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컴퓨터 화면을 띄우고,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는 각 국가, 심지어는 외계에 존재하는 히어로와도 홀로그램 화상회의를 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 가상세계를 그린 픽션이기에 가능하다 생각했던 일들이 어쩌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도 있게 됐다.
홀로그램,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MICE 산업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합에 제한이 생기면서 줄줄이 취소됐던 행사를 하반기까지 끌고 갈 수 없어 화상회의는 물론, 웹 세미나, VR, AR, AI, 홀로그램 등 대면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행사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재로 선택되긴 했지만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기술들이 적용돼 많은 MICE 관계자들은 미팅테크놀로지가 MICE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면 비즈니스의 정점인 MICE 산업에 비대면의 뉴노멀 패러다임이 등장한 가운데 미팅테크놀로지가 적절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드 코로나의 대책 필요한 MICE 업계
코로나19의 여파로 MICE에도 뉴노멀이 자리 잡았다. 대면, 집합, 베뉴 등을 키워드로 부가가치를 창출했던 MICE 기획자들에게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대면’의 뉴노멀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돌아왔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를 말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상황. 이에 각종 미팅테크놀로지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비대면의 한계를 조금씩 보완해주고 있다.
MICE에 비대면이 적용된 가장 최근의 사례로 지난 7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관광학회가 ‘코로나19 이후 관광정책 대응 전략 세미나’를 유튜브와 페이스북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했다. 이후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린 ‘정선포럼2020’은 토론에 참여하기로 한 10명의 해외 연사의 입국이 불가하게 되면서 800여 명 규모의 하이브리드(온·오프라인 병행)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 다가올 10월에 광주에서 예정됐던 ‘세계인권도시포럼’도 해외 연사들의 강연을 온라인으로 전환, 올해 10주년을 맞이해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많은 행사가 반쪽이 될 뻔했던 위기를 미팅테크놀로지를 통해 가까스로 면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어두웠던 MICE업계에 미팅테크놀로지가 한줄기 빛처럼 등장, 기술 수용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 2월, 이미 센터 내 5000여 명이 동시 접속 가능한 무선 네트워크망을 구축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영상회의 솔루션을 도입, 2021년에는 다자간 회의시스템 및 영상녹화장비의 구축을 앞두고 있다. 또한 콘래드 서울은 최근 보다 퀄리티 높은 행사를 위해 미디어월과 오디오, 카메라 등의 장비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했다. 콘래드 서울 객실 세일즈팀 송창훈 차장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미팅 문의가 많은데 특히 고화질 화소의 프로젝터와 웹캠 대한 수요가 높다. 호텔 입장에서는 온라인 화상 회의같은 경우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에서 규모만 커진 정도라 기존의 시설,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하반기 행사유치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미팅테크놀로지
미팅테크놀로지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미팅테크놀로지는 각종 MICE 행사에 활용되고 있었다. 화상회의는 1984년 9월, 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를 연결하는 화상회의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활용되고 있었고, 가장 흔하게 이용되고 있는 모바일 앱 형태의 ‘EMS(Event Management Software)’도 최근에는 챗봇 기술이 강화, 질문 및 토론 기능까지 더해져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수원컨벤션센터 홍주석 팀장(이하 홍 팀장)은 “2016년 수원에서 개최된 스마트커넥티드월드는 어플리케이션인 ‘벤플G(benple G)’를 통해 포럼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버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버튼 인터넷은 버튼을 누르면 버튼에서 발생한 신호를 사용자의 앱에서 받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텍스트, 음성, 동영상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벤플의 버튼 인터넷은 그간 사물인터넷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NFC와 비콘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라고 미팅테크놀로지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미팅테크놀로지라는 개념이 생소할 뿐 이처럼 국내에서도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었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 조사 결과, 세계 모바일 기반 회의기술 시장이 연평균 15~20%씩 성장해 2024년이 되면 약 115억 달러(약 14조 원)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AI, VR, AR 등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는 1조 달러(약 1200조 원) 정도. 한국관광공사도 세계 미팅테크놀로지(EMS) 시장규모가 2019년 56억 9400만 달러(약 6조 343억 원)에서 2020년 114억 2900만 달러(약 13조 5148억 원)에 달해 1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4차 산업 시대에 들어서며 미팅테크놀로지의 개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는 지난해 6월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미팅테크놀로지 가이드가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의 경우 미팅테크놀로지 인식 수준과 활용도가 낮고 실제 활용사례도 불충분, 국내 MICE 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 변화하고 있는 개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최 및 기획자들의 스마트워크(Smart Work) 실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가이드를 발간했다. 가이드는 한국관광공사 K-MICE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최자부터 참가자, 바이어까지 모두에게 활용도 높아
그렇다면 미팅테크놀로지는 무엇일까? 가이드에 따르면 미팅테크놀로지라는 용어는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사용,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온라인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SNS, 인터넷 사용자의 증대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미팅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 소통, 데이터 수집, 온라인 기반 정보 제공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는 것과, 주 사용자가 행사 주최자부터 참가자, 바이어, 시설 운영자까지 모두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활용의 장점으로는 행사 기획 및 운영에 소요되는 시간 단축, 참가자 데이터 수집 효율성 증진, 온라인 기반의 회의 콘텐츠 제공, 주최자와 참가자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및 편의성 도모 등이 있다.
결론적으로 미팅테크놀로지는 ‘주최자와 기획자의 효율적인 행사 운영과 참가업체 및 참가자의 참가 목적 달성을 위해 행사 전반에 활용되는 기술’로서 MICE 행사 개최 전-중-후 모든 단계에 사용되고 있다. 미팅테크놀로지의 등장 배경은 초연결과 초지능 특징을 갖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관광의 발전에 두고 있다. 이에 포괄적으로는 컴퓨터 기반의 정보 제공, 처리, 이용을 돕는 시스템 ‘정보기술(IT)’과 통신과 정보처리를 포함해 변환, 저장 등이 추가된 형태의 ‘정보통신기술(ICT)’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로봇이 사회보고 LA 현지에서 강연을
홀로그램과 안내로봇을 미팅테크놀로지로 성공적으로 활용한 케이스로 꼽히는 것이 지난해 12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Korea MICE Awards & Conference 2019(KMA)다. 당시 행사 기간 중 마이스대상 시상을 AI 안내로봇이 맡아 사회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수상자를 호명하고 직접 상을 수여, 동시에 보조 로봇으로 행사의 진행을 도왔다. 여기에 기조강연 및 토론 패널로 참가한 미팅테크놀로지 전문 컨설팅 기업 DAHLIA+Agency의 달리아 엘 가자르(Dahlia El Gazzar) 대표가 미국 LA 현지에서 홀로그램으로 등장, 강연 이후 토론도 행사장의 실존 패널 두 명과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돼 행사장에 방문하지 못한 참석자들과도 모바일 앱을 통해 Q&A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미팅테크놀로지의 발전 수준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홍 팀장은 “MICE 산업에 있어서 미팅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 홀로그램, VR, AR, 비콘, 안면인식기술, 프로젝션 매핑, 챗봇 등 무수히 많은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MICE에 가장 빠르게 적용됐던 기술은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어플리케이션은 행사 참가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이에 더해 네트워킹 기능까지 더해줬다. 한편 MICE 베뉴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은 AR과 VR이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 방법으로는 직접 센터에 방문하지 않고도 보고 답사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이때 센터 주변까지 안내하고 있어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는 답사가 가능, 전 세계의 많은 센터들이 앞 다퉈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현재 MICE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들을 소개했다.
한편 최근 다양한 MICE 행사에서 홀로그램 생중계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엠더블유네트웍스 성민욱 대표(이하 성 대표)도 “시장에서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미팅테크놀로지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주로 관에서 하는 공공기관 행사보다는 학술대회에서 EMS를 활발히 활용해 왔고, 와우 포인트로 활용했던 것은 드론이나 로봇, 프로젝션 맵핑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미팅테크놀로지, 행사 기획자에게 있어
새로운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
수원컨벤션센터 홍주석 팀장
Q. 그동안 MICE 산업에서 미팅테크놀로지의 기술과 역할은 어떤 흐름을 거쳐 왔나?
용어가 생소할 뿐이지 사실 미팅테크놀로지는 MICE 행사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화상회의, AR, VR, 파사드맵 정도로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MICE는 인적 인프라를 토대로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오던 정형화된 업무 프로세스로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산업 전반은 이제 테크놀로지와 융합된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으로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져 행사 주최 업체들의 수용태세도 갖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Q. MICE 산업에 있어 미팅테크놀로지의 활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팅테크놀로지는 행사 주최자, 컨벤션센터 및 CVB, 참가자, 참가업체에 매우 중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행사 주최자에게는 실시간으로 행사 정보를 전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매뉴얼적 업무 처리 시간을 줄여주고 컴퓨터와 온라인 기반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업무의 오차 범위를 줄여준다.
컨벤션센터, 그리고 CVB에 있어서도 온라인을 통해 주요 MICE 인프라, 관광지, 숙박시설, 쇼핑시설 등의 정보를 물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참가자와 참가업체는 목적 도시, 행사장, 행사 등을 직접 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습득, 상호 비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팅테크놀로지는 관계된 모든 이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효과를 주며 친환경적인 요소가 강해 그린 MICE 실현에도 최적이라고 본다.
Q. MICE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미팅테크놀로지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아무래도 챗봇이다. 과거 일일이 PCO나 PEO 직원에 전화 문의를 통해 해결했던 단순 질의응답을 챗봇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회의 같은 대형 행사들이 유치되면 많은 곳에서 몇천 가지가 넘는 갖은 문의가 들어온다. 교통편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에 인프라가 무엇이 있는지, 시설 내 편의공간들은 어디에 마련돼 있는지 등 비교적 단순한 답변을 그동안 직원들이 24시간 돌아가며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받아왔던 질문들을 정리해 챗봇에 입력시켜놓고 챗봇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의만 담당하는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 나머지 인력을 세이브 할 수 있게 됐다.
Q. 최근 주목하고 있는 미팅테크놀로지 기술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디어 파사드다. 미디어 파사드처럼 시각적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매력물은 그만큼 광고 효과가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미팅테크놀로지들은 국제행사를 유치하는데 어필 포인트가 된다. 실제로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해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가 협업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고양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장에서 ‘8월의 ICE FESTA IN GYEONGGI’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때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다. 프로젝션 매핑은 대상물의 표면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으로, 행사장 내·외부 벽이나 오브제 등 다양한 대상에 영상을 투사, 화려한 효과를 연출한다.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는 곳이나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어 앞으로 홍보를 위한 미팅테크놀로지로 주목해볼 만한 것 같다.
Q. 현재 미팅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초에 나왔던 기술이 6개월 새에 또 새로운 형태로 업그레이드되는 수준이다. 이를테면 줌(Zoom) 같은 경우에는 물론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해외 연사가 말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까지 가능해졌다. 또한 미팅테크놀로지의 한계 중 시청자와 상호작용(Interaction)이 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제는 시청자들이 홍보 동영상을 볼 때에도 보고 싶은 시나리오를 선택, 테크놀로지를 직접 다룰 수 있도록 해 아쉬움을 보완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불편한 점들을 빠르게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Q. MICE에서 미팅테크놀로지의 활용 영역이 확대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MICE는 비즈니스 특성상 전통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선호한다. 때문에 미팅테크놀로지의 도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획자들이 미팅테크놀로지의 기술이 어떤 것이 있고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면 효과적일지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 하는 때가 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디지털과 친해지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비전공자가 접근하기 어렵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지만, 꾸준히 미팅테크놀로지 정보를 가까이 하고 스스로를 정보 습득의 기회에 계속해서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소되지 않는 기술 정보의 갈증
MICE 산업은 호텔만큼이나 인적 인프라의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에 꼽힌다. 그만큼 그동안 관성에 의한 업무 프로세스가 사람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변화, 특히 일견 복잡해 보이는 기술에 대해서는 더더욱 수용태세가 낮은 직군 중 하나였다. 때문에 한국관광공사까지 나서 가이드북을 만들었지만 홍보가 부족해 가이드북의 존재를 알고 있는 곳들도 몇 안 되는 상황이다. MICE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미팅테크놀로지의 정보 접근성이 향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 팀장은 “미팅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적재적소 활용이 어렵다는 점은 물론, 견적을 산출하는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모든 미팅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알고 있는 정보가 없으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지금같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경우 비용이 더욱 높아지게 돼, 결국에는 미팅테크놀로지 활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말처럼 막연한 기술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테크노스트레스를 유발, 미팅테크놀로지의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팅테크놀로지 업체에서도 적극적인 기술 어필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성 대표는 “홀로그램을 포함해 전반적인 미팅테크놀로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PCO로서 사전홍보, 행사등록, 오프닝 및 운영, 사후관리 등의 프로세스에 따라 쓸 수 있는 기술들을 정리해보니 약 130여 가지가 되더라.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기술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벤트테크놀로지라고 하는데 많은 기업들이 이벤트테크놀로지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결국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어필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기술의 심리적 장벽을 깰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노스트레스_ 첨단기술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인간의 정신적 스트레스. 최신 기술을 장시간 조작하는 사람에게 흔히 찾아오는 증상으로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데 따르는 심리적 중압감을, 잘 다루는 사람들은 과다한 정보량과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함.
비용과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해소돼야
한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허들은 비용이다. 기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이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데다, 웬만한 기술들은 기천만 원대를 호가하다 보니 아예 고려조차 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한 MICE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트렌드로 다양한 미팅테크놀로지가 개발되고 있다곤 하지만 비용은 물론 까다로운 설치와 운영 조건 등 기본적인 기술 사용 이외에도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기술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기 때문에 비용이 점점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떨어져봤자 천만 원대”라면서 “홀로그램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억 단위 기술력이었는데 이제는 천만 원 단위까지 줄어들긴 했다고 해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비용의 한계로 시도의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들이 많아 미팅테크놀로지 경험의 걸림돌이 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상반기에 ‘미팅테크놀로지 적용 지원사업 공모’를 실시하기도 했다. 공모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 국내 개최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곳 중 미팅테크놀로지 적용을 희망하는 주최 측에 회의기술 적용 지원금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는데, 사업 계획 평가에 따라 각 사업 최대 1억 4000만 원을 지급하는 큰 규모 지원이었다. 심사 결과 총 6개 국제회의가 선정, 서울을 비롯 대전과 부산 등에서 개최되는 최대 1500명 규모의 국제회의가 NFC와 비콘, 홀로그램, 라이브 스트리밍, VR과 AR 등의 기술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한편 기술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도사리는 법. 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아이러니하지만 기술적 리스크도 반드시 동반된다. 다른 MICE업계 관계자는 “행사 진행의 원활함과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위해 키오스크나 로봇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데 잔고장이 많아 다른 업무보다 이에 매달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특히 AI 로봇은 아직까지 존재가 생소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 정도는 그럴 수 있다며 경험으로 넘기는 이들이 많지만, 기술에 점점 익숙해져 갈수록 보다 정교함이 요구될 것”이라며 “특히 네트워크 부문이 문제가 가장 많은데 초연결시대에 들어선 IT 강국인 한국이지만 문제가 국내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고, 돌발변수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안정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지에 따라 활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장이 있어야 적용되는 기술
“비대면 기술을 가지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는 시선들이 많은데 사실 오프라인 행사가 오픈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홀로그램은 해외에서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운 연사들을 현장에 초빙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다루는 미팅테크놀로지 이외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이 있어야 기술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성 대표는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호텔이나 센터처럼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다른 MICE 베뉴들도 미팅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그리 달갑지 않은 면도 없잖아 있다. MICE의 기본은 사람을 한 곳에 모아 부가가치를 창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한국마이스융합리더스포럼의 진홍석 회장은 “비대면의 니즈가 커지면서 물론 온라인 세미나, VR 컨퍼런스 등을 활용할 수는 있으나 문제는 로지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사람이 이동을 해야 발생한다. 미팅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보완재의 역할 정도로 기대해야지 대면 비즈니스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조율하는 ‘하이브리드 MICE’가 MICE 생태계를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전문가들이 미팅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에 한국마이스협회는 최근 하이브리드 MICE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새로운 기술서비스가 K-MICE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나서 앞으로 MICE업계에서는 미팅테크놀로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직은 데면데면한 단계지만 어색함은 빨리 떨쳐버리는 것이 좋은 법. 기존에 있어 왔지만 활용의 아쉬움이 있었던 기술들을 현장에서 적절히 녹여내 얼어붙은 MICE 시장에 다시 왁자지껄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술의 심리적 장벽 허물어지고 있어
미팅테크놀로지,
대면 비즈니스에 폭넓게 활용해야”
엠더블유네트웍스 성민욱 대표
Q. 엠더블유네트웍스는 최근 다양한 행사장에서 홀로그램 생중계로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홀로그램 기술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최근 엠더블유네트웍스가 홀로그램으로 진한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PCO다. 다만 타 PCO와 다른 점은 기술형 PCO라는 점이다. PCO 업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도입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들어선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방향 전환을 ‘피보팅(Pivoting)’이라고 하더라.
홀로그램을 도입한지는 8월부로 딱 만 1년이 됐다.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나 데일 카네기 등 실존하지 않는 이들을 가상연사로 구현해내는 창조적인 컨퍼런스를 만들고 싶었다. 준비단계에서 솔루션을 하나씩 찾아가던 중 단계별로 접근했을 때 인물은 홀로그램으로 구현한다고 해도 그다음 단계인 챗봇, AI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6개월 동안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아마존이나 구글, 카카오톡을 뛰어넘을 기술 구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준비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전부를 놓을 순 없었다. 이에 홀로그램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지난해 홀로그램 텔레프레즌스(참가자들이 실제로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회의 시스템) 솔루션 글로벌기업 ARHT Media의 한국 유일의 공식 파트너사로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Q. 홀로그램은 MICE에 어떻게 적용되나? 엠더블유네트웍스의 홀로그램 솔루션의 강점을 소개한다면?
홀로그램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오기 힘든 연사를 데려오는 개념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줄어든다는 점이 홀로그램 미팅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매력이다. 홀로그램을 구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시공간의 제약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품질 퀄리티를 보장하는 기술력에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로벌기업의 공식 파트너사로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전 세계 어떤 지역과도 인터넷 라인만 있으면 라이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계기술로 사람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방식은 많은 공간 차지와 구조물 작업, 긴 설치 시간 소요 등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해외 표준기술과 표준화된 스펙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스튜디오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글로벌 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일 당장 런던에 있는 연사를 한국 컨퍼런스에 초대하고 싶으면 런던 스튜디오로 해당 연사가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외에서 한국의 연사를 초빙하고 싶을 때에는 우리 스튜디오에서 중계하고 있다.
Q. 현재 미팅테크놀로지는 MICE 산업 전반에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미팅테크놀로지에 대한 개념이 시장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쓸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이 있는지 조차를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해오던 정형화된 업무 프로세스가 있으니 니즈도 크게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기술이 MICE업계 이외에도 속속 등장하고, 점점 기술에 익숙해졌다. 줌이나 웹엑스같이 화상회의를 하는 것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국제회의에서 해외 연사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꽤 번거롭고 리스크를 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줌에서 몇백 명씩 한 번에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됐다. 그리고 그만큼 점점 기술의 심리적 장벽이 깨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술에도 열린 마음을 갖게 돼 미팅테크놀로지의 영역이 전반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효율성의 차원이다. 참가자들의 차별화된 경험 증폭 차원에서 기술을 좀 더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Q. 그러나 아직까지 미팅테크놀로지의 활용이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홀로그램 등 미팅테크놀로지 전반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해외 데이터들을 참고해보면 해외는 MICE에서 IT 사용률이 40%에 달하는 반면 국내는 5%도 채 안 되더라.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테크는 어플리케이션에 국한돼 있었다. 아직은 기술의 활용도가 해외처럼 쫓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특히 MICE업계는 전체 관광업계가 그러하듯 전문 인력에 대한 갈증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 이런 면에서도 미팅테크놀로지는 적극적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많이 알려지는 것이다. 이때 우리 같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기술의 효율성을 소개하고, 다양한 케이스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들을 어필해야 한다. 게다가 테크놀로지의 강점은 융복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미팅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서로에 대한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나서 다양한 인프라들이 시장에 조성되면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해서 파생될 것이다. 그렇게 수용력(Capacity)을 넓혀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요구되고 있다.
Q. 홀로그램, 가상현실 이외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미팅테크놀로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공간정보에 관심이 많다. 공간정보는 스마트시티 개념에서 많이 나오는데, 이를테면 어떤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싶다고 가정하고 바람의 동선이 궁금할 때 공간 전체를 3차원으로 입혀 직접 공간을 수정하지 않아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여러 환경적 요인의 변화와 더불어 공간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공간정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가상 투어, 가상 행사장, 가상 쇼핑과 공연관람 등 다방면에서 MICE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 MICE 산업에서 미팅테크놀로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비대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MICE의 비대면화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인데 기술은 대면 비즈니스의 효율성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일 뿐이다. MICE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인풋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산업이지, 기술과 기술을 만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흔히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비대면의 가장 큰 문제가 ‘비언어적 제스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상으로는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캐치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안정감을 느낀다. 그런데 화상, 비대면은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제 몇 가지를 덜어내고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년간 PCO로서 현장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모이면 그 속에서 감정의 파동이 이는 것을 느껴왔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있다 보면 사람들의 표정을 보지 않더라도 그들의 감정의 파동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이는 화상으로 절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듯 MICE산업의 기저는 대면 비즈니스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대면 기술로의 방향 전환 보다는 적절한 보완재로써 참가자 경험 강화와 상황에 따른 대체제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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