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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모든 것은 고객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_ 반쪽짜리 마케팅, 잃어버린 마케터들의 철학을 찾아서

전례 없는 위기로 올해는 유독 마케팅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동안 호캉스 열풍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았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마케터들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의 문제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같이 고객이 소비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시기일수록 마케팅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접근이 요구, 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쳐나갈지는 마케터의 손에 달렸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호텔은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인 마케팅과 홍보, 세일즈의 역할이 혼재돼 있어 호텔 마케팅에 대한 해석이 다소 난해한 상황. 이에 앞으로 3회에 걸쳐 마케팅, 홍보, 세일즈의 역할과 철학,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먼저 가장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그 어느 영역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마케팅과 많은 마케터들이 놓치고 있는 마케팅의 근본적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누구를 위한 어메니티인가?
과거 미국의 한 호텔에서 턴다운 서비스(Turn-Down Service)의 일환으로 베개 밑에 박하사탕을 하나씩 놔뒀다. 대단히 큰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고객에게 소소한 감동을 줬던 서비스가 인근에 소문이 났고, 이 사실을 알게된 주변 호텔들은 더 좋은 박하사탕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렇게 박하사탕은 초콜릿, 비누, 샴푸, 그리고 향수 등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Impiana KLCC Hotel

호텔업계에 대표적인 마케팅 실패사례로 꼽히는 ‘어메니티 워(Amenity War)’에 대한 이야기다. 어메니티 워의 문제는 무엇일까? 고객에게 보다 최상의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호텔의 존재 이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호텔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어메니티를 전달했고, 지금까지 어메니티는 호텔을 선택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외식·관광 마케팅(Hotel Hospitality Marketing)의 저자이자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정규엽 교수(이하 정 교수)는 “마케팅의 원칙은 심플하다. 고객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시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원칙을 그대로 실천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마케팅에 대해 대다수의 기업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떼며 “고객의 욕구와 필요는 ‘고객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상당한 기업들은 ‘고객’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문제로부터 고객의 욕구와 필요를 정의내리고, 이를 마케팅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메니티 워를 통해 이익을 본 집단은 어메니티 제조업체와 이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했던 잡지사들이었다. 어메니티 경쟁에 붙은 호텔들은 점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 고가의 어메니티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객실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어메니티 워의 맹점이 드러난다. 과연 무엇을 위해 어메니티 경쟁에 이토록 불이 붙게 된 것일까? 정작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어메니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게 원하지도 않았던 어메니티로 높은 객실 요금을 떠안게 됐다. 어메니티 워가 마케팅 실패사례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어메니티 워에 참여했던 호텔들은 마케팅의 근본적 원인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고객의 문제(객실 요금)를 창조해냈다.


“지금까지 많은 마케터들을 만나왔지만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마케팅을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근간이 돼야 하고, 그 근간에는 마케팅의 진정한 의미와 철학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의 지혜는 철저히 경험으로부터 탄생된다.”라고 정 교수는 이야기 한다. 실제로 어메니티 워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호텔들은 ‘고객의 혜택 제고를 위한 모든 것’을 일컫는 어메니티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 무료조식, 레스토랑, Wi-Fi, 주차, 24시간 프론트 데스크 등 고객에 필요한 것들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불필요한 어메니티를 없애고 저가 객실 제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기업의 문제가 아닌 고객의 문제 해결. 고객에게 필요한 어메니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Signature Inn), 불필요한 어메니티를 없애고 저가의 객실을 제공해(Microtel) 고객의 문제를 해결함(사진 출처_ 호텔·외식·관광 마케팅).

욕구와 필요, 그리고 문제
국내에서 결혼 플래너라는 직업이 오랜 동안 시장에서 활동해 왔는데 2014년에 들어 새롭게 등장한 직업이 있다. 바로 이혼 플래너다. 마케팅에 있어 핵심 키워드는 고객의 ‘욕구(Needs)’와 ‘필요(Wants)’, 그리고 ‘문제(Problem)’다. 마케팅에 있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라’는 이야기는 숱도 없이 들었을 터. 하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정 교수는 “제품의 운명은 생물의 운명과 굉장히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에 SKU(Stock Keeping Unit), 즉 단일 상품 단위의 재고가 100만 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중 유통은 약 4만 개정도 이뤄진다. 그리고 그 중 고객 수요의 80~85%가 150개 상품으로 충족된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최소 3만 9000여 개 상품, 즉 99%가 넘는 상품이 죽어있다는 결론이 된다.”고 이야기하며 “포춘지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도 4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고객의 욕구와 필요도 계속해서 세분화, 마케팅은 점점 진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쫓는 것 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고객의 욕구와 필요, 그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이다. 최초는 ‘Brand New’지만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The Oldest’가 된다.”고 강조한다.


마케팅의 핵심, 고객의 욕구는 부족을 느끼는 상태(State of Felt Deprivation)를 의미한다. 즉 인간의 만족을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며, 마케팅은 욕구 충족을 위한 대상을 찾거나, 그 대상이 없을 때에는 만족의 정도를 감소시켜야 한다. 한편 필요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택하는 여러 수단에 의해 나타난 열망이다. 욕구와 필요의 가장 큰 차이는 욕구가(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인간에 있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면, 필요는 다양한 개인의 특성에 따라 표출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배고픔’이라는 동일한 욕구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요깃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반면, 다른 이들은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이처럼 같은 욕구라도 필요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다. 마지막으로 문제는 궁극적인 만족감과 욕구 및 필요와의 차이로 그 차이가 적은 제품이나 서비스일수록 소비자의 문제를 더욱 잘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는 욕구와 필요, 문제 해결을 위해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희생을 감행, 그에 대한 대가로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함으로써 교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교환의 만족도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최종적 평가인 ‘가치(Value)’를 판단하게 된다. 정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에 의하면 왜 반짝이고 단단한 돌이 생명의 근원인 물보다 비싼지 알 수 있다. 물은 누구나 어디에서든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그것을 소유할 때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높다. 때문에 다이아몬드와 물은 교환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Guess는 사업 초기에 24인치 이하의 청바지만 판매했다. 이로 인해 허리가 날씬한 여성들은 과시를 위해서라도 Guess만 입었다. 희소성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좋은 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고객의 무의식에서 찾는 해답
그렇다면 고객의 욕구와 필요, 그리고 문제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앞서 정 교수는 마케팅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이야기했다. 홀리데이인 월드와이드, 데이즈인, 아메리카나 호텔 등의 사장이었던 Michael A. Leven는 “고객의 문제는 경험, 직관, 조사의 순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즉 경험은 고객의 욕구와 필요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1의 도구인 것이다.


디즈니랜드에서는 건설 후 장내 건물들 사이에 잔디를 뿌린 후 길을 내지 않았다. 그 후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 잔디가 움푹 들어간 곳에 길을 냈다. 모토로라는 중국의 사업가들이 통신 서비스가 없을 때 상호 호출기를 이용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보고 쌍방향 호출기를 개발했으며, 스타벅스 코리아에는 직원이 고객의 행동을 관찰해 발견한 아이디어를 본사에 보고하는 ‘사이렌 아이디어(Siren Idea)’ 제도가 있다.

 

길을 내지 않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고객을 관찰,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길을 만든 디즈니랜드는 길어지는 대기 시간으로 생긴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 줄의 동선을 일렬이 아닌 곡선으로 유도, 줄이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지루함을 줄였다. 또, 기다려야 할 시간을 과장되게 안내판에 적은 후 예상보다 빨리 입장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서비스를 받았다는 즐거움으로 불만을 해소했다. 지혜는 이렇듯 관찰에서부터 비롯된다.


한 소비자 리서치업체 마케터는 “관점은 소비자 시각에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관찰’이다. 소비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만약 호텔에서 주 타깃으로 삼고 싶은 고객이 가족단위 고객이라면 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마파크나 공원에 가보고, 30~40대 비즈니스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여의도나 강남에 방문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는 컨설팅 기법 중 ‘Site Watching’이라는 방법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 내가 원하는 고객의 무의식이 흐르고 있는 곳에 들어가 봐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닌 소비자 행동의 ‘맥락’을 짚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일즈 마케팅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즈의 사이
한편 요즘에는 마케팅과 세일즈, 홍보,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구분이 희미해져가고 있는 가고 있다. 특히 호텔업계에서는 마케팅을 단독으로 하는 부서를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마케팅 부서에서 세일즈나 홍보의 역할까지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한 호텔 마케팅 담당자는 “마케팅은 물론 홍보와 디자인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아무래도 운영이 더 어려워져 충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무량이 많다 보니 마케팅, 홍보, 디자인 어느 한쪽을 중점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 들기보다 업무를 하나씩 해내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한다. 세일즈와 마케팅 부서의 결합에 대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세일즈는 영업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니 만큼 운영 쪽에서 세일즈 부서를 없애기보다 마케팅의 비중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세일즈에 흡수된 듯 보인다. 그만큼 국내 호텔업계에서 마케팅의 영역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마케팅 지향적 사고와 판매 지향적 사고는 명백히 다른 것이며 세일즈는 마케팅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제품 지향적 기업은 공장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지만 마케팅 지향적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품 지향적 사고는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반면, 마케팅 지향적 사고는 ‘근본적인 고객의 혜택’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미팅에 최적화된 장소’, ‘누릴 수 있는 사치’라는 마케팅 지향적 관념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 교수는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의 목적은 판매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필요로 인해 탄생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구태여 판매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판매가 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기업 외부로 보내는 ‘일방적 과정(One-Way Progress)’이라면,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실을 기업이 파악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다시 반송하는 ‘상호과정(Two-Way Process)’”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_ 호텔·외식·관광 마케팅(Hotel Hospitality Marketing)
내부 마케팅의 상징적 의미. 말레이시아 쿠알라롬푸르의 팬퍼시픽호텔에서의 광고에서는 고객에게 테이블 세팅이 준비돼 있으나, 제품의 일부인 동시에 더욱 중요한 제품인 직원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사진 출처_ 호텔·외식·관광 마케팅)

호스피탈리티업계의 핵심 상품, 사람
마케팅의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호스피탈리티 산업에만 존재하는 마케팅이 있다. 바로 내부 마케팅이다. 내부 마케팅은 외부고객인 일반 소비자가 아닌 내부고객, 즉 기업 내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다. 직원은 기업의 마케팅철학을 고객에 실천하는 핵심 인물이다. 특히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 종업원의 경우 더 그렇다. 내부 마케팅이란 직원의, 직원을 위한, 직원에 의한 마케팅이고, 일반 고객에 마케팅을 통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어필하는 것처럼 직원에게는 그들의 ‘과업 혹은 직업’을 어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객의 욕구, 필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유일한 마케팅 공식은 내부 마케팅에도 고스란히 적용돼야 한다.


정 교수는 “환대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은 ‘사람’이다. 경영학과는 사람을 다루는 일을 인적자원관리라 구분하지만 호스피탈리티업계에는 내부 마케팅이 있다. 디즈니랜드의 철학 중 하나로 ‘직원을 고객 앞에서 연습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이는 곧 완벽하게 준비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호스피탈리티업계에서 어설픈 직원이 서비스하는 것은 결함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내부 마케팅의 핵심은 ‘권한부여(Empowerment)’”라고 이야기한다.

 

권한부여의 좋은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리츠칼튼의 사례다. 리츠칼튼은 직원에게 ‘신사, 숙녀’의 신조를 강조한다. 서비스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손님들의 갑질로, 마치 하인을 다루듯 직원들을 대하는 이들에게 맞춰주다 보면 비굴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리츠칼튼이 직원들에게 권한위임을 통해 신사, 숙녀 긍지를 갖도록 한 것이다. 리츠칼튼의 직원은 고객의 불평 해결을 위해 1건당 수천 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경비가 할당돼 있다. 이를테면 실수로 고객의 옷에 커피를 쏟았다면 옷을 사줄 수 있고, 경비뿐만 아니라 시간도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드는 시간만큼 자기 일과에서 벗어날 권리도 가지고 있다. 한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미라지 리조트 & 카지노의 직무기술서의 내용은 ‘고객을 위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일해라’는 한 줄의 주문에 불과하다. 이처럼 내부 고객에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들은 외부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 기업이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 진실의 순간, 정직 마케팅
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15초 내외 짧은 순간인 ‘진실의 순간(MOT, Moments of Truth)’만큼 중요한 ‘두 번째 진실의 순간(The Second Moment of Truth)’이 있다. 바로 신뢰와 약속 이행의 순간이다.


정 교수는 “역사적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개념에 대한 오해와 남발이 만연되고 있다. 무수한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위해 지나친 아이디어를 남발하고, 지나치게 열정적인데다 낙관적이기까지 하다. 즉 마케팅의 개념이 기업이 전달 가능한 이상의 것이 돼 버렸다.”면서 “마케팅의 필요충분조건은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이 합리적이고 비합리적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인식하는데 있다. 과대광고, 비현실적인 약속은 고객을 창출시킬 수는 있으나 유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약점을 공개하는 마케팅 전략인 ‘플로섬 마케팅(Flawsome Marketing, 결점 마케팅)’을 ‘인간적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전략의 ‘정직 마케팅’으로 해석했다.


기업의 도덕성은 신뢰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다. 그리고 도덕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는데 ‘악행의 금지’와 ‘선행의 촉진’이다. 최근 호텔에서 친환경 마케팅, 지역사회공헌, CRS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선행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호텔업계에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 장충동 신라호텔의 현관으로 돌진해 회전문 파손과 인명피해를 끼친 택시기사에 대해 약 5억 원의 배상책임 면제와 치료비까지 보상,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신라호텔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케팅 근본이야말로 유일한 해결책
무질서 속 기업의 질서 찾아야
그동안 호텔업계에도 다양한 마케팅의 흥망성쇠가 있었다.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는 끝을 모르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이를 빠르게 캐치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송곳은 그저 송곳일 뿐, 문제가 되는 구멍을 막기 위해 다른 적절한 제품이 나오면 금세 대체되는 것이 시장이다. 제품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외형적인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마케팅을 무질서(Entropy)의 정도가 넘쳐흐르는 학문이라 표현한다. 공식과 진리가 없기 때문에 마케팅은 자유분방한 영역이자 매력적이고, 어쩌면 의학보다도 우수한 학문이라고 말이다.


코로나19로 마케팅 담당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위축된 데다 수요도 내국인으로 한정돼 있어 불안정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마케팅의 근본을 찾고 마케팅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 교수는 “1970년대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을 때 웬디스는 매출 확보를 위해 고가의 메뉴를 개발,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을 펼친 반면, 맥도날드는 오히려 저가의 맥모닝 메뉴를 론칭했다. 맥도날드는 당시 소비자가 맥도날드 당사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알았던 것이다. 마케팅의 철학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맥도날드는 여전히 식음료업계를 이끌어오고 있는 대표 브랜드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면서 “지금 코로나19로 힘든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재해는 시장과 기업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놨다. 코로나19 위기를 지나고 나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했던 곳들은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특급호텔을 포함해 많은 호텔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고객 유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케팅부서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은 시장의 소비자를 기업의 고객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호텔로 찾아오는 고객이 없으면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마케터라면 코로나19의 위기든, 호캉스 열풍의 호기든 시장의 동향,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 그리고 문제를 언제나 면밀히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트렌드 리포트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너도나도 할 수 있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시장에 나가 현재 잠재적 소비자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로인해 표출되는 욕구와 필요는 무엇인지 캐치해야 한다. Apple은 911테러와 IT 거품이 붕괴됐던 1999~2002년 사이 판매수익이 60%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R&D 비용을 42%나 올렸고, 그 결과로 iTunes Platform, iPod, iTunes, iPhone 등을 개발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반면 같은 시기 모토로라는 R&D 비용을 13% 삭감, 2004년 반짝 성공 이후 실패를 거듭하며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마케팅은 과학이 아닌 철학
우리나라는 유독 트렌드에 민감하다. 갖은 매체와 기업들에서 트렌드리포트가 발간되고, 호텔도 트렌드 키워드에 따라 패키지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실시한다. 그러나 특정 호텔을 떠올렸을 때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르는 패키지가 있었는지 반문해보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결국 문화 없이 트렌드만 쫓는 꼴이다. 그동안 호텔가에서 선보인 마케팅들은 모두 그만그만한 아이템을 특정 계절, 기념일에 맞춘 특색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트렌드는 따라가지만 그래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일회성의 마케팅이 많았다.”라고 지적한다.


마케팅은 소비자를 위한 모든 것이다. 바꿔 말하면 마케팅의 모든 것은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소비자는 마케팅 게임의 모든 관객이자 정확하고 준엄한 심판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해답은 ‘시장’에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마케팅 철학을 다시 아로새기고 전장으로 나서야 한다. 토마스 에디슨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그리고 필요는 항상 소비자의 문제로부터 발생한다. 이 대명제를 마케터들은 잊어선 안 되겠다.


ISSUE BOOK

Hotel Hospitality Marketing은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정규엽 교수가 집필한 마케팅서로 9번째 개정증보판을 지난해 3월 발행했다. 정규엽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마케팅 트렌드 성향을 반영해 매 2년마다 최신 사례를 담은 개정증보판을 출간하고 있다. 본서는 그동안의 마케팅서적과 달리 마케팅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철학적으로 접근, 기본적인 마케팅적 사고에서부터 기능, 전략까지 무수한 사례를 통해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깊이 있게 통찰했다. 

저자 정규엽 발행 센게이지러닝코리아 가격 4만 원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