”고 설명하며 “반면에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여행의 기분을 최대한 느끼기 위한 ‘호캉스’ 스테이케이션 형태를 보였다. 공간 이외 가장 큰 차이로는 홈캉스에 비해 호캉스 스테이케이션에서는 비용적 이슈에 대한 허들이 없어졌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조사한 결과 호텔/리조트 내에서의 대부분의 행동 유형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바탕으로 그는 3년가량 지속된 스테이케이션 흐름이기에 더이상 호캉스에서 고객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 다가올 호캉스 스테이케이션 전략으로는 고객이 집에서 하는 활동과 노는 방식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팬데믹은 집에서 노는 방식도 변화시켰다. 10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 400번 저어 만드는 제티떡, 1000번 이상 꼬아 만드는 꿀타래와 같이 갑갑한 일상 속 감금이라는 불편함을 놀이화하는 ‘페인 플레이’가 돋보였고,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 밀렸던 콘솔 게임도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빛을 발했다. 덩치가 큰 비디오 게임기가 있어야 가능한 콘솔은 대표적인 사양기기로 취급됐었으나, 집콕 생활로 가족과 함께 커다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의 장점이 역으로 부각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피트니스 게임 ‘링피트 어드벤처’는 홈트레이닝의 인기에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까지 결합해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고. 김 이사는 “게임같은 경우에도 객실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최근 PC방에 가지 못 하는 게임 유저들을 위해 게임용 PC를 구비해 놓은 숙박업소도 등장했다. 물론 호텔에 적용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호텔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이라든지, 코로나19의 무료함을 떨치고 싶은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게임들은 다양하다.”고 귀띔하며 “실제 일본의 한 호텔은 호텔 전체를 게임과 관련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까지 객실에 적용해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런 시도가 타깃층에 맞게 정확히 콘셉팅된다면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을 때에도 충분히 어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상이자 여가이고, 취미이자 특기가 된 운동
#건강 #오하운 #코로나면역력 #웰니스
2020년 하반기, MZ세대에게 핫플레이스는 ‘산’이었다. 등산로에는 형형색색의 레깅스를 차려입은 20~30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나 서핑 등의 운동도 접근이 쉬워졌다. 러닝은 트레일 러닝, 클린 세션으로, 요가는 플로팅 요가, 명상 요가, 선셋 요가 등으로 분화와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히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패션, 인증샷, 챌린지 등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개인의 성장까지 이룬다는 점이다.


<트랜드 코리아 2021>은 이러한 운동 열풍은 비단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 증진과 면역력 강화에 관심이 커진 결과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세대의 세대적 특성, 정체의 시대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일으킨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를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인사말로 쓰이는 ‘#오하수(오늘 하루 수고하세요, 혹은 하셨어요의 준말)’에 착안해 ‘오하운(‘오늘 하루도 운동합니다’의 준말)’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오하운 트렌드에 적용되는 ‘요즘 운동’은 여러 종목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유형과 하나의 종목을 수직적으로 변주하는 유형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수평적 확장은 아재들의 스포츠라고 여겨졌던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현상을 반영하고, 수직적 변주는 트레일 러닝이나 플로팅 요가처럼 다양한 액티비티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익숙했던 종목에 트렌디함을 더하는 것이다. 

 

제주신라호텔_ 플로팅 요가

요가는 호텔업계가 코로나19 이전에도 실내 스포츠 클래스로 자주 활용하던 콘텐츠였는데 지난해 기존 프로그램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차별화된 클래스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신라호텔에서 선보인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이다. 플로팅 요가는 칼로리 소모도 높을 뿐 아니라 주로 뷰가 좋은 수영장에서 진행, 이국적인 느낌의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여름 내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겨울에는 ‘리드믹요가(Rhythmic Yoga, 요가에 볼, 로프, 후프 등을 접목시킨 운동)’를 해질녘에 즐기는 ‘선셋 리디믹요가’로 선보였고, 심신안정을 위해서는 ‘티 세리머니(Tea Ceremony)’를 통해 다양한 차 종류와 문화, 다도법, 티블렌딩을 익히고 시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명상도 여러 액티비티와 연계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 예로 명상과 비건 브런치를 함께 즐기는 원데이 클래스, 요가 후 명상을 강조하는 호텔 프로그램, 숲속에서 대화 없이 명상하는 ‘숲멍’ 등이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여행과 호텔업계에 명상이나 요가, 스포츠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자기계발형 웰니스 투어,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의도된 불편함’을 지향하는 ‘웰에이징 힐링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에서는 모든 전파가 차단, 온종일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핸드폰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해가 뜨면 일어났다 해가 지면 잠을 자고, 낮 시간에는 와식명상, 소도구 테라피, 트레킹 등을 선택해 수행한다. 힐리언스 선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혼자 쉬는 법을 모르는 뇌를 위해 모든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인 ‘마인드 풀니스 명상’이 가장 고객 반응이 좋다고.


여기에 면역력 강화 측면에서 ‘수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1 트렌드 모니터>에서 조사한 ‘건강 기능 식품 및 수면 보조제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68.9%의 응답자가 ‘앞으로는 돈을 주고서라도 잠을 푹 자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답해 수면의 질에 적신호가 켜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수면을 유도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수면 아이템과 활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_ 음악명상여행(사진 출처_ 힐리언스 선마을 홈페이지

코로나 사태로 바뀌는 것
트렌드의 방향 아닌 속도에 있어
작년 이맘때에도 재기를 노리던 각종 여행업계와 관계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키워드를 발표, 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기에 정신없던 중에 코로나19가 팬데믹을 이끌고 등장했다. 물론 발표한 트렌드들 중 코로나 시대 흐름에 따라 분화된 것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키워드들이 발현되지 못한 채 무의미해지면서 올해는 발표되는 여행 관련 트렌드 중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 선뜻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일 터.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갑자기 생기는 트렌드는 없다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 서문에도 코로나19 이후 새로 등장한 트렌드 중에 깜짝 놀랄만큼 새로운 트렌드는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지난 몇 년간 잔잔하게 유행하던 트렌드들이 2020년에 유독 선명하게 다시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은 코로나 사태로 바뀌는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는 점이다.


위드 코로나가 될지, 포스트 코로나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021년 트렌드는 2020년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빠른 속도로 분화와 변주를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2021년을 시작하며 가장 필요한 것은 2020년을 다시 돌아보는 일, 그리고 그 속에서 소비자와 우리 고객들이 어떤 일상에 적응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언택트와 거리두기, 소규모, 방역과 위생, 프라이빗과 같은 키워드는 계속 함께 갈 예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어도 2020년이라는 예제를 풀어봤다는 것. 2021년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기보다 지난해의 오답노트를 잘 정리하는 것부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대, 미래에 대한 전략은
‘현재’의 소비자에게서 찾아야”
마크로밀 엠브레인 김성진 이사

 

<트렌드 모니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리서치 방식, 콘텐츠 특징에 대한 이야기 부탁한다. 
<트렌드 모니터>는 국내 1위 온라인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130만 명의 소비자 패널 서베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낸 트렌드 전망서다. 비슷한 조건의 소비자들에게 같은 테마의 질문을 2~3년마다 반복해 던져서 얻은 유의미한 데이터기 때문에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한 해를 지배할 중장기적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리서치 방식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생활공간을 ‘사회적 맥락’, ‘일’, ‘일상생활’, ‘문화생활’로 정리해 해당 차원에서의 독특한 변화를 주요 콘텐츠로 추출, 온라인 서베이 방식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 및 해석해 매년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2021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코로나19로 야기된 비대면 상황에 의해 타인에게서 분리된 사람들의 ‘개인의 정체성 찾기’가 2021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바라봤고, 일상생활에서는 ‘집과 인간관계의 진화’, 여가 문화생활에서는 ‘맞춤형 개인화’, 생산활동에서는 ‘재택근무’로 달라지는 일과 조직 문화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2020년 예측했던 전망 중 호텔을 포함한 여행업계에 실제로 적용된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주문형 콘텐츠 소비’의 특성에 대한 결과다. 최근 소비자들은 본방사수의 경향보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편하게 콘텐츠를 시청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OTT 서비스의 이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적용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여러 OTT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발 빠르게 숙박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출시해왔다. 그러나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다가 2019년 이후 여러 호텔에서 OTT 서비스를 호텔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공유 경제’의 확산이다. 그동안 공유숙박과 공유오피스는 많았지만 공유주방 모델은 국내에 이렇다 할 것이 없었는데, 지난해 공유 경제 확산 전망에 따라 공유주방까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호텔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유주방 시스템을 도입해 장기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서울드래곤시티의 두두 라운지가 대표적인 예로, 이는 요리 인구의 증가에 따른 새로운 시장으로 볼 수 있어 앞으로도 주목할만한 트렌드가 됐다.


2021 트렌드 키워드 중 여행업계에서 주목할만한 트렌드를 소개한다면?
2021년에 가장 큰 화두는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과 ‘거리두기’다. 이미 여러 호텔에서는 비대면으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더욱 확산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여행 형태를 분석해보면 일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동과 소비가 여행 중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일어나는데, 크게 2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여행 행태와는 다른 경향을 보인 것이 있었다. 
한 가지는 여행 규모의 축소다. 바로 ‘작은 여행’의 대두로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멀지 않은 거리를 △가족단위의 소수의 인원이 △예전보다 짧은 일정으로 △원하는 특정 장소만을 가며 △본인의 자차를 이용해 여행을 다니는 방향으로 기본적인 특징이 변화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먹거리 탐방의 감소’다. 통상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지역의 먹거리를 찾는 것이 보편화돼 있는 특징으로, 일상생활에서 외식을 하는 횟수보다도 여행 중 외식의 횟수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지역의 식음료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오히려 해당 지역의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거나, 호텔에 묵는 경우에는 숙소에 있는 매장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변화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관광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몇몇 지자체에서는 해당 이슈를 큰 문제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대면, 거리두기 속에서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시한 트렌드 중 호텔과 여행업계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작은 여행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작은 여행을 얼마나 고퀄리티의 여행으로 만드느냐에 있다. 한 마디로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을 국내로 유도하는 데 그동안 그들이 기대했던 국내여행의 수준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분명 국내여행에도 훨씬 더 고퀄리티의 니즈가 있음에도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거나 지금까지의 관성에 그대로 따르는 등의 문제로 차별화 포인트가 개발되지 못했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개인화돼 왔고 여행 단위는 단체에서 소규모로 이미 옮겨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없어 힘들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현 상황에 빠르게 대처, 나중에 돌아올 외국인 관광객에도 어필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춰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트렌드 변화로 호텔을 포함한 여행업계에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로나19 이전에 해외여행은 국내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함을 충족하는 수단이었으나, 당분간 해외로 나가는 것이 불가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행업계의 핵심 과제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화된 여행 선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차별화된 여행 선점이란, 기존의 여행에서 보다 확장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다. 이러한 예로는 항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착률 해외여행 상품 등이 해당된다. 여행이 줄 수 있는 많은 즐거움에서, 대표적인 한두 가지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호텔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아쉬운 것이 OTT 서비스다. OTT가 일상에 스며들며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호텔은 많지만, 이를 활용해 뭔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보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다 집중도 높은 OTT 서비스 이용을 위해 스크린이나 오디오를 설치, 영화를 볼 수 있는 객실로 차별화 포인트를 줄 수 있는데 그저 기존 객실 서비스의 하나인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캠핑장이나 팬션에도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 호텔에서는 차별화 대응이 아닌 일반적 대응에 그치고 있어 아쉬운 서비스들이 많다. 일상에서 하던 것들을 호텔에서 좀 더 편하고, 집중도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트렌드를 마케팅, 서비스에 적용함에 있어 호텔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트렌드는 키워드도 중요하지만 결국 현재를 알아야 미래에 대처할 수 있다. 즉 미래를 읽기 위한 현재를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트렌드는 그동안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를 들여 봐야 하는 범위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이라는 공간과 개인에 한정됐다는 점이다.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집과 개인이 모든 것의 플랫폼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앞으로는 집에서 개인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것을 재밌어하는지 찾는 단계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데이터는 개별 기업에서 접근하기 어렵지만 스몰데이터는 얼마든지 자체적인 서베이나 리서치를 통해 가능하다. 결국 마케팅 전략의 배경이 되는 소비자 니즈는 스몰데이터를 통해 찾아야 한다. 소비 트렌드는 무엇보다 흐름의 변화가 생기는 변곡점에서 그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호텔에서도 고객이 일상 속 호텔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