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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호텔앤레스토랑 - Lesson No. 5 -②

 

류근수의 Lesson No. 5 -①에 이어서...

어라운드 폴리
‘어라운드 폴리’를 소개한 것은 ‘바이 빅 테이블’의 정재운 공동대표였습니다. 올해 초에 만났을 때 연말이면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들었고, 필자는 캠핑하기 좋은 가을에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에어스트림을 예약했습니다. 마침 숙박하는 날에 뮤직페스티발이 열렸습니다. 윤경환 공동대표와는 메시지로 간단히 인사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행사 준비로 너무 바빠서 다음 날 여유 있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매체로 소개된 ‘폴리’라는 어려운 건축개념보다는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길에 면한 주차장을 지나 공동시설인 카페 ‘a ground’가 길게 늘어서고 카페를 지나 펼쳐진 캠핑장 가운데에는 각종행사,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잔디밭이 있고 주변으로 둘레길을 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에어스트림과 롯지(폴리)를 자리했는데, 주변에 일어날 행위요소와 함께 바둑판 배열을 따라 자리했다고 합니다.


 


에어스트림은 크기가 세 가지(9, 16, 18㎡)지만 욕실, 거실 그리고 침실로 이어지는 인테리어는 대동소이합니다. 기본적으로 길이가 다를 뿐 트레일러로 개발된 것이니까요. 데크를 뒀지만 주변의 시선이 있어 그리 쓰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블로그에 상세히 소개한 인테리어는 정말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어스트림의 알루미늄패널, 빈티지 전자기기들을 그대로 잘 살린 바탕 위에 마르셋(Marset), 라이마스, 일광전구의 조명과 스노우피크의 용품들과 카라비너, 법랑 등을 데이지 체인에 걸어두니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 인테리어입니다.

 


아이템의 개수가 많기는 하지만 전체 통일성을 잃지 않는 것은 재질, 색깔을 잘 맞췄기 때문이겠죠. 들어서면서 한 눈에 잡지 <Go out>을 생각했습니다. 일본의 캠핑 문화가 잡지를 통해 소개된 것이 몇 해 째입니다. 바깥은 라이브 공연소리와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로 축제의 절정입니다. 그 떠들썩함 가운데서 훈제 바베큐를 즐겼습니다. 캠핑의 핵심인 먹는 것은 본산지인 미국의 바비큐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답니다. 제주도를 유명하게 한 맥주도 곁들였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윤대표님의 안내로 다른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고 전체를 조심스레 둘러봤습니다. 제주도의 자연에서 디자인의 요소를 가져왔다는데, 그 높이와 크기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이어지는 오름들을 적당히 드러내도록 조절했답니다. 건축심의를 통해 아연패널은 달라졌지만 화산석 패널, 나무널로 감싼 롯지들과 사이사이 보이는 에어스트림의 매끈한 모습은 참 매력적입니다. 롯지의 크기에 따라 폴리를 하나, 둘, 셋 혹은 넷으로 조합하고 그 사이, 위, 아래 공간을 객실로 꾸민 아이디어는 좋습니다. 아웃도어의 분위기를 즐기되 캠핑은 부담스러운 손님들을 겨냥해서 양수겸장을 취한 것이죠. 경사진 벽으로 에워싸여 묘한 공간감을 주지만 인테리어는 편안한 호텔입니다.

이 두 시설이 가진 열린 복합성은 단순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투자와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이 빅 테이블’과 ‘어라운드 폴리’의 팀들은 자본은 물론 노동력을 투입해서 시설을 꾸몄고 유지관리도 일정부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SNS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물론 어려움이 없지 않습니다. 두 경우 모두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있었고 SNS상의 인기에 비해 시장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합니다. 프로그램을 메워 주기로 기대했던 회사로부터의 협업도 무산되었고요. 디자인과 관련돼 오버스펙에 대한 제 질문에 윤대표는 바탕을 그렇게 잘 깔았는데 마무리인 가구와 집기를 아무렇게 고를 수는 없었다고 답합니다. 필자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많은 투자로 인해 공동대표 세 명은 이 일이 전업이 됐습니다. 지금 바쁘다고 다음의 계획이 없지 않습니다. ‘바이 빅 테이블’로부터는 금속부엌가구개발, 소형복합건물기획에 대한 진행상황을 다음에 만나면 들어 봐야겠습니다. ‘어라운드 폴리’는 에어스트림을 이용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잘 준비한다면 점점 고급화되는 내국인관광시장에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Lesson No.5
총체적인 경험을 디자인하라.

우리가 원하는 경험을 어색하지 않게 매끄럽게 연결해 제공하는 총체적인(Hollistic) 시설, 그런 시설을 혼자의 힘으로 일군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한 전통적이고 단순한 비지니스모델로 새로운 소비계층을 유혹 한다는 것은 더 어렵고요. 이번에 소개한 두 시설은 그런 흐름을 잘 읽고 준비했습니다. 독특한 프로그램과 그 바탕이 될 디자인(키친), 독특한 디자인과 그 속을 채울 프로그램(어라운드 폴리), 함께 이들이 제안하는 경험에 빠져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