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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 & 레스토랑 - ‘향기’로 호텔을 기억하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향기의 마력



‘향기’로 호텔을 기억하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향기의 마력





오감 중 기억력과 가장 연관이 있는 감각은 후각이라 한다. 화장품 가게나 백화점, 옷 가게에 들어서면 각각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향이 난다. 향기로 방문자의 머릿속에 해당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런 ‘향기 마케팅’이 호텔 업계까지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특정 업종에 국한됐던 향기 마케팅이 호텔에서는 과연 어떤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취재 최준영 기자


호텔업계에 스며드는 ‘향기’

냄새로 고객을 사로잡는 ‘향기 마케팅’이, 주 무대였던 대형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을 넘어 호텔업계까지 진출하고 있다. 각 호텔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콘셉트, 계절에 맞는 향으로 후각을 통해 고객에게 호텔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한가득한 지역 주변 호텔이라면 발랄하고 상쾌한 향을, 몸과 마음의 안식이 필요한 휴양지 근처 호텔이라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향을 쓰는 식이다. 계절에 따라서도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이 나는 향을, 겨울에는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향을 선택한다. 로비와 복도, 라운지 등 한 호텔에서도 장소마다 향을 달리해 각 구역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도 한다.



센팅과 방향제, 무슨 차이지?

대부분의 기존 호텔에서는 인공적인 향이 강하게 나는 방향제를 썼다. 방향제는 주로 습도가 높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 주방 음식물 냄새, 화장실 냄새 등을 덮기 위해 사용됐다. 종종 악취와 뒤섞여 불쾌한 냄새로 변하는 등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벽면이나 천장에 부착된 방향제 분사기(디스펜서)는 일정 시간마다 방향제를 뿜는데 입자가 무거워 넓게 퍼지지 못하고 특정 구역에만 부자연스러운 향이 진하게 남는 경우 역시 잦았다. 방향제는 ‘기분 좋은 냄새’라 여기기엔 많이 부족했다. 반면 센팅Scenting은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을 퍼뜨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향수’ 개념으로 보는 게 옳다. 센팅 상품을 만들 때 실제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가 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센팅은 한 개인의 몸에 뿌리는 게 아니라 호텔의 분위기와 곳곳의 콘셉트에 알맞은 향을 맞춰 뿌리는 ‘대형 향수’인 것이다. 제품에 따라 방향제보다 100배에서 140배 정도 향이 잘 남으며 농도는 일반 향수보다 짙지만 넓게 퍼져 순환되기 때문에 실제로 향을 받아들이는 부담은 덜하다. 입자 크기도 방향제 제품의 3~6% 정도로 작다. 무게는 약 10만 분의 1 수준에 머물러 향이 공기 사이사이 균일하게 퍼질 수 있다. 인체에 무해한 것은 물론이다.



로얄호텔 21층 클럽라운지



해외·국내 호텔의 향기 마케팅 현황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확산은 시간문제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호텔들이 향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호텔이나 리츠칼튼, 웨스틴호텔 같은 유명 브랜드 호텔들은 이미 고객에게 어떤 냄새가 무슨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드러낼 향을 구축한 상태다. 여기저기서 맡을 수 있는 흔한 향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향기를 상표 등록해 고유의 향으로 만들고, 향초나 향수 등 해당 향을 입힌 MD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더 플라자 호텔은 자사 콘셉트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에 알맞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해 호텔 전 지역과 직원 향수 등으로 사용하며 고객에게 일관된 향을 제공하는 중이다. 또한 고객이 호텔의 향을 집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더 플라자 P컬렉션 시즌1 디퓨저’를 출시하는 등 MD상품도 내놓았다. 로얄 호텔 서울 역시 대대적인 리뉴얼 이후 천장 공조시스템을 통한 향기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국내 호텔 향기 마케팅 현황은 해외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몇몇 특급호텔들이 향기를 통한 고객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는 만큼 향기 마케팅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더 플라자 P컬렉션 시즌1 디퓨저




INTERVIEW


향기는 고객 만족 위한 서비스

향기 통해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호텔로 기억되길


- 로얄호텔 서울 이광수 객실팀장 -




Q. 호텔에 특정한 향기를 내보내게 된 동기를 말해 달라.

로얄호텔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호텔로, 올해 설립 45주년을 맞았다. 쌓인 세월만큼 건물도 노후화된 면이 있어 묵은 냄새가 날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리노베이션 이전에는 호텔 곳곳에 방향제를 설치해 산뜻한 향으로 오래된 건물 느낌을 지우려 애썼다. 그러나 방향제는 한정된 공간에만 머무르는 특유의 진하고 무거운 냄새탓에 고객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호텔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3월, 건물 내부를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며 로비와 라운지 등에 공기조화(이하 공조) 시설을 구비했다. 외부 조향 업체의 조언을 받아 우리 호텔에 맞는 향을 선택하고, 공조시설을 통해 향기가 호텔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만든 것이다.


Q. 로얄호텔의 향기가 가진 콘셉트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고객이 우리 호텔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런 향을 구축했다. 더운 계절을 맞이하는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도 포함돼 있다. 전문 향 관리사가 호텔에 방문해 우리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향을 제안하는 과정을 거쳐 선택된 향이다. 로얄호텔만의 시그니처 향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결과적으로 방향제 디스펜서기를 사용한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보고있다. 현재 1층 로비와 21층 클럽 라운지에 향기를 순환시키고 있는데, 방향제가 가진 인위적인 향을 넘어 자연스럽고 상쾌한 향이 난다는 평을 듣는다. 전체적으로 새 단장을 한 지 반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 가구 냄새가 조금 날 수도 있는데 보조적으로 이런 불쾌한 냄새를 가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Q. ‘냄새’는 계절감도 가지고 있다. 계절에 따라 향을 달리할 계획이 있는지?

물론 변화를 줄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여름 느낌의 상쾌한 향을 쓰고 있지만 조만간 다른 향기로 고객을 맞을 것이다. 향은 계절이나 온도, 습도 따라서 어울리는 종류나 농도가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에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향을 적게 퍼뜨려도 진하게 느껴진다. 한국 날씨를 보면 점점 건조해지면서 밤낮으로 온도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포근하고 차분한 향을 찾아 비교적 강하게 퍼뜨려야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Q. 향기 마케팅을 시행한 이후 가시적인 효과(매출 신장, 향기에 따라 호텔 내 특정 업장 이용률 증가 등)가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우리가 향기를 사용하는 건 수익을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마케팅이라기보다 서비스 측면이다. 호텔 로비 끝을 보면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한 디자인 벽난로가 들어가 있다. 안에는 안전성을 겸비한, 진짜 불이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 뒀다. 이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지만 고객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다. 공조를 통해 향기를 퍼뜨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호텔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아 만족을 얻고 돌아가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매출은 자연스레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후각은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객에게 어떤 향이 나는 호텔로 기억되고 싶은가?

45년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호텔로 기억되고 싶다. 공조를 통해 향기를 순환시키는 서비스는 국내 호텔에서 많이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여러 호텔들이 방향제를 버리고 공조 시스템을 들여오려 하지만 건축 구조상 문제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로얄호텔은 오래된 호텔이라는 생각을 뒤집기 위해 계속해서 선도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등 고객에게 최상의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