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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국내 호텔업계에 불어닥친 피보팅 열풍, 새로운 변화의 시발점될까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 로비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b.1937)의 ‘Photographic drawing’ 시리즈(Focus Moving, 2018,  Seven Trollies, Six and a Half Stools, Six Portraits, Eleven Paintings, and Two Curtains, 2018)

 

전례 없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피보팅(Pivoting) 전략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피보팅은 트렌드나 바이러스 등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 등을 바탕으로 사업방향을 다른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행업계와 더불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국내 호텔업계 역시 이러한 피보팅을 활용한 색다른 전략으로 불황 타계를 모색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각국의 입국규제, 여행제한 권고 등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휴가시즌 및 주말 등을 이용해 숙박시설을 찾아 쉼과 여유를 즐기려는 호캉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기존 호텔의 기능에 아트를 접목시킨 ‘아트 호캉스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했다. 여가는 물론 다양한 문화콘텐츠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신개념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스펙트럼 확장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호텔업계에서는 숙박시설이라는 일반적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왔다. VR 체험 공간과 게임룸, 힙합 콘서트, EDM 파티 등으로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최근에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 전시 및 공연 등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은 호텔 본연의 기능은 충실하되, 미술관급 아트 컬렉션을 비롯해 다채로운 컬처(Culture) 프로젝트 진행을 통한 신선한 접근이며, 광주·호남지역의 대표적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손꼽히고 있다.

 

Humans Since 1982 - A million times 120

 

앞서 120개의 시계가 1분마다 로테이션하며 시각적인 유희를 제공하는 디지털 키네틱아트 작가 휴먼신스 1982(Humans Since 1982)의 <A million times 120>,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빌 게이츠가 구매해 화제가 된 ‘달항아리’ 최영욱 작가, 전통한지를 이용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전광영 작가, 광주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 우제길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은 현존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는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b.1937)의 ‘Photographic Drawing’ 시리즈(Focus Moving(2018), Seven Trollies, Six and a Half Stools, Six Portraits, Eleven Paintings, and Two Curtains(2018))와 ‘A Bigger Book- The DAVID HOCKNEY SUMO’ 총 3점을 지난달

호텔 로비에 새롭게 전시했다.

 

해당 작품은 1769년 이후, 매년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에서 개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시회 ‘Summer Exhibition’ 출품작과 동일한 시리즈며, 전시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가의 신작 포토그래픽 드로잉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한 작품으로, 3차원 현실 세계와 2차원성의 회화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구성,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한정판 에디션 ‘A Bigger Book’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60년 이상 동안 작업한 작품 전반을 담은 가로 50㎝, 세로 70㎝의

거대한 책으로 작가의 생애에 걸친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작가의 10대 시절부터 런던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시기,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 수영장을 그린 생활, 최근 iPad로 그린 드로잉 및 요크셔 풍경까지 450여 작품을 500페이지에 연대순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정판 에디션으로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은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북스탠드와 함께 전시돼 작품으로서 가치를 띈다.

 

이와 함께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는 세계적인 조명 거장 알랭 귈로(Alian Guilhot)의 조명 작품이 호텔 외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으며, 로비에 마련된 콜랜캠블(Kohler&Campbell) 자동 연주 피아노가 계절과 시간, 스페셜 데이 등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는 등 작품감상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Art in Voyage’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 작가 ‘설박’의 작품을 엽서로 제작해 전 객실에 비치했으며, 우리나라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나전칠기자개 보석함을 활용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판매, 투숙객들에게 광주비엔날레·디자인비엔날레 등 지역에서 개최되는 미술전 티켓을 배포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했다.

 

고객의 체험가치가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부각됨에 따라 호텔업계 역시 새로운 고객경험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며 이 같은 변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다.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은 단순히 호텔에 투숙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수도 광주에 온 느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고, 지역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로운 아트 콘텐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데이비드 호크니 등과 같은 세계적인 빅네임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신진 작가 및 지역청년 작가의 작품도 발굴, 호텔 차원에서의 옥션 진행을 비롯해 식음료 업장내 전시, 객실 및 식음료 상품과의 컬레버래이션 등 직관적 고객 경험을 위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특별한 아트스페이스를 기획하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상실이라는 두 가지 문을 동시에 연다. 우리 앞에 직면한 두 가지 문 중 어느 곳으로 들어설지 여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으며,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는지 등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공간의 결합, 공간기능의 확장 또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의 접근을 통해 어떻게 고객경험을 새롭게 제공하느냐는 앞서 제시한 것처럼 기회의 문에 들어설 준비가 됐는지가 좌우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을 비롯한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아트 호캉스’ 트렌드는 순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피보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단언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보편적이면서도 난해한 질문에 ‘아트 호캉스’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선사한 호텔업계의 거침없는 피보팅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글 : 양문선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 호텔운영총괄상무 겸 총지배인
dennis.yang@higwangju.com