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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시대에 따라 변해온 공간 호텔을 재조명하다, 호텔사회 Hotel Express 284

이미지출처_ 문화역서울 284

 

1889년, 한국 최초의 호텔 ‘대불호텔’이 개관하고 130여년이 흘렀다. 기존 외국인들의 숙박시설에서 주요 정치인들의 만남의 장, 현재의 문화복합시설까지 호텔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왔다.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문화역서울 284는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호텔社會> 전시회를 마련했다. <호텔社會>에서는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호텔 문화의 도입과 확산, 정착하는 과정과 호텔이 가진 근대 생활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다양한 속성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찾아온 관람객들은 호텔의 상징적 공간과 문화역서울 284의 공간을 결합해 재해석한 작가들의 표현과 배우들의 근대 호텔리어 연기, 공연, 퍼포먼스 등 전시장 곳곳에 펼쳐진 예술작품들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호텔과 아트의 컬래버레이션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문화역서울 284는 장르에 경계를 두지 않고 <호텔社會>의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문화역서울 284 공간 전체를 호텔 284로 바꿔 놓았을 뿐만 아니라, 도어맨, 벨맨, 프론트 스태프의 복식을 디자인해 패션 전시를 준비한 <호텔사회 복식>, 철도와 호텔 그리고 여행을 접목시켜 제작한 여행카드와 보드게임을 판매하는 <호텔사회 여행상품점> 등 총 50여 명의 개성 있는 예술가가 각각의 분야로 근현대 호텔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했다. 서울역의 우아함과 방식과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예술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공간은 문화역서울 284만의 특별한 강점이다.

 


INTERVIEW

 

“호텔社會는 근·현대 정치사회의 중심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정서윤 주임연구원

 

Q. 호텔 284는 어떤 전시인가?

<호텔사회>는 문화역서울 284가 기획한 근현대 생활문화전시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년 <커피사회>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열린 <커피사회>는 19세기 후반부터 약 100여 년간 자리 잡은 한국의 커피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며 커피가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의미를 전달했다.

이번 <호텔사회>는 호텔을 콘셉트로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문화가 도입되고 확산하는 과정과, 호텔이 가진 생활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다층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Q, ‘호텔’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문화역서울 284는 근대문화유산이며 사적이다. 이전에는 경성역이였고, 서울역을 거쳐, 지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활문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런 생활문화 플랫폼은 서구의 신문화를 도입하고 확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근대의 호텔 또한 마찬가지이다. 의식주가 모두 이뤄지는 호텔은 삶의 축소판이라는 면에서 생활문화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보인다. KCDF는 이 두 공간이 교차하는 기능적 측면을 주목해 콘셉트로 선택하게 됐다.

 

Q. 기획에 특별하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공간의 매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서울역과 호텔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들을 최대한 연결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문화역서울 284의 중앙홀은 호텔 로비로 디자인해 웅장함을 더하고, 1, 2등석 승객 중 여성분들이 주로 사용하던 부인대합실에 실제 호텔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을 배치해 다과를 즐기는 콜로니얼 가든으로 조성하는 등 기존 기능과 호텔 공간의 기능을 교차시켜 문화역서울 284의 건축물 안에 호텔의 특징적인 공간 이미지가 오버랩 되도록 노력했다.

 

Q. 어떤 호텔이 전시에 함께 참여했나?

롯데호텔 앤 리조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세종호텔, 앰배서더박물관 의종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등의 협조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토크 프로그램 ‘호텔리어와의 대화’를 준비해 현직에 있는 호텔리어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호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으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과 바가 오아시스-풀바에서 칵테일을 제공하는 등 관람객들이 호텔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Q. 호텔의 어제와 오늘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근대에서 출발한 호텔은 이전부터 중요한 정치사회적 결정들이 이뤄졌다. 오늘날에도 회담들이 호텔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호텔은 복잡다난한 역사를 지니고 삶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전시에서도 호텔이 우리사회에 가지고 온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면, 오늘날의 호텔은 숙박 공간에서 문화적으로 더욱 기능이 확장됐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문화의 도입을 선도했다면 지금은 일상의 행위가 모두 녹아 있지만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집합체라는 의미가 있다.

 

Q. <호텔사회>를 준비하며 호텔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1980년대 생인 스스로도 호텔과 숙박은 힐링 공간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고,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적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 자료조사를 통해 호텔이 우리에게 문화 보급로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 수영장, 볼링 등의 문화는 초기에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소수의 특수계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신문화의 진입장벽이 낮은 호텔에서 최초로 도입됐으며, 호텔이 국가주도로 이뤄진 산업이라는 점 등을 새롭게 알게 됐다.


호텔 속 다양한 전시공간

Hotel Express 284는 로비, 라운지, 객실, 수영장 등 호텔의 상징적 공간과 문화역서울 284의 기능적 속성을 교차시키며 서구문화의 도입과 확산을 보여준다. 여가와 여행, 유흥문화를 수용했던 근대 호텔이 어떻게 전시를 녹여냈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관람 포인트이다.

 

<익스프레스284 라운지>

 

익스프레스284 / 콜로니얼가든

익스프레스284 라운지는 문화역서울 284의 중앙홀을 호텔 로비로 디자인한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호텔 로비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프론트 데스크에서 전시 공간에 대한 안내를 받고 직접 티켓을 받아 체크인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콜로니얼 가든에서는 식물 수종을 감상하며, 다과 및 애프터눈 티를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오아시스: 풀·바·스파>

 

오아시스 스파 / 오아시스 바

1960년대 최초로 호텔에 실내수영장을 첫 선보인 후, 70~80년대를 거쳐 호텔 야외 수영장 및 호텔 사우나 등 여가장소가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해석한 수영장 공간과 여가문화의 온실인 호텔 수영장을 제작했다. 서울역 3등 대합실에 마련된 <오아시스: 풀·바·스파>는 기존 젊은이들을 위한 유흥과 가족단위의 여가 장소로 기능한 호텔 수영장을 관람객들이 휴식 공간과 라운지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호텔사회 아카이브>

 

다수의 호텔에서 사료협조를 받아 초창기 호텔에서 직접 사용했던 물품과 그 시절의 사진들을 담아 전시한 공간이다. 호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객실 열쇠, 객실 번호, 로비의 향기 등의 호텔 아카이브와 호텔 뷔페의 변화를 보는 식문화 아카이브, 워커힐 쇼의 사료들을 통해 공연문화를 볼 수 있는 공연문화 아카이브가 마련돼 있으며 사료를 통해 100년의 역사 속에서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친 호텔들의 노력을 볼 수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전시

전시는 관람객이 호텔이라는 대상을 지식적인 측면뿐 아니라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감각기관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경험하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호텔 매트리스의 푸근한 촉감과 콘서트, 호텔 음식 등 관람객이 체험하면서 호텔이 선도한 미용, 숙박, 식문화 등 완성되는 이 전시는, 호텔을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디테일한 매력을 볼 수 있다.

 

 

<이발社會>

 

실제 바버숍을 운영하는 바버들이 예약제로 방문객의 머리를 커팅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눈여겨보는 전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발사회’를 통해 조선 후기 남성 사교의 장이자 문화공간인 이발소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행·관광안내소>

 

구 서울역의 1·2등 대합실이 여행·관광안내소로 재해석됐다. 기차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근대적 여행은 호텔이라는 숙박문화를 형성하게 했다. 주 방문객인 여행객들을 위해 호텔에서는 여행안내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여행·관광안내소는 여행안내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철도를 중심으로 확산된 근대 여행문화와 미래 국제역으로 기능할 서울역을 소개한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을 잇는 미래의 여행 경로를 제안하며 관람객들이 직접 여행경로를 세우도록 돕는다.

 

 

<객실 Room>

 

201호실: 낮잠용 대객실 / 204호실: 객실

문화역서울 284의 2층을 사무실은 예술가들에 의해 각각의 특징을 가진 다섯 개의 객실로 재해석됐다. 이 중 가장 넓은 객실을 자랑한 201호 <낮잠용 대객실>에는 시몬스에서 지원한 뷰티레스트 컬렉션 매트리스를 사용해, 자장가를 들으며 매트리스에 누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04호 <객실 No.204>는 가구를 설치해 호텔 284의 한 객실로 바뀌었다. 관람객들은 객실에 설치된 TV를 통해서 서울역의 탄생 배경인 경성역부터 전시공간의 역사를 보며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깨닫게 된다.

 

 

<공연과 퍼포먼스>

 

손님을 맞이하는 벨맨

벨보이가 옮기던 캐리어가 바닥에 쏟아진다. 벨보이들은 당황하며 슬랩스틱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청소 카트를 밀며 돌아다니는 메이드는 객실 손님 이야기를 하며 시끄럽게 돌아다닌다. <호텔社會>에서는 춤, 마술, 마임과 같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뿐만 아니라 전시 곳곳에 위치한 배우들이 호텔 속의 삶을 연기하며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장 전체에 위치한 근대 호텔리어들의 연기로 관람객들은 호텔 284에 입장하는 체크인부터 시작해서 관람을 마친 후 체크아웃까지 마치 투숙객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INTERVIEW

 

“호텔리어에게 ‘진상’이란 말은 없습니다”

웨스틴조선호텔 객실팀 이진식 팀장

 

웨스틴조선호텔의 이진식 팀장은 1996년 웨스틴조선 호텔에 입사해 26년간 근무한 베테랑 호텔리어다. 그는 지난 2월 5일 <호텔리어와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관람객들에게 ‘호텔 객실팀 운영과 호텔을 찾는 사람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Q. 호텔리어로서 <호텔社會> 전시를 본 소감은 어떤가?

근대 호텔을 예술적으로 잘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옛 호텔에서 사용했던 물건들도 인상적이게 봤으며 호텔 공간을 문화역서울 284 적재적소에 구성했다. 전시회에서 역사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었다. 또한 호텔리어와 벨맨, 바버숍 등 최근의 뉴트로 트렌드를 잘 반영해 관람객들이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호텔리어와의 대화> 프로그램은 어땠는가?

다양한 관람객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웨스틴조선 호텔의 인지도가 남다른 고령의 관람객도 찾아와주셔서 놀랐다. 대화를 나누며 호텔리어로 처음 근무하던 시절과 근무하면서 있었던 짧은 에피소드도 전하게 됐는데, 다들 즐겁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또, 호텔리어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방문해 근래의 이슈와 트렌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현직자로서 예비 호텔리어들을 향해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호텔리어였다면 난감한 경험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Q. 호텔 사회에서 26년간 근무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전에는 호텔에 고급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면, 현재는 고객님들의 트렌드가 모이는 곳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웨스틴조선호텔 또한 서구 문화를 먼저 들여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초의 승객용 승강기부터 최초의 아이스크림, 한국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 코트’ 등 문화 유입로의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루프탑, 펫 프랜들리 패키지, 키즈 패키지 등 고객님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특히 단골 고객의 경우 사소한 취향도 기록해 다음 방문에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전에 준비하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Q. 호텔 고객과 호텔리어는 어떻게 변했나?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님들의 문화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프론트 금고에서 귀중품을 맡거나 환전 업무를 하는 작은 부분도 그렇다. 이전에는 프론트 데스크에 50~60개의 금고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객실의 금고를 이용하며 환전 업무도 줄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고객님들의 니즈가 반영되고 있다.

 

호텔리어들도 트렌드가 바뀌었다. 호텔리어로서 근무하다보면 어떤 고객님들은 힘들 수 있고 어떤 고객님들과는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의 호텔리어들은 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며 이러한 감정노동에 에너지를 소비하려 하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다. 호텔리어는 이런 극소수의 고객님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후배 호텔리어들이 호텔리어의 위치에 더 자부심을 갖고 본인이 나아가야할 과정과 비전을 한 발 한 발 꿈꿨으면 한다.


호텔문화를 이해하는 시간

호텔리어와의 대화

전시와 체험의 균형감을 잡기 위해 체험 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호텔리어와의 대화>와 같이 현직에 있는 호텔리어들과 대화를 하며 호텔문화를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이다. 대화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현직으로 근무 중인 나인스게이트의 이귀태 주방장, 객실팀 이진식 팀장, 객실팀 객실관리 전지영 파트장이 각각 한 번씩 진행했다.

이귀태 주방장은 조선호텔 ‘팜코트’의 전신인 나인스게이트가 마련한 ‘어니언 수프’를 제공하며 호텔 레스토랑의 속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1991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베키아네 누보(현 루브리카)와 뉴욕 스타일 레스토랑 ‘그래머시 키친’을 오픈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은 실력파 주방장이다.

 

두 번째로 강단에 오른 호텔리어는 객실팀의 이진식 팀장으로 호텔리어와 투숙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호텔리어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호텔리어로서 중요한 점, 면접에서 어필해야 하는 장점 등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객실팀 객실관리의 전지영 파트장은 호텔에서 근무하는 여러 직업과 호텔리어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관람객들은 호텔을 이용하며 호텔리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호텔리어로 일 하면서의 장단점 등을 질의하며 대화를 나눴다.

<호텔리어와의 대화>는 웨스틴조선호텔의 조선델리 치즈케이크가 제공돼 관람객들은 다과를 즐기며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며, 호텔리어들의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에 3회의 토크 프로그램은 모두 만석을 이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객실팀 전지영 파트장(좌)

 

<호텔社會>의 특별함

호텔을 아이템으로 만들어진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호텔의 호텔박물관, 앰버서더 호텔의 의종관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호텔들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시 프로그램이 있어, 다양한 호텔 사료들을 관람할 수 있다. 또 호텔은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지속적으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만큼,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호텔社會> 전시가 특별하고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대형 호텔이 갖고 있는 호텔 사료들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직접 호텔공간을 재해석한, 대형 호텔들과 예술가가 ‘협업’해 만들어낸 최초의 호텔 전시회라는 점이다.

 

 

 

 

 

 

호텔의 접근성과 가능성

<호텔社會> 전시를 찾아온 관람객 개개인이 생각하는 호텔의 의미가 다르듯 이번 전시는 기존의 호텔 의미와는 또 다른 호텔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기존에 호텔에서 투숙한 경험이 없던 내국인들에게 호텔 체험이 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모범적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호텔 체험 프로그램이 새롭게 내국인 방문객·투숙객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사회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호텔의 역사를 담은 이번 전시는 호텔리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기도 했다. 민간 외교관으로 불리는 호텔리어는,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처음 투숙하는 호텔의 구성원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기획팀이나 예술가 모두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호텔과 호텔리어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결국 관람객들의 전시 참관 경험 호텔 종사자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성숙한 호텔 문화로 이어지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호텔은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고, 니즈에 적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던 바와 같이 호텔은 문화를 선도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클럽,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간다. 호텔은 우리의 삶이 담긴 작은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호텔社會>와 같은 기회는 내국인에게 숙박업이 아닌, 문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호텔을 소개한다. 호텔이 점차 장벽을 낮추며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내국인의 호텔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중앙홀)


글 : 이양우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