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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로 한국에 들어온 조현철 소믈리에는 ‘더 키친 살바토레 쿠우모’에서의 경험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화려한 수상 이력을 기록해 왔다. 특히 2018년 소펙사 코리아 주관의 제17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 제13, 14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최초의 타이틀을 달았다.


갑자기 나타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잔뜩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레스케이프 호텔로 영입된 후 특별한 와인 클래스도 운영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조현철 소믈리에. 그를 만나 앞으로의 성장 계획을 들어봤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품격 있는 클래스
‘살롱 드 레스케이프(Salon de L’Escape)’

살롱 드 레스케이프는 신세계조선호텔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호텔이 운영하는 부티크 클래스다. 2019년 7월부터 진행해온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레스케이프가 직접 큐레이션해 구성했다. 레스케이프만의 액티비티를 위해 기획된 클래스는 와인, 칵테일, 위스키, 요리, 도서, 펫, 플라워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해 연중 상시로 운영하고 있다. 모든 클래스는 호텔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레스케이프의 살롱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그 중 와인 클래스는 살롱 드 레스케이프가 시작되는 초창기부터 운영한 클래스로, 10가지 분야로 시작한 클래스 중 가장 호응이 좋은 클래스로 꼽히고 있다.

 

‘와인 클래스’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살롱 드 레스케이프의 와인 클래스는 지난 8월까지 총 16회 진행됐다. 그동안 폐강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호텔 내 와인 클래스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롱 드 레스케이프_ 와인 클래스

우선 와인 클래스 초기 주제를 레스케이프의 호텔 콘셉트에 맞춰 선정했다는 점이다. 처음 주제는 ‘내추럴 와인’이었으며, 뒤이어 ‘샴페인’이었다. 두 가지 와인 모두 레스케이프 호텔 내 식음업장들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파트다. 오픈 초기부터 독특한 분위기와 인테리어로 투숙객들을 사로잡은 호텔의 이미지를 담아낸 것이다. 레스케이프 호텔 조현철 소믈리에(이하 조 소믈리에)는 “호텔을 찾은 투숙객들로 하여금 클래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레스케이프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클래스 참여의 시간적 제약을 줄였다. 목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90분에 걸쳐 진행됐던 와인 클래스를 토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로 조정했다. 조 소믈리에는 “목요일 오후의 경우 퇴근 후 30분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이들만 수강 가능했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한정적이었다.”면서 “변경된 시간인 토요일 오후는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올 수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클래스에 참여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업 후 6시라는 식사 시간과 맞물려 호텔 식음업장의 매출로도 이어지도록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참여자 구성과 진행 방법에 변화가 생겼다. 조 소믈리에는 “클래스 개설 당시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코로나19로 호텔 투숙이 침체됨에 따라 클래스의 모객이 외부로 집중됐다.”면서 “클래스 참여자는 현재 80%가 외부에서 오는 손님이고, 20%가 투숙객이다.” 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구성원의 변화를 설명했다. 또한 와인 클래스의 참가 인원 20명이라는 제한은 유지하고, 기존 운영하던 공간보다 넒은 8층의 연회장에서 진행한다. 큰 원형 테이블에 참가자를 두 명씩 배치해 참가자 간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클래스를 즐길 수 있도록 조정했다.

 

피드백은 곧 새로운 아이디어
조 소믈리에의 클래스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재방문률이 가장 높은 클래스다. 조 소믈리에는 “심지어 첫 수업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 들은 이도 있다.”면서 “재방문하는 이들을 보면 와인을 좋아하는 건 기본으로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이들로 계속해서 피드백을 준다.”며 적극적인 반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실제 클래스 참가자는 관련 교수, 클래스의 경험이 많은 이들, 전문  와인 수업을 듣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진행했던 클래스는 이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만들어졌다. 조 소믈리에는 “조금 쉬운 주제를 다루면 편할 수 있지만, 누적된 수요와 피드백은 스스로에게도 아이디어가 되고 많은 자극으로 이어진다.”며 “그런 기대에 부응해 더 궁금하고 새롭고 심화적인 내용을 담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조 소믈리에의 와인 클래스는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리고 뻔하지 않은 주제 선정으로 와인 카테고리의 배움의 장을 만들면서 순항 중에 있다.

 

2018년 제17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사진 출처_ 소펙사)


“배움에 대한 끝없는 탐구,
 더 나은 소믈리에 이미지 위해 노력할 것”
레스케이프 호텔 조현철 소믈리에

 

Q. 소믈리에로서 꿈을 키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던 시기 우연히 봤던 EBS 프로그램에서 ‘소믈리에’라는 직업 소개가 나왔다. 와인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고, 소믈리에가 무슨 일을 하는 지,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이후 계속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수원대 호텔관광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교육은 와인에 대한 니즈를 채우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와인나라’라는 와인 수입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와인 수입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보니 와인을 접할 기회도 많았고, 그때부터 와인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Q. 학교 수업으로 충족하지 못했던 니즈는 충족이 됐나?
대학에서의 와인 수업은 그냥 한 과목에 불과했다. 그것마저도 2학년 과목이었고. 2학년까지 기다릴 수 없어 일도 구하고 나름대로 배움을 위해 직접 부딪쳤다. 와인나라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던 터라 겨우 붙었기 때문에 정말 간절하게 일하게 된 곳이었다. 확실히 현장에 나오니 스펀지로 물을 빨아들이듯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그때부터가 사실상 ‘아, 내가 소믈리에를 해야겠다.’ 결심한 때다. 물론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너무 재밌었다. 그 당시 월급이 100만 원이었는데 그 100만 원 중, 거의 6, 70만 원을 와인을 마시는 데 썼다. 돈을 모아야겠다는 필요성보다는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던 것 같다. 한참을 와인에 빠져 지내다가 문득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와인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결정한 곳이 호주였다. 

Q.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호주에 가서 오히려 생각이 정말 많았다. 와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는데, 점점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내가 이 소믈리에라는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거다. 그때가 26살이었다. 그렇게 와인을 하면서 함께하면 무기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르꼬르동블루 수업을 받으면서 WEST 디플로마를 병행했다.


Q. 레스케이프 호텔의 대표 소믈리에로서, 살롱 드 레스케이프의 와인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와인 클래스를 운영하거나 주제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려운 테마, 어려운 주제를 일부로 시도하려는 점이다. 외부에서 흔히 진행되는 와인 클래스처럼, 다이닝 중심이나 기초상식에 근거한 클래스는 하고 싶지 않았다. 클래스를 할 거면 진짜 클래스를 하고 싶었다. 그게 바로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처음부터 시작할 때부터의 모토였다.


와인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지만 막상 알려고 하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심화된 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와인’이 그랬다. 사실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레스토랑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이탈리아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믈리에들도 이탈리아 와인은 거의 맨 마지막에 공부할 정도로 어렵고 리스트만 봐도 생소한 품종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와인 리스트도 한 번은 볼 텐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칠레산 와인을 찾고 있는 모습은 조금 아쉽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이탈리안 와인을 한두 가지를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와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하지만, 실생활에서 마주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지식을 담고 싶었다. 실제 수강생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클래스 내용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그래서 클래스는 초심자보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많고, 와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그런 흥미가 있는 이들한테 추천하고 싶다.

Q. 클래스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와인 자체는 충분한 시음이 가능하지만, 음식을 곁들이면 클래스의 주제가 완전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음식이 없다는 점이다. 간단한 견과류나 스낵을 한 개씩 준비하기는 한다. 주변 동료들도 음식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하지만, 음식에 들어갈 예산이 있다면 모두 와인에 투자하고 싶다. 실제 예산의 95%는 와인에 쓰이고 있다. 수업을 듣는 고객은 지불한 만큼의 와인 리스트가 갖춰져야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래스도 클래스지만, 결국 와인리스트가 좋아야 한다.

Q. 그동안 진행했던 클래스나 행사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얼마 전 ‘메모레’라는 모임의 디너 행사다. 메모레는 멤버십을 활용한 모임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다이닝 등의 시간을 갖는다. 소믈리에가 주도적으로 행사를 이끌어 가다 보니 식사 속 작은 와인 클래스처럼 진행됐던 점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기존 메이커스 디너라는 와인 다이닝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메모레 모임의 방식을 적용하면 너무 딱딱하지 않은, 더욱 유용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Q. 그동안 클래스를 운영해 온 소감을 말한다면?
참여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작년 같은 경우 모든 대회가 4월에 끝났다. 그래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다. 원래 가르치는 일을 하던 것도 아니었고, 준비된 자료도 없어서 정말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소통,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통해 오히려 스스로가 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꾸준히 누군가를 가르치다 보니 수업을 듣는 대상에 따라 강약 조절도 가능하게 됐다.


Q. 진행 중인 와인 클래스에서 보완하고 싶은 점이나, 하고 싶은 이벤트가 있다면? 
하고 싶은 건 늘 있다. 준비는 하지만 항상 못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다. 참가자들의 기수를 만들고, 진행했던 콘텐츠를 활용해 커리큘럼을 짜고 싶다. 수업을 다 들은 후 수료식과 파티도 하고. 각 기수끼리는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도 공통의 관심 분야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고, 그렇게 재밌어야 또 다시 찾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 4월에 이와 같은 행사를 하려고 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못했지만, 상황적으로 가능하다면 앞으로 기본 클래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업그레이드된 이벤트를 기획해 보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클래스 관련해서는 커뮤니티를 이루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지금은 계속해서 대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남은 대회가 2개 있다. 남은 대회를 잘 치르고 내년에도 계속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겪으며 배우는 점이 많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소믈리에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소믈리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요즘 와인 업장을 보면 리스트는 컨설팅 받으려 하고 소믈리에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소믈리에가 갖는 한 사람으로서의 임펙트가 상당히 과소평가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믈리에들이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결과를 많이 보여주면 소믈리에 이미지 제고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스타 셰프처럼 ‘스타 소믈리에’가 필요하다. 5년 전부터 스타 소믈리에라는 말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우선적으로 관련 콘텐츠나 새롭게 일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후배 소믈리에 친구들에 대해 들어보면 열심히 잘하는 것 같다. 영어도 잘하고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도 있고 역량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 대회에서의 좋은 결과를 통해 후배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


글 : 손은애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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