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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게스트 하우스 집합소청킹맨션

홍콩 호텔 숙박비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높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명성의 럭셔리 호텔부터 게스트 하우스나 호스텔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비용 대비 숙소 사이즈가 작은 편이다. 특히 에어비앤비(Airbnb)나 게스트 하우스의 경우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나 한국에 비해서 가성비가 높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홍콩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꾸준하고, 저렴한 숙소를 찾는 수요도 많기 때문에 게스트 하우스가 많이 운영되고 있다. 관광 목적의 여행에서 숙소의 위치는 가격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주는 곳이 바로, 청킹맨션(Chung King Mansions)이다.


청킹맨션에는 현재 116개의 게스트 하우스와 호스텔이 입주해 있다. 2000개 조금 못 미치는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건물로는 홍콩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필자도 7년 여 전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으로 이직 인터뷰를 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했을 때, 청킹맨션 내 게스트 하우스 4인 실에 투숙했다. 위치 좋은 저렴한 숙소 옵션(당시 1박에 미화 25불)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킹맨션의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하게 됐다. 화려한 불빛과 고급 상점들이 밀집한 침사추이 거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청킹맨션 내부에는 인도계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홍콩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도 반동이 심해 탈 때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낙후된 건물과 여러 사건 사고들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숙소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은 꾸준하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Chung King Express)’이라는 영화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청킹맨션은 6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이었던 1920년대에는 청킹맨션 자리가 항구 바로 앞이었다. 그래서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었고, 자연스럽게 수입 잡화상이나 선장들을 위한 서양식 바들이 많았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58년 필리핀에 거주하던 중국 화교가 영국 정부로부터 럭셔리 주상 복합 개발을 위해 이 부지를 매입했고, 1961년 청킹맨션을 완공했다. 17층 건물 중 1~2층은 쇼핑몰, 3~17층은 주거공간으로 구성돼 있었고, 차량 7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시설도 있을 정도로 그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이고 고급스러운 주상복합 건물이었다. 쇼핑몰은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홍콩 내 첫 일본식 나이트클럽이 입주할 정도로 트렌디했다. 청킹(Chung King)라는 건물 이름은 중국 도시인 ‘Chongqing(충칭)’의 광동식 발음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충칭은 중국 내뿐만 아니라 워싱턴 D.C., 런던, 모스크바와 함께 세계적으로 중요한 전쟁 거점이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청킹’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건립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 ‘최대 쇼핑몰’의 명성을 가졌던 청킹맨션은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인도,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및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다.)의 저렴한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 식품점, 환전소로 가득차 있다. 어느 순간부터 마약 유통, 난민자 및 불법 체류자들 등의 인구가 늘었고, ‘고급’과는 멀어져 갔다. 또한 건물 운영사의 문제인지, 입주자 개개인들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취약한 보안 및 안전성, 열악한 청결 수준도 청킹맨션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1988년에는 화재 사고로 덴마크 게스트 하우스 투숙객이 사망했고, 1995년에는 스리랑카인 남자친구에게 인도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3년에야 건물 대부분 공간(70%)에 CCTV가 설치됐지만, 2016년에는 터키계 남성에게 중국 여성 투숙객이 강간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서는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2019년의 청킹맨션의 입구에는 여전히 식당 및 게스트 하우스를 홍보하는 호객꾼들이 많이 있고, 경찰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는 조심성이 조금 더 요구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들 및 배낭 여행객들의 안식처인 청킹맨션의 존재감이 홍콩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오래도록 간직됐으면 한다.


글 : 송창훈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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