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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 Cafe,Bar

호텔 & 레스토랑 - 제주에서 채워가는 와인 한 잔의 꿈, 히든 클리프 호텔&네이쳐 최정원 식음팀장

 

호텔앤레스토랑 잡지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제가 지면에 실리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잡지를 보며 꿈을 키우던 예비 호텔리어에서 어느덧 업계를 이끌어가는 스페셜리스트가 된 이가 있다. 바로 뼛속까지 소믈리에이자 웨이터인 히든 클리프 호텔&네이처의 최정원 식음팀장이다. 그는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가꾸고 정돈하기 위해 노력한다. 편의점에 갈 때도 깔끔한 정장을 고수하는 최정원 팀장. 그래서 일까? 여태까지 달려온 길이 그랬듯 앞으로도 그가 업계에서 달려갈 길도 명확해 보인다.

 

탑클라우드 23은 마포 공덕에 위치한 유러피안 브라세리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다. 한강과 도심풍경을 배경으로 한 매력적인 조망과 조리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이 매력적이다. 버터와 크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과거의 프렌치 스타일을 벗어나 건강에 좋은 올리브 오일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요리를 구현해 감각 있는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히든 클리프의 히든 히어로
요즘 아주 힙(HIP)하다고 소문난 제주도의 16번째 특1급 호텔, 히든 클리프 호텔&네이쳐는 생태 보고의 마을 ‘예래’에 위치해 있다. 예래 마을은 한국반딧불이연구회 지정 제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서 엉또폭포, 논짓물, 깻깍 주상절리, 예래천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히든 클리프의 건물은 석회함 돌무늬와 결이 자연스럽게 도드라지는 외벽을 하고 있어 억새밭으로 조성된 빛의 오름정원, 벌집을 형상화한 주차장, 자연친화적인 조명과 함께 자연스러운 예술미가 돋보인다.


히든 클리프의 주 투숙객은 2030세대다. 최 팀장은 히든 클리프에서 타깃고객에 맞춰 스타일리쉬하고 개성있는 식음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드는 것은 조식 뷔페에서 제공하는 무료 핸드드립 커피. 고객이 직접 고급원두로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여유를 선사한다.


덧붙여 자랑할 만한 것은 역시 총 둘레 47m의 인피니티풀이다. 최 팀장은 고객들이 이곳을 200% 즐길 수 있도록 전문 DJ를 고용해 매일 밤 풀 파티를 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문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는 음반 기획사 유니버셜 뮤직과의 협업을 통해 매주 다른 DJ가 라운지 음악을 제공, 하루 평균 100~15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지난 1년 동안 제주시장 호텔 이슈를 싹쓸이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중 객실점유율이 85% 정도로 거의 매일 만실인 셈이다.” 매일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고 일하는 것이 즐거운 최 팀장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제주도에서 맞닿은 기회
제주도에 정착한지 근 4년 만에 펼친 최 팀장의 활약은 남달랐다. 제한적 공간 제주에서도 와인시장을 키우고 싶었던 그는 제주 최초로 와인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연간 30회 정도의 크고 작은 와인페어들이 열리고 스타 페어들도 많다. 워커힐의 ‘구름위의 산책’이나 JW메리어트 동대문의 ‘와인 앤 버스커’ 같은 경우에는 하루 입장객이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에서 경험했던 와인페어가 제주에는 없는 것을 기회로 생각한 그는 본인이 잘하는 것을 바탕으로 호텔도 알리고, 제주 와인시장의 다변화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2016년 12월 9일, 제1회 와인마켓을 열어 입장객 836명에 와인 1643병을 판매의 쾌거를 누렸다. 이후 현재까지 총4회의 와인마켓을 실시했다. 특별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그는 “기존 와인페어들이 모객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참가업체가 즐겁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지리적으로 와인을 운반하는데 배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팔리지 않은 와인들은 모두 호텔에서 구매했으며, 참가업체들의 출퇴근 이동을 책임졌다.”며 “게다가 첫 마켓의 경우에는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뤄내야 하는 행사였기에 참가비를 받지 않았다. 이러한 색다른 접근으로 1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3회 동안 총 1638병의 와인을 판매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소믈리에가 간다’
히든 클리프의 소믈리에들은 와인도 배달해준다. ‘와인을 배달한다니?’ 의아해 하니 최 팀장은 와인 마켓을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도내에 와인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인다. 카페나 바를 운영하면서 와인 리스트업을 하고 싶은데 대량 구매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업주들이 많았다. 그들은 와인마켓이 끝나고도 적정량의 와인을 구매하고 싶어 했고, 이런 니즈를 캐치해 ‘제주 전지역, 와인 딜리버리 서비스, 소믈리에가 간다’를 기획했다.


하지만 사실상 와인을 호텔에서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배달하는 것은 금지돼 있고, 제주도의 주류 도매상의 역할을 뺏을 수 없기 때문에 히든 클리프는 보유중인 300종의 도매와인을 도매 수수료를 내고 직접 고객에게 배송한다. 와인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해당 리스트를 오픈해 제주 전역을 돌고 있다고. 햇수로는 100회가 넘었다. 소규모 파티나 결혼식 피로연 등이 있을 때 직접 서비스도 하고, 와인 리스트에 대한 컨설팅이 필요하다면 컨설팅까지 한다.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엄선된 와인 300종을 주문만 하면 소믈리에가 호텔에서 보던 정장차림으로 가져다준다. 말 그대로 ‘출장 소믈리에’인 셈이다.

 

업계를 위한 대의를 품다
최 팀장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제주지회장도 맡고 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는 한국의 소믈리에 자질 향상과 소믈리에 처우개선, 와인교육과 연수, 와인에 관한 홍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비영리협회로 국제소믈리에협회(ASI)의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유일의 협회다. 보다 유능한 소믈리에들이 제주 시장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제주 사람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군분투 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협회 제주지회장으로서 최 팀장의 역할이다.


그는 협회활동의 일환으로 강의와 세미나 등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에 입성하기 전 로열패밀리와 VIP의전 활동을 했던 것을 토대로 서비스가 가미된 와인과 소믈리에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신입사원 입문 서비스나 소믈리에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강연을 현재까지 약 30회 이상 해왔다. “현재 제주는 80년대의 강남 느낌이다. 점점 고급화된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다. 앞으로 커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제주 시장이므로 협회 제주지회장으로서 제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인 커리어뿐만 아니라 업계와의 상생에도 고민하고 있는 그였다.

 

 


 

 

HR 제주도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제주도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5년도부터 해외파 스페셜리스트들이 국내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호텔 이외에 청담동, 가로수길 등의 로드마켓으로도 대거의 전문가들이 영입되면서 특급호텔에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고퀄리티의 식음을 접하기 쉬워졌다. 신라호텔 서비스 드림팀에서 활동 당시, 출중한 동료들 옆에서 실력의 차이를 느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남다른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5년 2월에 제주에 입성했고, 제주도에 유학 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활동하는데 제약이 커 주변의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해보자는 용기가 앞섰고, 170번의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오며가며 석사학위도 받았다.

 

HR 제주 식음료 시장의 특징을 이야기 한다면?
서울의 경우에는 고객의 니즈를 빨리 파악해 고객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고 자리를 빛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많다. 특히 모임이나 행사가 많아 먹는 것 자체보다 다른 목적이 베이스가 되는 경우로, 서울에서 필요한 것은 ‘타이밍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서울에 비해 단골손님 느낌보다 매일 새롭게 만나는 고객들이 많다. 여행 겸 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기에 먹고 마시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보다 더 깊숙이 접근 가능하며 제주에서 즐겨야할 것들, 음식 얘기 등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프렌들리의 서비스’가 특징이 된다. 실제로 서비스를 하다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있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단지 식음료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여행을 통째로 서비스하는 느낌이다.

 

HR 제주에 근무하고 있는 소믈리에들은 어떠한가?
사실 아직까지는 음료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해 턱없는 공급량이다. 새로 지어지는 호텔들도 많은데 현재 제주도에는 약 50명 정도의 소믈리에들이 활동 중이다. 첨예하게 경쟁 중인 서울보다는 제주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와인을 공부하고자하는 수요도 많이 형성되면서 제주도 내에서 와인서비스 교육 사업을 시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HR 와인마켓을 최초로 실시한 이력이 독특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3회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시아 와인 트로피’라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광명와인 동굴’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욱 주무관을 만났다. 광명동굴은 일제시대 때 폐광된 동굴인데 그 모습이 마치 와인을 보관하는 창고 까브(Cave)와 비슷하게 생겨 3년 전 공모를 통해 ‘광명와인동굴’로 재탄생했다. 이후 최정욱 소믈리에는 광명와인동굴에서 국내 200군데가 넘는 와이너리의 한국 와인을 매일 상시 전시, 와인 교육 및 판매도 하고 있다. 이에 한국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점점 생기고 있었던 터라 3회째에는 광명동굴과 콜라보해 한국 와인 482병을 판매했다. 경북 영천, 충북 영동, 대부도 등 국내 와이너리의 우수한 와인들을 소개할 수 있어 뜻 깊었다.

 

HR 현재 와인시장이 매우 힘들다고들 한다. 와인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0년대 초중반에 꿈꾸던 장밋빛 미래와 달리 2010년 이후 국내 와인 수입액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일부 대기업이 와인의 수입·유통에 뛰어들어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는 곧 중소 와인수입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판단내리기는 힘든 것 같다. 최근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 문제를 두고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이 작은 시장 내에서도 살아나기 위한 치열한 고민들이 거듭되고 있음을 느낀다.

 

와인은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각기 다른 떼루아와 와이너리의 개성을 조화롭게 담고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따라서 유통적인 측면에서 가격만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가치 중심으로 와인에 대한 평가가 재편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와인 리스트와 가격을 제대로 형성하고 이를 지켜주기 위해 대형과 중소형 와인 수입사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고객의 입장에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 바나 레스토랑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면 와인 한잔, 아니면 물 한 잔이라도 좋으니 식사와 함께 음료를 주문해줬으면 좋겠다. 업장을 운영하다보면 대부분 임대료와 경영악화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좋은 철학으로 각자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계 스페셜리스트들이 많은데 결국 찾아주는 고객이 있어야 서비스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HR 와인업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소믈리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웨이테이너(Waiter+Entertainer)’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웨이터들의 지변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 작년에 미쉐린이 들어오면서 숨겨진 셰프들이나 다이닝이 속속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이닝의 격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쿡방, 요리경연 프로그램으로 스타셰프들이 나오면서 셰프테이너들도 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웨이테이너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선배인 정하봉 소믈리에가 TV프로그램 마리텔에 출연하면서 초석을 다진 것 같다.

 

HR ‘웨이테이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
본디 웨이터(Waiter)는 말 그대로 ‘기다리는 사람’이다. 고객을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스텐바이 하는 사람. 바텐더, 바리스타, 소믈리에를 웨이터라고 본다. 셰프랑은 조금 다르다. 셰프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이지만 웨이터는 그렇지 않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객이 필요하지 않은 때 나설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웨이터의 서비스는 환대받는 고객들이 평가해야 한다. 미쉐린과 같이 서비스에도 별을 달아주는 캠페인을 하고 싶다.

 

HR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주변에 정말 좋은 뜻을 가지고 업계에 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빛나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보고 싶다. 한사람의 서비스를 보고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웨이테이너들의 페이지를 만들고, 먼저 그들의 약력과 스페셜리티를 소개한 후에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직접 응원의 글도 남기고 후기도 남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레스토랑이나 바의 타이틀에 속해있던 각각의 웨이터들에게도 관심이 생길 것이고, 웨이터들은 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갖춘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스타 웨이터들도 생겨 이들을 닮아가고 싶은 후배 웨이터들도 꿈을 갖게 된다. 이렇게 우리 업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업계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위해 꿈틀거리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나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