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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셰프가있어야 할 자리는어디인가?

직업상 다이닝 출입이 잦다 보니 그동안 만난 셰프의 수를 일일이 다 셀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자리보다 사사로운 자리에서나 촬영을 위한 막간의 틈을 이용해 몸에 힘을 빼고 주고받는 대화를 더 좋아한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론 감정이 깊이 투영될 때가 있다.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질 때가 그렇다. 많은 셰프들에게 확고한 신념이 있고 추구하는 색깔 또한 각양각색이다. 때로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나의 몫이다. 그래서 셰프라는 직업 그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꺼내 보고자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셰프라는 직업이 이토록 대접받은 적이 있었을까 싶다. 명성이 높고 연륜이 쌓인 요리의 장인들을 만나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먹고 살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으며 어렵고 힘들게 개척해온 그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요리가 좋아서 운명처럼 요리를 시작한 셰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성공한 셰프들이 어떻게 요리를 해왔는지 들여다보면 일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바탕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타인의 특별한 시간을 위해 매 끼니를 비껴야 하고 공휴일을 마음껏 즐길 수도 없는 직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내 삶의 일부”라고 말하는 셰프들에게 이 일이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렴 이전보다 셰프의 위상과 지위가 높아졌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존경의 의미를 담아 주방장에서 셰프로, 요리가 파인 아트로서 인정받고 있는 시대이지 않은가.


한때 이러한 돌풍을 몰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를 불러올 만큼 다양한 끼와 재능을 가진 셰프의 등장이다. 혹자는 쇼윈도 셰프라고 평가절하했지만 그들은 대중에게 셰프라는 직업을 친근하게 알린 주역이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를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셰프의 지위나 위상이 높아진 것, 이러한 영향으로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모두가 받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겉으로 비춰지는 것과 다르게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우려되는 부작용도 이해한다. 따라서 부수적인 것에 공든 탑을 쌓기보다 본질적인 것에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 후에 따라오는 명성은 고스란히 셰프의 몫이지 않을까. 셰프가 요리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하지만 셰프의 본질은 요리다. 하지만 상당수는 셰프의 지위를 빌어 레스토랑의 간판이 돼 주기 원한다. “언제부터 셰프가 접시 들고 손님 앞에 나가 음식을 설명했나. 주방과 홀은 각자의 영역이 있는 거다. 셰프는 주방을 떠나면 안 된다. 셰프는 요리의 코스 마지막에 나가 인사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게 고객에 대한 예의다.” 셰프가 요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한 셰프의 말이다. 셰프는 실력으로 말하며 그 실력은 곧 요리로 표출돼야 한다. 이것이 셰프의 본질이다.


글 : 노혜영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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