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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추억으로 남게 된 The Excelsior Hotel Hong Kong

2019년 3월 31일, 46년의 역사를 지닌 The Excelsior Hotel의 마지막 오퍼레이션이 마무리 됐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의 호텔들 중 유일하게 ‘만다린 오리엔탈’ 이름을 달지 않고, 4성 호텔로 운영되던 이 호텔이 문 닫는 것을 아쉬워하는 홍콩 사람들이 많다. 1841년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된 후 처음으로 토지 경매가 거행됐는데,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의 모 기업인 Jardine Matheson에게 가장 처음으로 낙찰돼 Lot No. 1을 부여 받은 땅이 이 호텔이 위치해 있는 자리다. 개발을 통해서 1973년, 홍콩 최초의 1000객실 이상 호텔로 오픈했고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라는 가장 활발한 상권, 빅토리아 하버가 한 눈에 보이는 최고의 위치에서 46년 간 호황을 누려왔다. 중간에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가장 최근에는 869개 객실로 운영됐다. 첫 오프닝에 비해서 객실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홍콩에서 가장 많은 객실 수를 자랑한다. 객실 수가 많음에도 높은 점유율로 운영돼 왔고, 식음료 업장도 5개나 되다 보니, 2018년 기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였다(만다린 오리엔탈 그룹은 현재 총 30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이 호텔 안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의 글로벌 본사 사무실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호텔이 없어진다. 호텔은 허물어질 예정이고, 그 자리에는 26층짜리 상업 건물이 세워질 계획이다. 필자도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에 근무할 때 계열 호텔 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호텔 지하의 스포츠 바, Dicken’s Bar를 애용했었다. 그 당시 직급으로는 3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바의 특정 직원이 종종 상급자 할인율인 50%를 해줘서, 기분 좋게 친구들과 마무리한 적이 있다. 호텔 아울렛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가지고 있고, 맥주 종류도 엄청 많았다. 또한 안주로 할만한 음식들(나쵸, 소시지, 비프파이 등)이 맛이 있었다. 게다가 이 호텔에는 마카오 명물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 상점(Lord Stow’s)이 있어서,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많이 들리는 호텔이기도 했다.


엑셀시어 호텔에는 총 5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1차적으로 호텔 그룹 차원에서 그룹 내 다른 호텔들이 채용하고 있는 자리에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줬다. 그나마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그룹 호텔이 3개나 되는 홍콩이었기에(보통 도시 당 하나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과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The Landmark Mandarin Oriental Hong Kong)이라는 두 호텔에 지원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4성 호텔에서 5성 럭셔리 호텔로 이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적극 도전했다. 필자가 아는 지인도 이 기회를 통해 엑셀시어 호텔의 포지션을 그대로 달고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으로 이직하게 돼 4월 1일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이렇게 잘 연결되는 케이스도 있는 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룹 외 호텔들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Rosewood나 St. Regis와 같이 새롭게 오프닝하는 호텔들이 있어서, 사람을 많이 찾고 있다는 것.


호텔 세일즈를 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호텔이 없어지는 것이 홍콩 내 869개 객실이 줄어든다는 관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800객실이 넘는 호텔을 찾던 수요가 어느 호텔로 갈까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4성 호텔이다 보니, 홍콩 섬 내 5성 호텔로 흘러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호텔과 같은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해 있는 Pullman이나 Crown Plaza, 그리고 최근에 생긴 노스 포인트의 ‘Hotel Vic on the harbor’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호텔이라는 장소는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많은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의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가 없어진 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에, 오랜 역사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50년 이상 된 호텔들을 떠올리며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한국 최초 호텔로 인정받고 있는 조선호텔은 10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1914년 오픈), 홍콩의 최고(最古) 호텔인 페닌슐라(1928년 오픈) 보다 14년 먼저 생겼다. 이 부분만 단편적으로 보면, 홍콩보다 오랜 호텔 역사를 가진 한국이지만 호텔/서비스업 자체의 발전은 홍콩에 못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호텔과 호텔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고 있고, 보다 나은 업계 환경 구축을 위해 힘쓰시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호텔의 역사와 함께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롱런하는 호텔리어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글 : 송창훈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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