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여행의 중심은 맛의 기행
최근 선풍적 인기를 더해가는 K-컬처의 중심에 우리의 음식문화가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인류문화사적 흐름이 인간의 생리적 욕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음을 직설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식탁 위의 풍미와 멋이 우리처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여행의 중심은 맛의 기행이라고 생각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먹어야 여행도 되고, 감성도 싹 트고 지성도 풍성해지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은 철학이며 문화고 예술이다.
맛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의 요리. 정열의 나라 이탈리아, 교향곡의 나라 독일, 아니 가까운 중국을 여행하면서 허기진 곡기를 채우기 위해 식당에 가보면 육류를 중심으로 하는 고기 요리. 생선 요리. 밀가루를 중심으로 하는 면 요리, 우유 가공 요리 등이 주를 이룬다. 잠시 눈을 돌려 명상과 구도의 등불을 켜고 삶 자체를 수행으로 보는 티베트나 부탄, 네팔, 인도를 보더라도 식단에 육류, 어류, 밀가루류, 쌀과 보리 등 기본 곡류를 빻고 볶고 반죽하고 굽는 음식 위주로 우리가 주로 애용하는 산나물 요리란 거의 찾을 길이 없다.
베트남을 여행하더라도 쌀국수에 고수나물 몇 개 더해 주는 단조로운 식단을 볼 수 있다. 일본여행에 유명한 식당이라고 들러봐도 육류. 어류, 또는 밀가루를 가공한 우동, 라멘류 등이며 우리 식단처럼 씀바귀, 명이나물, 고추나물, 고들빼기, 쑥국, 달래나물. 다래순, 취나물 등이 나오는 식당을 거의 보지 못한 듯하다.
한때 우리의 국토는 헐벗었었다. 일제의 수탈, 6.25 전쟁으로 황폐화된 우리 산야에서 생존하기 위해 초근목피로 연명해 온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겨운 보릿고개는 서럽고도 애잔한 아리랑과 육자배기 노랫가락의 남도창을 만들었으니, 어둠이 극에 달하면 칠흙 같은 어둠의 미명 한 줄기가 서광이 돼 아침이 불러오듯, 암울한 보릿고개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식문화가 한국인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나물밥상을 이뤄 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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