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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진 먼저 찍을게.” 레스토랑이나 카페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접시 위의 음식들도 본인들이 이렇게까지 스포트라이트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와 같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심리적인 만족이 소비 요소로서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자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음식 맛뿐만 아니라 독특하거나 예쁜 음식 외관, 사진에 잘 찍힐 만한 가게 분위기까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새로운 소비 기준과 맞물려 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가 매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애프터눈 티 세트 투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니 말이다.


영국의 한 공작부인의 사교 모임에서 시작돼, 현재는 가장 영국스런 문화 중 하나가 된 애프터눈 티는 약 9000km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도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 일부러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기 위해 특정 호텔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옛말인 것이다. 특급 호텔들은 저마다의 시그니처 애프터눈 티 세트를 갖고 있으며, 객실에 투숙하며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한다.
국내외 호텔에서 시즌마다 쏟아내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계절성을 반영한 콘셉트거나, 특정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인 경우가 다반사다.


롯데호텔과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 ‘머스트 비 트로피칼(Must be Tropical) 애프터눈 티 세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슈즈 브랜드 레페토의 ‘발롱드스윗(Ballon de Sweet)’,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가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플렌티폴(Plentifall) 애프터눈 티 세트’들이 바로 그 예다. 이러한 애프터눈 티 세트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유명 테이블웨어 브랜드의 3단 트레이 또는 콘셉트에 맞게 제작한 트레이에 스콘, 미니 샌드위치 등을 얹어 나오는 것을 일종의 ‘정석’으로 삼고 있다.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은 이러한 정석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전통 공예품인 나전칠기 보석함을 활용했다. 목제품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자개로 장식하는 기법인 나전칠기는 아파트 시대의 도래로 안타깝게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 ‘자개=어릴 적 할머니 집 장롱’에 불과했지만, 롤렉스의 데이저스트나, 반클리프아펠의 알함브라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자개 소재 모델이 인기가 많아짐에 따라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나전칠기의 멋과 전통이 다시 주목받기 좋은 상황인 것이다. 또한 나전칠기 공예품은 청와대의 단골 기념품일 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힐러리 클린턴 등 외국인 VIP들이 한국 방문 시 꼭 사갈만큼 우리나라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대표할 수 있는 공예품이다. 호텔에 방문하는 외국인 손님들에게도 오색찬란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잘 전해질 듯해 선택했다.


나전칠기 접시만으로 기존 3단 트레이 형태를 유지하기보다는 소중한 물건을 켜켜이 담아 보관하는 보석함의 용도와 의미를 활용했다. 서랍을 하나하나 열 때마다 마치 선물 포장을 풀어보는 듯한 기대감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보석함 내에 소중하게 담겨있는 디저트들은 브로치 같은 액세서리의 사이즈로, 맛있고 예쁜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메뉴는 바크 초콜릿, 피낭시에, 마카롱, 오렌지 타르트, 쁘띠 케이크, 라즈베리 에클리어 등 기존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구성하는 달콤한 서양식 디저트와 더불어, 인삼정과, 깨강정, 흑임자강정, 밤다식, 곶감 호두 말이와 같은 한국 전통 다과로 구성했다. 단순히 나전칠기 보석함을 외형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통의 맛과 기존의 정석의 조화를 이뤘다.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은 애프터눈 티 세트가 호텔의 시그니처 상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전칠기의 아름다움과 한국 전통의 맛과 멋을 곁들여 보석함에 담았다.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기억 속 깊은 곳에서 꺼내 국내 손님들에게 그 의미를 되새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들에게도 영롱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 : 구은영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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