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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누구를 향한 공신력인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주말 호캉스로 가볼만한 호텔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지인은 친구가 호텔업계 기자로 있으니 당연히 가본 호텔도 많고 번뜩 떠오르는 호텔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호텔을 원하느냐고 묻자 ‘3성급 정도면 싸고 넓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 했다. ‘3성급 정도’면 어떤 정도인가?

 

지난 9월호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현 등급심사제도에 대해 갖게 된 의문이 있다. 등급은 왜 받는 것인가? 혹자는 이야기한다. 호텔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그럼 호텔 마케팅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가? 호텔에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호텔 고객들은 3성급 호텔을 그저 ‘그나마 싸고 넓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의 호텔 담당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한참 등급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 담당자는 호텔 등급심사가 자리가 잡혀가는 과도기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국내 호텔산업에 관해서는 ‘공신력’을 갖춘 제도라고 이야기했다.

 

본래 호텔 등급은 호텔의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은 호텔의 등급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호텔 등급은 여러 평가 항목이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갖추고 있는 부대시설의 개수와 규모에 따라서 나눠진다. 1성급 호텔이 말 그대로 ‘숙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5성급 호텔은 레스토랑을 포함해 비즈니스 센터, 대형연회장, 국제회의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있다. 그런데 사실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닌 단순 호캉스를 즐기러 가는 이들은 비즈니스센터와 연회장, 국제회의장에 들어가 볼 일이 없는데 5성급이면 그저 막연하게 시설 좋은 럭셔리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1, 2성급의 호텔 시설과 서비스는 저급한가?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등급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옵션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1~5까지의 숫자를 순위로 판단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차라리 숫자가 아닌 등급마다 이름을 붙이는 편이 낫겠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호텔 예약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A에서 관광공사가 지정한 등급을 무시한 채 자체 평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광호텔이 아닌 일반숙박업에도 등급을 매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문체부가 말하는 ‘공신력’이 대놓고 무시당하고 있는데 관광공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애써 만들어놓은 제도를 그르치지 않으려면 호텔등급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부터 달리해야한다. 호텔등급심사는 호텔들의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호텔은 높은 등급을 받기위해 건물을 높여 객실 수를 늘리고 감당 못할 F&B 매장을 들여놓는다. 그러니 특징이 없다. 객실 수는 적지만 특색을 가진 부티크호텔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호텔등급이 만들어 놓았다.

 

성급제 호텔등급심사가 들어선지 4년째를 맞이했다. 올해 호텔 위생문제가 터지면서 평가 항목 중 위생·청결·안전부분을 강화됐다. 문체부 담당자의 말처럼 아직까지 호텔등급제도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야하는 과도기로 보인다. 첫 술에 배부르기 힘들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며 관광공사와 호텔업계가 잦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맛도 좋고 배도 부른 술을 빚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