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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앤레스토랑 - A discovery of taste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야하는 취향의 집합체, 호텔과 레스토랑. 이곳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한층 섬세한 문화적 감각이 요구된다. 창간기념호 특집기사에서는 호스피탤리티 피플 28인의 ‘문화 컬렉션’을 열어봤다. 이들의 커리어와 삶에 전 방위적으로 영감을 준 책, 영화, 그리고 음악을 소개한다.


BOOK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 김사업
부처님 사후 26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부처의 사상은 전 세계로 퍼져가며 토속 종교와 사상과 결합하고 분파되는 과정에서 처음과 달리 변질됐다. 이 책은 종교나 구복신앙으로서의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고행을 거쳐 깨달음에 이른 선각자로서 부처의 철학과 사상과 설법을 잘 풀어썼는데, 특히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철학이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철학에 흥미를 가진 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노자와 21세기> 김용옥
대학 시절 전공은 일본문학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중국 철학에 빠지게 됐다. 당시 우리 학교에 객좌 교수로 도올 선생이, 독어독문과 학부 강사 진중권 교수가 왔을 때였는데, 자연스럽게 철학을 계속 접했다. 심지어 철학 교수를 꿈꿨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져가며(?) 열심히 책과 씨름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다른 책들은 헌책방에 팔지만, 대학시절 학구열을 불태웠던 철학 원서와 도올 선생의 <노자와 21세기>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빅 매직> 엘리자베스 길버트 
이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쓴 영감에 관한 에세이다. 나는 지난 12년간 총 6개국의 호텔에서 다양한 포지션으로 호텔리어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익숙함을 바꿔야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즐겁기도 하지만, 때론 무섭고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는 책이 바로 <빅 매직>이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Creative living beyond fear’라는 부제목처럼 두려움을 넘어,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짧은 우화로 구성돼 있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스펜서 존슨의 수많은 작품 중 현재까지도 가장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30대 초반 무렵, 안주하는 현실에서 문득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고 싶어졌다. 때마침 한 선배가 이 책을 권했고, 나는 ‘새로운 치즈’를 찾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타성에 젖을 때면, 서재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이 책을 다시 읽곤 한다. 누구나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현재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치즈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누군가 내 앞에 쌓인 치즈를 옮기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서야겠다. 이미지 출처_ amazone


<품삼국> 이중천 
<품삼국> 속 이중천 교수의 탁월한 역사적 식견과 함께 실린 등장인물의 사건과 평론을 읽어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그 오래전 삼국지 시절과 오늘날 인관관계의 본질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이란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사람 한명 한명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공간이다. 셰프로서 사람들의 다양성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진심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늘 새롭고 특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밥이다> 김경집
호텔에서 음료를 총괄하는 ‘소믈리에(Sommelier)’란 직업을 통해, 단순히 와인을 테이스팅 하거나 판매하는 것에 그치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와인 생산국의 역사와 문화, 철학까지 전방위적으로 이해해야만 본질적인 부분을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소믈리에로서 추천해 드리는 책은 대부분 인문학 도서가 됐다. 특히 이 책은 나에게 ‘와인 인문학자’로 나아가는 첫 단추를 끼워준 책이기도 하다.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내 약 1500개의 매장, 연 매출액 2천억 엔, 회원 수 6000만 명의 츠타야 서점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스다 무네아키다. 특히 고객 관점의 사고가 드러난 구절이 인상적인데, ‘고객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해야 하고, 새로운 것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상품은 기능+디자인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다.’ 등이다. 이렇듯 저자가 말하는 휴먼스케일(자유, 사랑, 신뢰, 공감)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호텔을 만들어 가고 싶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바딤 젤란드
이 책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고찰, 그리고 본질적인 삶의 태도를 고치도록 알려준다. 허황된 것을 쫓기보다 무엇보다 주변부터 소중히 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어슴푸레 품고 있던 호텔리어로서의 꿈이 선명하게 빛나고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호텔 로비에서 그 어떤 조명보다 가장 빛나는 미소를 머금을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 호텔 고객들이 하늘 아래 가장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나만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연> 피천득
<인연>의 내용에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가 제한된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기록하고 착한 일을 하며,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다.’ 호텔리어로서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고객들과의 인연을 간직하고 그들을 도와주며 행복함을 추구할 수 있는 이 직업이야말로 최고의 직업이라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 아직도 나에게 소중한 책으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FILM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 
작은 마을에 고립된채 느닷없이 타임루프에 걸린 한 사람, 그에게 내일이 없이 ‘오늘’만이 반복된다. 시니컬했던 주인공이 타임루프를 통해 인간적인 본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담아낸 영화, <사랑의 블랙홀>. 이 작품은 연출, 내러티브, 연기 모두가 탁월한데, 특히 산업화를 거치고 화이트칼라가 득세하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기심과 물욕으로 점철된 주인공의 모습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냉소는 20여년이 지난 현대까지 관통하고 있다. 중학생 때 처음 접한 <사랑의 블랙홀>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20년이 넘게 지나 사회생활에 물든 ‘차가워진 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시켜주는 ‘여전한’ 감동과 또 다른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분명 우리에게 메마른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과 ‘인간애’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19년에도 ‘사랑’은 ‘블랙홀’이니까.


패밀리 맨 (The Family Man), 2000
<패밀리 맨>을 본 후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성공한 기업가인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마을의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리는 스토리다. 독신주의자였던 나는 영화를 통해 가족이라는 가치를 깨닫고, 결혼을 꿈꾸게 됐다. 지금은 운동을 좋아하는 아내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도장 깨기’하듯 복싱과 탁구, 하이킹 등 각종 스포츠를 섭렵하고 있는 지금의 소소한 삶이 행복하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 사무직으로 전향한 것도 다 이 영화 때문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영화 제목치고는 길기도 하고 멋을 부리지도 않았다. 감독 & 주연은 벤스틸러! 작품에서 주인공 벤스틸러는 42세 생일을 맞는데, 영화가 개봉한 해가 2013년이었으니, 공교롭게도 당시 내 나이와 같아 더욱 흥미로웠다. 몰입도 ‘만랩’이었다. 그린랜드와 아일랜드, 히말라야까지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지의 사진작가 숀펜을 찾아나서는 우리의 월터! 아일랜드의 외딴 산악지대에서 S자로 굽어진 한적한 도로를 양손에 자갈을 동여매고 스케이트보드로 내달리는 모습에 오감이 제대로 자극됐다.


브로큰 잉글리쉬(Broken English), 2007 
이 영화에서는 호텔리어인 여자 주인공이 고객이었던 남자와 파티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프랑스로 돌아가 남자를 찾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결국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 여자가 처음에는 무조건 떠나는 것에 대해 용기가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을 때 용기를 내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자감독의 섬세함이 한층 잘 느껴져 좋았던 작품이다. 


라라랜드(La La Land), 2016
영화의 배경이 됐던 캘리포니아의 햇살, 비비드한 색감, 스토리까지 전부 좋았던 작품이다. 특히 내가 영화를 본 시기가 20대, 미래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때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겉으로 씩씩해보였지만, 한편으로 많이 위태로웠던 것 같다. 영화 속 파릇한 남녀 주인공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헤매고, 돌고 돌아 결국은 꿈을 이루기까지, 사랑과 진로를 고민하고 성장하는 걸 보며 그 시절의 나를 만나 보듬고 다독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던 두 주인공의 대화가 양손에 힘주어 꼭 쥐고 있던 것들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청춘의 특권을 조금 더 누려도 된다는 격려처럼 들렸다. 


사랑의 온도, 2018
미쉐린 1스타 주방 셰프, 그리고 주방을 취재해서 글을 쓰는 작가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오는 휴먼 드라마다. 주인공 셰프가 자질과 열정이 감동적이었다. 그가 주방 팀원을 대하는 태도,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말하려는 따뜻한 마음에 깨달음과 감동을 느꼈다다. 나도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며 더불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출처_ SBS


트루먼쇼(The Truman Show), 1998
어린 시절 트루먼은 보통 사람처럼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루 일상들이 짜인 각본 속 쇼 프로그램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 가족. 친구. 와이프까지 모두 나를 위해 있어준 게 아니라, 배우였던 거다. 트루먼은 유년시절 트라우마가 있는 바다를 항해 역경 고난을 헤쳐 나가 결국 쇼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아간다. 이 스토리가 현시대 매일 틀에 박힌 직장인들에게 자신을 찾아 떠나라는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


길백자의 사람 : 조선의 흙이 되다(道~白磁の人~, Hakuji no Hito), 2011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한 영화 <길 백자의 사람>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한일관계에 연결된 많은 관광산업 종사자들에게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지향점을 생각하게 해 준다. 조선을 사랑한 남자 아사카와 타쿠미의 일화를 소개한 영화는 일본인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타쿠미에 대한 해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이웃나라와의 교류와 갈등해결에 작은 지침을 준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클라이언트와 접하는 업무가 잦은 나에게는 마음을 추스르게 해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MUSIC


Talib Kweli & DJ Hi-Tek,  
내가 음악을 보는 관점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한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작품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의 특정시점을 환기시켜줘서다. 내가 호스피탤리티 전공으로 바꾸려고 할 서점에 이 앨범이 발매됐다. 이 앨범 속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미지 출처_ OYE Records


Shinya Fukumori Trio,  
재즈 트리오가 만든 이 앨범은 스탠더드 재즈에서 일본 쇼와 시대 가요의 리메이크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깊은 우울감에 침체돼 있었다. 그가 기적같이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이 앨범 덕택이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소중한 친구를 잃을뻔 했던 나마저도, 이 앨범을 통해 구원받은 것 같다. 
이미지 출처_ YES24


에피톤 프로젝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머물렀을 때 이 앨범이 발매됐다. 기차를 타고 드넓은 평야를 지날 때, 야경을 감상할 때, 노천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할 때 늘 함께한 음악이다. ‘시차’, ‘초보비행’, ‘국경을 넘는 기차’등 여행의 감성을 노래한 곡들에 나만의 추억이 더해진 거다. 지금도 이 앨범을 들을 때면 7년 전 여행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지친 일상에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꺼내어 들으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살려주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이다.


Genin, Carnaval de Venise, op.14 
현재 호스피탤리티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원래는 플롯 전공이었다. 베니스의 사육제 플롯 변주곡은 나의 대학 입시 곡이었고, 그래서 수천 번 반복해 연주했다. 이 곡으로 콩쿠르와 협연도 해서 나에게는 의미가 깊은 곡이다. 변주곡이 으레 그렇듯 한 곡을 가지고 악장이 진행될수록 베리에이션이 더해지며 종국에는 연주자의 기교를 뽐낼 수 있다. 플롯 연주자로 나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가 있었다. 
이미지 출처_ syrinx music


Kings of convenience, 
2004년에 발매된 이 앨범을 너무 좋아하는데, 귀를 간지히는 기타선율과 보컬의 하모니는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커피를 생각하며 고민할 때, 그리고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날 때 늘상 이 앨범과 함께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 이 앨범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_ Turntable Lab  


Troye Sivan,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때, 나에게 아름다운 청춘을 그려준 노래가 바로 트로이 시반의 ‘Youth’다. 평소 가사보다는 곡의 구성요소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렇지만 트로이 시반이 노래한 ‘젊음(Youth)’이 내 20대와 맞물려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곡은 자연스럽게 가사에 집중하게 됐다. 앨범 전반의 수록 곡에서 서정적인 표현과 무드로 큰 울림을 가져다준다.


Moby, <18>
미국 뮤지션 Moby가 2002년 발표한 6번째 스튜디오 앨범 <18>에 수록된 이 곡은 우리에겐 맷 데이먼이 출연했던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엔딩 곡으로 유명해졌다. 휴대폰 컬러링으로 국내 발라드 곡을 설정했었는데, 회사 선배로부터 분위기가 너무 처지면서 힘이 빠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추천해준 곡이 Moby의 Extreme Ways다. 가사는 과거의 힘들었던 삶을 떨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데, 아마 새 출발보다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추천해주지 않았을까? 
이미지 출처_ Discogs


푸딩, 
이 앨범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정통 재즈가 아닌,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팝재즈 앨범이다. 1번 트랙 maldive부터 dinner party, kiss of the paradise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곡으로 가득찼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환대 산업, 즉 호텔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전부 사교적이거나 외향적이라는 건 편견이다. 지친 일과 끝에 조용히 앉아 잔잔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은 이 앨범을 듣다보면 하루가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미지 출처_ Mania DB


Tom Misch,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친구와 청담동 바에 들렀는데, 영상에 톰 미쉬(Tom mish)라는 영국 아티스트가 ‘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나왔다. 마치 길을 가다가 들른 것처럼, 편한 팬츠에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연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호텔에서 근무 할때는 언제나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라면, 반대로 편하게 노래하는 사람을 보고 릴렉스 됐달까. 요즘에도 긴장을 풀고 싶을 때마다 톰 미쉬의 음악을 찾는데, 앨범 지오그래피(Geography) 속 수록곡 무비(Movie)라는 곡을 특히 좋아한다. 


정태춘·박은옥, 1978~ 
방 한 구석에 있는 나의 CD 컬렉션을 살펴보면 주로 프랑스 가수와 클래식, 그리고 국내가요로 이뤄져있다. 그중 가장 오랜 시간 들어온 것이 정태춘·박은옥 선생의 앨범들이다. 정규 앨범은 물론이고 기념 앨범까지 가지고 있는 데다, 정태춘 선생이 실천문학사에서 낸 시집에 사인을 받아 소장하고 있으니 꽤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태춘·박은옥 선생의 노래를 들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음악가로서 멋진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시인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문장을 완성한다. 게다가 사회운동가로서 듣는 이에게 넓은 시야를 갖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이들은 내 개인 커리어를 넘어 삶에 있어 많은 영감과 질문을 던지게 해준 아티스트다. 
이미지 출처_ 정태춘 박은옥 공식 홈페이지


The Beatles, 
음악보다 비틀즈 네 멤버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커버 이미지로 더 유명한  앨범. 시간도 많고, 고민도 많았던 대학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고, 아직도 이 앨범의 몇몇 곡들은 매일 아침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질릴까봐, 일부러 아끼고 있을 정도다. 이 앨범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수록 곡 ‘The end’의 마지막 문장 때문인데, 들을 때마다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뭐든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글 : 정수진 / 디자인 : 임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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