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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소방관리에 인색한 호텔들 불길에 휩싸이다

지난해 유난히 호텔의 크고 작은 화재가 많았다. 작은 소동으로 마무리된 화재도 있었지만 사망자가 생기기도 한 큰 사고도 있었다. <호텔앤레스토랑>에서도 지난해 말, 한해를 돌아보며 호텔 화재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2020년의 시작을 알린지 얼마 되지 않은 설 연휴에 장충동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약 600여 명의 투숙객이 대피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1층에서 발발된 이번 화재는 화재 대처가 가장 어려운 새벽에 일어나, 초동대응도 화재 진압과정의 직원들의 대처도 미숙해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조사 경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호텔에 있어 화재는 시설적인 피해보다 인적 피해, 그리고 호텔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걸리는 비용과 노력은 숫자로 환산하기 힘든 수준이다. 예방만이 최선인 호텔 화재.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다양한 화재 위험에 노출된 호텔

호텔은 일반 주택과 다르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자, 숙박에서부터 음식,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기능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복합용도 건축물이다. 호텔 건축물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 투숙객이 사용하는 ‘객실부문’, 종업원이 이용하는 ‘관리부문’,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용부문’으로 나뉜다.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에 따르면 숙박시설이 가지고 있는 화재 위험의 첫 번째 특성은 ‘공간의 구성’이다. 호텔은 호텔이라는 하나의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용도가 다른 별개의 시설이 하나의 건축물을 구성, 방재계획이 복잡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용도, 구성, 복합화, 입지 등에 따라 각 공간이나 기능에 맞춰 방재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객실의 밀실성’이다. 호텔은 불특정 다수의 공간이라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민감하다. 때문에 객실의 차음이 향상돼 복도의 상태를 알 수 없거나 방범상의 이유로 잠금 상태를 유지하는 등 밀실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신속한 화재 감지를 비롯해 특히 피난 유도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투숙객의 재실 여부의 확인부터 화재 상황 통지의 확실성 문제 등, 화재를 인지하고 피난을 실시하는 데까지의 시간이 다른 건축물보다 늦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돼 규모가 작은 화재임에도 불고하고 큰 사고로 번진 사례가 많다.

 

마지막으로 ‘연회장의 상태’다. 일반적으로 4~5성급 특급호텔에는 규모가 큰 F&B 업장과 연회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조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나화(Open Flame)나 가스의 위험이 있다. 여기에 연회장은 고정되지 않은 좌석과 인구밀도가 높은 특징이 있으며, 기본적인 시설 이외 각종 건축·전시물이 가연성이 높은 재질, 목재나 천 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연소 확대의 위험도 존재한다. 바와 같이 음주가 가능한 시설은 투숙객 이외 방문객도 많은 데다 영업시간이 불규칙하고, 특히 라운지 바의 경우에는 최상층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피난이 불리하다는 점도 있다.

 

10년간 총 251건의 화재 발생해

관광숙박업은 법률 제2482호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이면 특수건물에 포함되고, 이러한 규정은 국내 대부분의 대형 호텔에 해당, 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물소유자 손해배상 책임’, ‘보험가입’, ‘화제예방 및 소방시설의 안전점검 실시’ 등의 화재관리 의무가 있다.

 

특히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조사한 ‘2018년 특수건물 화재통계 안전점검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위험이 존재하는 특수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에 비해 화재발생 시 인명피해가 4배 이상 높게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특수건물에 비해 건물에 체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다양한 발화위험에 노출돼 있긴 하지만 대체로 주방에서의 취급 부주의 등으로 인한 소규모 화재가 많고 발화 초기 대응이 용이해 평균재산피해는 크지 않다고 한다.

 

한편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에서 조사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건물 숙박업종 화재 발생 현황을 보면 약 10년간 총 251건의 화재가 발생, 장소별 화재 발생은 객실 40건(15.9%), 주방 32건(12.7%), 설비 공간 30건(12%)이었고, 화재 원인은 전기적 원인이 87건(34.7%)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담배꽁초 34건(13.5%), 과열 및 과부하 22건(8.8%)이었다. 발화기기별 화재발생은 옥내 배선용 전선이 26건(14.3%), 주방기기가 32건(12.7%), 계절용 기기가 29건(11.6%)으로 나타났다.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사진 출처_ 연합뉴스) /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화재(사진 출처_ 동아일보)

 

대연각화재 / 탈출을 시도하는 투숙객들. 당시 총 166명 중 38명은 추락사로 발견됐다

대연각화재를 계기로 소방안전 기틀 다져

유난히 크고 작은 화재가 많았던 한해였다. 작년에도 1월부터 20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가 있었고, 5월에는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방화범에 의해 38명의 투숙객의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7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 주차장에서 시작된 발화로 100여 명이 대피하고 27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10월, 190명의 투숙객이 머무르고 있던 중구 렉스호텔 주방에서 불이나 한차례 소동이 있기도 했다.

 

사망 및 부상자 수가 가장 많았던 국내 숙박시설 화재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은 대연각호텔. 당시 중구 명동에 22층 규모의 보기 드문 대형호텔이었는데 1층 커피숍 LP가스 폭발로 1971년 12월 25일, 추락사 38명을 포함해 159명의 사망자, 63명의 부상자를 만들어내면서 서울 3대 화재 사고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호텔 화제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정혜원 대리(이하 정 대리)는 “당시 화재 발생에 대한 잘못된 대처로 막대한 인적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사고가 난 이후에도 관련법이 미비해 피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투숙객 중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국가적으로도 큰 망신이었던 사례”라며 “대연각호텔 화재를 기점으로 국내 소방법이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이후로는 해가 지날수록 법이 강화되며 소방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연각화재 이후 1973년 2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법률 제2482호)가 제정, 한국화재보험협회도 화재예방과 안전점검업무를 시작으로 1973년 5월 설립됐다.

 


INTERVIEW

“위기상황에 대한 매뉴얼, 정확한 실행이 관권”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정혜원 대리

 

Q. 숙박시설 위험관리 가이드 제작 배경과 지금까지 협회에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화재보험협회에서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수건물의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협회는 전국의 8개 지부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으며, 연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건물은 특수건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1회 화재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협회에서는 안전점검자 및 안전관리에 종사하는 소방안전관리사, 손해보험사 리스크 서베이어 등을 위해 공정별, 업종별 위험관리가이드 시리즈를 만들고 있었는데, 2019년에 잇따른 화재로 숙박시설이 이슈가 돼 올해 초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여 제작하게 됐다.

 

Q. 최근 호텔의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숙박업소가 특히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호텔은 복합시설로 구성돼 발화위험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객실 내 투숙객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부주의에 의한 발화 관리에도 한계가 있고, 객실 밖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호텔은 다른 건물에 비해 화재가 발생했을 시 인명피해의 비율이 높고, 특히 잠자는 시간대인 22시부터 6시 사이의 사망자수는 전체 평균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수를 상회한다.

 

게다가 투숙객이 호텔에 며칠이고 상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구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당황스러운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져 보여야할 유도등, 안내문 등이 보이지 않고 탈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호텔은 보완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이중, 삼중 보안장치를 해놓는 경우도 있어 객실 탈출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 이에 NFPA(전미방화협회)에서는 한 두 개의 간단한 동작으로 쉽게 열릴 수 있는 보안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해 놓기도 했다.

 

Q. 그렇다면 호텔의 화재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호텔 화재 가이드는 대형, 외국계 체인호텔일수록 체계적으로 자리 잡혀 주기적인 소방점검 및 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화재 경각심이 높아지며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수신기와 같은 소방기기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실 갖추고 있는 시나리오, 매뉴얼대로 이를 잘 점검하고, 안내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의 트레이닝만 잘 된다면 문제될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관리인원과 시설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는 소규모 호텔의 경우에는 혼자 근무하다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대피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고, 소방기기의 오작동에 대한 이해 없이 경종을 꺼놓는 등의 맹점들이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받고 예방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 그리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도록 소방, 피난시설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직원들의 행동 요령이다.


다양한 발화요인 사전에 차단해야

건물의 특성상 재산피해보다 인명피해가 막대한 호텔에서 화재는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에 따르면 호텔 발화 장소 중 파악하기 쉬운 객실, 주방, 설비 공간, 외벽 등을 제외한 ‘기타’ 장소에서의 발화가 43.4%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한국화재보험협회 정 대리는 “발화 장소에 기타가 많다는 것은 발화 장소가 너무 다양해서 한 곳으로 두기 애매하다는 뜻이다. 발화 원인 중 전기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도 의도적인 방화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라고 말하기 애매한 원인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 화재기 때문에 최선의 예방책은 시설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뿐이다.

 

호텔시설관리 전문기업 서울이앤지의 이원필 상무(이 상무)는 “화재는 A급 일반 화재부터 B급 전기화재, C급 유류 화재, D급 금속 화재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최근 호텔 건물에는 자동 소화설비가 갖춰져 있어 작동만 제대로 된다면 웬만한 화재는 초기 진압이 가능하지만 여러 요소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면 이를 정확히 판단하고 대처의 방향성을 제시할 시설 전문가가 호텔에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모든 호텔에는 시설팀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설팀 내 소방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구성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이앤지 이 상무는 “대개 호텔에 가보면 시설팀은 전기, 기계, 건축, 세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각 팀에서 한 명씩 전기 화재, 기계 화재, 건축 화재를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화재가 일어났을 때에는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소방 담당자가 반드시 컨트롤 타워가 돼야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다. 따라서 시설팀 내에 방재팀이 따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수칙만 지켜도 화재 예방 문제없어

그렇다면 호텔에서 소방 전문가는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할까? 메이필드호텔 경영지원팀 박정호 소방·안전대리(이하 박 대리)는 “호텔에서의 화재는 대부분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을 어디선가 했을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피난 대피구역이기 때문에 물건을 적치하지 말아야 하는 곳에 물건을 쌓아 놓는다든지, 24시간 작동돼야 하는 수신기와 감지기를 임의로 꺼놓는다든지, 작업 시 지켜야할 안전수칙을 어긴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을 교육하고 주기적으로 인지시킨다 해도, 어떠한 이유로든 현실에 ‘타협’하는 순간 찰나에 발생하는 게 화재”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꾸준히 화재에 취약한 사각지대를 돌아다니며 이런 부주의한 행동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시설팀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가 발생한 이유도 리넨실로 사용하면 안 되는 지하 1층 주차장에 가연성이 뛰어난 리넨류를 적치해 놨기 때문이다. 서울이앤지 정재기 대표는 “모든 건물은 설계 당시 용도를 가지고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호텔은 보관해야 하는 내구재가 많다보니 구조를 변경해 사용하다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전기적인 문제의 경우 오래된 건물일수록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고 합선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신식건물에서 전기 화재가 났다는 것은 100이면 100, 불법 구조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의 경우 주차장에 설치돼 있던 콘센트에서 전기적 스파크가 일었는데 처음에는 충분히 조기 진압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리넨에 불씨가 적치된 옮겨 붙어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커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화재 진압을 실시하던 소방 담당 직원은 잦아들지 않는 불속에서 숨졌다.

 

시설관리, 화재 초동대응의 핵심

발화 위험을 관리했지만 이미 발생한 화재라면 초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화재를 인식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사람이 아닌 기계, 즉 화재 감지기가 먼저 연기나 열에 의해 화재를 인식하는 방법과 사람이 직접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인식이 되던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은 자동소화의 태세를 갖춘다. 특히 갈수록 강화되는 소방법으로 최신식 건물일수록 스프링클러는 물론이고 화재감지기 및 자동소화기와 같은 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발화원이 초기에 발견되기만 한다면 큰 불로 번지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장치들이 노후화되거나 망가진 경우, 혹은 일부러 작동을 멈춰놓은 경우가 있다는 것. 서울이앤지의 이 상무는 “주방에서는 가열을 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고, 수증기가 발생하면 감지기가 이를 화재의 위험으로 인식한다. 그로 인해 시시때때로 울리는 경종을 방지하기 위해 주방의 감지기는 꺼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이러한 문제는 주로 한 가지 감지기만 설치했을 경우라 규모가 큰 호텔 주방에는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를 교차회로로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두 가지 센서가 같이 화재 위험을 다중으로 인식해야 경보가 울리는 방향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984년 부산 대아관광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난방용 석유난로의 폭발로 인한 화재였는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다 소화기 및 옥내소화전의 소화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40명의 사망자와 68명의 부상자, 총 10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처럼 설치돼 있는 소화시설의 점검도 시설팀 소방관리자의 주 역할이다. 이들이 관리하는 시설 장비들은 기계, 전기, 냉난방설비, 냉장고, 보일러, 주방설비 등. 다른 곳에는 한두 개 있을 법한 시설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손이 많이 가고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INTERVIEW

 

“매일 반복되는 일일점검, 시설관리의 기본”

서울이앤지 (좌)정재기 대표, (우)이원필 상무

 

Q. 먼저 서울이앤지의 호텔관리팀 구성과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한다면?

정재기 서울이앤지는 호텔만을 전문으로 하는 시설관리업체다. 서울이앤지에는 소방을 비롯해 전기, 기계 분야의 기술자가 호텔 시설관리운영 기술지원, 직무교육, 안전관리, 시설정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호텔관리사업팀에서 가장 주요하게 하는 업무는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일이며 화재가 발생했을 시에는 컨트롤 타워로서 화재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하고,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 또한 화재 이후에는 어떤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해 앞으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비를 재정비한다.

 

Q. 호텔의 화재 예방에 있어 시설점검이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실제 시설 점검 시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원필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 일일점검이다. 호텔과 같은 복합적 건물에는 ‘R형 복합 수신기’가 구비돼 있다. 수신기 내부를 보면 자동으로 감지된 에러와 경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방재 관리자라면 이 부분을 출근과 동시에 확인해야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육안점검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수신기에는 비교적 작은 문제의 경우 자동으로 이를 복구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육안점검을 하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여 질수도 있어 야간근무자가 메시지를 처리했더라도 이를 추적해봐야 한다. 실제 화재 위험 요소가 아닌 오작동이라도 왜 메시지가 울렸는지 파악, 다른 오작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취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오작동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화재가 나도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Q. 실제 호텔의 시설점검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이원필 소방관리자는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방시설점검’과 매일같이 진행돼야 하는 ‘일일점검’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은 전후기로 나눠 연 1회, 소방시설관리사가 보임돼 있는 소방시설점검업체에서 진행해 점검 결과를 소방서에 통보한다. 호텔 시설팀 자체적으로 하는 것은 현장에서 월1회 진행하는 외관점검과 분기에 한 번씩 실시하는 안전점검이다. 일일점검은 출근 직후 수신기 확인 후, 전체 호텔 시설을 돌아다니며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시설의 작동 유무, 연소방지시설 설치, 피난시설확보 등을 실시한다.

 

Q 호텔 화재의 예방과 발생, 수습과정에서 시설관리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원필 호텔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화재가 발생한다면 신속한 진화와 수습을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재 시 발화지점을 판단하고 초기 진화에 투입, 만약 자체 화재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119에 신고할 정도가 되면 고객이 화재 상황을 인지하는 단계에 이르므로 반드시 방송을 통해 화재 발생 상황을 알리고 투숙객을 피난시켜야 한다.

 

Q. 화재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경각심이 높지 않은 듯 보인다. 앞으로 화재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 호텔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정재기 다른 시설관리에 비해 소방관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관리에 시설투자를 안하는 점이 아쉽다. 화재예방을 위한 노후시설물, 소방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정비, 보수를 연간 정비계획에 의거해 실시해야 함에도 경영자들의 안이한 생각으로 노후된 시설물과 소방시설물에 시설물 교체비, 정비 비용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 인력 고용도 마찬가지다. 화재의 3요소가 있듯 화재예방에도 3요소가 필요한데 바로 인력, 시스템, 장비다. 호텔은 특히 화재가 나면 시설도 시설이지만 화재가 난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다. 당장의 소비라는 인식보다 안전한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위기대응 훈련, 보완 필요해

숙박시설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위기상황 매뉴얼 작성·관리 및 훈련 대상]에 해당, 위기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을 작성 및 관리하고 이에 따른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때문에 모든 소방관계자들은 호텔에 마련된 매뉴얼과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문제는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 수준의 가이드를 그대로 비치해 놓았다는 점, 직접 훈련이 아닌 시청각 훈련으로 소방훈련을 대체한다는 점, 직원들의 꾸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이면 소방법 상으로 계획서를 가지고 있게 돼 있다. 가이드는 원칙적으로 각 호텔이 가지고 있는 건물 특성을 고려해 호텔 자체 내에서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특히 규모가 작은 호텔들의 경우 다 비슷비슷한 가이드를 그저 비치만 해놓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이앤지의 방극택 부사장은 “소방법에 대한 법이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만들어 놓은 만큼 점검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서나 구, 시에서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내방해 점검하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 않는다. 실제 운영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인 점검이 아닌 설치 유무만 체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소방법이 강화됐다고 해도 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이야기 한다.

 

일부 업계에서는 소방법의 지침대로 100% 지키는 호텔은 아마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호텔의 운영적 특성을 고려해, 완화시킨다는 개념보다 실효성 있는 법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화재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화재 발생 시 호텔 직원들은 투숙객의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방재업무가 주된 역할이 아니라 본업이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1년에 한 두 번의 훈련과 교육만으로는 막상 화재 상황에 돌입하면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직원들의 보다 효과적인 방재 교육의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한 호텔 관계자는 이번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화재 사건을 예로 들며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화재 이후 고객의 주된 불만이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경보가 울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보통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과 같이 큰 호텔의 경우 직상발화라는 경보 방식이 적용된다. 불이나면 전 층에 경보음이 울리는 전층발화와 비교했을 때 직상발화는 화재 층을 기준으로 경보음이 울리는데 그랜드 앰배서더의 경우 지하 1층에서 발화가 시작됐으니 지하층 전체와 1층까지만 경보가 울린 것이 당연하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막지 못해 언론에서는 이미 호텔의 경보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호텔 방재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직원의 잘못된 대처로 호텔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화재는 예방을 비롯해 대응과 발생 이후 대처까지 매우 세밀한 계획과 훈련이 이뤄져야한다. 특히 고객의 숙박과 안전을 제1기능으로 하는 호텔에서 화재로 인한 얻게 되는 피해는 비단 시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사사고의 문제, 이후 실추된 호텔 이미지 회복에 대한 문제 등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업계에 화재 소식이 들려 앞으로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의 향후 계획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화재를 통해 우리 호텔의 화재 예방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메이필드호텔_ 화기 사용 교육 및 방사 훈련


INTERVIEW

 

“타협 있어선 안 되는 소방안전,

호텔에 최적화된 매뉴얼로 반복된 훈련 필요해”

메이필드호텔 경영지원팀 박정호 소방·안전대리

 

Q. 메이필드호텔은 부지가 넓고 조경시설이 많아 화재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메이필드 호텔의 시설 특징과 현재 호텔이 화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소방에서는 부지가 넓은 것보다 위로 높게 솟은 고층 건물을 더욱 위험하다고 본다. 대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일단 화재가 감지되면 엘리베이터 통로는 불의 통로가 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문이 열린 채로 작동을 멈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롯데타워만 화재 시 엘리베이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 면에서 메이필드호텔은 제일 높은 층이 6층이라 대피시간이 비교적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메이필드호텔 대표를 운영진을 중심으로 경영진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 호텔 설계 당시 호텔동 각 객실에 스프링클러 외 화재감지기 설치까지 의무 대상은 아니었지만 안전을 고려해 재작년 화재감지기를 전 객실에 설치했고, 개별동으로 따로 운영 중인 한식당에도 옥외소화전을 자진 설치했다. 또한 기름에 불이 붙었을 때 분말 소화기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K급 소화기를 새로 비치하는 등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Q. 호텔 안전점검 이외 소방훈련, 직원 교육도 직접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우선 호텔 건물 특성에 맞는 소방 모듈과 시나리오를 작성해 훈련에 적용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을 소방의 전문가로 만들 순 없지만 방재과정에서 궁금할 수 있는 감지기의 작동 방법이나, 감지기 작동 이후 수신 반에서는 어떻게 화재 과정을 처리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특히 화재는 인력배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에 치명적이므로 ‘야간 자위소방대 업무분장표’도 만들었다.

 

이러한 자체 매뉴얼을 토대로 불시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매번 야간에 할 수는 없으니 주간에 임의적으로 직원들만 알 수 있는 경로를 통해 벨을 울리고 잘 대처를 하는지, 대처하는데 에러사항은 무엇인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체크한다. 최대한 호텔의 조건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했지만 직원들의 몸에 익어야 체득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 좋은 방향을 강구하고자 하는 노력하고 있다.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또한 안전을 중시여기는 경영진의 의지로 직원들이 안전자격증을 따면 진급 시 가점을 부여해 안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주지를 시키고, 이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Q. 실제 화재 발생 후 대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소방 담당자가 빨리 현장에 투입돼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화수준이 초기소화가 가능한지 본격소화를 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고, 만약 본격소화가 필요하다면 재빠른 신고 이후 시나리오대로 대피 방송도 실시해야 한다. 대피 방송 시에는 투숙객이 갑작스러운 화재에 당황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화재 대피 요령을 설명해야 한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췄으니 비상계단을 이용하라는 것, 연기에 의한 질식이 대피 시 가장 위험하므로 타월에 물을 묻혀 젖은 수건을 호흡기에 대고 이동하는 등의 요령을 다시 상기시켜줘야 한다. 실제로 소화기 안전핀도 어린 아이가 뽑아도 금방 뽑힐 정도의 힘만 가해도 되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에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Q. 호텔의 소방전문가로서 앞으로 호텔 소방관리에 있어 요구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직원들은 물론 경영인들도 안전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 설비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안전 관리자들에 대해서도 임파워먼트가 조금 더 부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재와 관련해서는 타협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소방 관리자는 다른 시설팀 관리자와 다르게 대부분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데 안전관리자에 권한부여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으면 결국 타 부서와 타협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과정에서 쌓인 문제가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직 소방 선진국이라고 이야기하기는 가야할 길이 많지만 그래도 점점 소방에 대한 국가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호텔의 안전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환경이 보다 개선되기를 바란다.


글 : 노아윤 / 디자인 : 강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