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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가성비만 내세우는 중소형호텔 재정비가 필요하다

 

중소형호텔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가 늘어난 국내 고객들은 호캉스를 위해 특급호텔을 찾고, 새로운 숙박경험을 원했던 젊은이들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업과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한다. 그나마 중소형호텔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뜸해진지 오래다. 이에 중소형호텔들은 대부분 지리적 이점을 갖춘 역사 주변에서 합리적인 가격만 내세우고 있다. 전체 호텔산업에서 점점 비대해져가는 중소형호텔들. 이제 더 이상 가성비는 호텔의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없다.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소형호텔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중소형호텔들의 문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중소형호텔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정의부터 해야 한다. 아직까지 ‘중소형호텔’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저가호텔, 비즈니스호텔, 이코노미호텔 등의 개념이 중소형호텔과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어떤 기준을 두고 ‘중소’의 개념을 나눌 것이냐에 따라 포함되는 호텔의 범위가 달라지는데 객실 규모, 객실 요금, 등급에 따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기사에서는 ‘중소형호텔’의 기준을 기사의 흐름 상 관광진흥법 아래 규제와 지원을 받고 있는 관광호텔업에 두고, 1성~3성의 호텔을 중소형호텔로 규정한다.

 

점점 비대해져가는 중소형호텔


중소형호텔은 2012년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의 영향으로 2013년부터 급격히 늘었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제시한 서울시내 호텔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191개 호텔(2만 9828 객실)에서 2017년 399개 호텔(5만 3453 객실)로 4년 사이에 209개의 호텔이 증가했다.


이 중 현재 한국관광공사 등급결정 호텔(18.08.18 기준, 신등급과 구등급을 포함)은 총 672개로 중소형호텔은 전체의 약 79%(528개)를 차지한다.

 

 

이처럼 국내 호텔들의 대부분을 중소형호텔이 차지하는데 중소형호텔 중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면 막상 어느 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국내 중소형호텔들의 문제가 여기서 드러난다.


먼저 현재 국내 호텔의 ‘콘셉트’가 각각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호텔포레를 운영하고 있는 IHM의 신재원 대표(이하 신 대표)는 “우리나라 호텔이 가지고 있는 콘셉트들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고객은 어떤 호텔을 타깃으로 원하는 호텔을 좁혀나갈지 모른 채 해당 지역의 전체 호텔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국내 중소형호텔의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호텔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호스피탤리티서비스 최영덕 대표(이하 최 대표)는 “해외의 호텔 브랜드의 경우에는 포포인츠나 코트야드, 페어필드 등과 같이 호텔 타깃 채널마다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명확한 이미지가 없어 소비자들 이 다 비슷비슷한 호텔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호텔의 경우에는 더 심한 편”이라며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확한 타깃팅을 위한 콘셉트 정해야


그렇다면 국내에는 왜 명확한 호텔 콘셉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중소형호텔의 콘셉트라고 하면 비즈니스호텔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특급호텔을 제외한 호텔들이 거의 비즈니스호텔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착돼 있는 비즈니스호텔은 비즈니스호텔이 아니다. 비즈니스호텔인데 정작 비즈니스를 하러 오는 출장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싱글룸이 있는 비즈니스호텔이 거의 없고 혼자 온 출장객에게 싱글차지를 부과한다는 점이 큰 오류”라고 꼬집었다.

 

 

부티크호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오픈하는 비즈니스호텔 중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호텔이 없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최근 뭔가 조금 어색한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비즈니스호텔을 표방하지만 다른 비즈니스호텔과 다르다는 점을 디자인으로 부각시켜 콘셉트가 애매한 호텔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오류는 비즈니스호텔이나 부티크호텔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 개념이기 때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호텔은 기본적인 하드웨어 틀이 정해져 있다. 때문에 다양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아 각각의 정의에 꼭 맞는 호텔을 기대하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콘셉트가 부족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모든 호텔을 후보지로 놓고 목적지를 정해야 하고, 결국 소비자들은 비슷비슷한 호텔들 속에서 보다 저렴한 호텔들을 선택하게 된다.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중소형호텔들은 우후죽순 객실 단가를 낮추게 됐고, 그마저도 가격경쟁에서 밀린 호텔들은 평균 공실률이 40~50%에 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호텔 콘셉트들은 어떻게 잘못 정착돼 있는 것일까?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호텔을 예로 들어, 국내에 정착한 대표 비즈니스호텔 토요코인 호텔에서 수 년 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유정희 총지배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citizenM New York Times Square, 출처_ 부킹닷컴citizenM New York Times Square, 출처_ 부킹닷컴  르 메르디앙 서울 M컨템포러리, 출처_ 르 메르디앙 홈페이지르 메르디앙 서울 M컨템포러리, 출처_ 르 메르디앙 홈페이지

 

“비즈니스호텔은 ‘일상 속의 숙박’을 제공하는 곳”
센텀프리미어호텔 유정희 총지배인

 

 

많은 국내 비즈니스호텔들이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일본 비즈니스호텔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말하는 비즈니스호텔의 제1조건은 로케이션이다. 출장객이 업무를 위해 이동하기 편한 동선이어야 한다. 로케이션의 경우에는 한국에 자리한 비즈니스호텔도 모두 갖추고 있는 조건이다. 두 번째로는 ‘안정감’이다. 안정감이란 출장객의 경우에는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일관된 상황에서 기인한다. 즉, 편의점에 있는 상품의 가격이 어느 곳에 가더라도 예측 가능하다는 점과 비슷하다. 출장 예산에 포함될 만큼의 합리적인 가격도 안정감의 일부며 숙박비뿐만 아니라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동의 안정감도 있어야 한다. 또한 객실은 싱글 룸이 전체 객실의 7~80%를 차지하며 최소한의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다. 호텔 직원들도 고객의 업무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간결하고 통일된 서비스만 제공한다.

 
그렇다면 국내 비즈니스호텔들의 모습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너무 가성비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 가격은 비즈니스호텔이 추구해야 할 안정감의 일부분일 뿐이다. 동일한 서비스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토요코인의 경우에는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갖은 시행착오를 통해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호텔 매뉴얼을 만들었다. 때문에 비즈니스호텔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호텔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즈니스호텔의 목적은 ‘일상 속의 숙박’이어야 한다. 비즈니스호텔의 경우에는 명확한 타깃을 가지고 점유율을 세분화 해 어느 정도 객실 점유율을 보장하고 있어야 한다. 토요코인은 일본에 본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본인 출장객을 타깃으로 이들이 가장 자주 방문하는 부산에 첫 론칭했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국내에 있는 한국인 고객들이 일본의 토요코인 서비스를 찾으며 선순환구조를 이루게 됐다고 본다.

 

호텔=부동산? 본질을 잃은 호텔들

호텔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단 지어놓고 본 호텔들도 문제다.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호텔은 기획의도가 없거나 운영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개발단계부터 곳곳에 설계돼야 할 호텔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
호텔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그 속에 있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고객에 어필해야 한다. 한 호텔 관계자는 “2012년부터 호텔 허가를 받고 우후죽순 짓기 시작한 것이 2~3년 정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포화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신생호텔 중에 조직적으로 안정화된 호텔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힘들다. 부동산 투자에 기반을 둔 호텔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체계도 없고 호텔운영에 대한 기준도 없다. 전문적인 인력을 바탕으로 호텔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하는데 일부 능력 없는 운영사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운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 특혜, 저금리 제도만 믿고 호텔의 수익 구조를 안이 하게 판단, 메르스와 사드, 각종 국제정세에 휘말리며 운영이 힘들어지자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들을 아끼다보니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호텔사업을 접을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운영 방식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볼 시기다. 호텔 브랜딩에 대해서는 호텔전문 컨설팅을 맡고 있는 더호스피탤리티서비스 최영덕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고객이 호텔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더호스피탤리티서비스 최영덕 대표

 

 

현재 과포화 상태의 중소형호텔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각 호텔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고객에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호텔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설립 초기단계부터 기획의도를 가지고 타깃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F&B는 얼마나 유치할 생각인지, 여타 부대시설의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 주도됐던 호텔들은 관광숙박시설로 승인을 받게 되면 같은 면적에 훨씬 더 많은 용적률을 주는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최대한 많은 객실을 만들고 더 큰 빌딩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었다. 따라서 다양한 시도 보다는 기존의 성공했던 모델만 벤치마킹해 호텔만의 색깔이 단조로워 진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브랜드 이미지는 어떻게 정해야 하나?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호텔들 중에 리브랜딩의 시기가 온 호텔들이 상당수 일 것이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이었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제대로 된 리브랜딩을 해야 한다. 무조건 객실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객실을 채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호텔 운영의 질적 하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브랜딩을 통해 제대로 정착한 사례로는 르메르디앙을 들 수 있다. 르메르디앙은 오픈 전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아트와 결부된 호텔’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드웨어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세심히 신경 쓴 것이 보인다. 해외 사례를 들어보자면 ‘CitizenM Hotel’이라는 곳을 소개하고 싶은데, 이 호텔은 ‘방은 작아도 된다. 하지만 침대는 커야 한다.’를 모토로 하는 중소형호텔로 CitizenM의 M은 Mobile을 의미, 모바일 기계와 관련된 시설을 최적화해 뒀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텔 이름에서부터 호텔의 브랜드 콘셉트를 알 수 있듯 호텔 네이밍 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여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형호텔 중 브랜딩이 잘 돼 있는 호텔을 소개하자면?
호텔28 명동이다. 호텔28 브랜딩 당시 가장 큰 목적은 ‘주변에 있는 5성 호텔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명동에서 가장 비싸고 제일 큰 객실규모를 가진 호텔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호텔28의 홍보를 위해 ‘스몰럭셔리호텔(SLH, Small Luxury Hotel)’ 인증을 받았다. SLH 멤버로 등록된 호텔들은 전 세계 호텔 평균 객실 수 50개 내외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들이다. 오픈 초기 약했던 호텔28 브랜드가 SLH 멤버가 됨으로써 호텔 가격과 규모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에서 새로운 투숙경험을 하고 싶어 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니즈에 부합해 현재 투숙객의 95%가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호텔들의 질적 성장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소형규모 안에서도 고급호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로열티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져야 FIT 고객이 방문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중소형호텔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들은 언제든지 특급호텔이나 공유숙박,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숙박업소로 마음을 옮길 여지가 있는 이들이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에 오픈한 레스케이프가 좋은 시도라고 보인다. 국내 고객들이 해외여행을 할 때 호텔을 찾는 트랜드를 보면 해외의 부티크호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국내 수요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잘 만든 호텔 브랜드로 없는 수요도 만들어 내야 한다.

안 받으니만 못한 1, 2성?


국내 중소형호텔의 자생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전체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보조도 중요하다. 현재 관광숙박업은 일반숙박업과 다르게 관광진흥법에 규정돼 있으며 모든 관광호텔은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 무궁화제도에서 국제적 표준인 성급제도로 전환한 지 올해로 4년째에 들어섰는데, 정부가 정해놓은 1성부터 5성까지의 호텔 등급이 소비자에게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성급이 나뉘는지, 나의 여행 목적에 맞춰 필요한 호텔은 몇 성 정도인지, 등급에 맞춰 해당 호텔에서는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IHM 신 대표는 “호텔포레 부산역점은 2성 호텔이다. 하지만 3성 이상의 호텔들에 비해 부대시설이 적은 것뿐이지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호텔’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특히나 1, 2성의 경우에는 기존 무궁화 2등급, 3등급 정도의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안 받으니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로 인해 특별히 마케팅 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 해당 호텔이 일반숙박업인지 관광숙박업인지 소비자들이 봤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숙박업으로 호텔을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한 호텔 운영사 대표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1~2성을 받느니 차라리 일반숙박업으로 편하게 운영하는 것이 낫다. 등급을 달고 있지 않아도 좋은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많다.”면서 “등급심사를 받으려면 개별 샤워시설도 있어야 하고 소방법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OTA에서는 자체 평가를 통해 ‘몇 성 급’이라는 순위를 매기고 있어 딱히 등급심사를 받지 않고도 운영만 잘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호텔 검색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OTA도 관광공사의 등급을 크게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3성에 준하는 ‘3성급’, 5성에 준하는 ‘5성급’ 호텔이라는 것을 명기해 놓기 때문에 등급에 관련된 내용이 혼란스럽다. 가장 공신력을 갖춰야할 호텔 등급이 일부 호텔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호텔을 선택해야 할까?

호텔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든 등급제도


또한 현재의 등급심사 제도는 중소형호텔이 다양화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등급별 호텔 서비스의 기준은 가장 기본적인 객실과 조식서비스가 가능한 1성부터 최상급 수준의 시설을 갖춘 5성까지, 호텔의 등급을 부대시설과 규모에 따라 나눠놨다. 즉 객실 수가 적은 새로운 콘셉트의 호텔들이 아무리 운영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4성, 5성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뜻이다.


더호스피탤리티서비스 최 대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나라마다 등급별 호텔 서비스의 기준이 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5성을 받으려면 F&B 레스토랑을 3곳 이상 둬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객실 50개 호텔에 F&B를 3곳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급 기준 자체가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해외에 존재하는 것만큼 다양한 부티크호텔들이 자리 잡기 힘든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유관 협·단체가 나서 의견 교류의 장 만들어야


이렇게 정신없이 호텔업계가 커진 이유 중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나름대로 관광산업을 육성시키고 호텔업계의 안정화를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에 문의해본 결과 현재 호텔업만을 위한 정책은 없으며 중소형호텔의 경우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영자금 융자 지원 시 특급호텔보다 선순위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전체 관광 산업에서 호텔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지 않은 듯 보인다.


또한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관광 정책들 중에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제도들이 많다. 한 관광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만큼 교통이 발달돼 있는 나라도 없는데 시티투어 트롤리버스와 같은 현실감 떨어지는 기획으로 관광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청회와 같은 자리를 마련해 실질적인 업계의 이야기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중간에서 조율해줄 유관 협·단체의 역할이 커야 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재정비가 필요한 중소형호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많은 호텔들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서울의 김명한 판촉지배인은 “중구가 호텔 격전지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호텔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최근 들어 지방에서 서울을 찾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의 단체 여행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동에서도 꾸준히 의료관광객들이 방문 중이다. 최근 호텔 투숙객의 20%가 중동에서 온 관광객인 점을 감안했을 때 남북관계가 완화되고 국제정세가 안정화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점차 관광업계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기는 하나 호황기가 있으면 다시 불황기도 오기 마련이다. 사드 이상으로 더 큰 악재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관광업계이기에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 국내 호텔업계가 활성화된 지 오래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대로 가다가는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호텔 공화국이 될 것 같다.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파악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호텔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우리 호텔이 내세울 수 있는 셀링 포인트를 찾아보자. 앞으로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한국형 중소형호텔의 발전으로 호텔업계가 보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길 바란다.

 

“호텔업, 이제 막 시작 단계.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잡아가야”

IHM 신재원 대표

 

현재 국내 중소호텔의 상황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숙박업 시장은 특급호텔과 모텔로 양분화 되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막 호텔 붐업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호텔업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특급호텔은 이미 이전부터 자리가 잡혀있었으나 중소호텔은 약 10년 전부터 인바운드 고객이 늘고 관광진흥법의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반숙박업을 하던 이들이 관광호텔로 전향한다든지 새로이 호텔을 세우기도 하면서 중간층이 비대해졌다. 관광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숙박업 상의 중소호텔도 합쳐서 생각해보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중소호텔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2013년부터 부산에서부터 호텔포레를 운영해온 입장에서 중소형호텔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영업적인 어려움 측면에서는 특급호텔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인바운드 고객이 줄어들면서 특급호텔들이 인바운드 고객뿐만 아니라 내수고객을 잡기 위해 객실 요금을 낮춰 중소호텔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중소호텔은 이미 적정 수준의 객실료를 책정했기 때문에 고정비를 생각해서라도 특급호텔에 맞춰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는 고용에 대한 문제가 있다. 특히 고용문제는 지방 호텔의 경우 더 심각한데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높은 젊은 인재들은 서울, 그중에서도 특급호텔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형호텔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직원들 교육과 커리어 개발을 신경 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중소형호텔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나?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국의 경우에는 버짓호텔, 미국은 이코노미호텔이라고 하는 정확하게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콘셉트의 호텔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자명하게 인식돼 있다. 또한 호텔 성급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구분돼 있다. 보통 여행객이 100이라고 하면 70~80 정도는 중소호텔에서 커버해 줘야한다. 외국에는 고객들이 선택할 호텔의 범위가 넓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고객층이 두터운데 반해 중소형호텔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다보니 국내 고객들은 아직까지 ‘호텔’은 곧 ‘럭셔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면서 풀 서비스를 찾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 이외의 중소호텔들은 더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 중소호텔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지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호텔포레가 있는 부산을 예로 들어보면 이미 부산의 중소호텔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선이라든지 유지보수에 관련해서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다. 관광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인바운드에 대한 홍보라든지 지방 도시에 대한 세일즈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행전문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18 아시아 베스트 여행 목적지’ 1위에 부산이 올랐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부산에 관심이 많다. 부산출신인 나도 해외생활과 서울생활 후  2013년에 다시 부산으로 복귀했을 때 부산에 이렇게 많은 관광자원이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 흔히 서울을 일본의 도쿄에, 부산을 일본의 오사카와 비교하는데 오사카와 견줬을 때 부산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또한 이전에 벡스코가 코엑스에 만 명 단위의 대형행사를 양보한 이유가 숙박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나 이제는 호텔들도 많이 생겨났고 인프라도 준비됐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홍보를 지역차원에서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

 

중소호텔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몇 가지 지원 제도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관광진흥기금을 받아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하면, 먼저 1년 전부터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전분기서부터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청한 서류 이외 거래은행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막상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용은 이자보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운영이 힘든 중소호텔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지원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호텔을 짓고 새로 리모델링하는 초기단계도 좋지만 운영 중의 활동을 보조할만한 제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는 호텔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이들과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의 마련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며 호텔업만 볼 것이 아니라 여행사, 항공사 등과도 같이 전체 관광산업을 하나의 팀처럼 구성해 서로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호텔업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행착오도 많지만 점차 개선해 나가면 호텔업을 포함한 관광업계에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중소호텔의 질적 성장을 위해 호텔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호텔업이 해외사례를 보면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불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2~3년간 잘 재정비 해나가야 한다. 재정비 기간 동안 고정비는 줄이면서 서비스 질을 올려 운영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전문적인 노력을 위해서는 호텔업을 부동산업의 하나의 개발 산업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호텔업 본질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열악한 운영회사들이 호텔을 맡아서 운영하는 것은 관광산업 전체가 질적으로 퇴보되는 결과를 일으킬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국내 고객들이 해외여행 시 숙박시설을 선택하는 추세를 보면 점점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호텔의 공급이 이들에 수요에 맞춰 정착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내수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