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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앤레스토랑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주세개혁, 로컬 주류시장의 활성화는 언제쯤

지난 7월 25일, 맥주의 주세 개정이 무산되며 주세 개혁이 사실상 장기전으로 들어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내년도 세법개정을 앞두고 공청회를 열어 현행의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꿔야 하는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정부에서는 소비자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고급화되고 다채로운 맥주들이 등장, 수제맥주 업계는 주세가 개정된다면 고품질 주류 개발을 통한 가치경쟁을 이룰 수 있어 큰 기대를 건 만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날 동안 여러 주류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며 주세 개혁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 개편안이 국내 주류업계 발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인식이 국내 로컬맥주에는 관대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그런 소비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로컬맥주들의 목소리가 부족했던 것일까? 다른 주류업계의 반발이 컸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부의 무관심 때문일까?

 

최근 소비자들의 로컬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하는 수입맥주에 이미 익숙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맥주 주세 개혁이 이뤄지면 수입맥주의 가격은 올라가고 국산맥주의 가격이 내려간다는 식의 기사들이 여론을 호도했다. 마치 국산 맥주업계가 실리를 취득하기위해 주세 개혁을 주장하는 듯 비춰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제맥주협회를 비롯한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입장문과 대내외적인 주세 개혁 어필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그 타깃이 소비자들보다는 정부에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인식은 ‘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가격이 차이가 나는가?’라는 본질적인 내용보다 ‘왜 국산맥주는 비싼가?’라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고, 이를 아직까지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 업계가 홀로 타개해 나가기엔 역부족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주세는 맥주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주들을 비롯한 로컬 주류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걸림돌이 주세다. 전통주는 제조 기법에 따라 주류 분류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같은 막걸리도 막걸리의 다양화를 위해 첨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탁주(5%)에서 기타주류(30%)로 분류돼 주세가 차등 적용된다. 또한 주류는 통신판매가 금지돼 있는데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전통주에 한해서만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등 일률적이지 못한 주세 제도로 인해 전반적으로 로컬 주류업계들의 성장이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맥주에만 한정됐던 개편안에 타 주류업계의 반발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맥주 주세 개편의 무산으로 인해 당분간 전반적인 주세 개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듯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이상 정부도 무관심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 주세는 일제강점기 때 대한민국의 세수원에서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세는 전체 국세의 0.3%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커진 국내 주류업계가 세금 납부, 고용창출 등 내수 경기 활성화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주세를 제대로 들여다보길 피하고 있다.


일본만 보더라도 로컬 주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주세 개정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세제개정대강에는 맥주와 일본주의 감세안과 발포주와 와인의 증세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이렇듯 일본은 정부가 나서 로컬주류 시장의 활성화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루한 세법으로 시장 성장을 막고 있으니 우리의 전통주를 외국인에게 ‘코리안 사케’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는 일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주세 문제는 여러 사안이 걸쳐져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행 주세 제도가 계속된다면 국내 주류업계의 저가가격정책으로 인해 전반적인 품질 하향평준화를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미 엎어진 맥주 주세 개편으로 인해 일부 대기업은 발포주 시장에 진입한다고 나섰다. 그리고 벌써부터 국산 맥주를 해외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맥주 공장들이 대거 해외로 이전하게 생겼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산되긴 했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주세 문제가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화제가 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국내 주류업계는 힘을 모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맛’으로 맥주를 고른다면 가격이 아닌 맛으로 맥주를 평가하고, 정확한 정보를 통해 가치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것들은 개선돼야 하고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들이 많아져야 한다. 언젠가 우리의 주류도 불필요한 제약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브랜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